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45화 (145/182)

제145화

제145화 멸망의 조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멸망을 피할 수 있습니까?”

내 질문에 칼스티어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모든 게이트를 정복하는 걸세.”

“모든 게이트를 정복해요?”

“쉽게 말해서 모든 게이트의 주인을 자네의 휘하로 넣으면 된다는 거지.”

지구는 넓다. 물론, 멸망한 세계의 행성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구로 따져 보면 지구의 인구는 70억이 넘는다고 들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게이트 주인이 되는 경우는 매우 희박하지만, 대신에 넓게 퍼져 있다는 것이 문제고, 각각 개성이 뚜렷할 것이라는 것도 문제다.

이토 히로유키 같은 놈도 있을 것이고, 그보다 더 또X이 같은 놈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게 과연 가능할까 싶긴 하다. 물론,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할 수도 있다. 방법이 저것뿐이라고 광고를 한다면?

하지만 작정하고 세상이 망하기를 바라는 놈은 과연 없을까? 난 있을 거라고 본다.

“쉽지 않은 일이군요.”

“그렇지.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네.”

“어떤 방법입니까?”

“악한 성향의 게이트를 소멸시키는 거지.”

“소멸이요? 게이트란 것이 소멸도 됩니까?”

“그야 게이트 안에서 모든 몬스터와 해당 게이트에 속해 있는 모든 헌터를 말살하면 가능할 것이네.”

“악한 게이트의 기준은 뭡니까?”

“아마 자네 정도라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하긴 맞는 말이다. 최소한 게이트를 내가 관찰로 살펴보게 된다면 알 수는 있을 테니까.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일단 완전히 멸망을 막는 것은 그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그 전에 다른 것을 먼저 해야 할 것이네.”

“다른 것이요?”

“미쳐버린 세계수를 죽이는 것.”

미쳐버린 세계수를 죽이라는 것은 대수림의 세계수를 처치하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하나 든다.

“당신의 말은 모두 진실입니까?”

난 스킬을 사용했다.

“우리 드래곤 일족의 명예를 걸고 모든 것은 진실일세.”

내 스킬에서 그는 진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거기에 흔히 말하는 용언의 맹세.

그렇다는 것은 최소한 칼스티어가 진실을 말하거나, 자신이 진실이라 믿고 있는 것을 말하고 있을 거라는 얘기다.

“그런데 세계수는 왜 처리해야 하는 겁니까?”

“그 정신 나간 세계수는 자네의 세상의 기운을 끌어모으고 있는 거라네. 그리고 종국에는 게이트 밖에 뿌리를 내리려고 하겠지. 그렇게 된다면 글쎄…… 그것도 멸망의 일종이 되지 않으려나?”

세계수가 지배하는 세상.

엘프들은 신날지도 모르겠지만 난 아니다.

“이미 세계수의 가지를 하나 지구에 심어놨습니다만.”

“순수한 세계수는 오히려 멸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네. 하지만 자네의 게이트 안에 있는 그 세계수는 경우가 다르지. 자신의 세계사 멸망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자신의 기운을 모아 게이트 내부로 파고들었고, 그로 인해서 여러 종족들이 빨려 들어갔을 것이네.”

칼스티어의 말에 난 드워프, 물, 바람의 일족이 어째서 대수림 안에 있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신은 왜 세계수를 미워하십니까?”

“미워한다라…… 너무 약한 얘기군. 난 세계수를 증오한다네. 그 세계수는 우리 일족을 멸망시켰으니까.”

“게이트가 그렇게 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맞네, 그리고 그 세계수는 게이트의 힘으로 우리 일족 대부분을 소멸시켰지. 그리고 그 힘을 뺏어간 것이고.”

미X, 그럼 그걸 어떻게 죽이라는 거지? 그게 가능한가? 안 될 것 같은데? 드래곤들의 힘을 흡수한 세계수라니 어이가 없다.

그런 내 표정을 읽은 것일까? 칼스티어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세계수가 우리 일족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세. 세계수는 그 힘을 이용해서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을 뿐이고, 세계수 자체는 원래 세계수의 힘보다는 훨씬 약한 상태라네.”

