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화
제137화 원정에서 얻을 것들
드레이크들을 잡는 것.
단지 그것으로 끝이라면 크게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을 잡는 것 자체는 어려울 것 같지 않았으니까.
문제는 그런 드레이크가 왜 등장을 했으며,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였다.
어차피 저 드레이크들은 처리를 해야 한다. 캘리포니아를 영지로 받아들인 이상 그들의 안전을 지켜 줘야 하는 것이 대군주의 역할이니까.
물론, 드레이크가 캘리포니아로 온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놈들이 어디로 움직일지 기다렸다가 우리가 움직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안 좋은 일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때 방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런데 그것은 미국 정부의 입장입니까? 미국 헌터 협회의 입장입니까?”
이건 미묘하게 중요한 문제였다.
“양쪽 모두의 입장입니다.”
“정부와 협력을 하고 있다는 거군요?”
“애초에 미국의 헌터 협회는 그런 성향입니다. 굳이 그것을 감출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캐서린 씨는 양쪽에 직위를 가지고 있군요?”
“맞습니다.”
그럴 것 같았다.
“사실 미국인들은 영웅을 좋아합니다. 아니, 무척 좋아합니다. 오죽하면 히어로물들이 그렇게 인기가 많겠습니까?”
알고 있다. 강철맨이나 박쥐 인간도 결국 미국에서 만들어진 히어로들이니까.
“뭐, 저도 영화 팬이라. 제 동생은 더더욱 팬이구요.”
“알고 있습니다. 초기에 강철맨 슈트로 활동하신 것도. 아, 혹시 나중에 변경하신 것이 저작권 때문인가요?”
“네, 신경이 쓰이더군요.”
“그렇다면 그 부분은 더는 신경 쓰지 않고 사용하셔도 됩니다. 그쪽에서도 이제 강철맨 슈트를 안 입으니 오히려 아쉬워하고 있거든요. 법적인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했구요. 물론, 이건 우리가 제시할 보상은 아닙니다. 그냥 호의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제 동생이 좋아하겠네요.”
“다행이네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말씀드리자면…….”
캐서린은 여러 가지 보상을 제시했다. 그중에 하나는 캘리포니아를 아예 자치구로 독립시켜 주겠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행정적으로 미국은 여러 지방의 연합국가라고 할 수 있다. 주 정부들이 모여서 연합체인 미국을 구성하는 것이다.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내가 이해하기는 어려운 국가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저들의 사정이니 그것을 내가 굳이 이해를 할 필요는 없을 거다. 그런데 캘리포니아를 아예 미국에서 독립을 시키겠다는 이야기다. 온전히 거기를 내 영지로 인정하겠다는 이야기.
그것도 헌터 협회에서가 아니라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실 난 대군주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인 지구에서는 별다른 직책이 없는 사람이다.
‘정확히는 지구에 영지가 없지.’
그런데 난 대군주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에서 내 영지를 달라? 사실상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법적으로 그게 가능한가요?”
“캘리포니아는 특수한 경우입니다. 대군주님의 휘하에 들어가기 전부터 캘리포니아에 사는 주민들은 애초에 아담의 영지민이 되기를 바란 이들이니까요.”
“아하, 애초에 그들이 반대를 할 이유가 없다는 거고. 그들의 투표로 그렇게 정한다면 그렇게 된다는 것이고, 미국 정부는 그런 투표를 허용하느냐의 문제라는 얘기군요?”
“네, 의회에서 통과해야 하는 문제지만, 그건 이미 스탠바이 상태입니다.”
220레벨대의 드레이크는 재앙으로 불릴 수 있다. 현재는 네바다 사막에서 그다지 움직이지 않고 있다지만, 그들이 만약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미국 내부로 향한다면?
거대한 재앙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미국인들은 히어로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대군주님은 현실에서 히어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계시죠.”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미국 히어로를 좋아하는 것 아닙니까?”
