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39화 (139/182)

제139화

제139화 또 다른

기사단들을 모조리 끌고 가서 드레이크를 상대하는 것은 오히려 생각보다 쉬웠다. 일단 바람의 일족이 바람 성향의 드레이크를 상대하고, 물의 일족이 물의 성향 드레이크를 상대한다.

오크는 대지 성향의 드레이크들과 드잡이질을 하는 사이에 남은 인간 기사단들이 불의 성향 드레이크를 잡는다.

단,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이들이 한 번에 여러 조를 상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렇게 한 조를 상대로 기사단들이 달라붙으면 네 기사단 중에 한쪽은 드레이크를 쓰러트린다. 그럼 그 다음부터는 학살이다.

한 놈만 죽이면 나머지가 쉬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어려운 공략은 아니었다. 거기에 이놈들이 은근 경험치를 많이 준다. 흔히 게임을 하면 파티 사냥보다 레이드 사냥이 얻는 것이 더 많기 마련이다.

그것이 아이템 같은 것이 드랍되는 것은 아니니 오히려 경험치로 보상을 하는 느낌?

아마 그래서 그런지 기사단들의 레벨업이 빨라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조금 경계하고, 조심스럽게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드레이크 사냥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50개 조의 드레이크 중에 40개 조의 드레이크들을 처리했을 때는 2주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시호 수호대도 기사단을 도와서 처리를 하다가 때가 되었다 싶어서 우리는 51구역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한 명의 동행자가 붙었다.

“이쪽이에요.”

바로 캐서린이었다. 그녀는 미국 대표로 우리를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선우가 말했다.

“근데 진짜 외계인 없습니까?”

외계인에 여전히 진심인 선우다.

“있을까요, 없을까요?”

“있을 것 같아요!”

“호호호. 꿈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법이죠.”

캐서린의 애매한 대답에 선우는 신이 났다. 외계인을 만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일까?

냐앙.

호야가 한숨을 쉰다. 그런데 호야라고 51구역을 알 수 있나? 그건 아닐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 한숨은 그냥 선우가 한심해 보인다는 얘기일 거다.

나도 호야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리고 살짝 결이 다르지만 비슷한 한 명이 더 있다.

“캐서린! 그럼 우주선은요?”

시연이다. 얘는 우주인에는 관심이 없고, 우주선에 관심이 많은 애다. 그리고 결이 다른 한 명이 있다.

“이곳의 보안 시스템은 어떤 식으로 구축한 겁니까?”

꼭 동행하고 싶다고 해서 따라온 정기훈이다. 정기훈은 보안 시스템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아 보였다.

그리고 나와 헬레나, 레라, 고연주는 사실상 별다른 관심이 없다. 아, 고연주는 작은 관심이 있긴 하다.

“51구역에서 셀카 찍어도 되려나요?”

조심스럽게 나에게 묻는다. 근데 그거 안 되지 않나?

“안 될 것 같긴 한데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네, 저라면 못 하게 할 것 같아요.”

“저라도 그럴 것 같긴 한데…… 애들이 인증샷 찍어달라고 그래서.”

고연주는 여전히 연예인 출신의 헌터들의 정신적 지주다. 그런 그들은 다른 영지민들과도 잘 어울리긴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도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살던 세계가 다르니 다른 이들은 이해 못 하는 부분이 있을 테니까. 원래 전문직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나도 사료를 만들던 회사에 다녀서 그런지 뭔가를 보면 애들이 먹어도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을 먼저 하니까.

“이따가 캐서린한테 물어보면 예민하지 않은 곳에서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겠죠?”

고연주의 표정이 금방 밝아진다. 그때 헬레나와 레라가 다가온다.

“대군주.”

“네.”

“저곳이 51번 구역이라는 곳입니까?”

“그런 것 같죠?”

“아무래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헬레나의 말에 레라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레라가 말한다.

“저곳에서 우리 세계와 비슷한 기운이 느껴져요.”

“우리 세계라는 것이 우리 영지? 아니면 대수림 안의 멸망한 세계?”

“대수림 안의 세계요.”

대수림 안의 세계라는 것은 멸망의 기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저 51구역에 문제가 상당히 크다는 얘기일 거고.

“아무래도 문제가 심각한 것 같네요.”

“네, 그런 것 같아요.”

헬레나가 대답한다. 레라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 두 사람은 마법사와 정령사에 가까운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나보다 더 예민하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도 느끼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꺼림칙한 느낌이 드니까.

“대군주님?”

캐서린이 나에게 다가와서 나를 부른다.

“네.”

“저기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그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기 뭐가 있던 겁니까?”

“네? 그야…….”

“정확히 말해 주셔야 할 것 같네요. 저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멸망한 세계에서 느껴지는 기운과 같거든요.”

“…….”

캐서린은 내 말에 움찔하더니 잠시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난 가만히 그녀가 다시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에.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 안에 선우 씨나, 시연 씨가 말하는 그런 것은 없어요. 외계인이나, 우주선 같은 거요.”

“뭐 그런 게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것은 있어요. 아마 최초의 게이트로 알려진 것은 아담의 게이트지만, 솔직히 말하면 저곳이 최초의 게이트가 아닐까 싶어요.”

알려지기로 아담의 게이트가 지구에 등장한 최초의 게이트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저 안에도 게이트가 있거나, 그것과 비슷한 것이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왜 그런 것을 숨긴 겁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확하지 않아요. 그냥 그렇게 예상을 할 뿐이죠.”

