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23화 (123/182)

제123화

제123화 거대한 귀요미

비명을 지르며 다가오다가 내가 검을 땅에 박자 바로 태세를 전환하는 일본인들.

난 그들이 그냥 시민들이 아니라는 것을 당연히 쉽게 알 수 있었다. 관찰로 살펴봤기 때문이다.

저들의 정체는 바로 일본의 헌터들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좀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들 중에 하나, 혹은 몇 명이 좀비 술사라는 생각이 든다. 그 부분은 아무리 나라고 해도 바로 알 수는 없다.

여기에 모여 있는 일본인 헌터의 숫자가 거의 150명에 가까우니 그들을 모두 관찰로 살펴볼 수는 있지만, 그럴 시간이 부족하니까.

“적은 하나다! 저놈을 죽이면 조선의 대성역이 사라진다! 텐노 반자이!”

“텐노 반자이!”

웬만하면 쉽게 가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쉽게 갈 수 없는 것 같다.

놈들이 일제히 나에게 달려오기 시작한다. 난 혹시 몰라 챙겨 왔던 시연이가 만들어 준 갑옷을 풀로 장착했다.

이 부분은 레라가 가르쳐 준 옷 입는 마법을 응용한 것이다. 그래서 놈들이 달려오고 있음에도 갑옷을 풀로 장착할 수 있었다.

가장 앞에서 달려오는 놈들의 레벨은 대략 90레벨 중반 정도 된다. 놈들은 긴 창을 들고 찌르기 공격을 하려고 하는 중이다.

그런 놈들을 향해 난 검을 횡으로 휘두르…… 려고 했는데. 내 앞에 튀어나가는 것이 있었다.

캬악!

호야였다. 호야는 내 앞으로 튀어나가더니 그대로 허공에 양발로 할퀴기를 시전했다.

작은 호야의 할퀴기가 뭐 그리 대단하겠냐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콰광! 콰과광!

호야의 허공 할퀴기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바로 달려오던 일본 헌터들의 전열을 완전히 무너트리고, 심지어 땅에 거대한 발톱 자국이 남아 버린 것이다.

난 솔직히 좀 당황했다. 우리 호야가 세계관 최강자라는 것은 알았지만, 뭔가 필살기를 쓴 것 같지도 않은데 저런 결과는 보인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으니까.

“호야…….”

크르르릉.

호야는 매우 흥분을 한 상태였다. 도대체 갑자기 왜 저렇게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나를 구하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죽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 최소한 도주는 가능하리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호야가 튀어나간 것이다. 호야는 뭔가에 잔뜩 화가 난 모습인데 호야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그리고 난 보고 말았다.

-관찰 스킬을 사용합니다.

아이템: 고양이 가죽 지팡이.

고양이를 주술의 힘으로 고통스럽게 죽여 얻은 가죽을 덧대어 만든 지팡이다. 좀비 술사들에게 매우 뛰어난 효능을 보인다.

“이런 잡놈의 새끼들이.”

고양이 가죽 지팡이는 무려 4개나 있었다. 그제야 난 호야가 크게 화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고양이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냥 고양이 가죽으로 만들었어도 미친놈이란 생각을 하겠지만 심지어 고통스럽게 죽인 고양이의 가죽이란다.

예로부터 고양이가 주술과 관련되었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 일본이라지만, 저런 짓을 했다는 것은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두고 있는 나로서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는 일이다.

하물며 모든 고양잇과의 왕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호야는 얼마나 분노했을까? 오죽하면 내가 전투를 시작하기도 전에 호야가 나섰을까?

“호야, 내가 처리할게.”

난 우리 호야의 손, 아니 발에 피를 묻히는 것이 싫다. 물론 이미 많은 피들이 묻어 있겠지만, 그래도 내 앞에서 그러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은 것이 또 내 마음이다.

하지만 호야는 단호했다.

캬아아아아아앙!

마치 늑대가 하울링을 하듯이 호야가 큰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사방에서 고양이들이 달려오기 시작한다.

