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42화 (142/182)

제142화

제142화 음? 뭐지?

기계 고양이가 열어준 문 안에는 사람들이 캡슐에 들어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건 마치 일종의 동면 상태로 있는 것 같았다.

SF영화에 보면 가끔 나오는 먼 우주로 여행을 할 때 동면 상태로 만들었다가 도착 지점에서 깨우는 그런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약한 상태랄까?

완전한 동면으로 보기는 좀 어려워 보였다.

키릭, 키릭.

기계 고양이는 나에게 의사를 전달해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이었다. 마치 텔레파시를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은 상당히 묘한 기분이었다. 호야가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내가 알아듣는 방식과는 조금 달랐다.

난 기계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기계 고양이의 등을 터치했다. 그러자 공중에 홀로그램 같은 것이 떠올랐다.

홀로그램은 스마트폰과 비슷한 형식이었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메가가 내게 전수해준 지식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것을 이리저리 조작하자 기계 고양이의 머리 위로 마치 말풍선 같은 것이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이제 이걸로 대화할 수 있는 거니?”

키릭.

[네. 주인님.]

현실판 말풍선이라고 할까? 기계 고양이 위로, 말풍선이 떠오르고 거기에는 한글로 녀석이 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나름 웃긴다랄까?

“와, 뭐야? 얘 뭐가 이렇게 기능이 많아?”

기계에 관심이 많은 시연이가 신기하다는 듯이 기계 고양이를 안아 들었다. 기계 고양이는 그런 시연이의 손길을 딱히 거부하지 않았다.

“넌 이름이 뭐니?”

[이름이 입력되지 않았습니다.]

“오빠, 얘 이름 뭐로 할 거야?”

“글쎄다…….”

기계 고양이에게 굳이 이름을 지어줘야 하나 싶었는데 시연이의 표정을 보니 지어주지 않으면 날 잡아먹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똑바로 생각해라, 아님 죽는다.”

난 대충 기계라던가, 기고라던가 그런 이름을 생각했는데 입 밖에 꺼내기도 전에 저지당했다.

“쪼니.”

“쪼니? 너 지금 쫄았니?”

“그럼 지지?”

“지지가 뭔데?”

“굿 고양이?”

“그럼 지씨여야지 왜 지지야?”

“그럼 티거는 어때?”

“티거? 흐음…… 티거라. 괜찮은 것도 같고. 타이거 줄인 거지?”

“그렇지?”

“좋아, 그럼 티거로 하자.”

시연이의 허락이 떨어지자 다시 기계 고양이, 아니 티거가 말한다.

[제 이름을 티거로 입력하시겠습니까?]

“그래, 앞으로 넌 티거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전 티거입니다.]

티거는 단순한 기계 고양이가 아니다. 오메가가 가진 모든 것을 압축해서 만든 최종병기……는 아니고 최종 제작물이라고 할까?

원래 티거의 뇌는 오메가의 반려동물의 뇌를 이식한 거였다고 한다. 오메가도 처음부터 자신의 뇌를 이식한 것은 아니다.

반려동물을 너무 사랑했기에 그런 행동을 했다.

하지만 저게 정말 반려동물을 위한 것이었을까는 의문이다. 가끔 정신 나간 인간이 죽은 반려동물을 박제로 만들어서 보관하는 경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무리 죽은 반려동물이라지만 가죽을 벗겨서 박제를 만든다? 그게 맨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일까? 솔직히 내 기준에서는 절대 반대다.

그리고 티거의 경우는 뇌를 이식하고, 나중에 뇌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그래서 주인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단순한 고양이처럼 행동을 하고, 오메가가 인정한 주인이 등장하면 저렇게 AI가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티거의 AI는 상당히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확실히 오메가의 세상이 지구보다는 훨씬 과학이 발전된 세상인 것은 분명했다.

“대군주님.”

우리가 티거와 놀고 있을 때 캐서린이 한 남자를 부축해서 내 앞으로 데리고 온다.

“네, 캐서린.”

“이쪽은 제가 찾던 사람이에요.”

“칼 존슨이라고 합니다.”

“최시우입니다.”

“대군주님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꼭 한번 뵙고 싶었고요.”

“저를요? 왜?”

“전 이곳 51번 구역의 부소장입니다. 최근에 발령받아서 오게 되었습니다.”

“아, 네.”

“그런데 이곳에는 다른 문명이 있더군요. 전 이것을 지금 게이트의 문명과 연결고리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위험한 생각 같아 보였다.

“그래서요?”

“그래서 대군주님의 영지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내 영지에서? 왜? 굳이?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요?”

내 말에 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서 난 소리를 차단하는 마법을 사용했다.

“여기 있는 사람 외에 우리 이야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는 않을 겁니다.”

“마법이군요?”

“네.”

“감사합니다. 일단 전 대군주님의 영지로 이민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곳에 들어와 있는 사이에 캘리포니아가 대군주님의 영역이 되었군요?”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럼 저를 받아주십시오.”

“그러니까 왜요?”

“미국은 게이트를 통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바랍니다. 전 지구에 게이트가 생겨난 것이 우연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요?”

“경고라고 생각했습니다. 게이트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파괴적인 문명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것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게이트를 통해서 지구를 정화할 수 있겠구나.”

지구를 정화한단다. 게이트의 생성 목적과 비슷한 것 같기는 한데, 뭔가 위험하게 들린다.

“아, 혹시 오해를 하신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몬스터들로 지구의 인간을 전멸시키고 지구를 되살리겠다는 그런 미친 생각은 아닙니다. 게이트 안에 있는 자원들을 연구해서 지구를 더 깨끗한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할 뿐입니다.”

