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26화 (126/182)

제126화

제126화 멸망의 조각

유럽 연합이 관리하던 대성역은 총 4개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들었다.

최초에 등장했던 대성역은 1개였지만, 그것을 잘 관리하니 대성역이 4개로 늘었다고.

사실상 지금 세상에서 대성역을 별다른 문제없이 관리하고 있는 지역 중의 하나다. 하지만 거기에 문제가 생겼단다.

“그러니까 대성역을 같이 쓰던 영국이 그것은 독점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이야깁니까?”

“그렇다고 합니다.”

유럽 쪽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것은 난 러시아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휴전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했던 이들이니까. 그런데 뜬금없이 영국이 대성역을 독점하겠다는 선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 상황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최소한 내가 알고 있는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는 이미지였으니까.

“영국이 그랬다는 것은 정말 의외네요. 신사의 나라가.”

내 말에 정기훈이 조금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그런 얘기 못 들어 보셨습니까?”

“어떤 얘기요?”

“세상에 웬만한 나쁜 일은 다 영국이 시작했다는 얘기.”

“에이…… 설마요.”

“그럼 아편전쟁은?”

“어?”

아편전쟁.

내가 중국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세상 최악의 악한 전쟁이 아편전쟁이다. 심지어 당시에 영국 의회에서도 반대표가 많이 나왔었다고 알려진 전쟁이니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것도 영국의 이야기죠. 그들은 그만큼 많은 식민지를 지배했고, 거기에서 많은 수탈을 했던 곳입니다. 일본은 그것을 좀 더 세련되게 하지 못한 것이고, 영국은 그것을 지금 잘 감추고 포장을 한 것이죠. 사실 제가 보기에 영국이나 일본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뭐 아무튼, 과거는 그렇다 치고, 지금 같은 세상에서 영국이 그딴 식으로 나온 이유가 뭐랍니까?”

“대성역의 위치가 일단 도버에 존재하는데 거기에 새롭게 미스릴 광산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아니, 겨우 미스릴 때문에요?”

“겨우라니요. 지금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자원이 미스릴인데.”

“하긴, 미스릴이 중요하긴 하겠죠.”

미스릴이라는 것은 현시점에서 제일 중요한 자원이다. 물론 부유석이나 마정석 같은 것들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아직은 세상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다.

“현재 사용 가능할 정도로 미스릴을 채굴할 수 있는 곳은 우리뿐입니다. 영국의 미스릴 광산에는 미스릴이 얼마나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양이 많지는 않을 거로 예상됩니다.”

“많지 않은데 그것 때문에 그런 짓을 한다?”

“오히려 많지 않으니까 더욱 그렇게 한 것이 아닐까요?”

정기훈의 말에 난 살짝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모두가 쓸 정도로 넉넉했다고 해도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다고 해도 그럴 수 있죠. 자기들이 사용해야 하니까.”

“그럼 적당하다면요?”

“적당하면 적당하니 그러겠죠. 결국 이것은 양의 문제가 아니라 욕심의 문제니까요.”

난 정기훈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모든 것은 욕심 때문이니까. 그리고 그것은 드워프들의 기록에도 있는 이야기다.

욕심이 세상을 멸망시켰다는 이야기.

구체적인 기록은 열람할 수 없지만, 그것은 분명히 쓰여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늘 세상을 망치는 것은 인간의 그릇된 욕망 때문이라는 것.

전쟁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웃긴 것은 그 정치적 행위라는 것이 어디에 기인하냐는 것이다. 결국 그것도 욕심, 욕망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의 반응은요?”

“유럽 연합은 다시 뒤통수를 친 영국을 적국으로 규정짓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뒤통수?”

“네, 게이트 사태 때문에 영국이 유럽 연합을 탈퇴하는 것이 미뤄졌고, 결국 대성역을 공유하면서 유럽 연합으로 공고하게 지내게 되는 줄 알았는데 결국은 유럽 연합을 탈퇴했으니까요.”

영국은 원래 유럽 연합에서 탈퇴를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게이트 사태가 번지면서 결국 탈퇴가 미뤄졌었고, 그러다가 현재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은요?”

“미국은 현재 자국 내 사정 때문에 타국에 힘을 투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자국 내 사정이요?”

“네, 중성역이 대성역으로 성장한 곳이 세 곳입니다.”

