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53화 (153/182)

제153화

제153화 세계수 전투 (2)

호야는 자신의 반려인인 시우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처음 호야가 게이트에 들어오게 된 것은 정말 고양이 특유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시우가 회사를 간 사이에 호야의 눈앞에 동그란 게이트가 생겼다. 이 게이트는 현재 시우의 집에 있는 게이트와 비교하자면 훨씬 작은 게이트였다.

호야는 고양이답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것을 앞발로 툭툭 건드려 보았다. 그러자 발이 쑥하고 들어가는데 묘하게 느낌이 달랐다.

그래서 살짝, 그리고 조금 더 살짝. 그러다가 호야는 자기도 모르게 주변이 이상하게 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냐앙! 냥냥! 냥냥냥!

호야는 시우를 불렀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 이렇게 시우를 부르면 시우가 달려와서 호야를 챙겨 주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원래 고양이끼리 있을 때는 잘 울지 않는다. 고양이가 우는 이유는 대부분 사람에게 뭔가를 요구할 때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주로 소리를 내서 서로 소통하는 것을 봤으니까. 그래서 자기도 나름의 소리를 내서 사람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사람이라는 커다란 고양이는 머리가 나쁜 것인지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참고 노력한 덕에 몇몇 말을 알아듣게 되었다는 것을 호야는 잘 안다.

예를 들어서 밥 달라는 거나, 쓰다듬으라는 것이나, 화장실을 치우라는 그런 간단한 이야기.

호야는 관대한 고양이였기에 오랜 시간 노력해서 더 많은 말을 알아듣게 하려고 부단히도 시우를 교육시켰다.

그런데 이곳은 뭔가 달랐다. 아무리 시우를 불러도 시우가 오지 않는다. 한참 그렇게 지칠 때까지 시우를 불렀지만 시우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들어온 곳을 찾았는데 없다.

호야는 일단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이곳이 나무가 많은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생처음 와 보는 곳이다. 태어나서 이런 곳을 와 본 적이 없다. 호야는 앞이 캄캄했다.

그렇게 며칠을 굶었을 때 커다란 짐승 하나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호야는 고민했다. 저게 먹어도 되는 것인가 싶어서였다.

하지만 배가 너무 고팠던 호야는 그 짐승의 목을 물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상한 것들이 호야의 눈앞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호야는 며칠을 굶었기에 먹는 것에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왜인지 몰라도 사냥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호야는 숲에서 생존했고, 나중에는 모두가 호야를 두려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상한 곳이 있었다.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곳.

호야는 그 안에 들어갔다가 귀가 긴 인간들하고 사투를 벌이고, 결국 그 커다란 나무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의 중심부로 가서 그곳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만났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그 후의 기억이 없고, 그 후에 호야가 정신을 차린 곳은 숲의 외곽이었다.

호야는 거기에서 나름 사냥하고, 다른 동물들과 어울리면서 살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호야는 문득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냐앙?

이게 뭐더라? 이 냄새 뭔가 익숙하고, 그립고, 보고 싶은 그런 냄새였다.

호야는 원래 숲 밖으로는 나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호기심이 너무 들어서 결국 자신이 세웠던 기준을 무너트리고 숲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십 년을 그리워했던 이를 만났다.

바로 시우였다.

냐앙!

호야는 곧장 시우에게 안겼다.

* * *

커다란 나무에 다가간 호야는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분명 여기 어딘가에서 이상한 것을 만났던 기억.

그것과 시우가 닿게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그래서 시우가 귀가 긴 인간들과 싸우는 동안 호야는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냐앙?

호야가 고개를 갸웃한다. 뭔가 익숙한 냄새다. 하지만 이 냄새에 대한 기억이 없다. 호야는 자신이 처음 이 숲에 들어왔을 때에 비해서 많이 똑똑해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원래 고양이는 평생 서너 가지 기억을 가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호야는 거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이상한 힘들도 생겼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 안에서의 기억이 없는 것이다.

호야는 그래서 시우에게 이곳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시우는 호야가 보호를 해줘야 하는 커다란 고양이다. 자기가 혼자 사냥도 제대로 못했고, 그래서 호야가 챙겨 줘야 한다.

요즘은 사냥도 곧잘 하고 그러지만, 그래도 아직 호야가 보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였다.

냐앙.

호야는 주변 냄새를 맡았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냄새가 더욱 강렬하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들어갔을 때 호야는 떠오르지 않는 기억이 떠올랐다.

[다시 찾아왔구나. 수호자.]

냐앙?

상대가 말을 건다. 동그란 것이 무슨 열매처럼 생긴 주제에 말이다. 예전에 여기에 왔을 때도 이것을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아아악!

호야는 기분이 나빴다.

[이곳에 오면 죽을 거라고 했는데, 역시 미물이라 기억을 제대…….]

퍽!

[이게 무슨 짓이냐!]

팟! 파바바박!

호야는 마치 공을 가지고 놀 듯이 그것을 발로 차고 앞발로 그것을 공중으로 띄웠다. 그리고 미친 듯이 그것을 발로 차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 * *

엘프 정예들과 전투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일단 정예들의 레벨이 시호 수호대의 레벨과 거의 비슷했다.

거기에 숫자는 엘프가 조금 더 많았다.

그나마 해 볼 만한 것은 우리들은 각각 전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쟤들은 올라운더라는 부분이다.

