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화
제148화 청소
우리 경복궁 앞에서 난리를 치던 국회의원들을 다 날려 보내고 난 곧장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아직 날려야 할 인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티거 VR모드 가능해?”
[활성화합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과학적으로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당연히 없다. 난 문과거든.
생각해 봐라,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어떻게 인터넷에 연결되고, 화면이 터치되고, 그런 것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보통은 그냥 그게 되니까 쓰는 거다. 나처럼 꼭 문과가 아니라도 애당초 신경을 안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다. 그리도 티거가 된다고 하니 난 VR을 가동시켰다.
이 VR이 뭐냐?
비리를 저지를 사람들을 가려내는 VR이다. 저렇게.
-여당 국회의원 감총진.
비리 내역 36건(자세히 보기 터치).
이런 식으로 내 눈에 보인다. 그럼 난 이 비리 내역을 터치해서 세상에 뿌린다. 그리고 손가락을 딱!
내 눈앞에 있던 감총진이라는 국회의원이 사라졌다. 국회의사당은 난리가 났다. 내가 돌아다니면서 국회의원들을 학살한다는 소문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죽인 적은 없지만, 저들이 눈앞에서 치워졌으니 죽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난 상관없기도 하고.
그렇게 국회의원들 사무실을 돌았는데, 처음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탐색을 해 보니 국회 본회의장에 모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저들은 국회에서 사용하는 TV를 중계하면서 내가 마치 자신들을 핍박한다는 듯한 개소리를 그럴듯하게 하고 있다.
원래 저들의 주특기가 저거다. 하지만 나랑은 상관이 없는 거다. 작정을 하기 전이라면 고려를 조금이라도 해 보겠지만, 난 저들은 우리나라, 아니 우리 세상에서 분리시켜 버리기로 마음먹었으니까.
난 국회 본회의장의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당연히 이런 소리는 나지 않는다. 아주 평소에 기름칠을 잘해 둔 것 같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헌터들이 눈에 들어온다.
웃긴 것은 저 헌터들 대부분이 중국과 일본의 헌터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웃기게도 그 헌터들은 양쪽으로 갈라서 있는데 거기에는 여당과 야당으로 나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중국에 돈 먹은 의원은 여야에 다 있고, 일본에서 돈 먹은 의원도 여야에 다 있다는 거다.
“이게 나라냐?”
몇 년 전에 유행했던 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대통령을 탄핵했었다. 지금 대통령은 당시 그 대통령이 있던 정당도 아니고, 탄핵을 주도했던 야당도 아니다. 제3당에서 대통령이 나온 특이한 경우다. 그리고 그 당이 지금은 여당이긴 하지만 극여소 야대의 형국이 현재 대한민국이다.
난 이곳에 오기 전에 대통령에게 얘기해 두었다. 비리가 있는 국회의원들을 모두 날려 버릴 거라고. 대통령은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겠냐고 했지만, 난 없다고 단언했다.
더는 봐줄 생각이 1도 없으니까.
“그래서…… 지금 나한테 덤비겠다고?”
난 헌터들을 보며 말했다. 헌터들은 200레벨이 넘는 고레벨 헌터들이다. 물론 나랑 비교할 수준은 절대 아니고, 난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저들 모두를 처리할 수 있다.
당연히 저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저들은 나를 막으려고 왔던 것은 아닐 거다. 끽해야 판단 미스를 하고 우리 영지의 헌터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로 착각하고 있는 이들이랄까?
심지어 저들로는 우리 영지의 기사단도 상대하기 어렵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당신이 아무리 대군주라고 해도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중국 헌터 하나가 나서서 말한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그래서 막을 거냐고.”
“…….”
나는 지금 기분이 매우 안 좋다. 고작 한 달 사이에 이런 짓을 저지르고 있는 중국과 일본, 거기에 동조한 국회의원들까지. 깡그리 없애고 싶은 생각이다.