다행히 미친놈은 아닌 것 같다.

“그렇군요.”

“그러다가 대군주님이 일본에서 하신 일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대군주님의 대성역은 방사능의 오염까지 지워버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실제로 일본의 방사능 오염은 상당히 심각했다. 본섬의 경우는 더 심각하고 홋카이도와 후쿠오카도 상당히 심했다. 하지만 그곳을 내가 점령하고 대성역의 영역으로 편입되어 그곳의 공기와 물은 정화되었다.

지금은 땅의 오염도 정화되고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난 오메가로부터 쓰레기 처리 시설에 대한 지식을 받았다. 누님도 연구원이긴 하지만 누님의 분야는 이쪽이 아니다. 당연히 이쪽의 연구원이 필요한 상황.

칼은 그런 상황에 내 앞에서 우리 영지민이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음…… 우리 연구원이 된다면 캐서린과는 떨어져야 할 텐데요? 아시다시피 캐서린은 다른 쪽에 속해 있으니까요. 그래도 괜찮습니까?”

내 말에 대답은 캐서린이 했다.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캐서린까지요?”

“네, 이번에 칼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깨달았어요. 다시는 칼과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일단 알겠습니다. 그 부분은 같이 하도록 하죠. 환영합니다.”

“이쪽을 좀 정리할게요.”

캐서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칼과 함께 사람들이 깨어난 곳으로 향했다.

* *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오메가의 세상에서 이어졌던 부분은 깨끗하게 사라진 상태였다. 소멸이라고 해야 할까?

남아 있는 것은 내게 전해준 지식과 티거뿐이었다.

그리고 51번 구역은 미국 정부에서 폐쇄를 결정했다. 이곳에 오메가 세상의 잔재가 더는 남아 있지 않게 되자 이곳에서 더 연구를 진행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51번 구역은 외계인을 고문해서 기술을 얻어낸다는 이야기와 함께 과거의 유산으로 묻히게 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우리가 밖으로 나왔을 때. 문제의 드레이크들은 아직도 정리가 안 되어 있는 상태였다.

아니, 오히려 숫자가 늘었다.

분명 상당수의 드레이크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것들이 51구역이랑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단 말이지.”

“그러게. 그런데 어디에서 계속 드레이크가 나오는 거지?”

계속 어디에선가 생성되는 드레이크들. 그것을 다 처리하지 않으면 캘리포니아 영지가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아직까지 피해는 전무하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생겨난다면 결국엔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할 상황이다.

“일단 아담을 만나봐야 되겠네.”

선우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가 베이스캠프로 삼은 곳으로 향했다. 참고로 캐서린은 일단 칼과 함께 돌아간 상태다. 그들은 정리를 한 뒤 합류를 하겠다고 했다.

나머지 51번 구역에서 구조된 사람들도 각자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불새를 타고 빠르게 베이스캠프로 복귀했다.

“대군주님!”

우리가 날아오는 것을 봤는지 아담이 달려오며 우리를 맞이한다.

“어떻게 된 겁니까?”

“드레이크의 숫자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그러니까요.”

“그래서 미국의 도움을 받아서 드레이크가 생성되는 곳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위성으로 확인하는 건가요?”

“네. 일단 들어오시죠.”

“네.”

우리는 베이스캠프에서 본부로 활용되고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불새들은 병아리 모습으로 작아진 상태다.

아담은 그런 불새를 무척이나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얘들이 계속해서 번식에 성공하면 아마 기사단 전체가 불새를 탈 날이 올 겁니다.”

“아, 그게…….”

“괜찮습니다.”

욕심을 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인가? 아담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난 그것을 못 본 척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였다.

삐릭 삐릭 삐릭 삐릭.

뭔가의 경보음이 울렸고, 아담은 익숙하게 기계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형 스크린에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미국의 국방장관이었다.

뉴스로 본 적이 있기에 나도 익히 얼굴을 알고 있었다.

-혹시 대군주님 계십니까?

그의 말에 내가 카메라가 있는 곳으로 나섰다. 그러자 그가 내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온다.

이런 인사법은 보통 동양에서 사용하는 인사법인데, 아마도 나를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 같았다.

나도 마주 인사를 했다.

“여기 있습니다.”

-51번 구역에 대한 보고는 방금 받았습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요.”

-캘리포니아의 독립적 지위 인정은 곧 진행될 예정입니다.

“약속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화면을 좀 봐주시겠습니까?

미 국방장관은 그렇게 말하면서 화면을 하나 띄웠다. 그 화면에서는 공중에 뭔가가 보였는데 그것은.

“포탈?”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드레이크는 이 포탈을 이용해서 현대 네바다주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포탈이 있다는 것은 어딘가에 다른 포탈도 있다는 얘기겠네요?”

-네, 그래서 저희도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받아서 현재 전세계를 훑어봤습니다. 입력 후 비슷한 것을 찾고 있는데 발견된 것은 없습니다.

“다른 포탈이 없다면, 그 포탈은 게이트 안에 있을 가능성도 있겠군요?”

-저희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정확히는 아직 모릅니다. 그래서 죄송한 말씀이지만…….

“제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저들이 바라는 것은 이것일 거다. 그리고 내게도 이득이 되는 상황이라 포탈에 내가 직접 가겠다고 했다.

-감사합니다. 은혜는 반드시 갚도록 하겠습니다.

“네, 뭐 우리도 상관이 있는 것이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난 시호 수호대를 이끌고 포탈이 있는 곳으로 곧장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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