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44화 (144/182)

제144화

제144화 분리된 세상

나무는 대수림의 것인데 대수림은 아닌 이상한 곳. 가장 다른 것은 마나다.

마나라는 것은 모든 것의 근간과 같은 것이다. 마치 공기 같은 것이랄까?

흔히 우리가 시골에 가면 공기가 다르다는 얘기를 한다. 실제로 공기가 존재하는 것 자체는 서울이나 시골이나 당연히 다를 수가 없다.

하지만 그 공기의 질이라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 특히 미세먼지가 많은 서울에서 숲이 우거진 강원도를 가면 그 차이를 훨씬 더 실감할 수 있다.

“뭐, 지금은 대성역 덕분에 그런 실감을 하기 어렵긴 하지만.”

대성역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정말 미세먼지의 습격은 무서운 일이었다. 세상에는 기관지가 약한 사람도 있고, 미세먼지에 약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니까.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 서울과 강원도가 공기의 질이 다르다고 해도 공기 자체는 같은 것이다.

대수림과 이곳 역시 마찬가지다.

미묘하게 다르지만 마나 자체는 같다. 처음에는 마나의 질이 너무 달라서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마나의 질이 엄청 차이가 날 뿐이지 여기도 대수림의 세상과 같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티거, 이 내부를 탐색해줘, 너 게이트 어떻게 생긴 건지 알지?”

키릭.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게이트가 있는지 확인해줘.”

[알겠습니다.]

티거는 그렇게 대답하더니 갑자기 등에서 뭔가가 튀어나온다. 관찰로 살펴보니 기계 벼룩이라고 한다.

“몸에 그런 걸 달고 있었어?!”

키릭!

[진짜는 아니니 걱정 마시기를]

진짜가 아닌데 굳이 저런 걸 사용할까? 이상한 취향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티거를 만든 것은 오메가였으니 오메가의 취향일 것이다.

냐앙.

“호야, 넌 여기가 어딘지 알겠어?”

내 질문에 호야가 고개를 젓는다. 호야도 처음 와보는 곳이라는 이야기다. 어쩌면 당연하다. 호야가 지냈던 곳은 대수림이니까.

“여기 대수림이랑 같은 세상인 것 같지?”

냥.

호야도 나랑 같은 생각인 것 같다.

난 양어깨에 고양이 둘을 달고서 천천히 길을 걸었다. 이 길의 끝에 뭐가 있을지 조금 두렵다는 생각은 들지만 당장 폭렙을 한 상태라 그런지 또 든든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여전히 호야의 레벨을 내가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갔지만, 뭔가가 나오지는 않았다.

도롱뇽도 더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 그 앞에 있던 애들이 전부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면 도대체 여긴 어딜까?

냥!

호야가 털을 세운다. 이것은 진짜 드문 일이다. 호야가 털을 세우는 경우는 세계수를 봤을 때 정도였으니까.

지금 내 레벨에도 레벨을 가늠하기 힘든 호야가 털을 세웠다는 것은 지금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동굴의 내부에 호야가 경계해야 할 정도의 존재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딱 봐도 들어가기 싫게 보이는 동굴이네.”

[정찰 벼룩이 돌아왔습니다. 외곽에 결계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결계 안에는 게이트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결계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보였으니까.

“포탈은 멀쩡하고?”

[그렇습니다.]

다행히 포탈은 멀쩡하단다. 그렇다면 결국 저 동굴로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호야, 여기 있을래? 나 혼자 갔다 올까?”

냥!

퍽버벅!

호야가 분노해서 내 뒤통수를 때린다. 미쳤냐는 거다.

“미안, 같이 가자.”

냥!

당연하시단다. 티거는 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일단 들어가 보자.”

동굴 내부는 거대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만약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동굴은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졌을까?

“엄청난데?”

냥.

호야도 그렇단다. 우리는 그렇게 동굴에 들어섰고, 동굴에 들어가니 동굴의 벽면에 벽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건…….”

벽화는 대수림의 멸망한 세계에 대한 기록으로 보였다.

인간과 드워프, 엘프, 바람의 일족, 물의 일족, 그 외에 여러 일족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잘살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림을 따라서 걸어가다 보니 그들 세상에 게이트가 등장하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게이트가 등장했을 때 세상에서 떨어져 나가는 존재들이 그려져 있었다.

“드래곤?”

드워프의 기록에는 옛날에 수십 마리의 드래곤들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림에 있는 드래곤은 단 네 마리였다.

그것도 4대 속성에 해당하는 레드 드래곤, 블루 드래곤, 골드 드래곤, 실버 드래곤.

각각 불, 물, 대지, 바람을 의미하는 드래곤들이었다. 그 드래곤들은 게이트를 없애려고 하다가 오히려 게이트로 인해서 세상에서 떨어져 나갔다.

“핵폭탄인가?”

예전에 멸망한 세상 출신 영지민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핵폭탄만큼 강력한 존재들이 게이트에 의해서 분리되었다고 했던가? 봉인되었었다고 했던가.

아마, 이 세계에서 그런 존재는 드래곤이었나보다. 하긴 소설 속의 드래곤은 충분히 핵폭탄만큼 강력한 존재들이다.

드래곤이 사용하는 마법 중에 메테오 스트라이크 같은 것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그게 사용되면 정말 핵폭탄 저리 가라가 될 것이다.

유성 충돌 마법.

우주에 떠돌고 있는 유성을 불러들여서 타격하는 마법이다.

흔히 지구 멸망 시나리오 중에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것이 유성 충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게 얼마나 무서운 마법인지 알 수 있다.

그렇게 분리가 된 드래곤들은 한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뭔가 회의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좌절한다.