“참고로 말하는데, 난 나에게 적대적인 헌터를 살려 둘 생각이 없어. 그리고 그건 헌터들 사이에서는 불문율이잖아? 국제법으로도 별문제 없는 걸로 알고 있고. 그러니까 피 보기 싫으면 비켜.”
헌터들 사이에서 내가 저들을 죽인다고 해도 별문제는 없다. 물론 먼저 경고하고, 그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의 문제다.
하지만 여기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저들은 명백히 대군주인 내 영역에 들어와 있다는 점이다. 남의 영지에서 깽판을 치는 헌터?
당연히 해당 영지의 군주가 그들의 생사여탈권을 가진다. 이건 세계연합에서 이미 공신한 부분이다.
그러니 내 영역에 들어와 있는 저들을 내가 죽인다고 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
“알고 있지? 당신들이 지금 내 영역에 들어와 있고, 이 영역의 대군주는 나라는 사실. 그럼 내가 당신들을 그냥 죽여 버려도 할 말이 없을 텐데?”
“이런 무도한!”
중국 헌터 하나가 나선다.
딱.
손가락을 튕겼다. 호야의 레어로 보낸 거냐고? 아니다. 그냥 불타 버리게 했다. 저 불은 꺼지지 않는다. 왜? 마법이니까.
물론, 손가락을 튕긴 것은 그냥 한 거다. 겁주려고.
냐웅냥냥.
호야는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실 호야에게 저들은 여흥거리도 안 될 거긴 하다.
[저들의 죄를 띄웁니다.]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은 티거다. 티거는 어디에서 나온 정보인지 방금 내가 죽인 헌터의 죄를 국회 본회의장 큰 화면에 띄웠다.
민간인을 성폭행하고, 강도에 살인까지. 다양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헌터였다.
“이거 살려 두면 지구가 오염될 놈들일세.”
다른 헌터들에 대한 정보도 띄운다. 다른 헌터들 역시 대부분 더러운 범죄와 연루된 놈들이다. 딱 다섯 명만 범죄가 없다. 범죄가 없는 건지 아니면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범죄를 저질러서 나오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것 같았다.
마법을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는 마나의 흐름을 보는 눈. 이것으로 볼 때 저들은 별다른 죄가 없어 보였다.
“거기 너, 너, 그리고 너랑 너랑 너. 그렇게 다섯은 뒤로 빠져. 아니면 죽는다.”
내 말에 다섯은 재빨리 뒤로 빠진다. 그리고 남은 헌터들에게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너희 나라에서 너희가 한 짓이 범죄일지 아닐지는 뭐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범죄를 저지른 헌터 새끼들이 감히 내 영지에 와서 분탕질을 치는 꼴은 못 보겠지?”
딱!
이번에도 손가락을 튕겼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 마나를 배열하고, 속성을 부여하고, 여러 가지를 내면에서 한 거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손가락 튕김으로 스킬을 사용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섯 명을 제외한 모든 헌터가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이 된 이들의 노래가 문득 떠오른다.
불타오른다.
그렇게 활활 불타오르지만, 저 불은 마법의 불이기에 대상을 제외하고는 불태우지 않는다. 그러니까 헌터만 태우고 사라진다는 의미.
국민의 혈세로 만든 국회의사당을 태워버릴 수야 없는 일이니까.
“거기 다섯.”
“네!”
“돌아가라. 그리고 우리나라에 발 들이지 마라. 너희는 별다른 죄가 없어서 그냥 보내 주는 거다. 그리고 죄를 짓거든…….”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나를 마주하지 마라. 그럼 그땐 죽는다.”
“아, 알겠습니다!”
중국인 셋에 일본인 둘. 그들은 후다닥 밖으로 도망쳤다. 돌아가는 길이야 알아서 하겠지.
난 그들이 나가고 문을 봉쇄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마법을 사용하면 되거든.
잠금 마법.
이제 이곳은 외부에서 들어올 수도, 내부에서 나갈 수도 없는 곳이 된 거다.
“자, 다들 앉으세요. 그리고 실례지만 제가 앞으로 좀 나가죠.”
