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화
제147화 여기서 참으면 등신이지
내가 등장하자 국회의원들은 심하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여기에 모인 국회의원들은 현 대통령과 다른 정당의 국회의원들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을 좀먹는 국회의원들의 정당이랄까? 예전에는 보수와 진보라는 것이 분명한 선이 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선도 사라졌다.
이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하나.
‘이익’이다.
절대로 이들은 나라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이들이 아니다. 선거철이 되면 어떻게든 자신들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서 당선을 이끌어 내지만, 그때가 지나면 야누스처럼 얼굴을 갈아 끼운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속한 정당은 괜찮으냐? 그것도 아니다. 이제는 이들과 그들의 구분이 별로 안 가는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대통령 측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여기에 없는 이유는 대통령이 통제를 잘해서일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영지에 속한 영주이기도 한 대통령은 강단이 있는 인물이니까.
그럼 이들은 왜 여기서 이 X랄을 하는가? 앞서 말했듯이 ‘이익’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게 국익이냐고? 설마. 이들에게 ‘이익’이란 자신들의 주머니를 의미한다.
이들의 주머니를 챙겨 줄 이들은 어디냐? 뻔하지 않은가?
중국과 일본이다. 그 나라들은 대성역이 골칫거리가 되었는데, 그 옆에 자신들이 한때 지배를 했다고 믿거나, 속국이라고 믿는 대한민국의 대성역은 세계 최고의 대성역이 되었다.
어라? 근데 대성역의 주인이 한 달이나 자리를 비웠다. 분명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내 공식적인 마지막 행적은 드레이크들의 근원을 없애기 위해서 포털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을 테니까.
그 안에서 내가 죽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내가 죽었다면 대성역의 주인이 바뀌었을 테니까.
하지만 한 달이나 내가 돌아오지 않자 이들은 판단했다.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그렇다면 그 권한을 분할하고 있는 정기훈을 압박하고, 영지를 압박하면 잘하면 비싼 값에 팔아먹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했을지도 모른다.
“대군주님, 죄송합니다.”
“정기훈 씨가 죄송할 일은 아니죠.”
“그……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가 우습게 보였나 봅니다.”
내 말에 정기훈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렇게 보였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거기에 정기훈은 의외로 곧은 인물이라 지금까지 대성역의 혜택을 거의 공짜로 대한민국에 나눠주었다. 물론, 권력자들에게 나눠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못 사는 이들을 위주로 그들의 병을 치료해 주고, 그들에게 대성역의 농작물과 식재료들을 싼값에 공급하면서 대한민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고 있었다.
솔직히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해 준 대가가 이렇게 돌아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 저희는.”
“닥치세요. 지금 우리 얘기하는 거 안 보입니까?”
내가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 웬만하면 난 남들에게 이런 소리를 잘 안 하지만 이건 선을 세게 넘은 거다.
“국회의원들에게 그게 무슨 망발입니까?”
“당신들이 한 망발은? 대성역을 팔아먹겠다? 그게 이완용이랑 뭐가 달라? 아, 이 중에 이완용이나 그 비슷한 집안 인간들이 많았던가?”
“무슨 말도 안 되는.”
“부끄러운 줄은 아나 보네? 그럼 닥치고 있어. 당신들 여기서 멀쩡히 돌아갈 수 있을 거로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지?”
“지금 협박하는 거요?”
“협박이라니. 난 사실을 말하는 거야. 당신들은 그런 짓을 하고 언제나처럼 멀쩡히 욕이나 좀 먹고 돌아간다고 착각했나 본데, 난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국가가 가만두지 않을 거다!”
“가만히 안 두면? 나를 어쩔 힘은 있고?”
“이익!”
사실상 대한민국의 힘으로 날 어떻게 한다? 핵폭탄이 날아와도 난 이제 멀쩡할 자신이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핵보유국도 아니다. 그렇다고 저들을 살리려고 여기에 폭격을 가할까?