“아, 그건 다행이네요.”

“그리고 자네와 함께하는 저 친구만 해도 만만한 친구는 아니군.”

냐앙!

호야가 성질을 내듯이 운다. 역시 우리 호야는 짱이다.

“우리 호야는 그 숲에서 생존했던 아입니다.”

“그렇군. 누구보다 세계수를 잘 알고 있겠어.”

“그럴지도요. 그런데 세계수를 먼저 없애야 한다는 것은 왜죠? 단지 세계수가 우리 세상을 노리니까?”

“아닐세. 세계수의 기운을 흩어 놓는다면 자네 세상의 멸망은 훨씬 천천히 다가올 걸세. 최소한.”

“막을 시간이 주어진다는 얘기군요.”

“맞네.”

“그런데 왜 이런 곳을 만들어 두신 겁니까?”

“우리는 연구했네. 게이트에 대해서. 그리고 왜 우리가 게이트를 막지 못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연구했지. 내가 자네한테 얘기하는 부분은 그런 부분이네. 그리고 그 드레이크 수천 마리는 바로 먼저 떠난 로드들의 사체로 만들어진 것들일세. 아마도 자네 세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네.”

드레이크의 사체는 드래곤처럼 대단했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드래곤으로 만들어졌을지는 몰랐다.

“하지만 제가 이 안에 들어오면서 그것들은…….”

“많은 욕심을 가지지 말게. 아마 밖에서 자네가 잡은 녀석들로도 충분할 것이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선물을 더 마련했네.”

선물을 준다는 얘기에 난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저한테 잘해주시는 겁니까?”

“자네가 그 세상의 대군주이기 때문일세.”

“대군주는 저 말고도 더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에 아무도 드레이크와 싸우고, 포탈로 들어올 생각을 하는 이는 없었지.”

그건 맞는 말이다.

“그만한 힘과 용기를 가진 이를 기다린 걸세. 그게 자네가 된 것이고.”

그러니까 내가 이 안에 들어왔기에 폭렙의 기회도 얻고 이런저런 선물도 받게 되었다는 얘기다.

애초에 미국의 대군주는 나서지 않았다. 그가 이 사실을 알면 배가 아프려나?

“그렇군요.”

“일단 이것을 받게. 진리를 이해하는 자라면 이것도 배울 수 있을 것이네.”

칼스티어가 내미는 것은 마법서다. 그것도 드래곤의 마법서. 이제 난 온전히 마법사로 전직하나 보다.

-아이템(레벨 MAX) 드래곤의 온전한 마법서.

배울 수만 있다면 온전한 드래곤의 마법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드래곤이 아닌 종족이 넘보기엔 그 조건이 너무 가혹하다.

관찰로 살펴본 내용이다. 하지만 칼스티어의 말처럼 난 드래곤의 마법을 어쩌면 배울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진리를 이해하는 자’라는 사기적인 전투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까.

“도움이 되길 바라네.”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선물은 이것일세.”

칼스티어는 내게 3개의 구슬을 내민다. 관찰로 그것을 살펴보고 난 크게 놀랐다.

-아이템(레벨 MAX) 레드 드래곤의 하트.

-아이템(레벨 MAX) 블루 드래곤의 하트.

-아이템(레벨 MAX) 실버 드래곤의 하트.

상상만 해봤던 드래곤 하트다.

“이걸…….”

“게이트를 없애주겠다고 약속한다면 이것을 자네에게 주겠네.”

“하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최선을 다한다고 약속하게. 자네의 마나를 걸고.”

게이트를 없애는 일. 그것은 결국 세계의 멸망을 막는 것이다. 그런데 게이트가 사라진다면 지금 내가 받은 영지민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들도 소멸하나?

그런 내 표정을 본 것인지 칼스티어가 말한다.

“참고로 자네 영지나, 영지민들이 사라질 걱정이라면 안 해도 된다네. 단지 게이트가 사라질 뿐이지 자네의 영지는 유지될 테니까.”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자네가 게이트를 열면 된다네.”

