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1화
제141화 오메가
“헉, 시우야! 저거 공격해야 되는 거 아냐?”
선우가 요란을 떤다. 하지만 난 손을 들어서 그런 선우를 말렸다. 당장에 저 안드로이드가 나를 공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였다.
[……치이이익. 들리시오?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소?]
안드로이드가 내는 소리였다.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저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나뿐인 것 같았다. 통역 마법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말이다.
“들립니다.”
“시우야, 그게 무…….”
“쉿!”
선우가 뭔가를 말하려고 하자 정기훈이 말리는 것이 보였다. 역시 눈치가 빠른 사람이다.
[……치이이익. 아! 다행이오. 드디어 말이 전달되는 존재를 만났군요.]
말이 전달되는 존재. 그러니까 이전에는 말 자체가 전달이 안 됐었다는 이야기로 생각되는 부분이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오메가’입니다.]
‘오메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안드로이드. ‘오메가’라는 말은 그리스 문자로 마지막 글자를 의미한다. 반대의 의미로 ‘알파’는 첫 번째 글자를 의미하기에 흔히 알파와 오메가라고 하면 처음과 끝을 의미한다.
아마도 저 안드로이드가 말하는 ‘오메가’는 마지막을 의미하는 ‘오메가’가 맞을 것이다.
“당신은 왜 여기에 있습니까?”
[……치이이익. 뒤늦은 후회를 전달하기 위함이오.]
“뒤늦은 후회라는 것은 인간을 기계화시킨 것을 말합니까?”
[……치이이익. 맞소. 그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소.]
영상으로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인간이 영생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뇌를 안드로이드에 이식한다. 그럼 그것을 계속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가 보기에도 좀 말이 안 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치이이익. 옳은 소리요. 그리고 당신들은 우리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소.]
“네?”
우리가 그들과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매우 소름 돋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왜? 우리는 인간의 뇌를 안드로이드에 이식할 계획 같은 것은 없지 않았나?
난 캐서린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내 말은 들리지만, 오메가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기에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저 귀를 쫑긋하고 열심히 듣고 있었다.
“확실합니까?”
[……치이이익. 물론 당장은 아닐 것이오. 하지만 당신들은 곧 머지않아 우리가 갔던 길을 가게 될 것이오.]
머지않아 그렇게 될 거라는 말에 난 아니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없었다. 만약 저들이 했던 실험이 지구에서 성공한다면? 과연 있는 자들은 그것을 하지 않을까? 그 기술을 사장시킬 수 있을까?
솔직히 아니라고 본다. 아마 있는 자들은 그런 식으로 해서 어떻게든 자신들이 영생을 하려고 할 것이다. 자신들이 이룬 것,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절대로 놓고 싶지 않을 테니까.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치이이익. 우리도 최초에는 단 한 명이었소. 그리고 그 한 명은.]
“당신이군요.”
[……치이이익. 그렇소. 바로 나였소.]
역시 예상대로였다. 그가 바로 알파이자 오메가인 것이다. 왜 그가 스스로 전원을 내렸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만든 세상이 그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생존을 하게 된 그는 스스로 전원을 내리는 결정을 했던 것이리라.
“경고를 하기 위함입니까?”
[……치이이익. 그렇소. 그대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 마지막 나의 동력을 사용하고 있소. 부디 우리와 같은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마시오. 그리고 누군가 그런 선택을 하려고 한다면……. 이것으로 막아 주시오.]
그가 내민 것은 USB로 보이는 물건이었다. 저들도 USB를 사용하는 걸까? 아니지, 애초에 미국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것들 중에 상당수가 저들의 문명에서 나온 것이니 애초에 이렇게 전달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치이이익. 만약 내 의도대로 당신들에게 우리의 문명의 잔재가 전달된 것이라면 그것이 마스터키라고 할 수 있을 것이오. 그것으로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오.]
마스터키라고 한다. 마스터키라는 것은 뭐든 열 수 있는 그런 열쇠를 의미하지 않을까? 아마 이 경우는 모든 막을 수 있는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안타깝지만 난 그쪽으로는 지식이 거의 없습니다만.”
내 말에 그가 한쪽 벽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곳에는 USB가 들어갈 만한 공간이 보였다.
[……치이이익. 직접 확인해 보시오.]
하지만 오메가의 말이 사실일까? 이것이 무슨 함정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때 시스템이 응답했다.
-오메가는 세계의 마지막 생존자입니다. 그는 시스템의 권한을 빌어 이 세계의 대군주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의 말은 전부 진실입니다.
나의 진실 스킬로도 그가 거짓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하고 있었고, 시스템도 진실이라고 하니 난 그를 믿어 보기로 했다.
벽으로 가서 USB를 사용했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나의 머릿속에 수많은 지식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짜릿한 고통이 찾아온다. 갑작스럽게 많은 양의 지식이 전달되어서 생기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나의 직업 ‘진리를 이해하는 자’가 돕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저들의 비밀을 엿볼 수 있었다.
무슨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갑작스럽게 저들의 모든 기술력이 나에게 전달된 것은 아니다. 저들의 자세한 역사와 그 역사의 비극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이 나에게 전달되었다.