“하긴 미국은 땅덩어리도 크고, 인구도 상당히 많으니까.”

“그중의 하나가 캐나다에 넘어가면서 오히려 분쟁은 좀 줄었습니다. 캐나다는 땅덩어리의 크기에 비해서는 인구가 적은 나라니까요.”

캐나다의 땅 크기는 세계 2위다. 러시아 다음으로 큰 땅을 가진 곳이 캐나다라는 얘기. 그리고 3위가 미국이다. 중국은 의외로 4위다.

하지만 인구 순위로는 38위에 위치한다. 한 마디로 땅덩어리 크기에 비해서 인간은 엄청 적다는 거다.

참고로 한국은 국토 면적 순위로는 108위 인구 순위로는 29위다.

“그럼 캐나다와 분쟁이 벌어졌습니까?”

“아닙니다. 캐나다와는 오히려 사이가 좋습니다. 단지, 미국이 3개로 나뉠 위기죠.”

“그게, 그렇게 되나요?”

“네. 서부, 동부, 남부로 나뉜 상태입니다. 북부 쪽은 캐나다의 영역이라 별다른 문제는 없구요.”

“그쪽도 뭐가 있나요?”

“뭔가 있을 거라는 예상은 됩니다. 하지만 정확히 그쪽의 정보는 알려지지 않아서요.”

“그렇군요. 그럼 유럽 쪽의 상황이 우리에게 끼칠 영향은요?”

“아마 거의 없을 걸로 생각합니다. 일단 누가 되었건 우리를 건드릴 생각은 일본 말고는 하지 못할 테니까요.”

냐앙.

정기훈의 보고가 길어지자 호야가 귀찮다는 듯이 운다.

“일단 다른 사항이 생기면 그때 얘기하도록 하죠. 그런데 호버 보드는 언제 발표할 생각입니까?”

“일단 호버 보드는 마나 철광석을 이용해서 보급형으로 내놓을 생각입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시험적으로 판매를 하고, 수출은 나중에 생각할 예정입니다.”

“네, 뭐 그런데 관련 법안은 해결될 것 같습니까?”

“네, 다행히 매우 협조적이라고 합니다. 국회의원들 대다수가 대군주님께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까요.”

“그렇습니까?”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판단력이 빠릅니다. 고집을 부리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세가 뭔지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는 족속들이죠.”

“그렇군요.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을 반대하지 않는다?”

“네, 친일파들은 일본으로 넘어갔고, 친중을 하던 이들은 중국으로 넘어갔습니다.”

“다행이네요. 나라가 조금은 더 깨끗해진 건가요?”

“그렇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 보고는 여기서 끝내죠. 우리 호 선생의 인내심에 한계가 오는 것 같으니.”

“큭, 알겠습니다.”

정기훈은 호야에게 살짝 인사를 하고 나갔다.

“호야, 그래서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냐앙!

따라오란다. 그리고는 갑옷을 활성화시킨다.

전투 상황이냐고?

그럴 리가 그냥 호야는 갑옷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마음에 드는 거다.

특히.

“오! 호야 님!”

“쿠락쿠락!”

“와! 호야 님이시다!”

“개 귀여워!”

요걸 즐기는 거다. 뭔가 얘는 나름 관종이다. 엄청난 관종.

“호야, SNS 계정이라도 하나 파 주랴?”

냐앙!

“뭐? 이미 있다고? 네가 핸드폰을 어떻게?”

냥냥.

호야가 저기 지나가는 정기훈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정기훈이 마련해 줬다는 이야기. 나 몰래 핸드폰을 사용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

하지만 호야 정도라면 뭐 별걱정은 안 되는 일이긴 하다.

“난 이제 네가 사람 말을 한다고 해도 놀랍지가 않을 것 같다.”

냐앙?

제정신이냐고 그런다. 하긴 사람 말을 하는 것은 좀 아니긴 하다.

“그래서 어디 가는 건데?”

냐앙!

닥치고 따라오라니 따라갈 수밖에. 그렇게 호야를 따라가니 거기는 동물원이다.

우당탕탕! 우당탕탕!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레서판다들이었다. 평소에도 내가 매우 좋아하는 동물이다.

세상의 귀여움이란 귀여움은 모두 담아서 만든 것 같은 동물. 그런 레서판다들이 수백 마리나 돌아다니면서 우당탕하고 뛰어놀고 있다.

“누나.”

