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32화 (132/182)

제132화

제132화 새로운 갈등

“미국의 영지로 예상됩니다.”

“가까운 일본도 아니고, 중국도 아니고, 동남아도 아니고, 미국이요?”

“그렇습니다. 그 영지와 우리 영지 사이에 일종의 결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넘어갈 수 있지만, 그들은 넘어오지 못하더군요.”

우리는 상대 영지로 넘어갈 수 있지만, 상대는 넘어올 수 없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가 보도록 하죠.”

“네.”

난 정기훈의 안내를 받아서 미국 영지의 경계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곳은 이미 예전에 내가 지나가면서 확인을 했던 곳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내 게이트가 있는 섬의 반대편에 위치한 곳. 예전 초반에 당연히 난 그곳을 확인했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다른 영지와 이어져 있지 않았다.

즉, 이 다른 영지와의 연결은 비교적 최근에 벌어진 일일 거라는 이야기다.

그것을 알 수 있는 일은 더 있었다. 바로 저들의 표정.

“미국의 헌터들입니다.”

정기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딱 봐도 마초 냄새를 풀풀 풍기는 미국의 남성 헌터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 끼어 있는 매우 육감적인 스타일의 여성 헌터들.

나라마다 미의 기준이 다르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미국은 보통 저런 스타일은 선호한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난 좀 그렇다. 그리고 저렇게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있는 것도 좀 너무 허세 같다랄까?

“일단.”

난 관찰로 저 경계선과 상대 영지를 살펴보았다.

-지구의 미국에 위치한 중성역의 기능을 가진 영지. 현재 미국의 대영지와 분리된 상태다.

영지의 주인은 아담 센들러.

“아담 센들러!”

아담 센들러는 최초의 게이트 주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리고 군인이었고, 게이트를 개척했다고 알려진 인물.

“아담 센들러요?”

“네, 저 영지의 주인이 아담 센들러라고 하네요. 그리고 중성역이고, 대성역과는 분리된 상태랍니다.”

“네? 그게 무슨?”

“저도 잘 모르죠. 관찰로 보인 결과니까.”

“확실히 대군주님의 관찰이 뛰어나군요. 전 그냥 미국의 영지라는 것만 알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

“관찰 레벨이 5까지 오르지 않았습니까?”

“네, 하지만 그 이상은 레벨이 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게 군주의 자격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관찰이라는 것은 매우 뛰어난 능력이다. 그 자체로 전투력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매우 많다.

어쩌면 정기훈의 말처럼 대군주가 되기 위해서 관찰의 레벨업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대군주가 되어야 관찰 레벨이 오르거나. 현재 정기훈은 이런저런 방법을 써 봐도 관찰이 5레벨에서 더는 안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 사이에 미국 영지에서 누군가 경계로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아담 센들러군요.”

관찰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워낙에 그는 이 바닥에서 유명인사니까.

“최시우 대군주님이 맞습니까?”

아담 센들러가 내게 묻는다.

“맞습니다. 우리 영지에 다른 영지가 등장했다고 해서 나와 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저희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잘 모릅니다. 최근에 어떤 메시지를 보고 수락을 했더니 우리 영지 끝자락에 이런 곳이 생겼더군요.”

군인 출신으로 알려진 아담 센들러는 상당히 단단해 보이는 인물이었다.

“그렇군요.”

“먼저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대군주님의 영역에 침범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먼저 그쪽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아담 센들러가 저자세를 취하자 그의 뒤에 있던 미국 마초 헌터들이 불만을 드러낸다.

“저런 아시안한테 뭐 하는 짓이야?”

“아담, 정신 나간 거야?”

몇몇 사람의 말에 아담 센들러의 인상이 구겨진다. 분수도 모르는 자신의 헌터들에 대해서 화가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난 그런 마초 헌터들을 그냥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난 나를 보고 아시안이라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이들에게 손가락을 까닥였다.

“불만 있으면 덤벼. 사내새끼가 뭔 주둥이로 떠들고 있어. 결계 풀어 줄 테니까 불만 있는 놈들은 덤벼. 나 혼자 상대해 주지.”

내 말에 세 명의 마초 헌터들이 달려든다. 난 그들이 우리 영역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가를 해 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곧장 나에게 달려든다.

그렇다고 해서 무기를 들고 달려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도 목숨은 살려 주기로 마음먹었다.

놈들 중에 가장 덩치가 좋은 놈이 주먹을 내뻗는다. 그래서 나도 마주 주먹을 내뻗었다.

퍽! 우드득.

상대의 팔이 내 주먹에 뭉개지면서 팔뚝까지 뼈가 박살 났다.

그 모습에 나머지 셋은 달려드는 것을 멈췄다. 아마 자동으로 분노 조절이 가능해졌나 보다.

“안 와? 그럼 내가 갈까?”

딱히 난 아직 뭔가를 보여 주지도 않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냥 능력치로 찍어 누른 것이다. 저들의 레벨은 120레벨 언저리다. 그리고 난 200을 앞두고 있는 상황.

거기에 레벨업당 보너스 포인트가 저들과 우리 영지는 상대가 안 된다. 그러니 동렙이라고 해도 덩치는 저들이 클지 몰라도 능력치에서 저들은 상대가 안 된다.

심지어 나에게 덤볐으니.

“벌써 쫄았어? 역시 너희들은 강약약강이구나?”

