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49화 (149/182)

제149화

제149화 정리, 그리고 준비

호야의 레어, 원래는 드래곤의 레어였던 그것은 완전히 호야에게 맞춤으로 변신해 있다. 티거는 자기가 유용한 기계라는 것을 어필하듯이 호야의 기호에 맞게 레어를 고쳤다.

우리 호야는 아무리 세계관 최강자로 예상되는 엄청난 아이라도 본성이 고양이라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좋아한다.

그래서 벽면을 가득 채운 캣워커와 거대하다 못해 어이가 상실할 것 같은 위대한 캣타워들.

거기에 캣타워 사이를 이어 주는 구름다리와 여기저기에 파여 있는 숨어숨어 집들까지.

다행히 한쪽 구석에 내 방도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 위안이랄까?

그리고 여기에 엄청난 것이 있는데 드래곤의 레어라고 생각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맞다. 바로 엄청난 보물들이 있다. 보석류와 드워프들을 갈아서 만들었을 것 같은 여러 가지 액세서리와 무기, 방어구들.

사실 드래곤이 저걸 사용할 리는 없다고 보지만, 그들은 그냥 모은다. 모으는 게 그들의 소소한 즐거움이랄까?

덕분에 여기저기 창고에 여러 가지들이 있고, 마법 도구와 연금에 사용될 것 같은 많은 재료들도 쌓여 있다.

아직 난 드래곤의 연금술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이 부분은 마법서에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보다 마법들을 먼저 익혀야 했기에 아직은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만들어 볼 생각이다.

냐하하하, 냥냥.

저건 웃는 거다. 우리 호야가 겁나 신이 나 버렸다. 레어를 거의 음속으로 돌아다니신다. 여기저기를 말이다. 티거는 그런 호야의 집사라도 되는 것처럼 따라 움직이는데 우다다의 보조를 맞춰서 함께 움직이는 것을 보면 쟤도 전투력이 장난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호야를 따라다닌다는 것은 나로서도 상당히 버거운 일이니까.

그리고 티거의 또 한 가지 효용.

냥!

호야가 티거의 머리를 앞발로 누른다. 그러자 티거가 내부의 창고에서 뭔가를 꺼낸다. 바로 짜 먹는 간식.

그리고 그것을 입으로 물고 호야에게 짜 준다. 호야는 마치 왕이 된 것 같은 거만한 자세로 그것을 천천히 음미한다. 진짜 쟤가 왕이다.

대군주고 뭐고 저런 게 진짜 즐거운 인생, 아니 냥생이 아닐까?

호야는 그렇게 즐거운 냥생을 하고 있는 동안에 난 레어 밖으로 나갔다. 참고로 국회, 아니 국회의원들은 전부 레어 밖의 숲길에 소환되었다.

말이 숲길이지 저기도 개간을 좀 해서 바뀌었다. 숲이라 짐승도 있고, 열매도 있고, 옹달샘도 있다.

즉, 마음먹고 살고자 한다면 못 살 곳은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현대의 이기를 누리고, 누리던 국회의원들에게는 매우 힘든 삶이 되겠지만, 그거야 저들의 죄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해야 한다.

난 혹시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가 있나 살펴보았다. 참고로 여기는 레어의 주인이 나로 등록이 되어 있기에 레어의 모든 것은 영지를 관리하듯이 관리할 수 있다.

물론, 실질적인 주인은 호야지만 호야는 나의 영혼의 반쪽이니 괜찮다. 괜찮을 거다. 괜찮은 거 맞다.

“어디 보자……. 모두 생존해 있네?”

혹시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생겼을까 싶었는데 그런 것도 없다. 참고로 시간 비율도 맞출 수 있기에 난 레어 밖을 지구와 1:1 비율로 시간을 맞춰 놨다.

시간으로 저들을 괴롭힐 이유가 없으니까. 어차피 저들은 여기서 못 나간다. 그런데 시간비를 바꾸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저들이 늙어 죽을 수도 있다. 그건 저들에게는 똑같은 시간으로 늙어 죽는 거라지만 내 입장에서 어느 날 다 늙어 죽어 있다면 괜히 짜증 나지 않겠는가?