“어, 왔어?”

“얘들이 이렇게 많아졌어요?”

“어, 이게 다 그 수박 덕분이다.”

“아, 수박.”

‘나는 씨가 없지만……’이라는 설명이 있는 섬 수박.

“레서판다의 제일 문제는 애들이 교미를 잘 안 한다는 거거든. 그것도 임신 가능한 날이 1년에 하루고. 그런데 수박을 암컷, 수컷한테 다 먹이니까 애들이 시도 때도 없이 새끼를 낳더라고.”

“와, 대박. 그래서 귀요미들이 저렇게 많아졌다는 얘기?”

“그치, 네 매형이 좀 고생했지.”

“좋네요. 둘이 결혼식은 언제?”

“조만간 하려고.”

“어? 누나 홀몸이 아닌데요?”

“어떻게 알았어?”

“나 관찰 스킬 있잖아요.”

“아, 그치? 그것만 보여?”

“아뇨, 쌍둥이라는데요? 남녀 쌍둥이.”

“와우! 진짜?”

“네. 내가 왜 누나한테 거짓말을 하겠어요.”

“호호호. 고맙다. 그이한테 말해 주러 가야지.”

역시 쿨한 누님이시다. 아마 선우랑 가족들은 이미 알고 있을 거로 생각된다.

냥냐앙.

호야가 계속 따라오라고 한다. 그래서 호야를 따라가니 멸종 위기종들이 모두 잘 번식하고 잘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멸종 위기종이 모여 있던 게이트에서 데리고 온 애들도 잘 번식을 하고 있다.

“여기 애들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밖에도 방사할 생각이야.”

“역시 그래야겠죠?”

“어, 그리고 시우야.”

“네.”

“일본에서 전염병이 돌고 있다고 하는데 들었니?”

“네? 정기훈 씨한테 못 들었는데요?”

“아, 나도 오늘 보고 받아서 샘플을 가지고 왔거든. 근데 이게 좀 심각한 전염병이 될 가능성이 있어.”

“왜요?”

“병균이 마나를 품고 있어.”

병균이 마나를 품고 있다는 이야기에 난 솔직히 매우 놀랐다.

“자연 발생 병균이에요?”

“아니, 자연적으로 발생했으면 더 큰 문제겠지. 다행이랄까? 자연 발생된 것으로 보이진 않아. 기존의 전염 병균에 마나를 결합시킨 형태로 보여.”

“그런 이토 그놈이 결국.”

“아마 그런 것 같아. 다행인 것은 우리한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거야.”

“왜요?”

“대성역이 정화를 시켜 버리거든. 최소한 우리 영지들이 이어져 있는 곳은 이 병균을 퍼트릴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다른 나라에는 큰 문제가 되겠네요?”

“그럴 거로 생각되고 있어. 그리고 이걸 공수한 곳은 일본 본섬이 아니라 오키나와였어.”

“오키나와요?”

“어, 오키나와에 심각하게 전염병이 퍼진 상태야. 아마 이 상태라면 몇 주 안에 오키나와 인구가 대부분 이 병에 걸릴 거고, 그리고 몇 주가 지나면 오키나와는 죽음의 섬이 될 거로 예상하고 있어.”

“백신, 아니 치료제는요?”

“당장은 만들기 쉽지 않지. 가장 빠른 방법은 오키나와 사람들을 우리 구역으로 불러들이는 걸 거야.”

“정말 이토 그놈을 죽여야 되나…….”

“야!”

내 말에 누나가 놀라서 나를 부른다.

“아, 제가 너무 과격했죠?”

“아니, 그게 아니라 가능하겠냐고.”

“네?”

“그놈 하나만 죽이면 세상이 편해지는데 못 죽일 게 뭐니?”

“하긴 그렇긴 하죠. 그래서 그런지 그놈은 공식 석상에 모습을 아예 드러내지 않고 있어요.”

우리가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헬레나가 다가온다. 그리고 묻는다.

“마나가 담긴 병균이라고 하셨어요?”

“아, 들었어요?”

“네, 근데 그게 정말인가요?”

“맞아요.”

누나의 대답에 헬레나는 크게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 저주받은 것이 이 세상에도…….”

“네? 그게 무슨 얘기죠?”

“우리 세상이 멸망의 길에 접어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마나가 담긴 병균 때문이에요.”

난 헬레나의 말에 크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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