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43화 (143/182)

제143화

제143화 여긴 뭐니?

포탈과 게이트는 생긴 것이 상당히 다르다. 그래서 육안으로 쉽게 식별할 수 있다.

게이트의 경우는 뭐, 워낙에 많이 봐 왔던 것이라 나 같은 경우에는 딱 보면 안다. 그리고 게이트는 천편일률적으로 거의 똑같이 생겼다.

포탈의 경우…….

“특이한 포탈이네요.”

헬레나가 나보다는 전문이다. 그녀는 포탈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물론 나도 그녀의 마법을 보고 이제 기초적인 포탈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진리를 이해하는 자라는 개사기 전투 직업 덕분이다.

“특이하다면 어떤 점이요?”

“게이트와 묘하게 섞여 있는 느낌이네요.”

“게이트와 섞여 있다? 그게 가능한가?”

“애초에 게이트라는 것도 포탈 마법의 확장이라고 봐야 한다고 할까요? 우리 세계에 등장한 게이트는 좀 다르긴 하지만요.”

레라의 말이다. 그녀 역시 이제는 포탈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물의 일족이나 바람의 일족 중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이들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중에 성녀의 역할을 맡았던 헬레나와 여왕인 레라는 더욱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인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레라 역시 포탈 마법을 배웠다고 한다. 헬레나가 사용한 것을 보고 내가 좋아했었다고.

대군주인 나에게 유용한 마법은 배워둬야 한다나?

아무튼, 두 여인의 말은 흘려들을 부분이 아니다.

“애초에 게이트 마법도 따로 존재하는 건가요?”

“텔레포트는 단거리 이동 마법, 포탈은 중장거리 이동 마법이라고 한다면, 게이트는 초장거리 이동 마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그 엄청난 게이트 마법의 최종 진화는 차원을 이동하는 지금의 게이트라고 할 수 있겠죠.”

현재 우리 세상에 등장해 있는 게이트는 최종 진화형의 게이트라는 것이다.

이 얘기는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서울의 뚝섬에서 행당동으로 이동을 하는 것은 텔레포트, 서울에서 강원도로 이동을 하는 것은 포탈, 서울에서 뉴욕으로 이동을 하는 것은 게이트 마법이라는 이야기다.

이동 마법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이 포탈은 포탈과 게이트 중간 같다는 이야긴가요?”

“중간이라기보다는 섞여 있는 느낌이랄까요?”

“최소한 차원 이동은 아니라는 거네요?”

“네, 맞아요.”

복잡한 얘기다.

“그렇다면 이 포탈의 최장 이동 거리를 계산해보면 어디까지가 후보지에 들어갈지 알 수 있겠네요?”

“네, 잠시만요.”

헬레나와 레라는 포탈을 보고 열심히 뭔가 다른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일종의 탐색 마법이다. 관찰과는 다른 것이다.

참고로 이 포탈을 내가 관찰로 살펴보았지만, 왜 그런지 몰라도 관찰로 나타나는 정보는 별로 없다.

-드레이크가 이동하는 포탈이다.

이게 전부였다.

그래서 난 두 마법사가 열심히 탐색 마법을 사용해서 계산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라?”

그 와중에 드레이크 하나가 포탈을 넘어오는 것이 보였다. 난 그런 드레이크의 머리를 미스릴로 만들어진 내 검을 이용해서 잘라 버렸다.

서걱. 툭.

드레이크가 넘어 올 때 그 크기가 작아 가능했다.

“일단 물러서 봐요.”

내 말에 모두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이후 세 마리가 더 넘어왔는데, 세 마리 모두 작아진 크기로 넘어왔다.

“일단 처리합시다.”

“네!”

각자 무기를 꺼내 들고 드레이크를 썰었다. 작아진 드레이크는 우리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우리는 그것을 어렵지 않게 처리했다. 그리고 선우가 묻는다.

“야, 그냥 우리가 저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어?”

