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22화 (122/182)

제122화

제122화 멸종된 동물들의 낙원

“불새야.”

쿠왁!

난 불새의 등에 타고서 불새를 불렀다. 그러자 이놈이 괴수 흉내를 내면서 포효를 하듯이 운다.

“한 번 더 시끄럽게 하면 모가지 비틀어 버린다.”

꼬꼭!

그럼 난 왜 불새 위에서 불새에게 협박을 하고 있느냐? 내가 성격 파탄자라서? 아니다.

이 시키가 일부러 나를 골탕 먹이려고 X랄을 하면서 날아서 그렇다. 그렇다고 나를 떨어트리거나 하려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것은 제대로 교육을 해 놓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위에서 아무리 협박을 하고, 교육을 하려고 해도.

냐앙.

호야의 한 마디가 훨씬 강력했다.

호야의 말은 한 마디다.

‘죽을래?’

그 말에 불새는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선사하며 조용히 비행을 하기 시작한다.

난 할 말이 없었다.

덕분에 난 편안하게 홋카이도로 향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의도한 것인지 몰라도 울릉도와 독도 상공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특이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독도에 생성되어 있는 게이트였다. 문제는 현재 독도에 경비대원이 있는 섬이 아닌 다른 섬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것은 그냥 육안으로는 구분을 할 수 없는 그런 게이트로 보였다.

난 나와 불새에게 은신 마법을 걸고 그곳에 내려갔다.

“게이트가 있다는 것은 주인도 있을 거라는 얘긴데…….”

하지만 주변에 게이트의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난 혹시 몰라서 게이트에 손을 대 보았다. 그러자.

-주인이 없는 쌍방향 게이트 A7942의 주인이 될 요건을 갖추었습니다. 게이트를 소유하시겠습니까?

처음 보는 메시지다. 난 지금까지 게이트가 등장할 때 당연히 게이트 주인의 곁에 생성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게이트는 주인이 없는 게이트였다. 그리고 내가 접촉을 하자 주인이 없는 게이트의 주인이 되겠냐는 메시지가 나왔다.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섬 게이트는 내가 뭔가를 하기 전에 내가 게이트 주인이 되었었다. 어쩌면 그 게이트도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있다가 나와 접촉을 하게 되면서 내가 자동으로 게이트의 주인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방금 난 게이트의 생성과 주인이 선택되는 과정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놀랍게도 게이트 안은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것과 비슷한 섬이었다.

하지만 묘하게 독도를 닮은 섬이었다.

동도와 서도로 나누어진 섬.

한 가지 다른 점은 그 섬에 인공적인 건축물은 하나도 없고, 주변을 둘러보니 놀라운 것들이 자리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껑. 꺼엉. 껑껑.

“어? 나 저거 알아.”

난 관찰로 살펴보았다. 그러자 내 생각이 맞았다.

-이름: 강치.

동도와 서도 사이에 서식하며, 순한 성격으로 포식자나 인간의 사냥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구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말 독도에서 멸종된 강치였다. 예전 일본 놈들에 의해서 강제로 멸종당한 강치.

강치에게서 기름을 추출하고, 고기를 먹기 위해서 무차별 사냥을 했고, 결국 강치는 멸종이라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맞이했었다. 그런데 강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 저건 뭐지? 엄청 큰데?”

냐앙!

호야도 신기하다는 듯이 내 어깨에서 소리를 낸다. 난 강치보다 월등하게 큰 녀석을 관찰로 살펴보았다.

-이름: 바다소.

순한 성격으로 바다소라 불리던 동물이다. 맛이 뛰어나서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동물이다.

활자 중독인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정말 안타까운 동물.

강치와 비슷한 이유로 멸종된 동물인 바다소였다. 스텔러 바다소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동물.

정말 맛이 뛰어난 동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무분별하게 포획당하고 1741년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동물이다.

“도대체 왜 이런 애들이…….”

그때 새들의 소리가 들린다. 큰 덩치에 날개는 쓸모없어 보이는 새.

