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52화 (152/182)

제152화

제152화 세계수 전투 (1)

세계수는 기본적으로 세계수의 영역을 보호한다. 그리고 현재 세계수가 내놓은 보호 방법은 결계였다.

문제는 그 결계를 내가 깨 버린 것이고, 그것의 반동으로 인해서 세계수는 24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포인트.

세계수가 보호하는 것은 엘프들일까? 아니면 세계수 자신일까?

답은 간단하다.

세계수가 보호하는 것은 그 자신이다. 세계수의 자식들이라 불리는 엘프의 필요도 세계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니까.

세계수는 나무다.

아무리 대단한 세계수라고 해도 이 카테고리를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이야기다. 즉, 세계수는 태생적으로 나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에 가장 큰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위치의 변동이다.

동물들이라면 불리한 곳에서 위치를 이동해 적을 상대할 수 있다. 하다못해 초식동물들도 자신들이 유리한 위치에서 포식자를 따돌리거나 상대하려고 하는 것이 본능이니까.

문제는 세계수는 나무이기에 움직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움직이는 것이 완전 불가능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세계수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많은 노력과 포기가 필요하다.

세계수의 정수를 담은 세계수의 뿌리는 다른 곳에 심는 것이 그 움직이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원래 세계수는 그 힘을 잃게 된다.

그리고 뿌리를 옮겨간 세계수가 성체가 되기 전까지는 세계수가 매우 약한 방어력을 가지게 된다. 이 부분에서 세계수는 엘프가 필요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엘프가 필요한 것은 바로 지금 같은 상황.

세계수가 무방비로 적에게 노출되었을 때 세계수를 대신해서 싸워 줄 존재로 엘프가 필요하다.

콰과과과광!

엘프들은 자신들의 위에서 불새가 폭격을 가하자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엘프들을 모아서 실드 마법을 펼쳤다. 하지만 불새 500마리가 들고 있는 폭발구는 불새마다 2개. 양 발에 하나씩 들도 있으니 1000개라는 이야기다.

거기에 한방에 100여 개씩 몇 번 떨어트린 후에 발을 비운 불새는 본진으로 돌아와서 마법구를 다시 가지고 날아가고 남은 불새들은 차례차례 마법구 폭격을 이어 간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상황에서 실드 마법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엘프들도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무슨 게임에 나오는 엘프들처럼 그들도 나름의 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

거대한 새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몸통은 사슴을 담은 짐승.

“히포그리프?”

선우의 말에 난 관찰로 엘프들이 타고 있는 것을 살펴보았다.

-이름: 엘븐 플라이.

엄청 성의 없는 이름이다. 하지만 그 이름 자체가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했다. 엘프들의 날탈것이라는 이야기니까.

“엘븐 플라이라고 한다.”

“와, 이름 성의 없는 거 보소.”

“내가 지었냐?”

“내가 너한테 뭐라고 했냐? 왜 성질이야?”

“어? 아냐.”

난 괜히 기분이 나빴다. 어쨌건 엘프들이 엘븐 플라이를 타고 반격을 가하려고 했지만, 문제는 그 덩치의 차이다. 불새는 성인 남성 대여섯이 타고 넉넉할 정도로 큰 크기를 자랑하지만, 엘븐 플라이는 겨우 말보다 조금 더 큰 정도다.

대충 봐도 불새가 3배는 커 보인다는 것. 그렇다고 엘븐 플라이의 숫자가 많으냐? 그것도 아니다. 대충 봐도 500을 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엘프가 날 수 있는 수단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마법에 능한 엘프들은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서 엘븐 플라이를 보조했고, 엘프 중에 바람의 정령을 이용하는 엘프는 바람의 정령을 날개처럼 사용하면서 공중으로 날아올랐으니까.

덕분에 공중전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 가고 있었다.

하지만 공중전이 익숙한 것은 우리 쪽 기사단들이었다.

