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24화 (124/182)

제124화

제124화 이토 좀비의 비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토가 부리는 좀비들에게 감염되는 것은 이토의 휘하에 들어가지 않은 헌터들만 그렇다는 내용.

“그러니까 홋카이도 남쪽에는 이토의 휘하에 들어간 영주가 있다는 거군요?”

“네, 대군주님.”

방송에서 본 좀비에게 공격을 당해도 변하지 않았던 헌터의 경우는 휘하에 들어간 헌터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공격도 사실 짜인 각본이라고 했다.

좀비는 자의식이 있지 않기에 누군가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멀뚱히 그냥 서 있는다고 한다.

내가 경험했던 언데드들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좀비술사라는 직업이 있다고 마에다 켄토가 말했다. 그도 관찰 스킬 3레벨을 가지고 있기에 관찰로 알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중성역의 주인이 되면서 얻은 것은 아니고, 원래 가지고 있었다가 중성역의 주인이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 관찰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성역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조건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제가 관찰했던 좀비술사들은 이미…….”

켄토가 헌터들이 쓰러져 있는 곳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이미 그들은 모두 죽었다는 이야기. 하지만 좀비술사라는 특이한 직종이 여러 명 있던 것을 생각하면 이토는 좀비술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비들의 전투력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대략 60레벨 정도 되는 헌터와 비슷한 정도였습니다.”

마에다 켄토와 마에다 아이에게 속한 헌터들의 레벨은 대략 70레벨 정도였다. 그다지 높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그렇게 낮은 수준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헌터들 레벨이 이상하게 높을 뿐이지, 세계적으로 보자면 현재는 60레벨 정도에 고레벨 헌터들이 정체를 보이고 있다고들 하니까.

레벨 정체는 그 위로 레벨업이 쉽지 않아서 그 레벨대에 헌터들이 렙업이 더뎌지면서 아래에서 올라오던 헌터들과 만나게 되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사실 저게 맞는 얘기다. 우리도 저 레벨 구간에 내가 레벨 제한을 풀게 되면서 렙업이 더 되기 시작한 것이었으니까.

“저희를 받아 주십시오.”

켄토의 말에 난 잠시 생각을 하다가 호야를 쳐다보았다. 호야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우리 대영지의 진짜 대군주는 우리 호야다.

“받아들이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남매가 나에게 충성를 맹세하고, 홋카이도 대부분의 지역은 우리 대성역의 영역에 포함되게 되었다.

-중성역을 흡수하였습니다. 대성역이 더 강화되기에는 부족합니다. 중성역의 효과가 크게 증폭됩니다.

그 후에 나오는 메시지를 보니 처음 대성역을 얻었을 때의 효과와 동일한 효과가 홋카이도 중성역에 적용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구분은 중성역이지만, 대성역의 영역에 발을 걸친 효과를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단 내가 먼저 처리할 일이 있어서 긴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합시다. 전장을 정리해 주시면 좋겠군요.”

“네, 대군주님.”

남매에게 뒤처리를 맡긴 후에 난 파견된 공무원에게 다가갔다.

“최, 최시우 대군주님.”

“그냥 최시우라고 부르시라니까요.”

“아, 예. 근데 워낙 대단한 것을 봐서.”

대단한 거라고 해 봐야 내가 한 것은 처음에 검을 박았던 것뿐인데, 호야를 내 고양이로 알고 있으니 아마 모든 것을 내가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실 호야와 나는 일심동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틀린 생각은 아니다.

“그래도 일반인에게 대군주로 불릴 이유는 없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홋카이도와 우리 대성역 간에 게이트가 연결되면서 배로 피난을 가야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되었네요. 그러니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분들을 이쪽으로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앗! 알겠습니다.”

공무원은 서둘러 한국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가서 내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외로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 이곳이 이토에게 넘어가는 상황이나 좀비 사태 때문에 한국으로 가려고 했던 것이지 이곳을 떠나야 할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결국 한국으로 넘어가기 희망하는 이들은 여행으로 홋카이도에 왔던 사람들뿐이었다. 난 정기훈을 불러서 그들을 한국으로 돌아가게 해 주었다.

정기훈은 나를 제외하면 게이트 이용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인물이었기에 이런 일을 할 때도 매우 유용했다.

공무원은 나머지 일들을 처리하고 난 다시 마에다 남매와 자리를 했다.

“그러니까 하코다테시가 현재 이토의 휘하에 있다는 이야기군요?”

“그게 완전한 휘하에 속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켄토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하코다테시는 시스템이 분쟁 지역으로 구분하고 있었으니까.

“그곳을 일단 손에 넣어야겠네요.”

“네, 그럼 온전히 홋카이도가 대군주님의 휘하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코다테시의 영주도 이토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협박으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켄토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토에게 협력하는 것은 제국주의에 미친놈이 아니라면 거의 없다. 세율부터가 미쳐 있는데 거기에 왜 들어가겠는가.

“그럼 그곳을 공격하지 않고 받아들일 방법이 있습니까?”

“제가 한 번 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우리 기사단을 같이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반드시 하코다테시를 대군주님께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뭔가 그걸 왜 나한테 바치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냥 사기를 올리게 해 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았기에.

그리고 난 바람의 기사단을 켄토에게 붙여서 하코다테시로 보냈다.

* * *

하코다테시를 휘하에 받아들이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좀비술사가 모두 죽었기에 이토는 아에 홋카이도를 포기한 것 같았다.

물론 이토는 뭔가를 더 꾸미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당장은 그와의 분쟁은 시스템이 막았다.