선우의 말에 난 헬레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헬레나가 레라와 뭔가를 상의한다. 남이 만든 포탈을 이용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

둘은 마법적 지식을 가지고 한참을 상의하더니 말한다.

“가능할 것 같아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레라가 말했다.

“네, 그럴게요.”

냐앙.

호야는 매우 귀찮다는 듯이 내 어깨에 앉아서는 그루밍을 하고 있다. 그리고 반대편 어깨에 왜인지 몰라도 티거가 올라와 있다.

키릭.

“균형 맞추기냐?”

[호야 님의 보조를 위함입니다.]

무려 호야를 보조한단다. 도대체 뭘 보조한다는 거지?

“그런데 너도 호야의 쫄따구냐?”

[호야 님은 위대한 고양이 일족의 왕입니다.]

그러니까 자기도 고양이 일족이라는 이야기다. 어딜 봐서.

“그런데 그 기계 모습은 못 바꾸나?”

내 말에 티거가 모습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내가 모습을 못 바꾸냐고 한 것은 오메가가 전달해준 지식 중에 형상변환 합금이라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티거는 자신의 모습을 마치 뱅갈 고양이처럼 변화시켰다. 특이한 점은 털의 감촉까지 고양이의 그것이라는 점이다. 형상변환 합금이라고 해서 뭔가 외형을 바꾼다는 것은 알았지만, 감촉까지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한 줄은 몰랐다.

[냐앙.]

그래 놓고 말풍선으로 고양이 흉내를 내는 티거.

“어머, 우리 티거 귀여운 것 봐.”

시연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티거를 냉큼 안는다. 그리고 시연이에게 고연주가 바싹 달라붙는다. 두 여자는 티거가 귀여워서 미치겠다는 듯이 달라붙어서 티거를 쓰다듬고 주물럭거린다.

“야, 고양이 그렇게 주…… 하긴 괜찮으려나.”

생각해보니 티거의 내구성은 엄청나니까 저 정도 주물럭거린다고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

[냐앙.]

티거도 그런 둘의 기대에 부응하듯이 말풍선에 고양이 흉내를 낸다. 그런 둘을 난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의외로 호야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호야, 쟤 고양이 맞아?”

내 질문에 호야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한다.

냥냥냥!

그런 것 같단다. 몸체는 안드로이드지만, 뇌는 고양이의 뇌를 기본으로 한다. 거기에 AI가 섞여 있지만, 기본적으로 고양이의 뇌를 가지고 있다.

오메가의 세상에도 고양잇과 동물들이 있었고, 그가 전해준 지식은 지구와 매우 비슷한 쌍둥이별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헬레나가 말한다.

“휴, 한 명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명이요?”

“네.”

“그렇다면…….”

“제가 다녀올게요.”

레라가 나선다. 하지만 난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넘어가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제가 가서 어떻게 포탈을 연결하는 편이.”

“위험하다면요?”

“그렇다면 더더욱 대군주께서 넘어가시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헬레나의 말에 선우가 나선다.

“차라리 내가 갈게. 난 빠르니까.”

“내가 더 빠를걸?”

“어? 그런가?”

“그리고 넌 마법 잘 못 쓰잖아.”

“그것도 그런가?”

사실 현재 시호 수호대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히 나다. 그리고 난 마법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애초에 전투 직업 자체가 그런 것이니까.

그리고 시스템은 나를 버릴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할 말이 없네.”

선우의 말에 난 웃었다. 그리고 헬레나에게 물었다.

“호야랑 같이 가는 것은 괜찮죠?”

“그럴 것 같아요. 거기에 티거도 같이 갈 수 있을 것 같구요.”

“그렇다면 더더욱 내가 들어가야겠네요. 티거를 통해서 이쪽에 연락을 할 수 있을 거거든요. 가능하지?”

[네, 가능합니다.]