이 부분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결국 세계에 재난이 찾아오고 그것을 미국인들이 해결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상당수니까. 아마겟돈이라는 영화가 아마 대표적일 것이다.
“모르셨군요? 그 강철맨이 등장하는 세계관에 한국의 히어로 집단이 있습니다. 이미 코믹스로 출간되었고, 상당한 인기도 끌고 있죠. 조만간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더군요.”
“네? 그런 것도 있습니까?”
“정작 한국에서는 잘 모르시는 것 같네요. 의외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호의를 보이는 미국인들은 많습니다. 일단 미국과 문화로 경쟁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에 한국이 있지 않습니까?”
K팝이나 K드라마, K푸드가 인기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거지만, 특사가 이런 얘기를 할 줄은 몰랐다.
“뭐 그러니까 현실판으로 한국 영웅집단을 보여달라?”
“그게 제일 설득하기 편하지 않을까요?”
“국적은 어떻게 됩니까?”
“그건 대군주님의 뜻에 따라 달라지겠죠?”
사실상 현재 내가 영지로 삼을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북한이다. 북한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내 휘하 영주들이니까.
그런데 북한을 내 영지로 만들지 않는 것은 너무 많은 어르신들의 한이 맺혀 있는 곳이라 그렇다.
거기에 나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이니 대한민국 안에서 내 영지를 만든다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다.
“일단 드레이크가 왜 생겼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그리고 네바다 사막이라면…….”
“51구역을 말씀하고 싶으신 거겠죠?”
“네, 하필 거기에 드레이크가 등장했다? 합리적 의심을 해볼 일이라고 봅니다만.”
“사실 저희도 의심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 51구역 자체와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여러 차례 헌터들과 군인들을 파견해 보았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죠.”
“그거…… 심각한 거 아닙니까?”
“네, 가능하시다면 그쪽도 한 번 알아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캐서린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인다. 미국식 예의가 아니라 한국식 예의다. 그것을 잘 알고 하는 행동이다.
“흐음…….”
난 고민을 해 보았다. 일단 가는 것은 가야 할 것 같다는 강력한 느낌이 들기에 가야 할 것 같긴 하다.
냐앙!
호야도 가라고 한다. 그러니 가는 건 가는 거다. 하지만 결국 세부 사항은 내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잠시 같이 가시겠습니까? 세부 사항은 제가 아니라 우리 영지의 재상과 상의를 하시는 것이 좋겠군요.”
“초대해 주신다면 기꺼이 따르겠어요.”
“그럼 같이 가시죠.”
난 그녀를 데리고 게이트를 넘어갔다.
* * *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정기훈은 캐서린에게서 많은 것을 얻어냈다. 그리고 우리는 출정을 준비하게 되었다.
“미스터 아담.”
“네, 대군주님.”
“선발대로 가 주세요. 아담에게 바람의 일족 기사단을 붙여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 원정은 오크 기사단도 참전할 예정이니 그에 대해서 여론을 만들어 주세요. 캘리포니아를 우리 영지로 삼는다면 오크들 역시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조금 무리가 있는 얘기지만 의외로 아담은 쿨하게 받아들인다.
“애초에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죠. 오크라고 뭐가 다르겠습니까? 하하.”
최초의 게이트 주인이라 그런가 선입견이 없는 것 같은 모습이라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난 헬레나를 제외한 바람의 기사단을 아담과 동행하게 했다.
아담은 최근에 이곳에서 상당히 레벨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우리 영지에서 레벨업은 스파르타긴 해도 빠르다. 그도 벌써 180까지 레벨을 끌어 올린 상태다. 그의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고.
드레이크를 잡는 것은 무리일지 몰라도 최소한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바람의 기사단이 있으니까.
그리고 난 따로 시호 수호대를 이끌고 참전하기로 했다. 나머지 기사단들도 각각 참전할 예정이다.
