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1화
제151화 대수림의 끝
대수림의 현 상황을 살펴보자면 대부분의 대수림은 탐험을 끝낸 상태다. 희한하게 게임 속 세상처럼 대수림은 분명한 경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자면 오우거 존이라고 하면 걔들은 오우거 존 안에서만 돌아다니고, 그 밖으로는 웬만해서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상당히 재미있는 것이 있는데, 먹이사슬로 보자면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있는 녀석들일수록 그 경계가 좁고 아래로 갈수록 그 경계가 넓다는 점이다.
즉, 가장 먹이사슬의 최하단이랄 수 있는 고블린이나 코볼트 같은 애들은 그냥 전 지역을 돌아다닌다. 오크는 그보다는 좀 좁은 지역을 돌아다니고.
이런 식으로 먹이사슬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디에 해당하냐고?
인간은 사실 먹이사슬 최하단이라 그런지 어디를 가건 경계를 지나가는 데 별 문제가 없다.
아, 물론 그곳을 내가 먼저 뚫어 놨을 때의 이야기다. 그전에는 경계에 걸려 있는 결계 때문에 지나가지 못한다. 그리고 난 그 결계를 다 뚫어 놓은 상태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어디든 갈 수 있다.
현재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은 딱 한 곳, 세계수의 영역이다.
이 세계수의 영역의 크기는 반경 10킬로미터 정도 된다. 말 그대로 엄청나게 큰 놈이고, 영역도 크다. 대수림에서 가장 큰 영역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라고 봐야 한다.
거기에 그 안에는 세계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수를 어머니로 믿고 있는 엘프들이 우글거린다.
지난번에 우리가 상대했던 엘프들은 게임으로 치자면 엄청나게 너프가 된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녀석들은.
“평균이 350레벨이네.”
말 그대로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다. 현재 내 레벨이 420레벨이다. 그리고 시호 수호대의 레벨은 350레벨 근처.
나머지 기사단들의 레벨은 300레벨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그래서 난 결단을 내렸다.
“다들 렙업하고 옵시다!”
“네!”
엘프들을 바로 공격하려고 했지만, 상대 레벨이 만만치 않았기에 우리는 바로 공격은 못하고 레벨업을 하러 다녀야 했다.
그렇게 게이트 안에서 우리는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레벨업에 매달렸다.
즉, 지구 시간으로 한 달이 걸렸다는 이야기다. 그 사이에 지구에서는 별별 일들이 많이 벌어졌지만, 당장 지구가 망할 정도의 일은 없었고, 우리를 건드리는 인간도 없었다.
국회의원을 한 방에 다 날려 버린 내 이야기가 퍼지면서 사람들은 최시우 대군주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하고 있다고 들었다.
마음에 안 들면 일반인도 날려 버릴 수 있는 괴수 정도로 인식을 한다랄까?
덕분에 찔끔찔끔 우리 영지를 건드리려는 인간들은 사라졌다. 아, 이건 좀 물리적으로도 사라지기도 했다.
내가 국회의원들과 연관된 인물들을 다 날려버렸거든.
덕분에 그들은 호야의 레어에서 원치 않는 단체 미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웃긴 것은 이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의 생존력인데, 의외로 아직까지 그 안에서 자연적으로 사망한 인간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거기에서도 죽는 인간은 없었다. 한동안 그들을 살펴본 바에 따르면 그 인간들은 노화가 멈춰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죽을만큼 부상을 입어도 다음 날이면 멀쩡한 모습이 된다.
드래곤이 도대체 거기에 무슨 짓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마디로 말해서 국회의원들과 그들을 매수하려고 했던 인간들은 지들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생존을 위해서 움직이고, 싸우고 그러고 있다는 거다.
어쩌면 저들에게는 천국일지도 모르겠다. 원래 집단 싸움하는 게 쟤들의 주특기니까?