내 인성에 문제가 있지 않냐고? 인정한다. 그리고 앞으로 더 인성에 문제가 있을 것도 같다. 세상이 날 가만두지 않으니까.

난 일단 나에게 투명화 마법을 사용한 후에 저들이 뭘 하고 있나 살펴보기 위해서 나왔다.

“이 의원, 정말 그럴 거요?”

“누가 먼저 건드렸는데? 박 의원이야말로 고작 사냥감으로 이러는 게 말이 되는 짓이오?”

“흥! 물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소?”

“식량 없이는 살 수 있고?”

대충 보아하니 저들은 여전히 편을 나눠서 싸우고 있다. 한쪽은 옹달샘을 확보했고, 한쪽은 사냥감들을 확보한 것 같다.

이 와중에도 편을 나눠 싸우다니 나름 존경스럽다랄까? 정말 대단한 인간들이다. 혹시나 해서 살펴보았지만, 실의에 빠져서 무기력하게 움직이고 그런 인간은 의외로 없다.

진짜 생존력 하나는 짱인 인간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꼬라지는 말이 아니다. 옷은 이미 다 작살이 나 있는 상태고, 여기저기 더러운 것들도 잔뜩 묻어 있다.

그 와중에 소수의 다른 이들이 등장해서 말한다.

“열매랑 물, 혹은 고기랑 교환하실 분?”

저들은 열매를 차지했나 보다. 그리고 자신들이 가진 것으로 협상을 한다. 사실 열매면 수분도 있고, 열량도 채울 수 있으니 제일 좋은 부분인가? 저런 부분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저렇게 잘들 살고 있는 것을 보니 괜히 열이 받는다. 그래도 난 내 손을 직접 더럽히고 싶지는 않다.

“티거, 저것들 대충 다 동영상으로 찍어서 나중에 지구로 귀환하면 인터넷에 올려.”

[알겠습니다.]

티거는 참 좋다. 여러 가지로 참 쓸모가 있는 애다.

난 어찌 되었건 저들에게서 신경을 끄기로 했다.

그리고 호야의 레어로 돌아와 이것저것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연금술을 좀 발전시켜 볼 생각이다.

* * *

엄청난 시간비를 가진 레어에서의 작업이기에 내가 다시 지구로 돌아왔을 때는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 사이에 티거는 그 몇 시간 동안의 영상을 찍은 것들을 인터넷에 올렸고, 그 영상은 사람들의 미친듯한 좋아요를 긁어모았다.

거기에 외국인들의 댓글도 많이 달렸는데 자국도 도입해 달라는 요청들이었다. 하긴 썩어 빠진 정치인이 한국에만 있을 리는 없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남의 나라 정치인을 레어로 보내기는 좀 그렇다. 어찌 되었건 난 한국인이니까. 그렇게 내 영주성으로 돌아왔을 때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대군주님?”

“네, 대통령님.”

바로 대통령이었다.

“혹시나 말씀드리지만, 전 그 조치에 대해서 불만은 없습니다.”

먼저 선수를 친다. 확실히 정치인이다.

“그래서, 절 찾아오신 용건은?”

“이번에 보결선거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 후보들을 좀 검증해 주실 수 있을까 싶어서…… 죄송합니다.”

빠르다고 해야 되나? 대통령은 내가 그들의 비리를 알아낼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그게 나쁘냐고? 천만에 난 오히려 좋다고 본다.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썩어 빠진 정치인들을 언제 걸러낼 것인가?

“좋습니다. 제가 내일까지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을 보내드리죠.”

“감사합니다. 이런 일로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 인간들과 연루된 자들의 명단입니다.”

난 그 명단을 받았다. 이미 이 명단은 가지고 있지만, 대통령이 주니까 받은 것이다.

“이들에 대한 처리는…….”

“전부 잡아들였습니다. 국가보안법 위반입니다.”