국회 본회의장은 크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이 싸우고, 자빠져 자고, 폰 보다 걸리고 그러는 게 대부분 여기서 이뤄지는 일이다.
난 의장석 바로 아래에 마련되어 있는 보통 발표를 하는 그 자리에 섰다. 의장석에 서서 얘기할까 했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지금부터 여러분의 죄를 한 번 파헤쳐 봅시다.”
그러다 국회의원 하나가 손을 든다.
“말씀하세요.”
“무슨 권한으로 그렇게 한다는 겁니까?”
“그러네요, 저한테 그런 권한은 없네요. 굳이 들자면 국민이라는 거?”
“그게 무슨.”
“국민이니까 여러분을 심판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이 중에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분도 있고, 무슨 설치류쯤으로 아는 분도 계신 것은 알지만, 국민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무서운 거 아니겠습니까?”
“…….”
아무도 대답이 없다.
“아니면 말구요. 그런데 어쩌죠? 전 국민이기도 하지만, 겁나게 힘이 있고, 무서운 사람일 텐데요?”
“힘으로 겁박을 하겠다는 겁니까?”
“맞아요. 그럼 안 되나요? 여러분들이 자주 하던 짓이잖아요? 권력으로 사람 겁박하는 게 주특기인 분들 아닙니까? 별 대단하지도 않은 당신들도 할 수 있는 걸 나는 왜 못하지?”
난 더는 존대를 하지 않았다. 그럴 가치가 없으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무슨 근거로.”
“최호만 씨, 그 근거 보여 드리죠. 화면 봐 주세요. 큼직하니 좋네요.”
최호만이라는 국회의원의 비리와 그가 저지른 많은 것들의 영상이 화면을 통해서 나오고 있다.
“조작이다! 저건 말이 안 된다! 저런 게 남아 있을 리가!”
그러니까 죄를 안 지었다가 아니라 죄를 지은 장면이 남아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소리다.
“간단하게 해결해 드릴게요.”
난 ‘고백’ 마법을 사용하고 그에게 물었다.
“저기 나오는 장면이 언제 일입니까?”
“저건 2021년 9월 7일에 있었던…….”
줄줄 자기 입으로 고백을 하는 최호만. 그것을 보고 다른 국회의원들의 안색이 파래진다.
“자, 그렇다고 모두를 처벌할 수야 없겠죠? 경범죄 수준의 가벼운 죄를 지은 분들의 명단을 따로 불러드릴 이유가 없겠네요. 몇 분 안 계셔서. 그럼 중범죄를 지은 분들에 대한 처분을 내릴게요.”
딱!
순식간에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국회의원들 대다수가 사라졌다.
“헉!”
남아 있는 국회의원들은 겨우 열다섯 명.
이들이 선한 사람들인지, 악한 사람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아까 일본 편에도 중국 편에도 서지 않았던 이들이고, 비리 정황도 없고, 범죄혐의도 없다.
경범죄라는 것도 신호 위반이나 그런 것들이고 착실하게 범칙금을 다 낸 이들이다. 즉, 그냥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
“국회가 한산해졌네요? 앞으로 국회가 잘 돌아가겠어요.”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남아 있던 이들 중에 그나마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는 이가 따진다.
“그럼 저한테 그런 짓을 하고 제가 그냥 지난번처럼 좋게 넘어갈 줄 알았습니까? 제가 등신으로 보이세요?”
“전 그 일에 가담하지 않았습니다.”
“네, 그래서 무사하시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들을 막지 못한 책임은 있는 것 아닙니까? 국민들이 당신들에게 나라 팔아먹고, 나라 팔아먹는 이들 못 본 척하라고 투표를 해 준 게 아닐 텐데요?”
“하지만.”
“전 아직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싫지 않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그런 인간들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또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보내 버릴 생각입니다. 참고로 다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설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국회의원은 권력을 가지려고 나설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요.”
“그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조만간 그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방송을 통해서 보여 드릴게요.”
티거라면 충분히 찍을 수 있을 테니까.
난 그 말을 하고 호야의 레어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