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36화 (136/182)

제136화

제136화 미국의 특사

시호 거리는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최초에 섬에서 얻었던 식재료들을 비롯해서 요즘 개발되고 있는 많은 식재료들을 판매하기도 하고, 그 식재료를 이용한 요리를 파는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이 동네는 늘 사람이 북적거렸다.

우리 섬에서 나오는 것들만이 아니라, 섬의 버프가 내 영지 전체로 적용이 되면서 다른 영지에서 나오는 식재료들에도 능력치를 비롯해서 이런저런 것들이 붙는 버프 식재료들이 나오며 이 거리는 한국인들에게만이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유명한 거리가 되었다.

한국에 관광을 오면 반드시 찾아야 되는 곳으로 세계의 뉴스에 소개가 될 정도.

그래서인지 이곳에 가게를 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넘쳐난다. 하지만 이곳에 가게를 내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자격이 있는데 바로 인성이다.

아무리 돈을 바리바리 싸 가지고 와도 인성이 안 좋은 이들에게는 단 한 평의 땅도 허락되지 않는다.

참고로 이 주변의 모든 땅은 내 소유다. 국가와 거래를 해서 내가 사들인 것이다. 땅 주인들 중에는 안 팔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런 이들은 그냥 고사를 시키는 방향으로 진행을 했기에 결국 땅을 팔고 떠났다.

그냥 파는 이들에게는 값을 후하게 쳐주지만 그런 이들에게는 정가 그대로만 땅을 샀기에 최초에 한 명 그런 이가 나온 후에는 나머지 땅 주인들은 그냥 팔아 버리는 것을 선택했었다.

결국 그래서 거의 작은 도시를 구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시호 거리에서 내가 작은 나뭇가지를 하나 가지고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시간을 되돌리면 어제 이레이아가 찾아왔을 때로 돌아갈 수 있는데, 이레이아는 이것이 세계수 가지가 나에게 선물한 것이라며 찾아왔었다.

세계수의 분점을 낸다랄까?

이 가지를 심으면 세계수만큼 거대한 나무가 자라나지는 않지만, 인간 기준으로 상당히 큰 나무가 자랄 것이고, 나무를 기분으로 반경 20km는 세계수의 영역으로 인식되어서 중성역의 가호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이 나무는 세계수가 아니라 세계수를 중계해 주는 것이라는 얘기.

며칠 동안 난 시호 거리에 나오면서 이 거리의 분위기를 살피고 있었고, 그중 가장 적당한 위치에 세계수의 가지를 심었다.

그리고 원래가 그렇듯이 나무는 급격히 자라났다.

보통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거대한 아름드리나무처럼 세계수 가지가 준 가지는 적당한 크기로 자라났다.

“와…….”

냥!

호야가 기분 좋은 듯이 나무에 다가가서는 스크래치를 하기 시작한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호야의 스크래치는 그냥 고양이의 본능적인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흔적은 남겨서 이 영역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호야의 스크래치가 가지고 있는 기운이 웬만한 몬스터는 접근 자체를 할 수 없게 한단다.

이것은 연구팀이 알려 준 것이다.

처음에 난 호야가 무려 세계수에 스크래치를 하길래 그냥 세계수가 미워서 그런가 하는 생각했었는데 부끄러웠다.

우리 호선생은 허투루 일 처리를 하는 법이 없는 양반이니까.

그렇게 세계수의 분점인 나무가 자라자 사람들이 그곳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본능적으로 이 나무가 주는 정화 작용에 끌리는 것이다.

아직 1단계 세계수의 축복이지만, 이것만으로도 모든 오염을 정화하고, 동식물의 생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물론 이 거리에 동식물이라고 해 봐야 성장 촉진이 될 녀석들은 거의 없다. 가게마다 있을 법한 화분…….

“어어억!”

“어이쿠.”

