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28화 (128/182)

제128화

제128화 대수림의 손님 (1)

마나 바이러스로 인해 이토를 증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벌어지고 있는 일이 또 하나 있었다.

“그러니까 대성역을 업그레이드하려고 다른 대성역을 공격하는 일들이 생겼다는 건가요?”

“네, 현재 마나 바이러스에 자유로운 곳은 우리 영역뿐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그거…… 심각해지는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게이트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거죠. 실제로 군부대를 개입시키려고 하는 곳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러시아는 참 희한한 곳이다. 소련일 때도 이상한 나라였는데, 소련이 해체된 후에 러시아가 된 후에도 여전히 이상한 곳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질 않나, 심지어 우크라이나를 며칠 안에 장악할 거라는 자신감과 달리 결국 우크라이나에서 군을 물리며 체면을 구겼다.

게이트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그랬다고 했지만, 사실상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정복할 능력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물론 핵을 사용한다면 얘기가 달랐겠지만, 그렇게 했다면 러시아도 작살이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핵은 들고 있을 때 무서운 무기지 사용하면 사용한 나라도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는 무기니까.

지금은 그 핵이 기능이 정지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기훈의 보고에 따르면 고도의 무기체계는 대부분 기능이 정지되었다고 한다.

결국 지금 전쟁을 치른다면 최고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전투기, 전차를 제외하면 총과 대포로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얘기.

이 경우 전쟁이 벌어진다면 전쟁의 승패는 결국 사람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군대의 질과 양에 따라서.

이 부분에 있어서 한국은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0년을 휴전국으로 지내오면서 징병제가 시행되어 오던 나라고, 엄청난 숫자의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핵을 제외한 군사력에서 한국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던 나라다. 거기에 북한과 거의 실질적으로 통일을 이룬 지금은 북한의 군인들까지 동원이 가능하다.

물론, 현재 한국을 향해 총을 겨눈 나라는 일본을 제외하면 없긴 하다. 그 외에는 오히려 한국의, 아니 정확히는 나의 눈치를 보는 이들이 많다고 정기훈은 이야기했다.

내가 무슨 제국주의자도 아니지만, 세계는 가장 먼저 대군주의 지위를 획득하고, 대성역을 업그레이드한 나를 경계한다.

경계를 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 이 부분에 대해서 난 굳이 나서서 그들에게 난 당신들에게 관심 없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할 필요는 없는 상황.

“그래서, 일본을 공격하려는 이들은 없습니까?”

“예전이라면 아마 핵을 투하하기라도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으니 그들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제재와 입국 금지, 그리고 자국 내 일본인의 격리 정도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섬나라인 일본은 경제 제재가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자국 내에서 모든 자원이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일본도 자원이 그렇게 풍족한 나라는 아니니까.

자원만 수출을 금지해도 일본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사실 대한민국도 섬나라는 아니지만, 북한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섬나라와 다를 바가 없었으니 우리에게도 저건 매우 치명적이던 일이다.

이제는 북한과 실질적으로는 통일을 하고 만주와 러시아 일부까지 내 영역으로 들어와 있는 상황이라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좀 더 자유롭다.

“그렇다면 굳이 우리가 일본으로 진격을 할 필요는 없겠네요?”

“네, 하지만 그들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는 솔직히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네, 그게 문제죠. 그리고 헬레나와 레라의 말에 따르면 그것은 이토 그놈의 생각과 그놈을 조종하는 어떤 사념이 있을 거라는 것을 생각하면 일본에 대해서 계속해서 정보를 취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구요?”

“네, 이번에도 메이린과 샤오핑 쪽입니다.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중성역을 우리 휘하에 받아달라는 요청입니다.”

“음, 정기훈 씨가 보기에는 어떻습니까?”

“그들은 솔직히 말해서 받아들여도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들을 받아들이면 우리 영역이 중국에 한발을 걸치게 되니 나중에 중국이 우리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영역이 너무 팽창하는 것 아닐까요?”

“대군주님이 단지 영역만 생각하신다면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 세계의 멸망을 막길 원하신다면…….”

맞는 말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제국을 이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세계를 지키고 싶은 것이다.

게이트가 등장한 후에 세계가 멸망했다는 드워프의 기록을 보고 우리도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리고 멸망의 조각이라고 할 수 있는 마나 바이러스의 등장.

번식이 불가능한 세계는 결국 멸망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우리 대성역만 나중에 다른 세계의 게이트로 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수림의 저 세계수처럼.

나는 그것을 원할까? 아니다. 난 우리 세상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 게이트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그렇다면 결국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알고 계셨습니까?”

“정기훈 씨의 스타일이라면 대기시켜 놨을 거라고 짐작한 겁니다.”

“다음부터는.”

“아뇨, 잘하셨어요.”

“그…… 감사합니다.”

정기훈은 바로 나가고 잠시 후에 메이린과 샤오핑을 대동하고 다시 집무실로 들어왔다.

“결국 당신들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대군주님!”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메이린과 샤오핑은 나를 보며 무릎을 꿇고 맹세했다.

“그렇게 해야 할 겁니다. 내 사람에게는 자비롭지만 아닌 이들에게는 저도 상당히 냉정한 사람이니까요.”

“명심, 또 명심하겠어요!”

“그럼 정식으로 받아들이기로 하죠.”

내가 메이린을 휘하로 받아들이자 시스템이 다시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온다.

-대성역의 영역이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다른 대성역 지역과 분쟁 지역이 발생합니다.

-새로운 분쟁 지역과의 전투는 지구 시간 한 달 후부터 가능합니다.