티거는 모양이 고양이일 뿐이지 기능은 엄청나다. 전천후 만능 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그럼 내가 넘어가는 걸로 결론을 내리고. 다른 사람들은 여기에서 잠시 대기하면서 드레이크가 넘어가는지 좀 확인해보고, 내가 저쪽에서 드레이크들을 어떻게든 막아볼 테니까.”

“알았다.”

선우가 대표로 말한다.

“그럼 가볼게.”

내 양쪽 어깨에 호야와 티거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난 곧장 포탈을 넘어갔다.

게이트를 넘어갈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 * *

냐앙! 퍽!

“음?”

호야가 내 뒤통수를 때려서 정신을 차렸다. 포탈을 넘어오면서 잠깐 정신이 잃었던 것 같다.

포탈을 넘어오면서 이상한 마나 폭풍에 휩쓸린 느낌이랄까?

그렇게 넘어온 곳의 환경은…….

“뭐지?”

내 앞에 수많은 도롱뇽이 내 앞에 가득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녀석들의 모습이.

“드레이크?”

드레이크를 엄청 작게 줄여 놓은 것 같은 녀석들이다. 그 수만 해도 대충 수천은 될 것 같은 규모다.

“이걸 어쩐다.”

난 살짝 고민이 됐다. 무슨 원리인지 몰라도 얘들이 포탈을 넘으면서 거대한 드레이크가 되는 것으로 보였으니까.

결국 잠시 고민하던 나는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파이어 번!”

무슨 마법이냐고? 그냥 불 지르기 마법이다. 있어 보이라고 이렇게 부른다.

내 앞에 화염 방사기로 불을 내뿜은 것 같은 화염이 발생했고, 도롱뇽들은 그대로 내가 만들어낸 화염에 타들어 갔다.

수천 마리에 달하는 도롱뇽들은 그렇게 죽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헐.”

순식간에 나의 레벨이 304까지 올라버렸다. 지금까지 가장 말도 안 되는 수준의 폭렙이었다.

“그러니까 얘들이 크기만 작았을 뿐이지 진짜 드레이크였다는 얘기네.”

말 그대로 드레이크 수천 마리를 학살한 것으로 인정이 된 것 같다. 240레벨 대의 드레이크 수천 마리를 죽인 것이니 300레벨이 되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물론, 상당히 날로 먹은 느낌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때였다.

-300레벨을 돌파했습니다.

대성역의 주인인 대군주입니다.

대성역이 더욱 강화됩니다.

300레벨을 돌파했기에 대성역이 더욱 강화된다는 이야기. 이건 조금 놀라운 일이긴 했다.

“그래서, 여기는 어딘데?”

주변을 둘러보니 숲이었다. 그렇다고 우리 게이트에 있는 대수림 같은 숲은 아니다. 공기가 다르다랄까? 아니면 마나가 다르달까?

“묘하게 비슷한 것 같으면서 다르다.”

냐앙!

[저쪽에 길이 있습니다.]

“해석이냐? 나 호야 말 알아들어.”

키릭!

내 말에 티거가 놀랍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난 그런 티거는 무시하고 호야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확실히 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보였다.

“이건 함정이냐, 안내냐.”

함정일 수도 있고, 길 안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고약하게도 이 숲은 나에게 선택지를 주지 않았다. 저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길을 따라가니 내게 익숙한 환경이 보인다.

“어라? 저 나무들 나랑 안면이 있는 나무 같은데?”

냥냥!

호야도 그렇단다. 어떻게 안면이 있냐고? 대수림에 많은 나무니까.

“대수림이랑 공기도 마나도 미묘하게 다른데, 정작 나무는 나랑 안면이 있는 나무라니. 희한한데?”

지금까지 다른 게이트도 많이 보았다. 게이트마다 특징이 있지만, 모두 멸망한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하지만 대수림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곳이다. 그리고 그곳의 나무들은 다른 게이트에서는 보기 힘든 나무들이다.

그래서 이 나무들이 대수림에 있는 나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도대체 여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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