화분은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미리 이야기를 해 두었기에 화분을 모두 가게 밖으로 꺼내 놔서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

그 외에 이 거리에는 길냥이나 유기견은 없다. 애초에 그런 애들은 모두 우리 영지로 보냈으니까.

요즘은 아예 이쪽에 동물을 유기하는 인간들이 생길 정도다. 물론 그렇게 유기된 동물들은 우리 영지로 보내고, 유기한 인간은 경찰에 넘긴다.

최근에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동물 유기는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되었다. 대통령이 내 의견을 잘 반영한 결과다.

버려진 동물은 받아들이지만, 동물을 버리는 이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이게 내 방침이다.

그렇게 시호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난 카페로 향했다. 오늘 미국의 특사를 그곳에서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우 왔구나?”

“네, 어머니.”

현재 이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선우네 어머니다. 어머니는 영지와 이곳을 오가시면서 일을 하고 계시는데, 카페 사장이 되시는 게 꿈이셨다고 해서 결국 우리 영지에서 나오는 원두로 카페를 차리시게 되었다.

“커피는 늘 마시던 걸로?”

“네, 부탁드려요.”

난 어머니한테 커피를 받은 후에 자리에 앉아서 거리를 보았다. 거리는 평화로웠고,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런 것이 평온하다고 해야 되는 것일까?

냐앙.

호야가 자기 간식이 나오자 그것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호야는 여전히 호야인 부분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맛있어?”

냥!

그렇단다. 어머니는 호야를 귀여워하셔서 카페에 늘 호야가 좋아하는 간식이 있다. 호야를 한참 쓰다듬으며 귀여워하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카페 문이 열린다.

“대군주님?”

보통 생각하는 백인 미녀의 모습을 한 사람.

레벨이 150이나 되는 대단한 헌터였다. 물론 보통의 기준으로 말이다.

“네, 제가 최시우입니다.”

“먼저 와서 기다리실 줄은 몰랐네요. 늦어서 죄송해요. 캐서린 그레이예요.”

“그냥 제가 이 카페를 좋아해서 미리 와 있었던 것뿐입니다.”

“다행이네요.”

“한국어를 잘하시네요?”

“네, 한국어 스킬이 생성되어서 열심히 스킬을 올렸거든요.”

요즘 언어는 모두 스킬로 배운다. 물론 헌터들의 이야기다.

참고로 난 지구상에 존재하는 웬만한 언어들은 모두 통달한 상태.

“특이하군요.”

“한국어는 요즘 제일 핫한 언어인걸요. K팝이나 K드라마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대군주님의 언어니까요.”

K팝이나 K드라마가 인기를 끈 지는 좀 됐다. 한국은 특이하게 그런 것들을 잘 만든다. 그리고 문화의 힘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덕분에 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이 많이 늘었다고 들었으니까. 내가 어릴 때,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일본어를 배우던 친구들이 떠오르는 일이다.

거기에 대성역을 최초로 공략하고 가장 앞서 있는 우리 영지 덕에 헌터들은 한국어를 배운다는 것이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상당히 기쁜 일이군요.”

“한국어는 배울수록 매력이 있어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왜 K팝이나 K드라마가 인기가 있는지 알게 되었다랄까요? 호호호.”

우리는 가벼운 이야기로 분위기를 풀어갔다. 그리고 그런 대화가 오가다가 드디어 본론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특별히 저를 찾아오신 이유는?”

“아담이 대군주님의 휘하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것은 미국에 우리 영지를 늘릴 생각이냐를 묻는 겁니까?”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맞아요. 혹시 그럴 의사가 있으신가요?”

“현재 우리 영지가 캘리포니아주라는 것은 알고 계시죠?”

“물론이죠.”

“그곳을 탐낼 생각입니까?”

내 질문에 캐서린은 웃으며 말한다.

“우리는 대군주님의 영역을 침범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아담을 막으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넘어간 아담을 빼 올 생각도, 능력도 없구요.”

캐서린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영지를 확장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굳이 미국과 척을 지면서 그쪽에 영지를 늘릴 이유도 없구요.”

