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31화 (131/182)

제131화

제131화 대수림의 충돌 (2)

신호탄이 올라왔다. 다행히 난 왕성에 있다가 그것을 봤고, 바로 시호 수호대와 기사단들에게 출동 명령을 내렸다.

그것도 전 기사단에.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난 보여 줄 것이다. 우리 중 하나를 건드리는 것은 우리 전체를 건드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애초에 어설픈 도발이라는 것 자체를 지워 버릴 생각이다.

“나 먼저 갈게.”

“오케이.”

선우의 말을 듣고 난 호야와 함께 불새에 올랐다. 불새는 알을 다 부화시킨 후에 다시 자유롭게 놀러 다녔는데, 나름 영물의 기운을 가진 녀석이라 그런지 내가 필요로 할 때는 귀신같이 내 앞에 나타난다.

“가자, 불새.”

불새는 곧장 신호탄이 터진 방향으로 날기 시작했고, 잠시 후에 난 엘프들과 대치를 하고 있는 우리 기사단과 수습 대원들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엘프의 숫자가 상당히 많다.

“개X끼들 뒈졌어!”

우리가 엘프를 공격했을 가능성?

제로라고 본다. 난 엘프를 만나면 피하라고 지시했고, 내 지시를 따르지 않는 기사단은 없다.

그러니 저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은 엘프들이라는 의미.

난 불새를 급하강시키며 지면과 가까워질 때 불새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나보다 먼저 호야가 떨어지고 있다.

냐앙!

호야도 나름 화가 난 것 같다. 호야는 웬만해서 화를 내지 않는 착한 앤데 화가 나게 만들었다는 것은 엘프가 나쁜 놈들이라는 증거다. 편파적인 거 아니냐고? 당연히 편파적일 수밖에.

쾅!

어? 잠깐, 좀 아픈데? 하지만 난 아픔을 분노로 치환시켰다.

“감히! 우리 애들을 건드려?”

상황을 보니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상황을 보니 조장인 이경호가 잘하고 있던 것 같다. 이경호는 내가 등장하자 긴장이 풀렸는지 휘청인다.

몸에 좋은 것 좀 챙겨 먹여야겠다.

“대군주가 직접?”

엘프의 대장으로 보이는 여자가 그렇게 말한다.

“너희 대군주는 숨어 있나 보지? 근데 우린 아냐. 내가 제일 세거든.”

냐앙!

“물론 우리 호야 다음으로.”

아, 모양 빠지게.

“큭.”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누가 웃는지 딱 봤다. 내가 웃은 친구를 살짝 째려보자 그 친구가 모른 척한다.

나중에 개인 트레이닝을 선물해 줘야겠다.

“대군주, 당신이 강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신 혼자 우리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너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 아닌가?”

엘프는 숫자를 믿고 있는지 매우 당당했다. 하긴 지금 상황에서 내가 저들보다 레벨이 높다고 해도 혼자 저들을 다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에게는 무적의 호야가 있으니까.

“그래? 그럼 공격하지그래?”

“못할 거라고 생각하나?”

“해 보라니까?”

내 말에 엘프들이 공격 태세를 취한다. 그리고 그때.

하아악!

호야가 하악질을 한다. 그러면서 나를 툭 친다.

“나한테 하라고?”

냐앙.

“네가 안 도와주고?”

냐앙!

당연하단다. 아니, 이게 당연할 일이냐? 호야, 너만 믿고 지른 건데?

하지만 이내 난 표정이 풀렸다.

익숙한 기운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군주의 부름을 받아, 시호 수호대 도착했습니다!”

“대군주의 부름을 받아, 인간 기사단 도착했습니다.”

“대군주의…….”

“대군주의…….”

“대군주의…….”

바람의 기사단과 물의 기사단, 거기에 오크 기사단까지 도착했다. 이제 엘프들은 숫자의 우위를 전혀 점할 수 없다.

이곳에 모인 우리 기사단들의 숫자만 해도 2천에 달했으니까.