아무튼, 그곳은 국회의원들의 형벌장소로 둔 것은 즉흥적이었지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그 안에서 한 몇십 년 구르다 보면 좀 인간이 되려나? 물론 그렇게 된다고 해서 풀어줄 생각은 전혀 없지만.
우리는 그 사이에 열심히 레벨업에 집중했다. 다행히 대수림은 우리의 생각보다 컸고, 그 안에는 정말 다양한 몬스터들이 있었다.
뭐가 있냐고?
“저건 본 드래곤이네요.”
맞다. 저런 것까지 있다. 본 드래곤의 특징은 뭐냐? 마법과 브레스를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그 강력함은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레벨은 500레벨대.
우리는 제대로 게임에서 나오는 레이드라는 것을 해야 했다. 그것도 대규모 레이드.
본 드래곤은 드래곤의 뼈로 만들어졌기에 엄청나게 강력한 존재였지만, 그래도 드래곤 만큼은 아니었다.
거기에 내가 육성한 마법사 부대들의 집중 디버프를 받고, 우리 기사단들은 집중 버프를 받으면서 레이드가 진행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본 드래곤의 리젠 속도는 3일이라는 점.
거기에 본 드래곤을 잡으면 여러 가지 재료들을 얻게 되는데 당연히 드래곤의 뼈는 엄청난 재료고, 드워프들이 환장하는 재료다. 드래곤들에게 원한이 많은 드워프들은 그 뼈를 가지고 장비를 만들어서 기사단에 보급을 하기 시작했고, 최초로 본 드래곤을 잡을 때는 중상자들도 많이 나왔지만, 그 후로는 장비가 강화되면서 점점 본 드래곤은 우리를 위한 레벨업 레이드 몹이 되고 말았다.
결국 다섯 달이 다 지날 때쯤에 우리는 모두 본 드래곤의 뼈로 만든 장비들을 주렁주렁 찰 수 있었다.
아, 여기에 한 가지 더하자면 화약은 사용할 수 없었지만, 시연이가 그렇게 바라던 변신 갑옷은 완전히 완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티거가 이 부분에서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들의 평소 모습을 보자면 평소에는 조금 굵은 허리띠를 한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가 허리띠의 버클 부분을 누르면 전신 갑옷으로 변하는 그런 형태의 방어구를 가지게 되었다.
거기에 아공간 마법을 새겨 넣어서 웬만한 무기들과 보급품 들은 허리띠 안에 다 보관이 가능해졌다.
아공간 마법은 드래곤의 마법을 배우면서 내가 예전부터 연구하던 것과 결합헤서 완성한 것이다.
지구의 돈을 긁어모으고자 한다면 이것만 가지고도 아주 몽땅 긁어모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새겨 넣은 아공간의 크기는 15제곱미터로 자동차도 충분히 넣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 말은 뭐겠는가? 지옥과 같은 주차 전쟁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러시아워도 피할 수 있다.
차가 막힌다? 그럼 아공간에 차를 넣고, 전철을 타고 막히는 부분을 지나가서 차를 꺼내서 다시 타고 가면 된다. 보통 그런 생각을 한 번씩을 해보지 않을까? 차가 엄청 막히면 그냥 뛰어가는 게 빠르겠다는 그런 생각.
이 아공간을 지구에 풀면 그게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뭐, 그렇다고 실제로 풀어버리고 싶은 생각은 아직은 없다. 당장은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까.
참고로 티거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과학이 발달했던 티거의 세상에서도 주차 문제는 심각했다고 그러더라. 나름 해결책은 있었다는데 그래도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고 들었다.
아무튼, 그런 기술로 우리는 현재 무장을 하고 있는 상태라는 점.
“와, 여기를 다시 찾는 데 5개월이 걸렸네.”
선우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녀석의 표정은 의기양양한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현재 내 레벨은 503까지 올랐고, 시호 수호대의 레벨은 450까지 끌어 올렸으며, 기사단들의 평균 레벨은 400이다.