“정확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그 게이트를 발견한 것은 언제입니까?”

“그건 저도 정확히 모릅니다. 하지만 수십 년 전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지금처럼 양쪽을 오갈 수 있는 그런 게이트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쌍방향 게이트는 아니다?”

“네.”

“그렇다면 어떤 식이었다는 얘기죠?”

“정확히는 저도 잘 몰라요. 이번에 문서에 접근할 권한을 얻은 거라.”

“그럼 거기에 적혀 있는 내용은 뭡니까?”

“지금 가진 지식으로 보자면 쌍방향 게이트는 아니고, 일방적으로 게이트에서 몬스터와 게이트화가 진행된 것 같아요.”

게이트의 내부와 외부가 동기화되는 과정인 게이트화. 그것이 진행되었다면 지금까지 51구역을 차단한 것이 오히려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문제는 그런 곳에서 수십 년이 지났다는 점이다.

“그 게이트화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습니까?”

“글쎄요. 자료를 보자면 땅이 새로운 광물들로 변했고, 몬스터가 튀어나왔는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몬스터들은 아니었다고 하네요.”

“우리가 알고 있는 몬스터가 아니다?”

“네, 마치 기계로 만들어진 것 같은 그런 몬스터였다고 합니다.”

“거봐! 내가 외계인 있다고 했지?”

선우다.

“역시 우주선도 그렇게 만들어진 건가?”

시연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틀린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뭘까? 외계인이나 우주선은 없다고 했는데.

“이성체는 없었고, 우주선으로 보이는 것도 당연히 없었죠. 기계류의 몬스터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얻기는 했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기계류 몬스터가 등장했고, 그 몬스터들을 분해하면서 오히려 우리 쪽 세상의 기계공학이 발전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그런 기계류의 몬스터를 난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난 헬레나를 보며 말했다.

“카플로스를 데려와야 할 것 같은데요?”

“제가 다녀올게요.”

헬레나는 곧장 포털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카플로스가 헬레나와 함께 포털에서 걸어 나왔다.

참고로 이 포털 마법의 포털은 아주 먼 곳까지 연결하는 것은 어렵다. 가까운 곳에 우리 게이트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들었다.

“대군주, 무슨 일인가?”

“아무래도 카플로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내 도움이?”

“그러니까…….”

난 캐서린에게 들은 것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다 들은 카플로스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런 것이 있다는 이야기는 나도 들어 본 적이 없군.”

드워프의 대표인 카플로스도 들어 본 적이 없다는 몬스터. 그렇다면 예상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다른 세계다?”

느껴지는 멸망의 기운은 같다. 그렇다면 그쪽은 다른 멸망한 세계와 연결되었던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지구의 문명이 멸망을 하면서 카플로스의 세계에 등장하게 된다면 어땠을까? 우리가 사용하는 자동차라든가, 비행기 같은 것들이 저들에게는 기계류 몬스터로 보이지 않았을까?

“일단은 가 봐야 알 것 같군요.”

“네, 가 보시죠.”

캐서린의 안내를 받아서 우리는 51구역의 경계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러자.

-새로운 세계의 경계를 발견했습니다. 진입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은 새로운 세계라고 아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즉, 이 세계는 내가 경험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지구에 등장했던 게이트들은 각각 다른 세계로 보였지만, 최근에는 그게 다 같은 세계라는 것이 밝혀지는 중이다.

단지 그 일부분만 게이트와 연결되었을 뿐이다. 즉, 현재 우리 세상에 등장한 게이트들은 다 내가 알고 있는 대수림에 있는 멸망한 세상과 같은 곳이라는 이야기. 물론 그들이 연결된 곳은 나처럼 대수림이라는 덩어리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큰 대성역은 대수림과 비슷한 더 거대한 멸망의 조각을 마주하고 있다고 들었다.

정기훈이 알아 온 정보고, 아담도 같은 이야기를 했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전에 이미 멸망한 세계와 지구가 연결된 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왜인지는 몰라도 그때의 연결은 온전하지 않았고, 아마 그래서 당시에 게이트들이 더 등장하지 않은 것 같다.

관찰로 그 경계를 살펴보았지만, 시스템이 알려 준 것처럼 새로운 세상이라는 이야기 외에는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들어갈 수 있나?”

내 말에 시스템이 응답한다.

-해당 세상은 이미 멸망한 세상입니다. 진입에 제약은 없습니다.

“일단 이쪽은 지금 우리와 연결된 세상은 아닌 것 같네요.”

“네?”

“제 관찰로 살펴본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어찌 되었는지는 아직 모르죠. 애초에 수십 년 동안은 별일이 없었다는 얘기 아닙니까?”

“네, 맞아요. 문제가 생긴 것은 겨우 몇 달 안 된 일이니까요.”

몇 달 사이에 뭔가가 달라졌다. 그렇다면 그 몇 달 사이에 뭔 일이 벌어졌을까?

“대성역이 활성화되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겁니까?”

“아, 맞아요. 그 시기부터 이쪽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역시 그런 것 같았다. 대성역이 지구에 활성화되면서 이 불안정하게 연결되었던 게이트가 변화를 일으킨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드레이크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드레이크는 이 주변에 등장했다. 그리고 이곳은 내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멸망한 세상. 이 두 가지의 연관성은 뭘까? 결국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일단 들어가 보죠.”

“네.”

난 사람들을 이끌고 경계의 안으로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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