아담은 불새 기사단이라고 이름 붙여진 불새를 타는 인간 기사단을 엄격하게 훈련시켰고, 저들은 마치 그 옛날 고구려 사람들이나 여진족들이 말을 타고 이리저리 기예를 뽐내던 것처럼 불새를 조종하면서 엘프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가장 포인트는 엘븐 플라이는 날탈것의 역할만 가지고 있지만, 불새는 불을 뿜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전투기로 보자면 폭격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전투기에 기관총을 달고 있다고 해야 되려나? 아무튼, 숫자는 엘프들이 많았지만 점점 불새 기사단이 유리해지고 있다.

“이제 우리도 슬슬 움직일까?”

크락!

가장 선두를 맡기 원한 것은 역시 오크 기사단이다. 오크 기사단은 정예 중 정예로만 선발되었음에도 3천 명이라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얘들은 그냥 어디 공장에서 애들을 찍어내는 것처럼 자식을 낳으니 그중 뛰어난 놈만 챙겼음에도 숫자가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 영지에서 최초로 기사단이라는 타이틀을 가졌다는 것을 매우 큰 명예로 아는 녀석들이다.

세대가 뒤로 갈수록 오크 특유의 발음에서 이제는 인간과 비슷한 발음을 할 수 있는 오크들이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아졌다.

“너희가 선봉을 맡는다.”

“네!”

오크 기사단은 그대로 그레이 울프를 타고서 돌격을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저들의 갑옷도 드래곤의 뼈와 미스릴이 혼합된 갑옷이기에 방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수만의 엘프들은 그런 오크 기사단에 장대비 같은 화살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 화살들은 그레이 울프가 입고 있는 방어구에 새겨진 실드를 거의 뚫지 못했다.

가끔 뚫는 화살이 있다고 해도 이미 힘을 잃어서 오크에게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이제 한 시간 정도 지난 건가? 바람의 일족과 물의 일족도 출동.”

“네!”

저들의 기사단도 이제 각각 500을 넘기고 있다. 바람의 기사단은 본체인 켄타우로스의 모습으로 달려든다. 물론 전신 갑옷을 입고 있다.

그렇기에 저들의 돌격력도 무시할 수 없다. 오크가 길을 뚫어 놓으면 그 사이에 바람의 기사단이 미친 듯이 긴 창을 들고 뛰어들어서 돌격을 한다.

애초에 마법 갑옷은 전신을 보호한다. 다른 기사단과 달리 탈것을 따로 타지 않고, 자신이 탈것인 동시에 기수의 역할을 하는 바람의 기사단이기에 그들의 돌격은 매우 치명적이다.

저들과 부딪치는 엘프들이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간다.

꺄아아악! 아악!

그렇게 틈이 벌어지면 물의 기사단이 그 자리를 파고든다. 물의 기사단의 특징은 마법 활용.

각종 마법을 내게 배우고 익히면서 저들의 마법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쉽게 생각하면 물의 기사단은 현대의 개념으로 보자면 포병에 가깝다. 그 포병이 적진 가운데 들어가서 직사포를 날려 대고 있는 것이다.

저들의 방어는 오크들이 책임진다.

그리고 남은 인간 기사단들이 출동한다. 인간 기사단의 역할은 저 세 기사단의 보조와 암살이다.

자율권이 주어진 나머지 인간 기사단은 가장 치명적인 칼로 활동한다.

엘프들 중에 지휘관으로 보이는 녀석들을 저격하고, 혼란을 일으킨다.

지휘부가 망가지면 부대가 망가진다.

그렇기에 인간 기사단은 다른 기사단들 사이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전략이 내 머리에서 나왔냐고? 당연히 아니다. 내가 무슨 전쟁광도 아니고, 저런 거 할 줄 모른다.

하지만 대군주인 내 휘하에는 뛰어난 인물들이 많다. 현직 장교부터 시작해서 미군 장교들까지.