“제가요? 무슨 수로……. 드래곤의 마법으로요?”

“맞네. 자네라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되는군. 그리고 어차피 앞의 두 가지 방법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건 멸망은 막겠지만, 게이트를 없애지 않으면 언젠가는 또다시 같은 상황을 맞이할 걸세. 그리고 자네가 속한 세상을 지키게. 이곳에서 지켜본 바로는 자네 세상은 너무 오염되어 있더군.”

“그건…… 네.”

“명심하게 자네의 행성은 인간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맞는 말이다. 인간들은 언제나 인간을 중심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만 남아 있는 세상은 존재할 수 있을까? 동식물이 사라지고 인간과 무기물만 남는다면? 인간은 생존할 수 없다.

결국 인간은 자연을 기대로 살아야 하는 존재다. 그런데 인간은 그 자연을 꾸준히, 열심히 파괴하며 생존해온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로 가속된 발전은 결국 인간이 스스로 멸망의 길로 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노력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게이트를 충분히 이용하게. 아마 자네가 노력한다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네.”

“네.”

“그리고 이제 더 자주 게이트에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올 걸게. 그들은 인간의 무기로 상대할 수 없을 것이고, 자네들이 말하는 헌터라는 이들로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네. 그리고 게이트는 점점 변질되어 갈 것이네. 자네의 영지를 잘 지키게.”

의미심장한 말이다. 그는 한 세계의 멸망을 지켜본 이다. 그리고 게이트를 분석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쏟아부은 존재다. 그의 말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유다.

“명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선물을 하나 남기고 떠나겠네. 내 육신과 하트를 잘 부탁하네.”

“네?”

칼스타인은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곧 그는 본체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에게서 생명의 반응이 사라졌다.

죽은 것이다.

냐앙.

호야가 한숨을 쉰다. 지금까지 나름 긴장을 했던 것 같다.

“그나저나 저걸 어떻게 가지고 나가지?”

그런 생각을 할 때 내 앞으로 드래곤 하트가 둥실 떠오른다. 그러면서 골드 드래곤의 몸속으로 파고든다.

“어?”

잠시 후에 골드 드래곤의 사체가 빛에 감기면서 거대한 구슬 하나가 툭 하고 내 앞에 떨어진다.

-아이템(레벨 MAX) 4대 드래곤 로드의 힘이 담긴 드래곤 하트.

단출한 설명이다. 하지만 엄청난 기운을 담고 있다는 것은 대충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정말 저들에게는 게이트를 없애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나보다. 드래곤 일족의 멸종을 감수할 만큼.

그들은 이 안에서 얼마의 시간을 보냈던 것일까? 수백 년일 수도 있고, 수천 년일 수도 있다. 시간의 축은 다르니까.

키릭!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티거가 말한다.

[포탈이 사라졌습니다.]

포탈이 사라졌다는 말에 난 깜짝 놀랐다. 그때 호야는 마법서를 앞발로 톡 친다.

“어? 그러니까 이걸 배워서 포탈 마법을 사용해서 돌아가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지?”

냥!

그렇단다.

하긴 일종의 유산이랄까? 칼스티어의 뜻을 이어받는다는 의미로 난 마법서를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포탈 마법부터.

이미 포탈 마법을 배우긴 했지만, 제대로 배워진 것은 아니다. 완전한 마법은 이 마법서 안에 있을 테니까.

다행히 주변에는 먹을 것도 많았다. 식수도 있었고, 신선한 식재료들이 널려 있다. 드래곤이 이것을 먹으려고 했을 것 같지는 않고, 나 같은 누군가가 와서 자신들의 유산을 이어받을 때 필요한 부분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뭐, 일단 마음 편히 먹고 이거나 익혀보자. 그치, 호야?”

냐앙.

호야도 찬성한다.

키릭.

티거는 뭐 어차피 시키는 대로 하는 애라 별문제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문제라면 밖에 연락을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것을 익히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는 정도.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난 마법서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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