새로 생긴 분쟁 지역에 대해서 난 확인을 했다. 상하이가 새로운 분쟁 지역이었다.

메이린은 그동안 산둥반도를 비롯해서 북한과 맞닿았던 부분을 모두 점령하고 있던 것이다.

오히려 그녀가 가지도 있던 영역이 나의 영역과 버금갈 정도.

“이제 와서 묻지만 굳이 왜 내 휘하로 들어오길 바란 겁니까?”

“우리 영역이 크기는 했지만, 태생적으로 대성역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한계는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중국 정부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사실상 우리가 생존을 하기 위해서도 대군주님의 도움이 절실했어요.”

메이린의 솔직한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이야기는 진실이라고 나의 스킬이 이야기를 해주고 있으니까.

“배신을 하게 된다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땅따먹기를 즐기지 않습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정기훈 씨가 설명을 해 줄 겁니다. 거기에 적극 협조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에요!”

두 사람은 기쁜 얼굴로 집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그때 시호 수호대가 집무실로 들어온다.

“뭔가 얼굴이 잔뜩 피곤한 모양인데?”

“보이냐?”

“당근이지. 내가 너랑 한두 해 지냈냐?”

“사실 피곤하다. 내 성격에 맞지도 않는 일 같기도 하고.”

“뭔 개소리야? 오빠는 딱 거기에 어울리는 성격인데.”

시연이의 말에 난 살짝 시연이를 째려보았다.

“소녀,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그럼 죽거라.”

“와 씨, 가차 없는 거 봐. 딱 대군주라니까.”

“됐고, 왜 온 건데?”

“불새가 알을 품고 있어서 오빠한테 말해 주려고.”

한동안 불새가 안 보인다 했더니 녀석이 알을 품고 있단다.

“몇 개나?”

“스무 개던데?”

“헐, 많이도 낳았네. 그래서 부화는 언제 될 것 같은데?”

“우린 모르지. 하지만 오빠가 보면 알지 않을까? 정기훈 씨의 관찰로도 안 보인다고 그러던데?”

그러니까 불새를 얻고 싶어서 나를 찾아왔다는 이야기다. 뭐, 나쁜 것은 아니기에 난 시호 수호대를 데리고 불새의 둥지로 향했다. 사실 둥지라고 해 봐야 다른 축사와 크게 차이는 없긴 하지만, 녀석은 불을 좋아해서 드워프의 대장간 구역의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중이다.

“가 보자.”

“아싸!”

시연이의 좋아하는 모습에 한 마디 골려 주고 싶었지만, 요즘 너무 열심히 하고 있어서 그냥 넘어갔다.

* * *

“불새야.”

꼭꼬!

불새는 알음 품고 있으면서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그 모습이 귀엽다. 어미의 모습이 되어서 그런지 더 귀엽다.

“알을 품고 있다고?”

꼭꼭꼭!

불새의 알을 관찰로 살펴보니 불새의 알은 곧 부화를 할 상황이었다.

“일단 다들 나가 있어. 곧 부화할 것 같으니까.”

“어? 그럼 주인이 될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그 각인 작업이 필요한 거 아닌가?”

시연이가 어디서 주워들은 것이 있어서 그런지 이런 얘기를 한다.

“불새야 그래야 해?”

꼬꼬꼬!

아니란다.

“아니라니까 나가 있어. 불새가 불안해하니까.”

“알았어. 그럼 새끼 부화하면 꼭 얘기해 줘.”

“그래.”

냐앙, 냥냥냥.

호야가 불새를 보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건다.

“그래? 불새도 계속해서 번식을 해야 한다고? 그런데 저 알에서 태어난 애들이 새끼를 낳으면 그게 근친이…… 아, 얘들은 자웅동체였지.”

생각해보니 불새는 근친이랑은 상관이 없는 애들이었다. 자웅동체라 혼자서 알을 낳고 부화까지 가능한 애들이니까.

번식을 하는 데 발생할 수 있는 유전적 문제는 없을 거라는 얘기.

“그런데 넌 왜 그렇게 동물들의 번식을 신경 쓰는 건데?”

냐앙?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호야. 아주 발칙한 녀석이다. 그러면서 대수림을 쳐다본다.

“애들을 번식시켜서 대수림에서 살게 하라는 얘기야?”

냥!

그렇단다. 그런데 왜?

“혹시 대수림에 내 영향력에 있는 동물들이 많아지면 대수림에 영향을 끼치는 거야?”

냐앙?

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그게 정답이라는 것을 난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세계수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법이 아닐까 싶었다.

불새들은 무사히 모두 부화를 했다. 그리고 그 모양은 병아리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단지, 색깔이 붉은색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어미가 된 불새는 새끼들의 깃털을 골라 주면서 나를 보며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뭐? 먹이 달라고?”

꼭꼭!

그렇단다. 그래서 난 이 불새 병아리들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와서 먹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새를 위해서도 녀석이 평소에 즐겨 먹는 벌레들을 잡아다 주었다.

스무 마리의 병아리들이 우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호야가 새끼였을 때가 생각난다. 고양이 새끼의 울음소리는 병아리의 그것과 상당히 비슷하게 들리기도 한다.

“우리 호야도 저렇게 울 때가 있었는데…….”

퍽!

냥냥냥!

개소리 말란다. 그래서 난 개소리를 멈췄다. 그런데 그때 대수림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아악!

호야가 대수림을 향해 하악질을 한다. 그래서 난 호야를 안고 대수림의 입구로 향했다. 그러자 일련의 무리가 대수림의 입구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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