귀엽……. 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난 고양이들을 살펴보았다. 게이트에서 나온 그런 고양이는 당연히 아니고, 그냥 흔히 길냥이라 불리는 고양이들이었다. 그런데도 호야의 부름에 재빨리 달려온 것이다.

“그래도 쟤들로 뭘…… 헐.”

길냥이들로 뭘 할까 싶었는데 호야가 길냥이들에게 스윽 비비적거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작고 귀여운 길냥이들이 거대하고 귀여운 길냥이가 된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귀여워도 쟤들이 보기엔 귀엽지 않은가보다. 거대해진 귀요미들을 보고 일본 헌터들이 몸을 떨기 시작한다. 몇몇은 아예 발작이라도 하는 것처럼 떤다.

난 그 모습에 호야가 그냥 귀요미들을 거대화만 시킨 것이 아니라 강력한 공포 스킬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난 거대한 귀요미 중에 흔히 턱시도라 불리는 녀석을 관찰해 보았다.

-턱시도 고양이(99레벨)

고양이의 왕. 호야의 부름을 받고 달려와서 호야의 은총을 입은 상태다. 거대화가 적용 중이며, 임시로 99레벨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고, 호야의 스킬 중 하나를 공유받는다.

“와, 개사기.”

어림잡아도 고양이의 숫자는 대략 백여 마리다. 그런데 그런 애들이 호야의 스킬을 모두는 아니라도 하나씩 공유를 받아서 사용할 수 있다. 거기에 임시라지만 레벨이 99레벨이다. 쟤들 헌터들이 90레벨이 넘는 애들이 많아졌다지만, 이건 게임이 안 된다.

그리고 고양이들 역시 고양이 가죽 지팡이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동족 개념이 그렇게 강력하지 않은 애들임에도 저러는 것을 보면 ‘왕’인 호야의 존재 때문일 것이다.

호야는 마치 왕이란 이런 것이라고 나에게 보여 주는 것 같았다.

거대한 귀요미 군단을 이끌고 호야는 거침없이 일본 헌터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난 호야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호야가 내 뒤통수를 때릴 때 사용하는 힘은 정말 천분의 일 정도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결국 놈들은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한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거대한 귀요미 군단에게 죽임을 당했다. 좀비들 역시 마찬가지다. 고양이들은 좀비가 매우 더럽다는 듯이 입으로 물지는 않고 전부 발톱으로만 머리를 두 동강을 내 버렸다.

이쯤 되면 불쌍한 건 저놈들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거대한 귀요미 군단이 쓸고 간 자리에는 일본 헌터였던 무엇인가만 남겨져 있었다. 심지어 좀비들까지 모두 해체가 되었다.

그리고 호야는 그런 거대한 귀요미들 사이에 당당하게 서 있다. 참고로 호야는 거대화를 하지 않았기에 거대화한 턱시도의 등에 올라타고 있었다.

누가 보면 거대한 고양이들이 호야를 괴롭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모습.

하지만 호야를 알고 있는 나는 잘 한다. 호야는 거대한 귀요미들에게 뭔가를 말한다. 그랬더니 고양이들이 하나씩 호야에게 와서 비비적거리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모두 원래의 크기로 돌아간다.

마치 방금 있던 일들이 모두 꿈이었다는 듯이. 다행인 것은 고양이들이 거대화가 풀리면서 전체적으로 체력이 올라갔고, 질병이 치유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건 대성역의 영역이 아니다.

호야의 능력이다. 아마 고양이의 왕이라는 호야의 능력이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하나하나 작아진 후에 마지막으로 턱시도에게 비비적거리자 턱시도도 작아졌다.

그런데 문제는 고양이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때 호야가 내게 다가온다.

냐앙! 냥냥냥! 냥냥!

“얘들을 네가 다 거두겠다고?”

냐앙!

그렇단다. 문제는 얘들을 어떻게 한국까지 데려가냐는 것인데……. 애초에 ‘안 돼’라는 선택지는 없다. 호야님의 말씀이니까. 그래서 어떻게 데려가냐를 고민하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온다. 그러고는 냅다 호야에게 절을 한다.

“대군주님을 뵙습니다.”