쉽게 말해서 그냥 무식하게 치고 들어오는 놈들이라는 거다.

이 부분에서 엘프와 인간의 차이가 뚜렷하다. 엘프는 타고나기를 뛰어나게 타고난 존재들이다.

아무리 재능이 없어도, 활을 잘 다루고, 검술이나 마법, 정령에 재능을 타고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간은 애초에 보통은 부족하게 태어난다. 맹수들과 부족한 인간이 싸우기 위해서 도구를 개발하고, 진형이라는 것을 만들기 시작하고, 각각 전담할 수 있는 역할을 분배한다.

그렇게 수천 년을 이어온 인간이다.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잘난 엘프와 인간의 차이는 의외로 조금 크다.

특히 우리들은 그 역할 분담이 잘 되어 있다. 거기에 버프와 디버프의 차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으로 엘프 정예들과의 전투를 비등하게 이끌어갈 수 있었다.

난 엘프들과 우리 기사단들의 전투를 살펴보았다. 조금씩 우리가 우세한 상황이 이어진다.

“티거 시간 얼마나 남았지?”

[12시간 32분 남았습니다.]

벌써 반이나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면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엘프 정예들의 능력은 상당했기에 쉽사리 우위를 점하기 어려웠다.

그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엘프 여왕이었다. 그녀가 이 엘프 정예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생각해 보면 엘프 여왕을 처리하면 가장 쉽게 이길 수 있겠지만,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다.

“시우야!”

선우의 외침에 녀석이 가리키는 방향을 피했다. 그러자 내 옆으로 날카로운 레이피어가 지나갔다. 이 검은 우리 갑옷의 방어를 뚫을 수 있는 검이다.

검에 상당한 마나가 담겨 있는데 무협소설에서 말하는 검강의 경지다. 물론 나도 이걸 사용할 수 있고, 우리 시호 수호대는 대부분 사용할 수 있다.

나는 예전부터 사용할 수 있었지만, 시호 수호대는 최근 사용할 수 있게 된 능력이다.

그렇기에 저 마나검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같은 마나검이거나, 피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은 드래곤 본으로 만든 갑옷도 뚫을 수 있을 정도니까.

난 그것을 피한 후에 내 검으로 레이피어를 갈랐다.

“윽!”

레이피어가 잘린 것은 단지 무기가 잘린 것이 아니다. 그 무기에 담겨 있던 마나검도 같이 잘리는 것이고, 그것은 그 마나검을 사용한 당사자의 마나가 잘려 나가는 것이다.

즉, 그 자체가 마나검을 사용한 대상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물론, 마나검으로 마나검을 자르는 것은 같은 마나검일 경우 쉽지 않다.

하지만 난 이미 마나검을 레벨이 되기 전에 깨우쳤고, 내 검에는 드래곤 마법의 정수가 담겨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걱!

난 마나검이 잘려서 타격을 입은 엘프 정예의 목을 사정없이 잘라 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의외의 결과를 가지고 왔다. 그럼 지금까지 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냐고? 간단하다 나에게 검을 겨누는 녀석들이 없었으니까.

엘프 여왕이 자리를 지키고 있듯이 나 역시 자리를 지키고 버프와 디버프를 넣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잠깐 딴 생각을 하는 동안에 엘프 정예 하나가 나에게 다가왔던 거고. 그것을 내가 처리한 것이다.

미묘한 차이지만, 이 한 명을 처리한 것은 의외로 컸다. 그렇기에 점점 우리 시호 수호대가 엘프 정예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커억!

커헉!

엘프들이 갑자기 피를 토하기 시작한다.

“뭐지?”

시연이가 황당하다는 듯이 말한다. 시연이의 말에 다들 동의를 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이것은 기회다.

“처리해.”

난 그렇게 명령했고, 시호 수호대는 가차 없이 엘프 정예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들한테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기사단들이 상대하던 엘프들 역시 뭔가에 타격을 받은 듯이 휘청거렸고, 그 틈을 기사단들은 놓치지 않았다.

전투는 그렇게 끝이 나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세계수에서 알 수 없는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척 봐도 매우 위험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일단 후퇴!”

내 말에 시호 수호대와 기사단은 일단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오히려 안쪽으로 향했다.

“시우야!”

“호야를 찾아야 해.”

“같이 가.”

“너는 돌아가서 기사단들을 일단 살펴봐. 난 혼자라면 얼마든지 몸을 뺄 수 있으니까.”

내 말에 선우는 망설였다.

“어서!”

“아, 알았어.”

선우는 시호 수호대와 기사단들을 뒤로 물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난 투명화 마법을 사용한 후에 호야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관계로 묶여 있는 우리는 서로의 위치를 알아차릴 수 있다. 예전에 내가 밖에서 위기에 몰렸을 때 호야가 나를 찾아왔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내가 레벨 400을 넘었을 때다. 그러니까 호야는 이미 그때 400레벨이 넘었다는 얘기.

지금도 호야의 레벨은 정확히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이 세계 최악의 상대인 세계수가 있는 곳으로 들어간 호야가 무사할 거라 믿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난 호야를 찾아 나선 것이다. 난 드래곤의 마법을 이용해서 얼마든지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사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호야와 다시는 따로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기도 했다.

“호야.”

난 세계수의 뿌리 부근에 있는 통로를 발견했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엘프 여왕은 몸부림을 치며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를 죽이는 것보다 내게 더 중요한 것은 호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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