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34화 (134/182)

제134화

제134화 가지의 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매우 수상한, 거대한 나무다. 그리고 난 저 나무의 모양을 익숙하게 본 적이 있다.

“세계수가 왜 여기?”

바로 세계수였다.

냐앙!

“일단 알았어.”

우리는 일단 세계수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세계수를 먼저 관찰해 보았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름: 세계수의 가지.

대수림의 세계수에서 뻗어 나온 가지다. 이 가지가 온전히 뿌리를 내리게 되면 지구에 새로운 세계수가 자라나게 된다. 뿌리를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 33개월.

단, 시간은 단축될 수도, 연장될 수도 있습니다.

“이 음흉한 새끼들이.”

엘프들이 나 모르게 이런 짓을 했다는 것에 난 크게 화가 났다.

“당장 대수림에 있는 세계수를 불태워 버려야겠어!”

내 말에 호야가 난 가만히 보다가 한숨을 쉰다.

냐앙.

“뭐? 왜? 어쩔!”

냐앙! 냥냥냥냥냥!

호야가 나한테 하는 말은 주변을 둘러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보여야 할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엘프가…… 없네?”

세계수의 가지다. 세계수의 가지가 뻗어 왔다면 이곳은 엘프가 살아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엘프는 없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다.

“이건 엘프가 벌인 일이 아니구나?”

세계수의 가지이고, 대수림에서 뻗어 나왔다는 관찰의 내용을 보고 내가 빡쳤던 것인데,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하다.

관찰의 내용에도 세계수가 엘프를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이야기는 없다.

“음…….”

난 세계수의 가지라 불리지만 정작 크기는 세계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나무에 다가갔다. 혹시 나를 밀어내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세계수와 접촉을 하자 시스템이 나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세계수의 가지가 만드는 성역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차후, 세계수의 성장에 따라 중성역이나 대성역, 혹은 그 이상의 것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헐.”

세계수의 성역의 주인이 되었다. 그리고 심지어 그 성역은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성역이라고 한다.

뭔가 세계수의 주인이 되었다고 하니 내가 엘프라도 된 기분이다. 생각해 보면 ‘세계수 자체가 나쁜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를 들어서 우리 대성역은 경복궁이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리고 우리 대성역을 눈엣가시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이토 히로유키 같은 놈.

그렇다면 이토의 입장에서 경복궁은 나쁜 것인가?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경복궁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그 경복궁을 소유하고 있는 내가 나쁜 놈일 것이다.

즉, 매개체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그냥 인식이 그럴 뿐이지 실제로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렇다고 해도 대수림의 세계수가 왜 여기에 가지를 뻗은 거지?”

냐아아아앙!

“다시 살펴보라고? 알았어.”

난 호야의 말에 따라서 다시 관찰로 세계수의 가지를 살펴보았다.

-이름: 세계수의 가지(성역).

대수림에서 뻗어 나온 세계수의 가지이다. 대수림 외곽에 다른 영지가 연결될 때 반대급부로 게이트 밖으로 나오게 된 가지다.

현재 세계수의 축복 1단계가 적용 중이다.

세계수의 축복 1단계에서는 모든 오염 물질이 정화되며, 동식물의 생장이 매우 활발해지고, 빨라진다.

정말 축복이랄 수 있는 그런 부분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것이 이쪽에 자리를 잡았느냐? 그것은 아담의 소원권이랄까? 그것이 작동하면서 반작용으로 세계수의 가지가 우리 쪽으로 튀어나왔다는 이야기다.

다행인 것은 내 영지가 있는 곳 주위로 세계수의 가지가 뻗어 나왔다는 부분? 만약 이게 중국이나 미국의 영지 근처에서 뻗어 나왔었다면 큰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일단 영역의 크기는 대충 반경 5킬로미터 정도네. 이게 자라면 그 영역은 더 커질 거고.”

냥!

호야는 내 말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세계수의 가지에 다가가더니 스크래치를 하기 시작한다.

“야!”

아무리 우리 호야가 세계관 최강자라지만 세계수에 스크래치라니! 난 놀라서 말리려고 했지만, 호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 스크래치를 한 후에 의기양양하게 내 어깨로 돌아온다.

“하아, 모르겠다. 언제는 네 마음대로 안 했냐.”

냥!

닥치란다. 그래서 닥쳐 주었다. 세계수 가지의 주인이 되면서 그 옆에 게이트가 생성되었고, 그것이 우리 영지로 이어지는 게이트라는 것을 난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일단 난 우리 영지로 돌아왔다.

* * *

“가셨던 일은 잘 해결되셨습니까?”

“네, 뭐. 그런데 엘프 포로들은 어디 있죠?”

“거주지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영지에 있는 엘프 포로의 숫자는 33명이다. 그 숫자를 듣고 드는 생각.

“우연이겠지?”

세계수 가지가 뿌리를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 33개월. 그리고 엘프 포로 33명. 우연이 숫자가 겹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럴 것이다.

“네?”

“아닙니다. 일단 저들의 대장을 만나고 싶네요.”

“네.”

난 일부러 엘프 거주 구역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내가 들어가면 저들이 크게 겁을 먹을 것 같아서. 엘프들은 포로로 잡혀 와서 주로 농사일을 돕고 있다.

엘프들은 농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엘프들은 확실히 동물들보다는 식물들과 친한 느낌이다.

