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화
제125화 장르가 달라진 것 같네요
정기훈이 저렇게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의 뒤를 따라서 가 보니 정말 놀라운 것이 등장했다.
“어? 저거 영화에서 본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호버 보드입니다.”
옛날 영화지만 인기가 정말 끝내 줬다는 백 투더 퓨처라는 영화에서 등장했던 남자들의 가슴을 울렸던 그것.
바로 호버 보드였다.
하지만 형태를 보아하니 그것과 비슷하다기보다는 강철맨이 동료들과 잔뜩 나와서 외계인들과 싸우던 장면에서 외계인들이 타고 다녔던 형태와 더 비슷했다.
말 그대로 보드에 손잡이가 달려 있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서서 타면 4명까지도 충분히 탈 것 같은 그런 느낌? 뭔가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매끈한 몸체를 가지고 있고 손잡이로 올라와 있는 것도 매우 튼튼해 보이는 것이 정말 놀라울 지경이었다.
“저게…… 가능하네요?”
“네, 이번에 드워프님들이 미스릴 광산에 들어가셔서 놀라운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것입니다.”
난 정기훈의 말에 그가 들고 있는 것을 관찰로 살펴보았다.
-아이템: 최상급 부유석.
100g의 부유석으로 최대 1톤을 공중에 띄울 수 있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이런 것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난 그냥 마법이려니 했는데, 마법이 아니라 과학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데 띄우는 것은 그렇다 치고 이것을 움직이는 것은요?”
“그것은 물의 일족과 바람의 일족이 도와주었습니다. 마법의 힘이죠.”
정기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살펴보니 마법진으로 보이는 것들이 새겨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일족은 마법을 직접 사용하는 것은 좀 떨어지지만, 마법진을 새기는 것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네.”
“그거야…… 그렇겠죠?”
보통 소설들에 나오는 드워프들도 그러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단지 정말 그렇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하지만 이것도 참 여러 번 겪다 보니 그냥 그런가 보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나는 관찰로 마법진을 살펴보았다.
-고급 마법진 각인(액티브) 1레벨 스킬을 얻었습니다.
초급, 중급을 건너뛰고 바로 고급이란다. 이건 아마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마법에 대한 이해가 반영된 것 같다.
“그냥 호버 보드기만 한 것은 아니겠죠?”
“하하, 물론이오. 물과 바람의 일족이 경쟁하듯이 마법을 제공해 주어서 기본적인 공격 마법도 가능하고, 실드 마법도 각인되어 있소.”
카플로스가 가슴을 펴고 당당히 말한다. 이 정도 성능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타 봐도 됩니까?”
“물론입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내 대군주 전용으로 하나 만들어 두었소.”
카플로스의 말에 뭔가 난 조금 거부감이 드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지만, 나를 위해서 만들어 놨다는데 안 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소개하는 호버 보드는…… 정말 어마무시했다.
냐앙! 풉!
호야가 나를 비웃는다. 그래서 호야한테 말해 줬다.
“어차피 너 나랑 같이 탈 텐데?”
하아악!
호야가 카플로스를 보며 하악질을 한다. 카플로스는 그런 호야에게 잔뜩 겁을 먹는다.
“그만.”
호야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내 면을 살려 주겠다는 듯이 그만두었다. 이럴 때는 참 얘가 이쁘단 생각이 든다.
우리 둘이 기겁을 한 이유가 뭐냐?
일단 화려하다. 그냥 화려한 것도 아니고 너무너무, 엄청엄청 화려하다. 화려함의 끝판왕이랄까?
금과 미스릴로 장식되어 있는 호버 보드는 그 자체로 예술품으로 보일 지경이다. 드워프의 손재주가 대단하다는 것이야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시연이에게 말했다.
“시연아, 오빠 갑옷은…….”
저렇게 만들지 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시연이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곳에는 호버 보드와 짝을 이루는 화려함의 극치인 갑옷이 하나 걸려 있다.