홋카이도를 휘하에 다 받아들이자 다시 3개월 동안 강제 정전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그래서 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핵폭탄이 무용하게 되었다는 얘깁니까?”

정기훈의 이야기에 솔직히 난 좀 놀랐다.

“네, 쉬쉬하고 있지만, 그렇게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들도 기능이 멈춰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느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원자력 발전소를 처음 만들 때 언제든 그것을 이용해서 핵폭탄을 만들 수 있게 하려고 했다는 이야기.

현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가장 큰 원자력 발전소에 관한 피해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이다. 하지만 훨씬 무서운 것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파 사건이라고 들었다.

당시에는 방사능 피폭에 대한 개념도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라 피해는 더 컸다고 들었고, 아직도 그 땅은 죽어 있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는 핵폭탄이 기능이 정지되었다는 것은 나쁠 것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냐는 것.

“게이트의 영향인가요?”

“아마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이트가 이런 식으로 계속 그 영향력을 넓혀가면 우리의 문명이 사라질 수도 있겠군요.”

“그렇게까지 보지는 않습니다.”

“왜죠?”

“드워프 들의 기록을 살펴보니 시스템의 영향력이 끼친 부분에 대한 기록이 있었습니다. 시스템은 게이트가 발생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들을 배제했다는 기록이 있더군요. 그 외에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기훈은 그동안 계속 드워프 도서관에 있었나 보다.

“그렇다면야 다행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위험하다의 구분이 어디까지일지 알 수 없네요.”

“그래서 저희가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같이 가 보시죠.”

“네.”

난 정기훈에게 안내를 받고 드워프들이 만들어 놓은 공방 지역으로 향했다. 드워프의 공방 지역은 왕성 한쪽을 다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을 반대하는 이들은 없었다.

“여기는 왜?”

“우리 그룹의 기술자들을 지난번에 영지민으로 받아들인 것을 허락하셨던 것 기억하십니까?”

정기훈의 요청으로 그렇게 했었다.

“네, 물론이죠.”

“그들과 드워프들의 합작으로 여러 가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오, 그래요?”

“네, 오늘 유의미한 것이 등장해서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난 조금 기대를 하고 정기훈을 따라갔다. 그리고 드워프들이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드워프들은 나를 보자 매우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멸망을 기다리고 있던 이들을 살려 주었으니 아마 나에 대한 호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어서 오십시오, 대군주.”

“네 오랜만에 보는군요, 카플로스 님.”

“하하 제가 워낙에 공방에 처박혀 있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하시는 게 좋죠.”

나이도 많은 양반이니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자자, 이쪽으로 오십시오.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네.”

난 카플로스의 안내를 받아서 공방 지역 가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시연이도 뭔가를 같이 완성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얘는 요즘 드워프들이 등장한 후에 드워프들의 기술을 배우는데 푹 빠져 있다. 누가 데려갈지 참 걱정이다. 저러다가 체형도 드워프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오빠! 드디어 완성했어.”

나를 보고 시연이가 방방 뛰어온다.

“뭘 만들었는데?”

“그거, 그거!”

“그게 뭔데?”

“아씨, 이리로 와 봐.”

시연이가 내 팔을 잡아당긴다. 그래서 시연이가 끌고 가는 대로 끌려가 보니 갑옷 거치대에 갑옷이 하나 거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시연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강철맨의 모습과 조금은 다른 모습이어서 조금 의아했다.

“원래 것이랑 다른데?”

그 말에 대답을 한 것은 정기훈이었다.

“디X니에서 연락 왔습니다. 저작권 침해로 고소를 진행하겠다고.”

정기훈의 말에 난 솔직히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워낙에 저작권 깡패로 알려진 곳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오! 내 로망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는데, 디자인을 가지고 올 수 없다니!”

“저작권은 중요한 거란다, 시연아.”

“알아! 안다고. 그냥 팬심이었어.”

“하지만 그게 실제로 방어구로 사용되는 것은 불편했나 보지.”

“사실 자신들에게 제공을 해 주면 넘어가겠다는 제의가 왔었는데 시연 씨가 거절했습니다.”

미스릴로 만들어진 강철맨 슈트를 디X니에 넘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탄생한 새로운 갑옷이야. 내 취향보다는 인체에 훨씬 적합한 모습으로 드워프 쌤들이 디자인을 고쳐 줬어.”

“그렇군. 뭐 멋지네.”

실제로도 멋진 모습이었다. 날렵한 풀플레이트 메일의 모습이랄까? 개인적으로는 이제 강철맨 슈트를 안 입어도 된다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

“그래서 새로운 갑옷 때문에 부른 거야?”

“겨우 그걸로 오빠를 불렀을까.”

“여기 봐봐.”

시연이가 가리키는 곳은 명치 부분이었다. 강철맨 슈트에서 그 에너지원 역할을 하는 곳. 시연이가 그곳을 눌렀다. 그러자 갑옷이 팔각형으로 만들어진 그 장치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정말 사라진 것이다.

“와…….”

솔직히 놀랐다. 이런 게 가능하려면 공간에 관련된 마법이 필요할 텐데 그게 가능해졌다는 것이니까.

시연이는 그것을 내 가슴에 대고는 다시 눌렀다. 그러자 내 몸을 감싸는 갑옷이 나에게 입혀졌다.

“뭔가 장르가 판타지에서 SF로 바뀌는 느낌인데?”

“아니거든! 이게 판타지의 정수지!”

시연이의 주장에 난 그냥 웃음이 나왔다. 그때 정기훈이 말한다.

“그건 시연 씨의 작품이고 제가 보여드리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대군주님 말씀처럼 SF의 영역일 수도 있겠습니다.”

난 기대를 하며 정기훈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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