엘프들의 평균 레벨이 350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충분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단,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안심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대충 봐도 엘프들의 숫자는 2만에 가까운 대군이니까.
저들 중에 대부분은 활을 아주 잘 다루고, 정령술, 마법, 검술까지 다루는 엘프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 예상보다 더 까다로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일단 난 결계를 파괴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시스템이 만들어둔 결계인지 세계수가 만들어놓은 결계인지부터 확인해봐야 한다.
난 관찰로 결계를 확인했다.
-이름: 세계수의 결계(레벨MAX).
세계수가 자신의 힘 대부분을 사용해서 만들어놓은 결계이다. 이 결계를 파괴하면 세계수는 24시간 동안 제대로 힘을 사용하지 못한다.
24시간이 지나면 결계는 회복되거나 세계수에게 힘이 흡수되어 세계수가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 결계를 파괴하는 순간부터 24시간 안에 엘프들을 끝장내야 한다는 이야기네.”
“그렇습니까?”
정기훈이 내게 묻는다. 그래서 난 내가 관찰로 살펴본 내용을 사람들에게 공유했다.
“음 24시간이면 좀 빡시게 해야 될 것 같긴 한데…….”
선우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시간제한이 걸린다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24시간은 세계수가 별다른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번 전투가 시작되면 엘프가 끝난다거나 우리가 끝장나거나 둘 중 하나겠네.”
시연이는 시크하게 말한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한 가지만 빼면.
“우리 쪽에 붙은 엘프들도 있잖아. 엘프가 멸종되는 건 아니지.”
“아, 그러네?”
내 말에 시연이가 웃는다. 우리에게 붙은 엘프들은 여전히 세계수의 가지에서 뻗어 나온 새로운 세계수 옆에서 열심히 잘살고 있다.
그 세계수는 정신 나간 세계수가 아니기에 다행히 별문제를 일으키지도 않고 말이다.
“문제는 저 세계수가 왜 정신 나간 세계수가 되었냐는 건데…… 그건 결국 엘프들을 끝장내 봐야 알 수 있겠지.”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아담 씨.”
“네, 대군주님.”
“폭격을 준비하세요.”
“네!”
폭격을 준비한다는 말에 아담은 매우 신이 났다. 불새를 이용한 폭격은 본 드래곤을 상대하면서도 많이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가장 앞에서 한 사람은 아담이다.
그는 원래 전투기 조종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불새에 대한 애착도 강했고, 불새들을 조종하는 것도 상당히 능숙했다.
지상에서는 뭐 다 그게 그거지만, 하늘에서는 확실히 달랐다. 전문가가 괜히 전문가가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해서 인간 기사단의 비행은 아담이 책임지고 훈련을 시켰고, 폭격은 상당한 효과를 보는 공격수단이 되었다.
“그럼 출격하겠습니다.”
“네, 바로 폭격이 시작되는 것에 맞춰서 결계를 해제하겠습니다.”
“네!”
결계를 해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내 직업 ‘진리를 이해하는 자’에 드래곤의 마법을 배우면서 넓혀진 안목으로 결계를 해제하는 것은 바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난 아담이 인간 기사단의 불새 부대를 이끌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 그들은 하늘을 넓게 선회해서 세계수의 중심 부분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세계수의 위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엘프들이 난리가 났다. 엘프들은 안에서 뭐라고 소리를 치면서 불새들을 겨냥하고 활을 쐈다. 하지만 불새들의 위치는 상당히 높았고, 활이 닿아도 불새의 실드를 뚫지는 못했다.
바로 그때.
불새들은 발에 쥐고 있던 두 개의 마법구들을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폭격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난 거기에 맞춰서 결계를 해제했다.
쾅! 콰과과광! 콰광!
세계수가 있는 일대가 불바다가 되었다. 드디어 대수림의 끝을 볼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