호야가 대군주인 줄 아는 모양이다. 난 이 삽질을 하는 인간이 누군가 궁금해서 관찰로 살펴보았다.

-이름: 마에다 켄토

홋카이도 중성역의 주인이다.

뭐 레벨이니 여러 가지들도 있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저것들이었다. 그런 켄토를 보고 호야가 미친놈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내 어깨에 올라온다.

“그대는 대군주님의 시종인가?”

그 말에 난 어이가 없어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때 한 여자가 달려오더니 그대로 슬라이딩을 하듯이 내 앞에 무릎을 꿇는다.

“대군주님 자비를!”

딱히 내가 뭘 하지도 않았는데 자비부터 구한다.

“제가 뭘 했나요?”

“죄송해요. 우리 오빠가 좀 모자란 사람이라.”

“아이! 내가 뭐가 모자란단 말이냐!”

퍽! 퍼버버벅!

마에다 아이라고 불린 여자는 미친 듯이 마에다 켄토를 두들겨 팬다. 이름을 보면 둘이 남매는 맞는 것 같은데 뭔가 둘 다 정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친놈아! 누가 봐도 이쪽이 대군주님이잖아! 그리고 저 고양이는 대군주님의 반려동물이고.”

아, 정정해 주고 싶다. 사실 주인이 호야라고. 하지만 난 침묵을 선택했다.

“히이익! 그렇다면 최시우 대군주님이 당신입니까?”

“누가 봐도 제가 사람이고 얘는 고양이입니다만?”

“고양이로 변신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

물론 변신이 가능한 일족들도 있긴 하다. 그게 내가 아닐 뿐.

“그게 말이 되냐? 그럼 사람이 막 인어로도 변했다가, 응? 무슨 말로도 변하고 그러겠다? 이 바보 오빠야!”

천잰데?

외부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을 어떻게 아는 거지?

“죄송해요, 대군주님. 사실 저희가 찾아온 것은.”

난 마에다 아이의 정보를 보고 있다. 특이하게 그녀도 게이트의 주인이다. 중성역의 주인인 마에다 켄토의 휘하에 있는 것으로 나온다.

남매가 모두 게이트의 주인이라니 참으로 특이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떻게 남매가 모두 게이트의 주인이 된 거죠?”

“아, 저는 이곳 오타루시의 게이트 주인이고, 오빠는 삿포로시의 중성역 주인이에요.”

그러니까 가족이지만 따로 살고 있었는데 남매가 각각 게이트의 주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거 번개를 수십 번 맞을 정도로 낮을 확률일 것 같은데 세상은 참 거짓말 같은 일들도 잘도 벌어지니까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그래서 절 찾아온 이유는 뭐죠?”

“아실지 모르겠지만, 홋카이도는 일본 본섬과는 분리된 영역이에요. 그렇다고 대성역처럼 거대한 영역도 아니지만요.”

“그래 보이네요.”

“그래서 대군주님의 휘하에 들어가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제가 올 거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죠?”

“그야 한국인들이 이곳에 집결해 있으니까요. 미친 이토 놈이라면 저 한국인들을 죽이기 위해서 헌터들을 보낼 거라고 생각했죠.”

여자인 마에다 아이 쪽이 좀 더 똑똑해 보인다. 하긴 성역의 주인이라는 것이 딱히 머리가 좋아야 되는 것은 아니니까.

“마에다 켄토 씨의 의견도 같습니까?”

“맞습니다. 전 미친 전쟁광인 이토의 아래로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놈이 좀비를 보내서 우리 헌터들을 좀비로 만든 것을 생각하면. 으드득.”

이를 간다. 그런데 방금 좀비를 보내서 이곳 헌터를 좀비로 만들었다고 한 거 맞지?

“좀비에게 죽은 이가 좀비가 된 케이스가 이쪽 헌터였습니까?”

“네, 저와 아이의 게이트에 속한 헌터들만 죽으면 좀비로 변하고 있습니다.”

신기한 얘기다.

“그 얘기를 좀 자세히 들어볼까요?”

“네, 그러니까…….”

이야기는 아이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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