현실 파악이 빠르다고 할까? 놈들은 내가 상대가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자마자 굴종했다.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선 것이다.

“이 친구들이 철이 없어서 그런 것이니 대군주께서 자비롭게 용서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아담 센들러가 무릎을 꿇으며 그렇게 말을 하자 네 놈이 놀란다. 우리나라에서도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큰 의미겠지만, 저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저것은 완전히 자신을 낮추는 것이니까.

“일어나세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하지만.”

“일어나세요.”

다시 힘을 주어 말하자 아담 센들러가 깜짝 놀라서 몸을 일으킨다.

“그래…… 이제 원하는 것을 말해 보시죠.”

내 말에 아담 센들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한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우리는 퇴출된 상태입니다.”

“퇴출이요?”

“네, 미국 헌터 협회의 뜻에 따르지 않아서.”

헌터 협회라니. 무슨 소설……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긴 하구나. 우리나라에서도 헌터 협회라는 것이 만들어질 뻔했다. 하지만 내가 협조하지 않았기에 시도로만 끝난 상태.

굳이 헌터 협회를 만들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의 헌터들은 대부분 나에게 속해 있고, 그들의 인성을 제대로 관찰해 본 후에 인성에 문제가 있는 이들은 헌터 자격을 박탈했다.

이 문제로 한동안 조금 시끄러웠지만, 난 가차 없이 진행했다. 그렇기에 현재 우리 영지민들 중에는 딱히 문제를 일으키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야 우리랑은 다르니까.

“그래서요?”

“제가 시스템에 요청을 했습니다. 최초로 게이트 주인이 되었을 때에 얻었던 특권이 있습니다.”

“특권이요?”

최초의 게이트 주인이 되면서 얻었던 특권이란다. 하긴 그런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최초의 군주가 되었을 때, 그리고 가장 먼저 대성역을 공략했을 때도 그런 것이 주어졌으니까. 심지어 그는 지구 최초의 게이트 주인이었지 않은가.

“네, 게이트에 관련된 것으로 소원을 하나 이루어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완전한 뭔가를 얻게 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다소 애매한 소원권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었는데, 중성역의 주인이 된 후에 협회의 압박이 너무 강해져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요?”

“우리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길이 열린 것입니다.”

그러니까 미국 헌터 협회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소원을 빌었더니 우리 영지와 연결되었다는 이야기다. 즉, 우리 영지라면 미국 헌터 협회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게이트, 혹은 시스템이 판단을 했다는 이야기.

뭐, 틀린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라면 그들도 건드리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그보다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내가 아담 센들러의 영지를 받아들이게 되면 미국 내에 우리의 영지가 생기는 것.

즉, 분쟁 지역이 미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이트의 강국인 우리라고 해도 솔직히 미국은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일본이야 자기들이 먼저 우리를 공격하려고 했으니 그렇다 쳐도 미국은 멀리 떨어져 있고, 우리와 무관했던 곳이었는데 분쟁 지역이 발생된다면 애매해진다.

“그래서 제 휘하에 들어오고 싶다는 이야깁니까?”

“맞습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아담 센들러의 말에 다른 헌터들도 무릎을 꿇는다. 처음 나에게 덤빈 네 명도 역시 무릎을 꿇는다. 나에게 덤비더니 어쩌면 그것도 계산된 행동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심지어 팔뚝까지 뼈가 으스러진 남자는 신음 소리도 내지 않고 무릎을 꿇고 있다.

“그보다 먼저 묻고 싶네요. 당신들은 왜 미국 헌터 협회의 뜻을 따르지 않은 겁니까? 아니, 그들이 원한 것이 뭡니까?”

“그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모두 잡아먹길 바라고 있습니다. 저희는 솔직히 최초의 게이트에 들어왔던 헌터들로 게이트와 지구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저희와는 뜻이 맞지 않았습니다.”

군인 출신이라 호전적일 거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들은 온건파였나보다. 그리고 아담 센들러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은 내 스킬로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난 일단 내가 팔을 부러트린 이에게 다가가서 그의 팔을 치유해 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굳이 그런 퍼포먼스를 보인 이유는 묻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영지에 들어오게 된다면 인종차별, 종족 차별은 엄격하게 금지됩니다. 따를 자신 있습니까?”

“하하, 사실 저희 할머니는 한국인입니다.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는 한국 전쟁 참전 용사십니다.”

브렌든이라는 이름의 남자. 생긴 것과는 다르게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었다. 그의 말은 모두 진실이었으니까.

“괜한 짓을 했군요.”

“사실 뒤에 있는 친구들에게 보여 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반신반의하는 녀석들이 있었거든요.”

그것을 위해서 자신이 당할 것을 알면서도 덤볐다는 것이다. 내가 조금 성격이 더 과격했다면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랬다는 것은 목숨을 걸었다는 이야기.

이것으로 난 이들의 각오를 볼 수 있었다.

“최소한 전 미국에서 영지를 늘릴 생각이 없습니다. 저들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도 나라와 척을 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담 센들러가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군인 출신이다. 미국의 군인은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군인들에 대한 대우는 세계 최고인 나라니까. 그런 그가 미국을 등질 생각을 했을 때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그런 부분을 생각하니 난 결국 이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냐앙.

호야도 내 결정에 동의를 하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제 휘하 영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이것으로 이제 미국과도 갈등이 생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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