아담을 출정시킨 후에 난 시연이를 찾아갔다.
“와, 진짜?”
“어, 그러니까 네 취미는 존중한다. 우리가 입는 것만 아니라면.”
“쳇.”
“뭐지? 거기에서 왜 쳇이 나오지?”
“아냐, 우리도 이제 우리의 시그니처를 만들긴 해야지.”
“충분히 우리 시그니처는 완성되었다고 본다만? 이런 갑옷을 가진 다른 영지의 헌터는 없으니까.”
“그건 맞긴 한데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랄까?”
“됐고, 출정 준비나 해라. 우리는 51구역까지 가야 되니까.”
“야, 진짜?”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선우가 눈이 동그랗게 변하며 묻는다.
“어.”
“와, 그럼 외계인도 보는 건가? 우와.”
“미친놈아 외계인이라면 여기도 많다는 생각은 안 드냐?”
“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
외계인 감금설.
51구역에 외계인이 있거나 그곳에 외계 문명이 떨어져서 그것을 옮길 수 없어서 거기에 연구소와 기지를 만들었다는 음모론은 워낙에 유명하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드라마에도 자주 나오는 얘기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이 게이트의 세상 자체가 외계이지 않은가?
거기에 오크나 바람의 일족, 물의 일족, 드워프와 엘프도 외계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뭔가 그래도 우주선 같은 거라도 있지 않을까?”
“있으면 네가 구경해라. 거기 지금 들어간 사람들 다 돌아오지 못하고 있단다.”
“어? 그럼 드레이크도 거기에서 나온 거 아냐?”
“나도 그걸 의심하고 있어. 그나저나 불새들은 다 길들인 거지?”
“당근이지. 우리 쨱짹이가 얼마나 늠름한데?”
“그렇게 늠름한 애한테 짹짹이란 이름을 지어 주냐? 미친놈.”
“불새한테 불새라고 이름 지어 주는 네놈보다는 낫다고 본다만.”
“할 말이 없네.”
“그래서 오빠들이 친구구나?”
서연이의 한 마디에 우리는 입을 닫았다. 너무 맞는 말이라.
“암튼, 준비들 하고 곧 우리도 출발할 거니까.”
“오케이.”
“알았어.”
우리는 출정을 준비했다. 오랜만에 시호 수호대가 출동하는 거니까.
* * *
“와……. 거대하다.”
거대하다는 시연이의 감탄에 다른 시호 수호대원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뭐가 거대하냐고?
당연히 드레이크다.
용의 아류라 불린다는 드레이크.
몸길이만 대충 20미터 정도 되는 놈들이다. 참고로 이건 꼬리는 빼고 몸통만 그렇다는 것이다.
“드래곤인데?”
“관찰로 보면 정확하게 드레이크다.”
“그래? 그럼 드래곤은 저거보다 더 대단한 놈들이라는 얘긴가?”
선우의 물음에 헬레나가 말한다.
“우리 세계에서도 드래곤은 전설로만 회자되는 존재예요.”
“멸종됐다는 얘깁니까?”
“글쎄요. 드래곤을 목격한 것은 수천 년 전이라고 기록되어 있고, 그 후로는 기록이 없었거든요.”
드워프 서고에서 본 드래곤의 크기는 거의 도시만 한 크기다. 그런 놈이 하늘을 날아다닌다. 그럼 그것을 목격하지 못할까? 아니라고 본다. 그러니까 수천 년 동안 목격되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멸종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 세계에 핵이 무력화된 것처럼.
“저것들 심지어 혼자 다니지도 않네. 네 마리씩 다니는데? 속성별로 한 마리씩 있는 거냐?”
선우의 질문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지 속성의 드레이크가 각각 한 마리씩 네 마리가 한 조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참고로 말하자면 우리가 못 잡으면 저거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명심해.”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불새를 조종해서 우리는 드레이크 한 조를 잡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