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화
제138화 드레이크 공략법
4대 원소라는 것은 흔히 불, 흙, 공기, 물을 의미한다. 이것을 스킬로 따지자면 화염, 대지, 바람, 물로 분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저 드레이크들은 한 조가 이 4대 원소에 해당하는 능력을 가진 녀석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그야 당연히 관찰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녀석들이 바로 그런 능력들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그것은 놈들이 사용할 수 있는 브레스의 종류일 것이다. 그것을 제외하면 그냥 드레이크다. 덩치가 겁나 큰 날개 없는 용.
너무 커서 창에 박혀도 저게 아플까 싶을 정도?
하지만 그럼에도 잡아야 한다. 우리가 먼저 놈들을 잡아보려고 하는 것은 가이드라인, 그러니까 공략법을 만들기 위해서다.
“저거 제가 막을 수 있을까요?”
탱커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고연주는 심각한 표정으로 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고연주는 작고, 그 방패가 아무리 단단하다고 해도 네 마리를 동시에 막는다? 그건 능력을 떠나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였으니까.
“네 마리를 동시에 상대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무리가 있어 보이죠?”
“네, 그렇다고 봐야겠죠?”
다행히 불새의 크기는 상당히 큰 편이다. 그렇다고 드레이크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헬레나.”
“네, 대군주.”
“혹시 저 네 마리 중에 세 마리를 붙잡아 둘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한 마리면 몰라도 세 마리를 그렇게 하기는 무리 같은데요.”
“한 마리는 가능하다는 건가요?”
“네, 가능할 거예요.”
“그거 헬레나가 위험해지는 건 아니죠?”
“물론이죠.”
“레라는요?”
“저도 한 마리 정도 붙잡고 있는 것은 가능해요. 아마 헬레나도 마찬가지겠지만, 저와 같은 속성을 가진 물의 드레이크를 잡고 있을 수 있어요.”
“맞아요, 전 바람의 드레이크를 잡고 있을 수 있어요.”
아마 이건 종족의 특성 때문인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남는 것은 두 마리.
난 선우를 쳐다보았다.
“뭐? 왜?”
“저 쟤 화살로 눈 맞추고 데리고 다닐 수 있겠냐?”
“죽으란 얘기냐?”
“불새에 타고 다니는데 설마 드레이크가 널 잡을 수 있겠냐?”
“하긴, 그런가?”
선우는 여전히 가장 잘 다루는 무기는 활이다.
그러니까 제일 느려 보이는 대지 드레이크를 데리고 다니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그렇게 세 명이 빠지면 나랑 시연이, 고연주 셋이서 불의 드레이크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
“연주 씨? 한 마리라면 어떻게 방어가 가능하겠어요?”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해요.”
“시연이는 그사이에 드레이크의 몸을 타고 올라가서 공격을 할 수 있겠어?”
“오빠! 그게 여동생한테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이번 기회에 남동생이 되어 보든가?”
“흥! 뭐 안 되면 어쩌겠어. 해야지. 그럼 오빠는?”
“난 너랑 같이 공격을 해 봐야지. 그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연주 씨한테 치유 스킬도 사용해야 하고.”
가급적이면 난 고연주와 시연이 둘이 해결하기를 바란다. 물론 버프라든가, 치유 마법은 내가 사용할 것이고 위험하다 판단되면 내가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 네바다 사막에서 돌아다니는 드레이크의 숫자는 거의 200에 달한다. 최소 50개 조로 이루어진 드레이크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이야기.
기사단이 총동원 되어서 잡긴 하겠지만, 만만한 놈들은 아니다.
“근데, 바람의 일족도 있고, 물의 일족도 있는데, 불의 일족은 왜 없을까? 드워프가 대지의 일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불은 없잖아?”
시연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사실 궁금한 부분이다. 하지만 없는 것을 내가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니 별수 없다.
“일단 해 보자.”
내 신호에 각각 헬레나, 레라, 선우가 한 마리씩을 데리고 거리를 벌린다. 불의 드레이크는 그 와중에 고연주의 도발에 넘어가서 달려오기 시작한다.
“덤벼 이 도마뱀 새끼야!”
사실 그전에는 훨씬 더 심한 쌍욕을 퍼부었다. 내가 드레이크면 아마 뚜껑이 열렸을 거다.
크롸악!
불의 드레이크는 그대로 돌진을 하면서 고연주를 들이박았다.
쾅!
하지만 고연주는 그 엄청난 질량을 가진 드레이크를 기어이 막아냈다.
조금 뒤로 밀린 정도?
저 작은 체구로 그게 가능하다는 것이 참 웃기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다. 그 와중에 시연이가 움직인다.
시연이는 호버 보드를 거의 몸처럼 타고서 곧장 드레이크의 머리를 타고 위로 오른다. 그러고는 곧장 녀석의 콧잔등이 있는 곳에 검을 박았다.
저게 아플까 싶지만, 시연이고 상급 헤르티안 검술을 익히면서 검기를 다룰 줄 아는 검사다. 그러니 저건 단순히 검이 아니라 검기가 콧잔등에 박힌 거라고 봐야 된다.
예를 들어서 바늘에 찔리는 것과 불로 달궈진 바늘에 찔리는 것이 같은 고통일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런 얘기가 있다. 바늘로 코끼리를 죽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답은 하나다.
죽을 때까지 바늘로 찌른다.
뭐 그게 바늘로 코끼리가 죽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지금 우리의 전술도 비슷하다.
거기에 시연이는 원래가 물의 기운을 다룰 수 있는 애다. 그래서 검기에는 물의 기운이 듬뿍 담겨 있다. 대상은 불의 드레이크. 불과 물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양의 차이겠지만, 동등한 양이라면 물이 상성에서 이기는 게 당연하다.