사람인 나를 보고도 별다른 경계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새는 신기한 생물을 본다는 듯이 나에게 다가와서 부리로 나를 툭툭 건드린다.

“나 이 새도 알아.”

냐앙?

“이 새가 뭐냐고? 도도새라는 새야. 강치나 바다소처럼 인간의 무분별한 포획으로 멸종된 동물이고.”

냐앙. 냥냥. 냥냥냥냥.

“인간들이 문제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 중에 지구에 가장 유해한 동물은 바로 인간일 것이다. 관찰로 보아도 이 새의 이름은 도도새였다.

도도새의 멸종은 이미 유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호야가 멸종 동물을 요구했을 때에 이런저런 멸종된 동물에 대한 기록을 찾아봤었지만, 워낙에 내가 읽던 많은 대체 역사 소설에도 등장하기도 해서 원래 알고 있던 새다.

마다가스카르 동쪽에 있는 작은 섬 모리셔스라는 섬에 살고 있던 새로, 인간들이 그 섬에 들어오면서 결국 멸종하게 된 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모리셔스 섬에만 존재하는 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들이 멸종 상태에 접어들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연의 법칙이라는 것은 놀라운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해당 나무는 수명이 300여 년으로 예상되는데 300년 전부터 더는 나무가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유를 연구하다가 그 나무가 번식하기 위해서는 도도새가 필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었다.

단지 새가 멸종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서 도미노 효과처럼 차례차례 멸종되는 뭔가가 있을 수 있다는 무서운 연구 결과.

어쩌면 인간들은 그래서 멸종 생물들에 대해서 그렇게 멸종을 막고자 노력을 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여긴 멸종 동물들의 낙원인 건가?”

냐앙.

호야도 내 생각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런 섬이 연결된 게이트가 독도에 생겼다.

“이건 경고인 건가?”

왠지 몰라도 난 이게 게이트, 아니 시스템의 경고처럼 보였다. 우연히 독도 위를 지나가다가 발견한 게이트의 주인이 되었고, 이 게이트에 들어오니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동물들이 있다.

아마 찾아보면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우리는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퍽! 냥!

“알았어. 정신 차릴게.”

호야는 정신 못 차린다면서 한참 나에게 잔소리를 한다. 맞는 말이다. 이런 경고가 있는데 이대로 세상이 멸망하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니까.

“일단 여기는 우리 영지랑 연결을 해 두고 다시 가 보자.”

냥! 꼭꼬.

둘의 대답을 듣고, 난 일단 우리 게이트와 이 게이트를 연결했다.

그리고 누나를 찾아가서 새로 얻은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미친! 진짜야?”

“어? 그렇지? 내가 농담을 할 리가.”

“와 씨! 진짜, 진짜라고?”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누나 남친이랑 탐사대를 꾸려서 한 번 가 줘. 몬스터는 없을 것 같긴 했는데, 혹시 모르니까 기사단도 몇 명 데려가고.”

“야, 우리가 연구원이라고 해도 레벨 80은 찍었다. 걱정 마.”

“그래도 기사단은 꼭 데려가. 누나나 연구원들은 연구에 정신 팔리면 안전에 무방비해질 수 있으니까.”

“아, 그건 그러네. 알았다. 신경 써 줘서 고마워.”

“당연하지. 우리 누난데.”

“아이고, 우리 시우가 참 귀여운 소리를 하네. 궁디팡팡해 줄까?”

“내가 호야냐?”

라고 말하는데 호야가 누나에게 궁디를 디밀고 있는 게 보인다. 이 모습에 난 실소가 나왔다. 역시 호야는 고양이였다.

그런 호야를 보고 누나의 눈은 하트가 되어서 한참 호야의 궁디에 팡팡을 해 주었다. 호야는 그런 누나에게 비비적거리며 애교를 부린다.

“그런데 결혼은 안 해?”

“하긴 해야지. 요즘 연구할 게 너무 넘쳐나서 시간이 안 난다.”