밭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는 엘프를 보고 있자니 여기가 말로만 듣던 김태희와 전지현이 농사를 짓는다는 그 나라인가 싶은 기분이 들 정도다.

그렇게 한참 그들을 보고 있을 때 한 엘프 여인을 정기훈이 데리고 왔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며 무릎을 꿇는다.

“아니, 이런 것을 시키지는.”

정기훈이 당황한다. 내가 이런 것을 시키는 것을 엄청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저건 정기훈이 시킨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아마 저 엘프가 알아서 그런 것이리라.

“세, 세계수의 지배자를 뵙습니다.”

몽롱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극한의 예를 보이는 엘프. 그녀는 무릎으로 기어서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발에 키스를 하려고 했다. 난 기겁해서 그것을 막았다.

“잠깐.”

내 말에 곧장 엘프는 행동을 멈춘다.

“이름이?”

“이레이아라고 합니다.”

“좋아, 이레이아. 왜 나를 세계수의 지배자라고 부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서 세계수의 지배자만 가지는 향기가 강하게 풍깁니다.”

놀랍다. 엘프는 역시 세계수와 뭔가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 잠시 데려가겠습니다.”

“네?”

“그러니까…….”

난 정기훈에게 시베리아 쪽에 생겨난 세계수 성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자 정기훈이 놀란 눈으로 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녀오십시오.”

“네.”

난 이레이아를 데리고 게이트를 넘었다. 엘프가 보는 세계수의 가지가 어떤지 알고 싶었으니까.

* * *

“아!”

이레이아는 세계수의 가지를 보자마자 그대로 땅에 엎드려 키스를 하고는 눈물을 흘린다. 이게 꼭 광신도 같은 행동으로 보이긴 하는데, 만약에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산소가 없는 곳에서 산소 탱크에 의지해서 살다가 산소 탱크가 노화되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라고 치자. 그런데 어느 날 산소가 자연 발생되는 지역을 찾는다면? 인간은 어떻게 행동할까? 아마 이레이아와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을까?

엘프에게 세계수는 산소와도 같은 존재라고 다른 종족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엘프는 세계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고, 세계수를 벗어난 엘프는 몬스터화 되어 다크 엘프가 되는 거라고.

대수림에 종종 등장하는 다크 엘프들이 바로 그런 종류라고 했으니까.

“세, 세계수가 이곳에.”

“정신 좀 차리고.”

“네, 대군주님.”

그녀의 태도가 처음 그녀를 포로로 잡을 때와 완전히 달라졌다.

이유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세계수의 가지 때문일 것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건 아직 온전한 세계수가 아냐, 세계수의 가지일 뿐이지. 물론 33개월 뒤엔 세계수가 되는 것 같지만.”

“대군주님, 감히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뭐, 그래. 말해 봐.”

“이 세계수의 지킴이가 되고 싶습니다. 무엇을 원하시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하겠습니다. 부디…….”

“그렇게 해.”

“네?”

“그렇게 하라고. 여기서 세계수를 지켜. 그게 하고 싶다는 거잖아.”

“마, 맞습니다.”

내가 허락을 하자 이레이아에게서 뭔가가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세계수에 그대로 흡수되었다. 아니 연결되었다고 할까?

이레이아는 이곳의 세계수와 연결이 된 것이다.

“혹시 원래 대수림에 있던 세계수와 연결이 끊어졌나?”

“그걸 어떻게…….”

“언제?”

“대수림을 빠져나왔을 때부터입니다.”

“다른 엘프들도 마찬가지겠네?”

“맞습니다.”

“그런데 혹시 그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점점 죽어 가는 건가?”

“그…… 맞습니다.”

엘프 포로들이 별다른 반항을 하지 않았던 이유. 아마 세계수와 연결이 끊어진 상태이기에 죽어 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다.

굳이 그냥 두어도 죽게 되는데 자살을 할 필요가 없었다랄까?

듣기로 엘프들도 자살을 하는 것은 자연을 역행하는 일이라 매우 안 좋은 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책에서 보았으니까.

“원한다면 다른 엘프들도 이곳으로 옮겨 오게 해 주지.”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나에게? 대수림의 세계수 주인이 아니라?”

“대수림의 어머니에게는 주인이 없습니다.”

“엥?”

대수림의 세계수에게 주인이 없다라. 그럼 왜 엘프들은 거기에서 있을 수 있는 거지?

“그럼 왜 거기에서?”

“모르겠어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곳은 엘프들의 고향이었으니.”

“그런데 난 이 세계수의 주인이다?”

“분명히 그렇게 느껴집니다.”

대수림의 세계수에게는 주인이 없다. 하긴 원래라면 그게 정상인 건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쩌면 이 세계수가 그곳에서 빠져나와서 지구에 자리를 잡은 것은……. 단순히 가지가 뻗어 나왔다는 의미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친김에 난 영지에 있는 엘프들을 모두 데리고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자 그들의 반응도 이레이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 모두는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세계수의 지킴이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놀라운 변화.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나의 레벨이 가파르게 상승해서 231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여러 가지 제약이 풀렸다. 그리고 내 눈앞에 있는 엘프들의 레벨은 221까지 올랐다.

즉, 저들의 원래 레벨은 그보다 훨씬 높지만, 나의 레벨과 10레벨 차이를 두고 레벨의 제약이 풀렸다는 것. 그것은 저들이 온전히 내 영지민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난 이제 엘프도 영지민으로 두게 되었다. 그리고 변화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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