그런 미친 결정을 대통령이 할 리가 없다.
“대, 대국이 용서치 않을 거다.”
“괜찮아, 나도 거기 용서할 생각이 없거든.”
“일본도 마찬가지요. 당신을 응징할 거요.”
“나서주면 고맙지. 확 밟아 버리고 싶은 거 참고 있었는데.”
냥냥!
호야는 잘했다고 앞발로 박수를 친다. 티거는 열심히 저들을 스캔하고 인터넷에 접속을 하고 있다. 아마 저들에 대한 비리를 찾고 있지 않을까 싶다.
티거가 저렇게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저들이 가지고 있는 핸드폰을 해킹하는 것부터 세상 어떤 컴퓨터도 해킹이 가능한 무서운 애다.
아무튼, 내가 막 나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오히려 박수를 친다.
짝짝짝짝!
“와! 대군주님 만세!”
저 만세 소리도 예전에는 중국의 눈치가 보여서 천세라고 외치던 때가 있었다. 조선이던 시절이나 그 이전 고려 같은 때에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만세를 부르건 딱히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정말 사소한 거니까.
‘대한독립 만세!’라는 외침은 한국인들이라면 어려서부터 여러 TV를 통해서 자주 접했을 것이다.
그 사소한 ‘만세’ 하나도 눈치를 봐야 했던 것이 우리나라고, 우리 민족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속에서 열불이 피어오른다.
국회의원들은 경찰들에게 뭔가를 지시한다. 경찰들은 진짜 하기 싫다는 표정이지만 국회의원을 보호해야 하는 것도 저들의 분명한 임무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난 선을 그었다.
“국회의원들을 도울 생각은 하지 마세요. 저들은 중범죄자들입니다.”
“그건 법원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강단이 있어 보이는 경찰 하나가 나서서 말한다. 사실 맞는 말이지. 하지만 이미 법은 저들을 심판하는 것을 사실상 포기했다.
여당, 야당으로 나누면서 저들이 찰떡같이 한 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일단 자신들의 연금이라든가, 보수에 대한 결정을 할 때는 여야가 한마음이 되어서 바로 통과를 시킨다.
그리고 보통 자신들이 불리한 법안이 발의될 때도 마찬가지. 찰떡같은 팀워크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외에 국민들을 위한 법안들을 통과할 때는 어찌나 이해득실을 따지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지 싹 다 죽어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솔직히 많다. 아마 나만 그런 생각하지는 않을 거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살려 둔 이유는 솔직히 나도 이기적이지만 나를 직접적으로 크게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번에는 선을 넘었다. 그래서 난 내가 상상만 하던 일을 한 번 해 볼까 한다.
죽일 거냐고?
글쎄, 굳이 인력을 낭비할 필요가 있나. 죽이진 않을 거다. 단지 죽지도 못하는 이들로 만들 생각이다.
죽이는 게 더 자비로울 정도로.
키릭!
[준비가 끝났습니다.]
티거가 알려온다.
“전송해.”
[전송 실행]
띠링, 띠링.
까뚝까뚝.
지이이잉, 지이이잉.
사방팔방에서 스마트폰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쳐다본다. 전 국민의 스마트폰을 통해서 저들이 지금까지 저지른 비리가 폭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이게 뭐야?”
“와 씨, 저런 개잡놈들.”
“미친 저게 인간들이야?”
사람들은 구경을 나왔다가 자신들의 스마트폰에 전송된 내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보좌관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자신들이 중국에, 혹은 일본에 대성역을 어떤 식으로 팔아넘기려고 했는지, 그때 누구를 만나서 어떤 대화를 했는지 등등이 다 폭로되고 있고, 성 추문, 횡령, 비자금 조성, 뇌물수수에 음주운전 같은 것들까지 다양하게 저들의 비리가 실시간으로 폭로되고 있으니까.
오죽하면 강단 있게 나섰던 경찰마저 뒷걸음질을 치는 중이다.