“아, 다행이네요. 혹시나 대군주님이 원하신다면 몇 개 주 정도는 내줄 각오로 찾아왔거든요.”

“제가 정복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보였나 봅니다?”

난 의외라는 듯이 물었고, 내 질문에 캐서린은 조금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정복에 관심이 있는 분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것에 거부감도 없다고 생각했죠.”

하긴 그것도 맞는 말이다. 난 딱히 정복에 관심이 없지만, 정복을 해야 되는 상황을 피하는 사람도 아니니까.

“뭐, 틀린 얘기는 아니군요. 그래서 저를 보자고 한 이유는 그게 끝입니까?”

“물론, 이건 그냥 궁금한 일이었을 뿐이에요. 아담이 대군주님의 휘하로 들어간 것은 안타깝긴 하지만, 우리 협회가 제대로 그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결과겠죠.”

“그쪽과의 관계는 제가 잘 몰라서.”

“그러시군요. 혹시 우리를 안 좋게 볼까 싶어서 걱정했는데.”

“좋게 보지도 않습니다. 헌터 협회라는 것은 결국 이익을 위해서 모인 집단이지 않습니까?”

“틀린 말씀은 아니죠. 총기협회처럼 말이죠?”

“네, 둘을 비슷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잘 아시는군요?”

“저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솔직히 둘 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딱히 좋을 것이 없는 단체들이기도 하죠.”

“의외로 그런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시네요?”

“저도 협회에 있고 싶어서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캐서린은 살짝 웃는다. 그녀의 말은 진실이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넘어갈까요?”

“네. 그렇게 할게요. 이걸 보시겠어요?”

그녀는 나에게 태블릿에 동영상을 재생해서 보여 준다. 그리고 동영상은.

“이건 드레이크라고 해야 되나?”

“맞아요. 우리 중에 관찰 스킬을 가진 게이트 주인이 관찰한 결과는 220레벨의 드레이크였어요. 종류는 총 네 종류가 있구요. 불, 물, 바람, 대지의 특기를 가지고 있죠.”

드레이크. 드래곤과 비슷한 녀석들이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날지 못한다는 것. 하지만 드래곤의 아류로 불릴 정도로 높은 방어력과 강력한 브레스를 가진 녀석들이다.

주로 물리적인 공격을 주로 하지만, 브레스를 무시할 수 없다. 이게 보통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드레이크의 정보일 것이다.

그리고 동영상에 나오는 드레이크들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정말 판타지 소설을 쓰는 사람들에게 시스템이 영향을 준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또 이런 설정들은 해외 판타지보다는 한국 판타지에 주로 등장하는 설정들이라는 것이 특이하다.

만약 그렇다면 시스템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판타지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것일까?

도대체 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 것은 내가 워낙에 활자 중독이기에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다는 것.

“어딥니까?”

“라스베이거스 외곽이에요. 참고로 네바다주는…….”

“캘리포니아 옆에 붙어 있죠.”

“잘 아시네요.”

그렇다는 것은 이 드레이크들이 우리 쪽으로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전에 궁금한 것.

“도대체 이 녀석들은 어디서 나타난 녀석들입니까?”

이게 궁금했다. 게이트가 터지기라도 했나?

“저희도 알아보는 중이지만,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녀석들은 아니에요. 그쪽의 게이트를 가진 영주들 중 변고를 당한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요. 거기에 몬스터 웨이브도 다 잘 막았고, 심지어 영지에 드레이크 같은 몬스터가 출현한 적도 없었구요.”

그렇다면 외부에서 생겨난 녀석들이라는 이야긴데. 요즘 몬스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는 보고를 받았으니 아마 그 경우가 아닌가 싶었다.

“이것을 보여 준 것은 우리에게 드레이크를 같이 잡아 달라는 이야깁니까?”

“네, 물론 공짜는 아니겠죠.”

캐서린의 이야기에 난 잠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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