“그러면서 같이 살고 있긴 하지?”

“큭, 내 나이에 그게 흠이 되냐?”

“뭐라고 한 건 아닌데? 그리고 형님도 사람 좋아 보이고, 무엇보다 동물병원 원장님은 우리 영지에 꼭 필요한 인재이기도 하고.”

실제로 누나의 남친이 우리 영지에 오면서 많은 동물들의 축사 상태나 생활이 나아졌다. 가끔 형님은 동물병원에 오는 동물 중에 치료가 어려운 동물들을 대성역으로 데리고 와도 되냐고 물었고, 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덕분에 형님네 동물병원은 오픈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단다. 병원이 문 열기 전부터 밖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거다.

“그러고 보니 병원 설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이미 인력은 다 선발했고, 기훈 씨가 시호 거리에 적당한 건물을 개조하고 있어.”

“다행이네.”

“다행이지. 외국에서도 의료 관광을 오는 사람이 엄청 늘고 있단다.”

“뭐, 아픈 사람은 어디든 있는 거니까.”

“그렇지. 호야, 이제 나 가야 되니까 나중에 또 궁디팡팡하자?”

냐앙.

호야는 만족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 호야를 안고서 난 다시 독도 게이트의 밖으로 향했다.

* * *

불새에 올라타서 우리는 홋카이도의 오타루시로 향했다. 이곳은 삿포로시의 바로 근방에 위치한 곳으로 이곳에 한국인들을 집결하게 했다고 하니 분명 이토가 뭔 짓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렇게 오타루시에 내리는데 시스템이 메시지를 보내온다.

-중성역의 영역에 진입했습니다. 대상자는 대성역의 소유자입니다. 중성역 게이트의 위치를 표시합니다.

대성역의 소유자는 중성역을 휘하에 받을 수 있습니다. 중성역을 휘하에 포함시킬 경우 중성역의 영역도 대성역의 영역에 포함됩니다.

그러니까 여기는 분쟁 지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난 시스템의 알림으로 일단 중성역 게이트의 위치를 확인했다. 게이트는 삿포로시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좀비의 공격을 받지는 않은 곳이다. 정확히는 그 일대에 좀비가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맞을 거다.

내 생각에 좀비들이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성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 최시우 군주님.”

내가 시스템의 정보를 보고 있을 때 누군가 내게 다가오며 한국어로 말을 건다.

“아, 네. 그냥 최시우라고 불러 주세요.”

밖에서 군주라는 말을 들으니 몸에 뭔가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 든다.

“아, 맞다. 군주로 불리는 것을 안 좋아하신다고 했죠? 전 이곳에 파견된 외교부 직원입니다. 대통령님께 최시우 군…… 아니 최시우 씨가 올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교민들과 여행객들은 모두 모이고 있습니까?”

“다행히 좀비라는 너무 눈에 잘 보이는 몬스터 때문에 매우 협조적이었고, 대부분이 모인 상태입니다.”

그 점은 매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다 모였다는 것은 슬슬 사건이 생길 거라는 의미가 아닐까?

이러니까 내가 꼭 소년 탐정 김 아무개나 코 아무개가 된 느낌이다.

쾅!

역시나.

“사건이 터진 모양이네요.”

“헉!”

“일단 사람들은 한곳에 모으세요. 그럼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죠.”

궁금했다. 이토가 여기에 한국인들이 모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행동을 할지가.

그래서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가 보니 그곳은 이미 난리가 난 상태다.

“끄어억!”

“살려 줘!”

“괴물이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 이 비명을 지르는 이들은 모두 일본인들이다. 그리고 그 상황이 묘한 위화감을 들게 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 중에 피를 흘리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난 검을 뽑아서 땅에 박았다.

쾅!

일부러 큰 소리가 나게 박은 거다. 그리고 그들에게 외쳤다.

“여기를 넘어오면 죽는다.”

그러자 그들의 표정이 방금 비명을 지르던 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차분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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