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46화 (146/182)

제146화

제146화 고작……

마법서를 익히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지금까지 정리되어 있지 않은 마법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느낌이랄까?

신기한 것은 이 마법서 자체다. 마법서의 페이지는 대충 겉으로 보기에 300페이지 정도로 보이지만, 아니다.

페이지를 펼치면 내가 읽을 수 있는 곳까지 확인이 가능하고 나머지 부분은 내가 그것은 온전히 이해를 해야 볼 수 있다.

그렇게 여기서 대충 7개월이 지났을 때 내가 읽은 페이지가 대충 1,000페이지를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페이지가 남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와, 짜증 나!”

냥! 퍽!

잠깐 짜증을 냈을 뿐인데 호야가 더 짜증을 낸다. 처음에는 대충 포탈 마법만 제대로 익히면 밖으로 나갈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

나도, 호야도.

하지만 포탈 마법을 익히는 것까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마법서는 마치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을 구현한 것처럼 실제로 익히는 부분을 사용해보도록 해두었다는 점이다.

내가 마법서를 익히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예를 들어서 온전한 파이어 볼 마법을 익히면 과제가 부여된다. 그것을 사용해서 트롤을 몇 마리 사냥하라는 식으로.

과제를 무시한다?

그럼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없다. 즉, 앞으로 이 안에서 얼마나 더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과제로 트롤을 잡고, 오우거를 잡고, 드레이크도 잡게 되면 경험치가 오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 레벨은 379까지 오른 상태.

광렙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도대체 이 수련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현재 가장 불안한 점이고, 이곳과 밖의 시간 비가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는 것이 더 큰 불안함이다.

냥냥냥!

호야는 드래곤이 그렇게 생각 없는 놈은 아닐 거라고 그런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군주가 없는 상황이 우리 영지에 좋을 리가 없다.

“아, 몰라.”

난 뒤로 발라당 누워버렸다. 그런 나를 보고 호야가 한숨을 쉰다. 그러면서 내 겨드랑이로 파고들어서는 자기도 눕는다. 그리고 내 겨드랑이에 섬세한 발놀림으로 꾹꾹이를 한다.

이게 나름 나를 위로해주고, 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행동이다.

“티거, 우리 여기 얼마나 있었다고?”

[지구 방식으로 시간을 측정할 때 7개월 23일 13시간 27분째입니다.]

8개월에 가까워지고 있다. 시간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다행이면서도 미치게 만드는 부분이다.

“하아, 잠깐만 쉬다가 하자.”

난 호야를 안고서 그대로 잠을 청했다. 참고로 호야는 티거를 잘 부린다. 티거는 여러 가지로 유용한 기계 고양이라 뭔가를 만드는 것도 참 잘한다.

이 거대한 드래곤 레어를 호야의 레어로 개조하고 있는 중이시다. 뭔 말이냐고?

벽면 가득 호야가 좋아할 만한 발판을 만들고, 숨어집을 만들고, 여기저기에 화장실도 만들고 있다.

죽은 칼스티어가 보면 개탄을 하지 않을까 싶어질 정도다.

* * *

클래스 마법.

흔히 판타지 소설에 많이 나오는 클래스 마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각각 마법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할 뿐이다.

이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 선행으로 이러이러한 마법을 배워야 한다. 이런 식이다. 애초에 드래곤이기에 그들에게는 클래스 마법 같은 것은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참고로 마법 영창 같은 것도 필요 없다. 마법은 그 자체를 이해해야 사용할 수 있는 거거든.

이 부분에서 칼스티어가 나에게 이것을 익힐 수 있을 거라고 한 것 같다. ‘진리를 이해하는 자’라는 특수한 전투 직업.

덕분에 난 마법서에 있는 모든 마법을 다 익힐 수 있었다. 골때리는 것은 포탈 마법과 차원 설정 마법이 가장 마지막에 튀어나와 있었다는 것이다.

마법서를 읽어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게 엄청나게 복잡하고 고난위도 작업이 필요한 마법이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내 레벨은 403까지 올랐다. 지구 시간으로는.

“얼마?”

[3년 1개월입니다.]

3년이 넘게 걸렸다. 제발 지구와 시간 비가 넉넉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만약 지구로 돌아갔는데 이미 지구가 멸망하고 그런 상황이라면 진짜 곤란하지 않겠는가.

“호야, 여기 마음에 들어?”

냐앙.

그렇단다. 역시 영역의 동물인 고양이다. 그동안 틈틈이 호야의 레어로 티거를 시켜서 작업했기에 호야에게는 매우 쾌적한 공간으로 변했다.

참고로 나를 배려해서 한쪽에 내 공간도 허락해줬다. 눈물 나게 고마운 배려가 아닐 수 없다.

“그럼 앞으로도 여기 사용할래?”

냥!

당연하단다. 이미 여기는 자기 집이란다. 내가 봐도 호야 집 같아 보이긴 한다.

“아무튼, 이제 나가자. 밖이 걱정이네.”

그동안 차원 포탈 마법까지 이해해서 드디어 해당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내가 가진 게이트와는 다른 것이 있는데, 포탈 마법은 단지 연결을 해두는 것뿐이다.

마법을 배우면서 게이트와 이 마법이 어떻게 다른지 매우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좌표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냐고?

물론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이라면 그곳을 지정할 수 있는 좌표가 필요하다. 지구라면 위도와 경도 같은 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내가 가본 곳이라면 곧장 사용할 수 있다.

난 내 게이트가 있는 내 방에 포탈을 연결했다. 영주 성으로 연결을 하려고 했지만, 그것은 두 개의 차원을 통과해야 했기에 어려웠다.

