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33화 (133/182)

제133화

제133화 비밀 정보

아담 센들러와 브렌든을 데리고 집무실로 돌아왔다. 선우에게 부탁해서 미국 헌터들의 안내를 해 달라고 한 상태다. 그리고 아직 미국의 헌터들 모두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우리 영지민이 되기 위해서는 인성 부분에서 문제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고, 이 부분에 있어서 아담 센들러도 동의를 했다.

물론, 이것은 다른 영지들을 휘하로 받아들일 때도 다 거친 과정이다. 그렇기에.

“혹시 미국인들에게만 차별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외국의 영지를 휘하로 받을 때만이 아니라 한국의 영지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칩니다.”

“익히 들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먼 곳인데도 들으셨습니까?”

“유명합니다. 대군주께서 헌터를 선발할 때 매우 까다롭다는 것 말이죠. 그리고 전 그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아담 센들러를 가만히 쳐다보다 그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간다.

“퇴역 군인이 모두 명예롭게 군복을 벗은 것은 아니니까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납득이 간다. 징병제인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미국은 모병제를 실시하는 나라다. 애초에 군대라는 곳은 자원해야 입대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자원한 인원들이라고 모두를 뽑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당연히 그만한 대우를 해 주기에 계속해서 자원자들이 있는 거겠지만, 군이라는 것에 대한 이미지를 제대로 지켜나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제일 피하고 싶은 것이 불명예 제대라고 할 정도니까. 그런 이들 중에 군에서 나온 이들이 모두 명예로운 이들이라고만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

불명예 제대는 여러 가지 사유로 이루어지는데 공통점은 하나라고 한다. 명예롭지 못했다는 것.

아담 센들러는 그렇기에 처음 헌터를 받아들일 때 많은 고민을 했었다고 한다.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에게나 힘을 줘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요.”

맞는 말이다. 그것을 어쩌면 미국이 가장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은 술을 사는 것보다 총을 사는 것이 쉬운 나라라고 알려져 있으니까.

그리고 그 대가를 계속해서 치르던 나라가 아니던가. 그런데도 그것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이 그만큼 무섭다는 것이리라.

“그래…… 미국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우리가 있는 곳은 아실지 모르겠지만, 우리 중성역이 위치한 곳은 로스앤젤레스입니다.”

“들었습니다.”

아담 센드러의 게이트가 열린 곳이 바로 그곳이라고 들었으니까.

“그리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다른 영지들을 모두 통합했었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헌터들을 걸러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대성역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을 해 왔습니다.”

“대성역에 속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성역은 정부가 주도해서 벌인 일이라 뭔가 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정부를 믿지 않는다. 군인 출신으로서는 뭔가 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군인이라고 정부를 신뢰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 내려올 때가 많았죠.”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요?”

“대성역을 공략할 때도 우리에게 공략에 참가하라는 요청이 들어왔지만, 우리는 거부했습니다. 최초의 게이트에서 그것에 참가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 명분이었습니다.”

맞는 말이다. 아담 센들러는 지구 최초의 게이트 주인으로 알려진 인물이었으니 그것을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내가 정부라도 최초의 게이트 주인이 저렇게 나온다면 꺼림칙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

“하지만 대성역을 공략한 후에 대성역의 주인이 된 이는 정부가 제어할 수 없었습니다. 대성역이라는 곳의 특수함과 군주가 된 그를 제어할 방법 자체가 정부에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요.”

나도 경험한 일이다. 대성역은 엄청 많은 것들을 해 준다. 가장 큰 것은 바로 치유 효과.

그것을 가진 이를 죽인다는 것도 쉽지 않지만, 죽인다면 대성역은 사라질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대성역의 주인이 일반인에게 죽으면 엄청난 참사가 벌어질 것이다.

게이트 주인이 살해당한 것만으로도 게이트가 그 난리를 쳤었는데 대성역의 주인을 죽인다? 아마 그 나라가 망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대성역의 주인이 알아서 협조를 한다면 모를까, 제어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협회라는 것은?”

“그 대성역의 주인이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북미와 남미를 합쳐서 하나의 제국을 만들기 바라고 있죠.”

“허…….”

북미와 남미를 합치면 엄청난 크기의 대륙이 된다. 거기를 다 먹겠다는 이야기.

“궁금한 게, 그걸 다 가지면 뭐 한다고 다 가지려고 한답니까?”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협조를 거부했던 거구요.”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은데 그 또라이 중에 하필 이토 같은 놈이 또 있다니 골치가 다 지끈거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것은 미국 정보부에 있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깁니다만.”

“어? 그런 걸 저한테 얘기해도 되는 건가요?”

“대군주님이시니까요.”

“그렇긴 합니다만.”

“세상을 위한 일입니다.”

“아, 네.”

아담 센들러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난 결국 그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대성역 외곽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요? 어떤 문제가?”

“몬스터가 자연발생하고 있는 지역들이 생겨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네?”

난 정말 몰랐다. 몬스터가 자연발생한다. 이것은 뭔가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않나? 게이트가 몬스터를 쏟아 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발생한다고?

“자세히 듣고 싶네요.”

정기훈도 끼어든다.