“이제 누가 겁을 먹어야 될 차례지?”

엘프들은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본다. 아니, 애초에 대군주나 되어서 혼자만 다니겠냐고.

“비겁한.”

“애초에 습격을 한 건 너희들일 텐데?”

뒤를 돌아보니 이경호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할래? 덤빌래?”

그러자 얘들이 꼭 일본 애들 같은 행동을 한다.

“어머니를 위하여!”

반자이 돌격 같은 짓 말이다. 어머니를 위하여라고 하면서 나에게 돌격을 해 온다. 암만 봐도 내가 만만하게 생각되나 보다.

레벨로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지금 내 레벨은 183레벨이다.

저들의 원래 레벨은 나보다 높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나와는 상당한 레벨 차이가 난다. 대수림의 제약 때문이다.

거기에 저들이 착각하는 부분.

레벨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난 대군주가 되면서 헤르티안 검술의 끝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최근의 일이긴 했지만. 그럼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하냐고?

이런 거다.

서걱!

가장 앞에서 달려들던 엘프들 여섯 명의 몸을 분리시켜 주었다. 그들의 갑옷과 무기와 함께.

정적이 흐른다.

엘프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오러 소드를 어떻게…….”

소설처럼 오러 소드라고 부르나보다. 근데 무협 소설도 많이 읽은 내가 보기에는 이건 검기라기보다는 검강에 가까운 것이다.

절삭력을 늘려 주는 정도가 아니라, 무엇이든 갈라 버린다는 것.

“너희들 우리 호야가 얼마나 무서운 선생인지 알아? 겨우 너희들 같은 게 나를 어떻게 하겠다고? X랄을 하고 있네.”

내 검에는 피도 묻지 않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권고한다. 항복해라. 그럼 포로로 대우해 주마.”

“우리는 절…… 커헉!”

엘프 대장이 뭔가 얘기를 하려고 하길래 그대로 난 그녀의 목숨을 거뒀다. 저런 대장 같은 애들이 남아 있으면 다른 애들이 항복을 하고 싶어도 못 할 테니까.

“의견 더 있는 사람? 아니 엘프?”

웬만하면 더 죽이고 싶지 않았지만 최소한 중간 간부급 정도 되는 엘프들은 나에게 달려들었다. 난 그런 엘프들을 모두 죽였다. 가차 없이 칼을 휘둘러야 할 때가 있는 법.

이들의 행위를 대충 봐준다면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 테니까.

엘프들은 자의로 항복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최소한 덤비지는 않더라도 그렇다고 무기를 내려놓지도 않았으니까.

“제압하세요.”

내 말에 2천 명의 기사단이 한 몸처럼 움직인다. 이렇게 대규모로 한방에 모인 것은 나도 처음 보는 거라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엘프들은 그대로 진압되었다.

“모두 체포했습니다.”

현 기사단 전체를 총괄하는 대장으로 있는 칼록의 대답.

통역 마법의 숙련이 올라가면서 이전에는 제대로 해석을 못 했던 오크의 언어까지 통역이 가능했다. 그래서 브로치에 통역 마법을 각인해서 나눠 줬었다. 그것을 통해서 칼록의 말은 우리말처럼 들린다.

“일단 영지로 데리고 가도록 하자.”

“네, 대군주!”

포로로 잡힌 엘프의 숫자는 32명이었다. 그들을 통해서 뭘 알아내겠다는 생각은 내가 할 필요는 없었다. 이런 부분은 정기훈이 알아서 할 것이다.

“다들 괜찮습니까?”

내 질문에 이경호를 비롯한 대원들이 대답한다.

“네!”

“그럼 일단 오늘은 돌아가도록 합시다.”

“네!”

* * *

엘프들이 실제로 습격을 해 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그렇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의논이 필요했다.

“수동적인 대처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먼저 저들을 공격해야 합니다.”

선우의 의견이다. 회의이기에 존대를 사용한다.

그리고 다들 선우의 의견에 동의를 하는 것 같다.