이곳이 지구에서 연결된 곳이기에 지구만 연결이 가능했다. 그래서 결국 내 방으로 연결을 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호야의 레어와도 언제든 연결할 수 있다.

* * *

“와, 역시 지구 공기가…… 안 좋아.”

여기는 사실 공기가 좋아야 정상이다. 대성역의 영역이니까. 그럼에도 안 좋게 느껴진다.

내가 있던 곳이 드래곤의 마나가 가득 차 있던 곳이라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참고로 드래곤 하트는 내 아공간에 있다. 드래곤의 마법을 배웠는데 아공간 정도는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마법서를 다 배워갈 때 칼스티어가 마법서 마지막에 남긴 글을 기억한다.

[게이트 소멸 전까지 그대의 마법을 7할은 숨겨라. 아니면 그대도 우리와 같이 세계에서 분리될 수도 있다.]

칼스티어의 충고였다. 드래곤의 힘은 브레스이기도 하지만 진짜는 이 마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가진 마법의 힘이 강대했기에 게이트는 위험분자로 분류하고 드래곤들을 분리한 것이다.

그리고 난 드래곤의 마법을 배웠다. 그렇다면 나 역시 게이트의 입장에서는 위험분자로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가정이다. 이미 핵폭탄을 분리했기에 더는 분리가 안 될 수도 있고, 드래곤과 인간이라는 차이점 때문에 분리가 안 될 수도 있다.

혹은 내가 대군주이기에 분리 대상에서 제외가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그럴 수도 있다는 것.

즉, 가설일 뿐이라는 것이 포인트다. 그러니 칼스티어의 충고대로 난 최대한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최소한 고레벨에 속하는 마법들은 말이다.

하지만 포탈은 사용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호야의 레어에서 나올 수 없었을 테니까.

“내 방은 일단 그대로고, 날짜가?”

스마트폰은 현재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일단 TV를 켜봤다. 뉴스 채널을 틀면 날짜를 알 수 있을 거로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TV를 트니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날짜는 일단 한 달 정도 흐른 거네. 시간 비 엄청나네.”

그쪽에서 3년을 넘게 지냈는데 여기서는 겨우 한 달이 지났다. 아마 드래곤들의 힘으로도 그게 최대한 이었을 거로 생각한다. 드래곤이 신은 아니니까.

냥!

호야는 자신의 캣타워에 올라가서 나랑 같이 TV를 보다가 울었다. 그래서 TV를 보니 신기한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대군주는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 아니, 돌아오기는 하는 겁니까?

국회의원이다. 예전에 경복궁에 와서 지X을 했던 그 국회의원이다. 그가 이번에도 경복궁 앞에서 정기훈에게 지X을 하고 있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난 일단 지켜보았다. 저런 내용을 TV에서 그냥 내보내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정기훈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말한다.

-대군주께서는 현재 개척을 진행 중이십니다. 당신들이 우리 대군주를 찾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정말 몰라서 그러십니까? 대성역의 기운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일주일 후면 우리 대성역이 다른 나라의 대성역과 다를 것이 없어진다는데, 대군주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디서 뭘 하는 겁니까?

대성역이 약해졌단다. 그래서 시스템창으로 확인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몇 가지 기능들이 봉인이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봉인 해제라고 선택지가 있다.

즉, 내가 언제든지 봉인 해제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 당장이라도.

하지만 일단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말은 바로 하시죠. 당신이 우리 대영지의 영지민입니까? 여기가 왜 우리 대성역입니까?

-대군주는 한국인 아닙니까? 그리고 당신도 한국인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고마워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만? 우리가 마음먹으면 언제든 한국인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을 잊었나 봅니다?

정기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우리 영지 사람들은 한국인이라기보다 내 영지민들이다. 그들에게는 이제 그 정체성이 더 중요하니까.

그리고 저 국회의원 지난번에도 저렇게 X신짓을 하더니 또 저런다. 저건 병이다. 그리고 그 국회의원과 떨어진 자리에서 몇몇 국회의원들이 서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러니까 저 양반이 대표로 삽질을 하는 중이라는 얘기시겠다.

하지만 이빨도 박히지 않을 우리 대영지의 재상에게 그게 통할 리가 있나.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로 안다고 그러더니 그 영화의 대사가 정말 찰떡이군요. 당신들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닙니까?

-흥, 한 달째 대군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우리가 모를 줄 아십니까? 이럴 거면 대성역을 중국이나 일본에 넘기는 게 모두를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이지 않습니까?

본론은 저거였나보다. 대성역을 팔아먹으려고. 난 호야를 보며 말했다.

“호야, 게이트에 티거 데리고 들어가 있어. 난 저기 좀 다녀와야겠다.”

냐앙.

호야는 귀찮다는 듯이 티거의 뒤통수를 때린다. 그리고는 티거를 발로 차면서 게이트로 들어간다.

“근데 저런 방송을 왜 하는 거지?”

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방송이 뉴스 속보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얘긴가?

“아, 저게 말로만 듣던 어용 방송인가?”

너튜브였어도 왜 하는지 모를 방송을 속보라는 타이틀까지 붙여서 방송을 하는 방송국. 저 방송국은 더 국회의원 집단과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일단 나중 문제고 난 우리 재상을 구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장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했다. 저기는 내가 잘 아는 장소니까.

* * *

“그러니까 당신들이 지금 경복궁을…….”

“더 해보시죠?”

“…….”

“고작 한 달. 그 한 달 사이에 나라를 팔아먹을 결심을 하다니 존경스럽네요, 여러분들.”

내 등장에 국회의원은 귀신을 본 듯한 얼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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