시연이는 콧잔등에 박은 검을 빼지 않고 다른 검을 뽑아서 콧잔등을 타고 위로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후에 눈을 공격하려는 순간.
불의 드레이크의 입가에 엄청난 기운이 모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브레스를 사용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난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저 기운은 불의 기운이다. 불의 기운을 놈은 모으고 있다. 그럼 거기에 모이는 불의 기운을 내가 조종하면 어떻게 될까?
처음 불 조종으로 시작했던 내 스킬은 불 제어, 그 후엔 불의 지배로 진화했던 상태.
난 곧장 불의 드레이크가 모으고 있는 불의 기운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불의 드레이크는 딱히 뭔가를 배워서 저런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태어나면서부터 쟤들은 저걸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크락?
그리고 지금 난생처음으로 자신의 불이 다른 이의 지배에 들어갔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녀석은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있다. 불을 앞으로 내뻗어서 모든 것을 태워, 아니 녹여 버리려고 했는데, 생각과 달리 불이 뻗어나가지 않으니까.
시연이는 그사이 열심히 놈의 눈을 노리고 검을 찔러 갔다.
크락!
드레이크는 비명을 지르며 불을 내뱉으려고 했지만, 불은 드레이크의 제어를 벗어났다.
“여기서 조금 더 강력하게.”
난 불의 온도를 더 높여 보았다. 그 와중에 여전히 시연이는 검으로 눈을 노리고 있었고, 고연주는 발광하는 드레이크를 방패로 잘도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불의 온도가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퀴욱!
불의 드레이크의 입에서 희한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대로 드레이크는 쓰러졌다.
“뭐지?”
“뭐죠?”
“어라?”
시연이와 고연주, 그리고 난 좀 놀랐다.
“이렇게 죽는다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죽어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불의 드레이크에게서 뭔가 기운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나머지 세 마리의 드레이크를 향해.
“설마?”
한 마리가 죽으면 그게 다른 놈들을 강화시키나?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나머지 세 마리의 덩치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원래 몸통만 20미터에 달하던 녀석들의 크기가 매우 현실적인 크기로 줄었다.
대략 4미터 정도?
거기에 기운도 약해졌다. 5분의 1수준으로.
“다 데려와!”
내 외침에 헬레나와 레라, 그리고 선우가 즉시 반응했다.
“연주 씨.”
“네! 도발!”
고연주는 곧장 세 마리를 도발했다. 그러자 세 마리는 각각 다른 대상을 보다가 고연주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신기한 놈들이네.”
네 마리가 한 조를 이루고 있던 것이 이유가 있던 것 같다. 얘들은 각각의 4대 원소로 서로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균형이 깨지자, 급격히 힘의 소실이 일어나는 것이고.
사실 저런 놈들이 200마리나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부분이 있다니 급 이해가 된다.
세 마리의 공격은 매서웠으나, 고연주의 방어를 뚫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작아진 덩치만큼 우리가 상대하기도 편해졌다.
즉, 드레이크의 공략은 한 마리만 처리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 한 마리를 처리하는 것이 과연 쉬운가 하는 문제인데, 내가 불을 제어해서 내부에서 녀석을 처리한 것처럼 우리 기사단들도 할 수 있는가? 이 부분이 문제다.
“일단은 저놈들부터 처리하고.”
세 마리를 잡는 데는 10여 분이 걸렸다. 그 와중에 한 마리를 더 잡으니 녀석들의 힘은 더 약해지고, 마지막 한 마리가 남았을 때는 겨우 몸통이 2미터 정도로 줄어들었다.
4미터, 3미터, 2미터.
이런 순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리고 갈수록 힘도 약했다. 특이점이라고 하면 얘들은 20미터였을 때만 브레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한 방의 브레스를 견딜 수 있다면 얘들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얘기.
“와.”
그리고 놀라운 점은 하나 더 있었다.
네 마리가 모두 죽었을 때 놈들의 크기는 다시 20미터짜리 드레이크로 변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뭐지? 이해가 안 가는 일인데?”
내 말에 선우도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그러니까 얘들 원래 덩치는 이게 맞는다는 얘기잖아? 그런데 왜 작아진 거지?”
“그러게 말이다.”
사체의 크기가 20미터라는 것은 이게 진짜 덩치가 맞는다는 얘기. 그럼 왜 작아진 것일까?
죽으면 디버프를 받는 건가?
이것은 관찰로도 알아내기 힘든 부분이었다.
“일단 이것을 가지고 돌아가야겠죠?”
헬레나의 말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헬레나는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게이트가 있는 곳까지 연결되는 포탈이었다. 포탈이 열리자 우리는 드레이크의 사체를 그 안으로 밀어 넣고, 우리도 포탈로 이동을 했다.
그사이에 난 내 능력으로 이 포탈에 대한 스킬을 생성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이런 능력이 없었는데 헬레나가 어떻게 포탈을 사용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일단 그건 돌아가서 묻기로 했다.
* * *
“오셨습니까?”
아담이 우리를 반긴다. 기사단들은 네바다 사막의 경계 부근에서 드레이크의 접근을 막고만 있었다. 우리가 먼저 상대를 해 본 후에 저들에게 방법을 가르쳐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크 기사단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희한하게 오히려 주민들은 오크들을 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뭔가 잔뜩 근육을 가지고 있는 종족이 취향인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일단 공략법 자체는 찾았습니다. 그러니까…….”
난 드레이크의 특성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사단장들은 내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앞으로 저들이 상대해야 하니 당연한 일이다.
“일단 내일 다 같이 나가 봅시다.”
“네!”
기사단들은 본격적인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