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29화 (129/182)

제129화

제129화 대수림의 손님 (2)

대수림의 입구에 서 있는 일련의 무리. 그들의 정체는 너무 분명했다.

“엘프.”

바로 엘프들이었다.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그대로의 모습. 그러니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고, 긴 생머리를 가지고 있고, 귀가 길고 그런 모습 말이다.

“생긴 것 하나는 진짜 사기네.”

냥!

“알았어, 정신 차릴게.”

그들은 대수림의 경계에서 우리 영지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당신이 이곳의 대군주입니까?”

은발의 머리가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 앞으로 나서며 나에게 말을 건다. 난 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무슨 일인지 아무도 근방에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저 엘프는 나를 보고 말을 한 것이라는 이야기.

“맞습니다. 내가 이곳의 대군주입니다. 당신들은 세계수에서 온 이들입니까?”

“맞습니다. 우리는 어머니 세계수에서 온 엘프들입니다.”

엘프라는 거야 당연히 알고 있다. 이 엘프들은 아니지만, 난 다크 엘프를 사냥한 적도 많으니까. 심지어 요즘은 우리 영지 헌터들도 다크 엘프를 사냥한다.

“그래,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온 것입니까?”

“우리 엘프는 평화를 사랑하는 종족입니다. 당신들의 영지와 평화로운 협정을 맺었으면 하는 마음에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거짓.

난 이미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대군주의 능력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없습니까? 아니면 그쪽 대군주에 비해서 내가 많이 부족할 거라고 생각한 것입니까?”

“무슨 말씀인가요?”

“당신이 지금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내 말에 상대 엘프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진실의 눈을 가지고 있으신 분이군요. 맞아요, 최소한 그 정도 자격은 있어야 우리와 대화를 할 수 있겠죠.”

뻔뻔한 것 봐라. 얘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평화를 사랑하고,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그런 엘프는 분명 아닌 것 같았다.

“그럼 솔직하게 말하죠. 당신의 영지는 지나치게 팽창하고 있어요. 그것을 멈추세요.”

진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우리와 싸우게 될 테니까요.”

진실.

결국 저들은 선전포고를 하기 위해서 우리를 찾아온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정확히는 우리의 대성역을 침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어떨까?

우리도 저들의 대성역에 침범할 수 없는 걸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높은 확률로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저들이 나를 찾아올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당신들과 싸울 생각은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없습니다. 굳이 왜 싸워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런데 당신들은 우리가 당신들과 싸우게 될 거라고 단언하는군요?”

내 말을 들은 엘프는 가만히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조금 의외라는 듯이 말한다.

“당신은 진실을 말하고 있군요.”

“쓸데없이 거짓을 입에 담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만약 싸우게 된다면 당신들과 우리 둘 중 하나는 멸망하게 되겠죠?”

“…….”

엘프는 내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것이 당신들이 원하는 일인가요? 솔직히 말해 보죠. 당신들은 이 세계에 기생을 하고 있습니다. 게이트라는 특수한 힘을 통해서. 그리고 아마 당신들은 서서히 멸망을 향해 걸어가고 있겠죠. 우리의 힘이 커질수록 당신들의 힘이 약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신…….”

정곡을 찌른 모양이다. 이것은 내가 대충 예상한 일이다. 그리고 내 예상에 저들은 세계수의 영역을 나오면 크게 힘을 못 쓸 것이다.

헬레나나 레라의 얘기처럼 저들이 그들의 세계에서 떨어져 나온 대성역이라면 분명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이유?

내가 방금 말한 그것이다. 저들은 우리 세계의 게이트의 힘을 빌려서 기생을 하고 있는 이들이니까.

단, 바람의 일족, 물의 일족, 드워프들과 저들이 다른 점이라면 자신들의 대성역 안에서는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대성역을 구축하고 있는 세계수의 힘이 점차적으로 약해지고 있다면? 결국 저들은 다른 버려진 일족들과 다를 바 없는 결과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계수의 힘은 우리가 대수림을 개척할수록 줄어들 것이고, 우리 대성역의 힘이 강해질수록 약해질 것이다.

여기까지가 나의 예측이다.

“당신은 멈출 생각이 없군요?”

“우리가 멈춘다는 것은 우리의 멸망을 의미하지 않습니까? 당신들은 우리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겁니까?”

“우리는 공존할 수 없는 거군요.”

“아니,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당신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공존이 불가능했다면 바람의 일족이나, 물의 일족, 드워프족이 이곳에서 멀쩡하게 있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우리에게 당신의 아래로 들어가라는 건가요?”

“당신들은 이미 우리 세계에 기생을 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뭐가 문제죠?”

“그렇게 되면 우리 일족은 생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어머니 세계수는 그 힘을 잃을 거예요.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멸망을 의미하겠죠.”

“선택은 당신들이 하는 겁니다. 그리고 착각하지 마세요. 당신들은 우리 세계에 침범한 이들이지, 당신들이 이곳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게이트 안의 세상은 누구의 세상일까?

난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

이 게이트 안의 세상은 우리 세상이 게이트의 힘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완충지라고 생각한다. 결국 언젠가 우리는 모두 이곳으로 오거나, 이 세상이 밖으로 연장될 거라 생각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게이트가 생겨난 곳은 지구라는 것이다. 몇몇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게이트가 지구와 다른 세상을 연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연결된 세상은 이미 멸망한 세계.