“정확히 말하면 대성역의 외곽이라기보다는 대성역과 대성역 사이의 중립지대랄까? 그런 지역들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있을 수 있는 곳이다. 대성역이 완전히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 대성역과 중국의 대성역, 러시아 쪽의 대성역도 상당히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그 중간 지역은 대성역의 영역권이라고 할 수 없는 지역이라는 이야기.

“그런 곳에서 몬스터가 자연발생하고 있답니다.”

“자연발생이라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데…… 몬스터가 어떤 식으로?”

“제집에 관련 영상이 있습니다. 이따가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그래서 어떤 식입니까?”

“말 그대로 갑자기 등장합니다.”

“갑자기요?”

“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몬스터 수십 마리가 갑자기 등장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영상에는 고블린이 등장하고, 그 후에 오크가, 그 후에 트롤이, 그 후에 미노타우로스와 오우거가 등장하는 장면이 찍혀 있습니다.”

“게이트가 없던 것은 확실한가요?”

“네, 그 지역에는 게이트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머리가 아파 온다. 게이트도 없는 지역에서 갑자기 몬스터들이 등장한다니.

“다른 영상에는 짐승형 몬스터들이 등장했습니다. 그 후에 헌터들이 파견되어서 몬스터를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정기훈 씨?”

“우리 쪽은 아직 그런 보고가 올라온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일단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다 대성역의 영역에 걸쳐 있고, 그 외의 지역이라면 만주나 시베리아 쪽인데 거긴 워낙에 인적이 드물어서.”

“가능성은 있다는 얘기군요?”

“네, 아담 씨의 이야기처럼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이제 알았으니 지금이라도 드론 같은 거라도 띄워서 알아봐 주세요. 그리고 이 내용은 정부에도 알려 주시구요. 아, 아담의 의견을 들어야 되겠군요?”

극비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아담은 괜찮다는 듯이 말한다.

“살리려고 얻어 온 정보니까요.”

살리려고. 그 대상이 인간인지, 동식물인지, 혹은 지구인지는 모호하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군인일 때 무슨 일을 겪은지 몰라도 그는 뭔가를 살리는데 진심인 것 같았다.

그것이 바로 느껴질 정도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담 씨의 중성역은 우리 대성역의 권능을 일부 나눠 가지게 될 겁니다. 권역이 멀어서 그런지 완전히 우리 대성역의 권능이 다 적용되지는 않더군요.”

일본의 홋카이도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괜찮습니다. 그것을 바란 것은 아니니까요. 천운이 닿아서 대군주님의 영역과 연결된 것 자체를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아담 센들러의 표정은 진심이 듬뿍 담겨 있었다. 브렌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이곳까지 오면서 왕성을 살펴보고 사람들을 살펴보며 느꼈을 것이다.

이곳에 폭군은 없다는 것을.

물론 내가 폭군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노력은 하겠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누군가 내 가족을 건드리거나 호야를 건드린다면?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그러니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거다.

냐앙.

“응?”

호야가 벽에 걸린 지도를 가리킨다.

“응? 올려 줘?”

냥!

그렇단다. 아무리 호야가 엄청난 애라고 해도 날지는 못하나 보다. 난 호야를 안으니 호야가 지도를 가리킨다. 그래서 지도에 가까이 가니 호야가 가리키는 곳은 시베리아였다.

“왜? 여기 가보자고?”

냐앙!

그렇단다. 도대체 왜? 이렇게 갑자기?

난 호야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호야는 즉각 반응한다.

퍽!

가라면 가지 뭔 말이 많냐는 것이다. 이런 내 모습에 아담과 브렌든이 웃참에 실패하여 웃음을 터트린다.

“헙! 죄송.”

“아닙니다. 제가 우리 호야한테 진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거든요. 우리 영지민들이라면 다 알고 있습니다. 하하하.”

정기훈은 늘 보던 장면이라 그런지 별다른 표정 변화도 없다. 저게 더 열받는다.

“우리 영지는 권위 같은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으니 웃고 싶을 때는 웃어도 됩니다.”

내 말에 브렌든이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한다.

“대군주님! 기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보이네요. 뭔가 기사 임명이라도?”

“물론 영광입니다만, 그런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들었나 보다.

“기사단에 들어가는 것은 자유입니다. 그러니 선우를 찾아가서 들어가세요.”

“네, 그보다 전 대군주님께 의지를 보이고 싶었습니다. 진심으로 따르고 싶다는.”

왜지? 내가 뭘 했다고? 그러다가 호야를 살짝 보았다.

‘혹시 고양이를 좋아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뭐가 되었건 브렌든은 진심이었고, 그런 그를 내가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는 없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네!”

“기훈 씨, 방금 보셨듯이 호 선생이 시키는 일이 있어서 시베리아 쪽으로 넘어갔다 와야겠네요. 일단 불새만 데리고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담 씨의 영지와의 연결은 제가 하던 대로 처리하겠습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군주가 편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군주 아래에 있는 인원들이 능력이 있으면 된다. 그럼 이렇게 편해지는 거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 쪽으로 연결된 게이트로 향했다.

* * *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조용히 빠져나와서 난 외곽에서 불새를 타고 시베리아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호야가 나에게 말했던 장소에 도착을 했는데…….

“와 씨!”

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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