그들이 전략과 전술을 짜서 그대로 전쟁을 치르는 것이다.

이제 우리 시호 수호대가 할 일은 뭐냐?

고렙 엘프들을 잡는 것이다. 저쪽도 장로급 엘프들은 움직이지 않고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우리도 갈까?”

“네!”

우리는 불새를 타고서 천천히 이동했다. 그리고 전장의 한 가운데가 아니라 세계수가 있는 그 앞에 넓은 공터에서 엘프 장로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다른 엘프들은 여기로 오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편도 여기로는 오지 못하게 했다.

가장 고렙인 우리들의 전투에 휘말려서 괜한 희생이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길밖에 없는가?”

엘프 장로의 우두머리가 말했다.

“우리 세계에 너희들이 침략을 해 놓고서 다른 길이 있기를 바라는 게 욕심 아냐? 아, 다른 길이 있긴 하지. 지금이라도 세계수를 포기해. 그럼 우리 영지민으로 받아줄게.”

내 말에 엘프의 여왕이 입을 연다.

“당신은 부모를 버리고 나를 따르라고 하면 하겠어요?”

“아, 그건 좀 그렇지.”

“맞아요. 세계수는 우리에게 어머니예요. 어머니를 버리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생각해 보니 내가 좀 무례한 말을 한 것 같다.

“그건 좀 미안하군. 무례했어. 사과하도록 하지.”

“훗, 예의를 아시는 분이군요. 우리가 더 일찍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면 해결책을 찾았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 어머니가 예전과는 다르게 너무 완강하시네요.”

예전과 다르다. 아마 저게 포인트인 것 같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네.”

“세계수가 소멸되면 당신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내 말에 엘프 여왕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말한다.

“솔직히 모르겠어요. 엘프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그런 일이 벌어진 적이 없었거든요.”

하긴 그럴 것 같긴 하다. 이 질문은 마치 지구인들에게 ‘태양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 것 같아?’라고 묻는 것과 비슷할 것 같다. 물론 과학적으로 그렇게 되면 예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겠지만, 정작 태양이 사라져 본 적이 없으니 솔직히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엘프들이 머리가 나빠서 예상을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저들도 그런 적이 없으니 정확히 예상을 못하겠다는 것이고, 그 일이 눈앞으로 다가왔기에 막막한 것이리라.

“저들이 부럽네요.”

엘프의 여왕은 헬레나와 레라를 보며 말한다. 그녀들은 우리 영지의 영지민으로 정착했다.

참고로 바람의 일족도 결국 일족 모두를 이끌고 우리 영지에 들어왔다. 그때까지 바람의 일족에게 위협이 되는 것들을 우리가 다 치워버렸기 때문이다.

엘프들도 다른 상황에서 만났다면 그들을 설득하고 영지민으로 받았을지도 모른다.

저들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외모 하나만 해도 환영할 이들은 많았을 테니까.

하지만 저들은 정신 나간 세계수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를 먼저 공격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선 것이다.

냐앙!

그대 호야가 내 어깨에서 나에게 말을 건다.

“저쪽에 볼일이 있다고?”

냥냥!

그렇단다. 하긴 호야를 건드릴 수 있는 존재는 여기에서 세계수 정도일까? 하지만 세계수도 현재 무력화된 상태이니 호야가 따로 움직여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다녀와, 빨리 와야 된다?”

냥!

호야는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 사라졌다.

말 그대로 사라졌다.

얘한테 그런 능력도 있다는 것은 정말 나도 처음 알았다.

“수호자의 사랑을 받는 당신이 부럽군요.”

“뭐, 우리 관계가 좀 특별하긴 하지. 이제 끝을 내 볼까? 슬슬 그래야 될 것 같은데?”

“시간을 계속 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겠죠. 우리는 최선을 다할 거예요.”

“우리도.”

엘프 여왕과 장로들, 그리고 시호 수호대. 우리는 그대로 정면으로 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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