역시 세트 아이템이었나보다.
카플로스의 자랑스럽다는 얼굴에 딱 한 대만 주먹을 날려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퍽!
엇? 내가?
하지만 주먹을 날린 것은 호야였다.
“죄, 죄송합니다.”
호야에게 사과를 하는 카플로스. 하지만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는 전혀 모르는 눈치다.
“호야!”
냐앙!
알았단다. 호야는 내 어깨에 올라와서 자신의 앞발을 할짝인다.
“그 말이죠.”
“말씀하시오, 대군주.”
“우리 호야의 갑옷도 어떻게 하나…….”
팍! 파바바박!
호야가 미친 듯이 내게 솜방망이질을 한다. 하지만 이미 카플로스의 창작욕은 불타올라 있었다.
“혹시 몰라 준비를 하기는 했습니다. 이쪽에…….”
그러면서 수줍게 뭔가를 꺼내는 카플로스. 그것은 고양이 목에 거는 방울이었다. 하지만 저 방울이 그냥 방울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난 그것을 받아서 호야의 목에 채웠다. 호야는 뭔가 내가 짜 먹는 간식을 주다가 뺏었을 때처럼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목에 방울을 달긴 했다.
“소리는 안 나네요?”
“그건 호야 님이 거슬려 하실까 봐.”
“그렇겠네요.”
난 그렇게 말하면서 방울을 활성화시켜 보았다. 그랬더니 화려한 황금과 미스릴을 섞은 특유의 갑옷이 호야의 몸에 착 달라붙으며 변신했다.
“멋진데?”
솔직히 멋진 모습이다. 갑옷을 입을 고양이라니. 그러면서 뭔가 배변을 위한 구멍들은 다 뚫려 있고, 호야가 움직이는 데 불편을 주는 요소는 없어 보였다.
“호야? 마음에 안 들면 벗겨 주고.”
내 말에 호야는 거울 앞으로 가더니 자기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그러더니 이런저런 폼을 잡는다. 고양이가 포즈를 취한다는 게 웃기긴 해도 엄청 귀엽다. 옆에 이미 시연이는 쓰러졌다.
정기훈도 은근 표현을 안 했었는데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인지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
냐앙.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고? 나도 입어 보라고?”
냥!
“제 것도 입어 볼게요.”
난 그렇게 내 전용 갑옷을 가슴에 걸고 작동시켰다. 그러자 정말 화려하지만 강력한 갑옷이 내 몸을 감싼다.
“와…….”
정기훈이 감탄한다.
“부러워!”
시연이도 감탄한다.
“헐.”
나도 감탄했다. 부끄럽긴 해도 멋지다. 역시 예술의 드워프. 그런 내 어깨에 호야를 위한 자리가 있었는데, 호야는 그 위에 올라가더니 자기 자리를 잘 찾아서 자기 갑옷과 결착시킨다.
그랬더니 편안한 호야의 자리가 완성되면서 세트 효과가…… 나타난다.
-세트 효과 결속.
반려동물과 함께 할 때 모든 능력치와 스킬의 위력이 10% 오릅니다.
진짜 세트 효과가 있을 줄이야. 호야는 만족한 듯이 내 어깨에서 그루밍을 하기 시작한다. 묘하게 호야가 그루밍을 주로 하는 곳은 갑옷이 살짝 사라진다.
“이런 것까지 구현이 가능하다고? 진짜 천재 아닙니까?”
카플로스는 내 말에 씁쓸하게 웃으며 말한다.
“저건 호야 님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부분적으로 갑옷을 해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호야 스스로.
“대박이네요.”
그렇게 얘기하면서 나도 갑옷의 부분을 사라지게 해 보았다. 호야가 하는 것을 지켜봤기에 마나를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는 알 수 있었으니까.
처저적!
내가 원한 부위의 갑옷이 해체되었다.
“그, 그게 쉽게 되는 거였소?”