물론 그들의 기술이 아무것도 전수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상당히 유용할 것 같은 것들은 전수되었는데, 그것은 자연을 지키는 기술들이었다.
아마 오메가는 자연이 파괴된 것이 안타까웠던 것이리라. 그리고 내 발아래에서 애교를 부리고 있는 이 기계 고양이. 이 녀석은 의외로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치이이익. 제대로 전달이 된 것 같소.]
“그런 것 같습니다.”
[……치이이익. 당신들과 연결되었을 때 난 기뻤다오. 우리 종족이 다른 곳에 뿌리를 내린 것으로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대들은 우리와는 다른 종족이었소. 매우 비슷하지만 다른 종족. 하지만 비슷한 종족이라서일까? 그대들은 우리의 기술들을 익혀 가면서 우리가 갔던 길을 걸어가고 있었소.]
역사는 늘 반복된다는 이야기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반복되는 역사에서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하는 것은 욕망일 것이다. 욕망이 늘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릇된 욕망만큼 무서운 것은 없으리라. 그렇기에 난 오메가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치이이익. 그것을 막을 누군가가 필요했소. 그리고 그런 존재를 지금까지 기다렸다오. 이제야 나도 쉴 수 있겠구려.]
그는 순수했다. 영생을 위해서 안드로이드들에 뇌를 이식했던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의 목적은 영생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세상에서 자신들의 종족이 그곳을 파괴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래서 그것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역설적으로 그곳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은 자신들의 종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든 그는 자연을 되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연구를 계속하고 싶었고, 그러다가 뇌 이식을 생각한 것이다. 연구를 해서 자신들의 행성을 되살리기 위해서.
그랬던 그의 연구가 변질되면서 결국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결과를 맞이한 것이다. 애초에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은 건드린 자들의 최후였다. 그리고 그 책임을 그는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그 토대를 만들고 실행했으니까.
“이곳에 있던 연구원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치이이익. 그들은 무사하오. 단지 우리 기술이 전수된 것들을 거두는 작업이 필요했을 뿐이오. 이곳에서 하지 말아야 할 연구가 진행됐었소. 그것을 막기 위해서 부득이한 일이었소.]
그러니까 51번 구역에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연구를 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제야 오메가가 깨어났고, 그가 이곳을 통제하면서 자신의 뜻을 전달한 누군가를 기다렸다는 이야기.
결국 내가 이곳에 닿았고, 그는 나에게 그 사명을 전달한 것이다.
“내가 그것을 악용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
[……치이이익. 만약 그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내 의지가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오.]
그것을 어떻게 아는 것일까? 마법이라도 알고 있나? 고도의 과학은 마법과 같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저들의 과학 수준이 뇌의 파장이나 그런 것을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부분까지는 내가 알 수가 없는 부분이지만, 아마 뭔가가 있긴 한 것 같았다.
[……치이이익. 시간이 되었소. 연구원들과 그 후에 찾아온 이들은 곧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마지막으로 대화가 통하는 상대를 정말 오랜만에 만난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소. 부디, 그대의 세상은 평안하기를…….]
오메가는 그 말을 하고서 완전히 움직임을 멈췄다.
세상을 멸망시킨 한.
되돌리고 싶어도 되돌릴 수 없는 세상. 그가 전달한 지식으로 보면 그의 행성을 지구만큼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런 것이 점점 삭막한 SF영화 속의 세상으로 변모해 갔다.
누군가는 그런 이야기를 한다. 도시가 아름답고, 도시의 네온사인이 아름답다고.
미의 기준은 주관적이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자연을 파괴해야 한다면 그것이 옳은 것일까?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을 합쳐도 인간만큼 생존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종족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게 생존을 위한 것인가? 사실 생존만 하려고 한다면 이렇게까지 자연을 파괴하지는 않아도 될 것이다.
왜? 이런 문명이 없던 시기에도 인간은 잘 생존했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자연이 이렇게 파괴되고 있는 것은 인간의 욕심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는 자각도 못 하는 욕심 때문에.
이제 와서 그것을 되돌리고 싶다고 해도 파괴된 자연은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파괴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뿐일 거다.
그리고 그 해답을 오메가는 나에게 전달해 주었다.
“쓰레기 처리 기술이 핵심인가?”
그가 전달한 기술 중에 몇 가지 핵심 기술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쓰레기 처리 기술이었다.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모든 종류의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 이게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이건 돌아가서 실험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너.”
키릭.
기계 고양이는 내 다리에 비비적거린다.
“사람들을 이제 꺼내 줘.”
내 말에 기계 고양이의 눈이 반짝이더니 꼬리를 흔들면서 어딘가로 걸어간다.
“저기, 대군주님?”
캐서린이 나를 부른다.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사람들은 무사하다고 합니다. 일단 따라오세요.”
“아, 다행이네요.”
우리는 기계 고양이를 따라갔다. 그리고 기계 고양이는 한쪽 벽면으로 가더니 거기에서 뭔가는 마구 터치한다. 얼핏 보면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암호를 입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면서 캡슐 같은 곳에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