난 이 자리에 있는 국회의원들을 보며 마법을 사용했다.
“속박.”
대단한 마법은 아니다. 하지만 저들은 내 허락이 없이는 지금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다. 아, 상체가 움직이는 것은 가능하다. 하체를 절단하고 튀겠다?
그건 인정해 줘야지. 그 정도 정신력이면 난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소중하고, 중요한 인간들이 과연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참고로 당신들은 내 허락 없이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해.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무릎 아래를 잘라. 그럼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을 거야. 참고로 그렇게 한 사람한테는 죄를 묻지 않는다고 약속하지.”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그럼 멀쩡한 남의 대성역을 팔아먹으려던 것은 말이 되고? 어디 보자 김명진 씨는 어우 미성년자 성추행에, 음주운전, 뇌물에 횡령, 와 종합 선물 세트네? 당신이 여기에서 죽는다고 슬퍼할 사람이 있을까? 아 참고로 당신들을 내가 직접 죽일 생각은 없어. 난 자비롭거든.”
“무, 무슨 짓을 할 생각이냐? 여기는 대한민국이다.”
“그치, 그런데 여기는 내 대성역이지. 대한민국이 나를 어떻게 하려고 한다? 그럼 후회할걸? 내가 힘이 없어서, 혹은 성격이 등신 같아서 지금까지 참고 있었다고 착각하나 본데? 귀찮아서 가만히 있던 거야. 그런데 이제는 귀찮음을 넘었네? 그럼 응징을 해야지. 저기 방송국분?”
“네, 네?”
“이딴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속보라고 붙여서 방송하고 계시던데 저분들한테 뭐라도 드셨나 봐요?”
물으면서 난 ‘고백’이라는 마법을 사용했다. 이 마법도 막 그렇게 대단한 마법은 아니지만, 내가 묻는 말에 거짓을 말할 수 없는 재미있는 마법이다.
“그게 이쪽 정당이랑 우리 회사가 붙어먹은 지는 좀 됐습니다. 사장 이하 임원진들은 모두 돈을 받아 처먹은 건지 우리한테 여기로 가서 실시간 방송을 하라고 하더군요. 더러워도 어떡합니까? 밥줄인데. 헉!”
기자는 자신이 한 말이 뭔 내용인지 뒤늦게 깨닫고 깜짝 놀랐다.
“자, 기왕에 속보하는 김에 계속 내보내세요.”
“네, 알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들. 그동안 그런 생각 한번 안 해 보신 분 별로 없을 겁니다. 저것들 다 어디 가둬 놓고 지들끼리만 뒈지게 싸우게 하면 좋겠다 그런 생각들. 하지만 그 즐거운 상상은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했죠? 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군주로서 여러분들의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드리고자 합니다. 이 시간부로 비리 혐의가 있는 모든 국회의원들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게 될 겁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만 해당되냐구요? 그럼 너무 불공평하겠죠? 중대범죄를 저지르고도 멀쩡히 국회의원을 하는 모든 국회의원들을 사라지게 만들 생각입니다.”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국회의원 하나가 나를 보며 소리친다. 그리고 난 그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탁!
그러자 그가 사라졌다. 어느 정도 마법을 사용했을 때 게이트가 나를 세상에서 분리시킬까?
사실 그런 걱정이 들긴 했지만, 이 정도로 나를 어떻게 할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사용한 방법은 대박 흥행을 했던 어느 히어로 집단과 싸우던 최악의 악당이 했던 것을 흉내 낸 것이다. 손가락을 튕김으로 그는 세상의 반을 사라지게 했지만, 난 국회의원을 사라지게 했다.
방금 그 인간이 어디 있냐고?
호야의 레어가 있는 곳으로 날려 버린 거다. 거긴 나름 땅도 있고, 짐승들도 있으니 열심히 땅을 파고 그럼 목숨은 부지할 수 있다.
단지 다시는 이리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이 자리에 있던 국회의원들과 그들과 진하게 연결된 보좌관들이 모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