신에 버금가는 힘을 가졌지만, 그들의 힘으로도 게이트를 막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서서히 시간이 흘러간다. 실버 드래곤이 가장 먼저 죽고, 다음은 블루 드래곤, 레드 드래곤 순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것은 골드 드래곤이자 마지막 드래곤 로드였다.

드래곤 로드는 지친 모습으로 웅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벽화는 거기에서 끝이 났다.

처음에는 드래곤들도 분노를 했고, 수용을 했고, 나중에는 포기를 하고 종말을 맞이했다.

그리고 난 알 수 있었다. 여기가 바로 그 골드 드래곤의 레어라는 것을.

벽화가 끝나는 지금에 거대한 문이 존재했다. 그 문을 가만히 지켜보는데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그리고 문 뒤에 거대한 존재감에 순간적으로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세계수를 보았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세계수를 비록 가까이 가서 보지는 않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 저 존재감은 세계수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아마 그것은 대수림의 세계수가 많은 힘을 잃었기에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내 숨은 막혀 있다는 것이다.

퍽! 냥!

“헉!”

호야가 나를 숨 쉬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와 골드 드래곤 사이에 서서 그 존재감에서 나를 지켜준다. 하지만 호야의 상태도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우리 호야가 세계관 최강자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저 드래곤은 더욱 엄청났으니까.

그때 갑자기 존재감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그리고 거대한 골드 드래곤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하더니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폴리모프 마법이다.

이 와중에 난 그 폴리모프 마법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헬레나나 레라가 사용하는 방식과 달랐다.

-완전한 폴리모프 마법(액티브) 1레벨을 습득합니다.

시스템도 다르게 분류했다. 완전한 폴리모프 마법이라고. 헬레나에게 배웠던 불완전한 폴리모프는 크기를 변화시킬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드래곤으로 변신하거나, 벌레로 변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하지만 드래곤의 폴리모프는 달랐다. 1레벨에서는 내 질량의 2배 확대나, 축소도 가능했다.

“진리를 이해하는 자라니, 우리 시대에도 없던 존재였군.”

“…….”

골드 드래곤은 나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반갑네, 난 그림을 봐서 알겠지만 골드 드래곤 칼스티어라고 하네.”

“마법의 종주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최시우입니다.”

“진리를 이해하는 자면서 최초의 대군주로군?”

“맞습니다.”

칼스티어는 내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그래, 드레이크들은 도움이 좀 되었는가?”

“그게…… 도움이었군요?”

“그렇지 않은가?”

사실 맞는 말이긴 했다. 드레이크의 미니미인 도롱뇽들을 학살하면서 엄청난 폭렙을 했으니까.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했느냐는 거겠지?”

“네.”

“내가 곧 소멸될 예정이거든.”

그 말에 난 깜짝 놀랐다. 나를 존재감만으로 숨 막히게 했던 골드 드래곤이 소멸을 한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니 또 이해가 가긴 한다. 어쩌면 그는 끝까지 게이트에 대항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게이트라는 것이 등장하면서 드래곤들 대다수는 소멸을 당했네. 말 그대로 소멸이었지. 그리고 남은 넷이 자네가 벽화로 본 이들이지. 그리고 이제는 나 혼자 남게 되었네. 이 분리된 세상에서도 말이지.”

분리된 세상이라는 말이 뭔가 저릿한 느낌을 주었다.

“왜 그렇게 된 걸까요?”

“게이트는 우리가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그들이 점령한 세상에서 우리를 분리시킨 것이고.”

“그렇다면 게이트가 침략자라는 말씀입니까?”

“침략자라…… 그것은 또 다른 문제가 아닐까 싶기는 하네. 내가 살던 세상은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네. 인간들은 서로를 죽이고, 세계수는 미쳐 버린 상태였지. 그래서 인간들끼리의 전쟁만이 아니라 종족 간의 불화가 싹트고, 결국 종족 전쟁으로까지 번지고 말았지.”

“그게 멸망의 이유인가요?”

“글쎄, 꼭 그것만이 이유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여러 가지가 종합해서 결국 멸망으로 치닫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일세. 그런 멸망을 막기 위해서 우리 드래곤들도 개입을 하려고 했고, 하지만.”

“그때 게이트가 등장했군요.”

“맞네. 그리고 게이트는 강제로 세상의 멸망을 가속시켰네.”

“강제로 말입니까?”

“그렇다네, 우리 세상에는 드래곤들이 존재했네. 우리들은 관찰자지만 멸망을 막을 힘을 가지고 있었네. 이건 자만이 아닐세. 하지만 게이트가 개입하면서 우리는 소멸되었고, 분리되었지.”

“결국 그 세계는 멸망했고요.”

“맞네.”

“하지만 대성역 하나가 우리 세상의 게이트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로 세계수입니다.”

“역시 미쳐버린 세계수는 그런 것을 선택했군.”

미쳐버린 세계수의 선택이라는 말에 조금 소름이 돋았다. 얼마나 미쳐야 저런 말을 듣게 되는 걸까?

“그 후에 우리는 게이트에 대해서 연구하고, 연구했다네. 그리고 몇 가지를 알아냈지.”

“그게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먼저 게이트는 모두가 같은 것이 아니라는 점일세.”

“게이트가 모두 같은 것이 아니라고요?”

“그렇다네 게이트에 따라서 선한 게이트도 있고, 악한 게이트도 있다네. 그 게이트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주인의 성향이 바뀐다랄까?”

칼스티어의 말에 난 순간적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이토 히로유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던 그의 행동이 이해가 가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인이 게이트의 주인이 되었다고 그딴 짓을 저지를 수 있을까? 그게 이해가 안 갔었는데 칼스티어가 그 해답을 알려준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게이트가 등장했다고 해서 꼭 그 세계가 멸망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세.”

칼스티어의 이야기. 아마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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