“네, 지구의 법은 대통령님이 알아서 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지구의 일에 개입하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군주님의 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일로 신경 쓰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하는 김에 대한민국을 조금 더 깨끗한 동네로 만들고 싶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이들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어서 뿌릴 생각입니다. 최소한 한 번 정도는 대규모로 청소를 해야 동네가 좀 냄새도 안 나고 그러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수위가…….”

“대한민국의 법을 기준으로 실형을 선고받아야 마땅한 이들로만 하겠습니다.”

“그…… 알겠습니다.”

난 칼을 뽑은 김에 아주 미친 듯이 휘둘러 볼 생각이다.

“정기훈 씨.”

“네, 대군주님.”

“제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뭐, 한 번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제가 파일을 드릴 테니 정기훈 씨가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여기 대통령님과 상의하시고.”

“네, 맡겨 주십시오.”

정기훈이 이를 갈았다.

“아, 그리고 이거.”

난 아공간에서 이것저것을 꺼냈다. 내가 연금술로 만든 것들이다.

“포션들입니다.”

“기존의 포션과 다른 겁니까?”

“음 기존에 우윙이 만들던 포션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걸 기사단에 배급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연금술로 가장 많이 만든 것은 체력 포션과 마나 포션이다. 사실 이게 제일 많이 쓰이는 것들이니까.

우윙이 만든 포션도 성능이 나쁘지 않았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다. 그렇기에 가장 많은 수량을 만들었다. 그 외에 여러 가지 포션들이 있는데 성장 포션은 펫을 성장시키는 포션이다. 주로 탈것들의 레벨을 빨리 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션 중의 하나.

“이건 불새한테 좀 먹이세요.”

“이게…… 어디 보자. 후대의 축복? 어라? 자손을 많이 보게 해 주는 거네요?”

정기훈의 관찰로 포션의 능력을 본 거다.

“네, 불새가 알을 많이 낳아야겠죠?”

“하하, 알겠습니다.”

정기훈에게 이런저런 포션들을 전해 주고 티거를 통해서 파일을 내일까지 전송해 주기로 하고 정기훈과 대통령을 보냈다.

그리고 부모님을 찾아가서 미친 듯이 등짝 스매싱을 당했다.

요즘 부모님이 힘에 올인을 하셨나? 레벨 차이가 그렇게 나는데도 겁나 아픈 것을 보면 저건 능력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잔소리는 길게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잘 돌아왔다고 안아 주셨다. 사실 내가 한 달이나 사라져 있으니 가장 속이 타신 분들을 부모님이셨을 거다.

다음은 시연이.

시연이는 망치로 때려도 되냐고 수줍게 물어온다. 그래서 호야의 레어로 데리고 가겠다고 하니 망치를 사뿐히 내려놨다.

선우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뭐 한 달이 대수라고. 난 당연히 올 줄 알았지.”

이놈은 대범한 건가? 나를 엄청 믿는 건가? 아니면 그냥 별생각이 없는 건가? 아무튼 나라도 선우가 사라졌지만 생존해 있다는 것만 알면 돌아올 때까지 별로 신경은 안 쓸 것 같긴 하다. 그래서 친구인가 보다.

의외인 것은 고연주였다. 고연주는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더니 펑펑 울기 시작했다.

“저기…….”

“가만히 좀 있어요!”

“아, 네.”

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매서운 말투에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한참 울고 나서 말한다.

“대군주님이 사라지면 우리 영지도 망한다구요.”

“아, 알겠습니다.”

그래서 그랬나 보다. 그런 나를 뭔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시연이와 선우를 뒤로하고 난 헬레나와 레라를 만났다. 그녀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웃으며 나를 반겨 주었다.

“앞으로 두 사람이 배워야 할 마법이 많을 겁니다.”

“네?”

“뭐 곧 알게 될 겁니다.”

“네!”

그렇게 둘을 뒤로하고 난 드워프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제 전쟁을 준비할 때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티거라는 오파츠가 존재한다. 티거를 통해서 난 드워프들과 전쟁을 준비할 거다.

세계수를 끝장내야 지구를 살릴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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