“정기훈 씨는요?”

“저도 선우 씨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세계수가 있는 곳에서는 우리가 저들보다 약하니 그 외부를 둘러싸서 저들을 고사시키는 전법을 생각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바람, 물, 드워프 일족의 의견을 들으니 세계수의 영역 자체는 그렇게까지 넓지 않다고 한다.

물론 우리는 거기까지 개척을 해야 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 우리는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한동안 대수림 공략에 집중을 하도록 하죠. 기사단들은 각각 수습 단원들을 데리고 대수림을 공략하도록 하세요.”

“네!”

아직 대수림의 공략은 20%도 마치지 못했다. 대수림은 그 이름답게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공략을 하려는 곳은 우리 영지에서 세계수가 있는 곳까지다.

대충 거기까지 공략을 마친다면 30% 정도를 공략하게 되는 것일 거다. 물론 그 전에 난 호야에게 물었다. 거기를 내가 가지 않아도 되는지. 호야는 쿨하게 그렇다는 대답을 했다. 대신 나에게는 다른 방향의 대수림으로 가라고 했을 뿐이다.

즉, 세계수가 있는 곳까지는 별다른 부분이 없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되는 이야기였다.

회의에서는 디테일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결국 처음 나온 의견대로 결정되었고, 기사단들은 한동안 그쪽에 다 투입이 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드워프들은 그들을 백업하기 위한 생산 활동에 집중하기로 했고, 인간 중에 전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역시 생산 활동에 집중하기로 했다.

회의가 끝난 후에 난 왕성의 창가에 서서 왕성을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많은 부분이 달라진 왕성의 모습.

학교들이 여러 개 세워지기도 했고, 그 학교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다.

이제는 아예 영지에 들어와서 사는 사람들의 숫자도 상당히 많아졌다. 그들에게 지구에서의 삶이라는 것은 큰 가치가 없게 된 것이다.

지구보다 과학이 많이 부족한 곳이지만, 최소한 이곳에서는 경쟁이라는 것이 심하지 않다. 경쟁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경쟁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여기에서는 학벌이나 인맥 따위로 일이 결정되는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유토피아에 가까운 곳이랄까?

“영지민들에게 별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네, 보시다시피 매우 평화롭습니다.”

정기훈은 지금의 상황이 매우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계속해서 완전 이주민이 늘어나고 있다구요?”

“네. 거기에 이제 이곳에서 전기도 어느 정도는 사용할 수 있어서 많은 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외부의 기계를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면 작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에서 만든 기계는 작동을 한다. 그렇기에 정기훈이 자신의 그룹에서 데리고 온 기술자들은 결국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했고, 기본적인 전구라든가 그런 것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발전기도 마력석으로 작동하는 발전기를 개발했으며, 그것으로 전기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게 했다. 지구에서처럼 환경을 무너트릴 수 있는 기술들은 제약을 두었다.

최소한 우리 영지는 환경을 해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엘프들은요?”

“의외로 조용히 우리의 지시를 잘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요? 진짜 의외네요.”

자살을 하려고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엘프들이 잘 적응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우리 영지의 유일한 포로 입장이긴 하지만.

“한 번 만나 보긴 해야겠군요.”

“모시겠습니다.”

“아뇨, 당장은 아니구요. 당장은 우리 호 선생이 시키는 일이 있어서요.”

“하하하.”

호야가 내게 시키는 것은 다른 방향의 대수림을 개척하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당장은 나도 여유가 없다.

그리고 200레벨.

난 200레벨을 달성해야 하는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왜 그런지 몰라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있다.

* * *

그렇게 대수림 개척이 기사단들에 의해서 이뤄지기 시작하자 엘프들은 더는 우리를 먼저 공격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정을 되찾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큰 혼란을 가지고 오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니까 다른 영지를 발견했다는 얘깁니까?”

“네, 대군주님.”

대수림을 통해서 다른 지역을 개척하는 도중 다른 영지를 만나게 되었다는 보고.

“거기가 어디 영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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