카플로스가 오히려 놀란다.
“다들 이 정도는 하잖아요?”
내 말에 시연이가 끼어든다.
“재수 없어.”
정기훈은 고개를 끄덕인다. 어이, 당신까지 그러면 안 되잖아!
난 정기훈을 한번 흘겨본 후에 내 전용 호버 보드에 올라탔다. 그리고 손잡이를 잡으니 어떻게 이것을 사용해야 하는지 내 머릿속에 그려졌다.
부웅.
미약한 소리와 함께 호버 보드가 떠오른다.
“야, 타!”
내 말에 시연이가 어이없어하면서도 자기 갑옷을 작동시킨 후에 내 뒤에 자리한다.
“오빠, 달려!”
신났다, 아주.
뭔가 뉘앙스가 다르긴 해도 내가 얘 오빠긴 하니 동생의 말대로 호버 보드를 움직여 보았다.
의외로 속도는 엄청 빨랐다. 불새를 타고 이동할 때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그러면서 실드가 바람을 막아 주는 것인지 바람이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나에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아마 이런 부분은 정기훈이 데리고 온 연구원들과 함께 완성한 것 같았다. 우리가 영지를 돌아다니자 영지민들이 우리에게 환호성을 지른다.
난 그런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 * *
짧은 시험비행을 마친 후에 다시 공방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어떠셨습니까?”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대단한 것을 만들어 내셨네요.”
내 말에 정기훈이 웃는다.
“이것으로 앞으로 세상이 많이 변할 것입니다.”
그럴 것 같긴 하다.
“동력원은 마정석인가요?”
“맞습니다. 마정석을 동력으로 사용하니 친환경이죠. 환경 오염 물질을 전혀 만들어 내지 않습니다.”
친환경이라는 말은 참 좋은 말이다. 우리 세상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는 것이니까.
드워프의 역사를 보면 내가 있는 이 게이트의 대수림은 멸망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멸망할 시기에 그들의 문명은 매우 화려하게 타올랐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일들이 있었고, 결국 그들의 세계는 멸망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단지 정확히 그때 그 멸망의 길로 인도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기록과 언급이 금지되어 있기에 정확하게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시스템이 그것을 막아 둔 것 같다. 아마도 커닝은 안 된다는 의미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것을 얼마나 크게 만들 수 있습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이것일 거다. 이것이 비행기를 대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일 테니까.
“일단 여객기 정도의 사이즈로 만드는 것은 가능합니다. 속도 역시 연구 중인데 기존의 항공기와 비교해도 절대로 뒤지지 않을, 아니 오히려 더 넘어설 수 있는 수준까지 가능합니다.”
“고속철도도 가능할 거구요?”
“하하, 맞습니다. 같이 연구 중입니다.”
보통 자기부상열차라는 것이 있다. 그것의 정확한 기술은 솔직히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것도 비슷하겠다 싶어서 물은 것이다.
“그런데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까요?”
“당장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라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아무래도…….”
“대통령이 우리 영주 중의 하나니까?”
“네, 그리고 대군주님이 잘 모르시지만, 대군주님의 위상은 아마 본인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대단할 겁니다.”
그런가? 그 부분에 대해서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정기훈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그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게이트를 이용한 교통수단이겠지만,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맞는 말이다. 게이트를 아무나 사용하게 해 줄 수는 없다. 그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부유석과 마정석으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핵이 무력화되면서 세상은 많은 것이 변할 겁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주도를 해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번에 합류한 마에다 아이 씨의 영지에 마정석 광산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드워프 분들이 파견을 나가 계시죠.”
“그렇다면 부유석과 마정석이 한동안 부족할 일은 없겠네요?”
“네, 그래서 사업을 진행했으면 합니다.”
정기훈은 내게 허락을 구하고 있다. 그래서 난 그에게 시원하게 말해 주었다.
“진행시키세요.”
이게 세상은 다시 한번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좋은 변화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유럽 연합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져 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