그리고 그 세계의 잔해를 우리에게 보낸 것이다. 말 그대로 보낸 것.

보내진 것의 주인은 결국 누구인가? 그것을 받는 이가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게이트 안의 세상도 결국 난 지구라 생각한다는 의미다.

통찰력이랄까?

대군주가 되면서 난 나도 모르게 그런 것이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를 너무 궁지로 몰 생각인 것 같네요.”

“아니, 당신들은 애초에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것을 내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 그저 당신들은 당신들 일족의 생존이냐, 멸망이냐를 선택하면 될 일입니다. 그리고 이전에 당신들이 만났던 인간들이 어땠는지는 몰라도 우리는 다른 종족이라고 해서 차별을 하거나, 불이익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아야 한다고 강요하지도 않구요. 이 부분은 잘 생각해서 결정을 하면 좋겠군요.”

사실 바람의 일족이나 물의 일족, 드워프는 우리 인간들과 많이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을 차별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도 하고, 우리 영지민이 되는 사람 중에 그런 문제를 일으키면 가차 없이 추방당할 것을 알기에 그런 문제는 아직 벌어진 적이 없다.

“결국 인간답게 전쟁을 선택하는군요.”

“인간다운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쟁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당신들이지 우리가 아닙니다. 착각하지 마세요.”

순간 엘프들의 기세가 살기로 변한다.

하지만.

하아아악!

호야가 그들의 앞에 등장해서 몸을 키운다.

솔직히 보기 힘든 호야의 거대화였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많이 거대해진다. 난 호랑이 정도로 커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대충 봐도 3층 건물 정도의 크기랄까?

정말 엄청나게 거대한 귀요미 호야였다.

“신수를 믿고 우리를 대적하려는 거였군요.”

“누구는 대수림의 수호자라고 하고, 누구는 신수라고 하고. 하지만 나에게는 그냥 호야입니다. 그리고 대적? 웃기는 소리를 하고 있군요. 당신들이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활을 잘 쏘고, 정령을 다루고, 검술도 잘하고, 마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혹시 알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우리 세계의 인구는 70억입니다. 대적? 당신들은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내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저 엘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거짓을 말한 것은 아니니까. 그 70억이 내 영지민이 아닐 뿐이지 우리 세계의 인구는 70억이지 않은가?

아닌가? 더 많아졌을라나?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정식으로 우리 엘프 일족은 대군주인 당신에게 전쟁을 선포합니다. 앞으로 대수림 내에서 우리가 만나게 될 경우, 우리는 활로 대화를 할 것이고, 검으로 대화를 할 것입니다.”

“어차피 그게 목적이었던 것 아닙니까? 마음대로 하십시오.”

내가 이렇게 내지를 수 있는 이유? 간단하다.

-이름: 로레인 플로스(300레벨-180레벨).

직위: 대장로.

․․․특이사항: 세계수의 영역을 벗어나면 모든 능력치가 60% 하락합니다.

-엘프종의 현 상황은 성장이 멈춰진 세계입니다.

이것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엘프들의 레벨은 솔직히 호야 정도나 비빌 수 있는 정도이려나?

하지만 대장로로 표시되는 로레인도 대수림 안에서는 120레벨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우리 헌터 중에 120레벨인 사람과 붙으면 거의 100% 로레인이 이길 것이다.

레벨이 낮아졌다고 해서 경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테니까.

심지어 로레인의 나이는 1231살이다.

천 년을 넘게 살아온 괴물이라는 이야기. 그런 그녀의 경험이 고작 수십 년을 살고 있는 인간이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쪽수가 있다. 우리는 절대 혼자 다니지 않는다. 저들도 혼자 다니지 않겠지만, 우리는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하면 된다.

우리가 세계수의 영역에서 싸우게 된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최소한 대수림에서 저들은 우리를 어떻게 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엘프종의 특이사항에 있는 이야기. 저들은 성장이 멈춰진 이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다. 결국 전투는 길어질 것이고 우리는 저들을 물리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신은 오늘의 결정을 후회할 겁니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당신들은 더욱 후회하게 될 겁니다. 그것은 약속하죠.”

엘프들의 표정이 굳어진다. 저들은 애초에 내가 자신들의 제의를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한 걸까? 그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로레인은 나를 다시 한 번 쳐다보고 등을 돌리는데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빛에서 슬픔이 보였다.

무엇에 대한 슬픔일까?

그것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어쩌면 전쟁을 반대하는 쪽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다.

* * *

엘프들이 돌아간 후에 난 대회의를 개최했다.

“현재 우리 영지에서 레벨업을 하고 있는 헌터들의 레벨은 평균 120레벨대라고 할 수 있고, 선발대는 140에 근접한 상황입니다.”

내 레벨이 훨씬 많이 올랐기에 우리 영지민도 레벨의 한계가 높아진 것이다.

“앞으로 사냥을 더욱 권장합니다. 물론, 생산직이나 전투에 관련 없는 분들은 적정 레벨이 된 후에는 레벨업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자신을 지킬 정도의 힘은 모든 영지민들이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엘프와의 전쟁은 정말 벌어질 거라고 보십니까?”

정기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니까요.”

대회의에서 우리는 앞으로 헌팅을 할 때에 몇 명이 함께 다녀야 하는지 등의 일을 이야기하고 드워프의 협조를 얻어서 장비를 빠르게 보급하기로 했다.

그리고 엘프와의 충돌은 생각보다 빨리 일어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