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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학개론-155화 (155/182)

제155화

제155화 정리와 변화

일단 드래곤이 말한 대로 세계수의 영향력은 사라졌다. 즉, 대수림 내에 있던 세계수의 성역은 사라진 것이다.

정신 나간 세계수라는 평가처럼 세계수는 엘프의 정신까지 오염시키고 있었다.

엘프 여왕을 비롯해서 여러 엘프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한 일들에 대해서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거기에 내 말에 대해서 완전 복종을 하고 있다. 이것은 내가 저들을 물리쳐서가 아니라 내가 세계수의 정수 반쪽을 삼켰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쪽입니다. 호야 님.”

호야 역시 반쪽을 삼켰기에 저들에게 아주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우리 호야의 과거가 참 궁금해지는 부분인데 호야는 그런 대접이 익숙하다는 듯이 엘프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

엘프들은 열심히 나무를 깎아서 호야가 좋아할 만한 거대한 캣타워를 만들고 있다. 캣타워 재료가 뭐냐고?

힘을 잃은 세계수다. 호야가 아주 좋아한다. 고양이는 원래 수평 생활보다는 수직 생활을 좋아한다. 무슨 얘기냐고?

기어 올라가는 걸 무척 좋아한다는 거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아래에 뭐가 움직이는 것을 관찰하는 것을 고양이들은 좋아한다.

호야도 그런 고양이의 왕이니까 당연히 그런 것을 좋아한다. 스케일이 커서 엄청 큰 캣타워를 가졌을 뿐이다.

“그런데 여러 가지 유용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기훈은 서류를 잔뜩 들고 와서는 말한다.

“유용한 것들이요?”

“네. 힘을 잃은 세계수라지만 세계수 자체가 보물입니다. 뿌리도 그렇고, 열매도 그렇고, 하다못해 나뭇잎도 매우 희귀하고 좋은 재료들입니다.”

정기훈은 각각의 재료들의 쓰임과 효용에 대해서 한참 설명을 한다. 뭐 대충은 관찰로 봤기에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엘프들의 서식지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정기훈의 물음에 난 잠시 고민을 했다. 영지민으로 받아들였으니 엘프들의 생활도 책임을 져야 한다. 난 대영주니까.

“일단 세계수는 그냥 두는 걸로 하죠. 세계수가 만들었던 결계는 다시 만들고, 여기에 포털을 연결해서 이곳과 우리 영주성을 오가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일단은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엘프들 중에 지구의 세계수로 가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장로들이요?”

“네, 그들은 그곳에서 여생을 끝내기를 바랍니다.”

현재 세계수는 지구에 내가 옮겨심은 세계수가 유일하다. 그렇기에 엘프 장로들은 그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별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럼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럼 엘프 여왕은 시호 수호대에 들어가게 되는 겁니까?”

애초에 장난식으로 만들었던 시호 수호대였다. 각 종족의 대표들이 속해 있고, 최초의 멤버인 나와 시연이 선우가 있고, 나중에 들어온 고연주가 있다.

아, 제일 중요한 멤버인 호야도 있긴 하다. 드워프 대표는 참가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전투보다는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해서 빼 주었다.

하지만 이번에 엘프가 들어오면서 엘프 여왕도 시호 수호대에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영지 최고의 무력 집단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상징성이 있기에 정기훈의 말대로 처리를 해야 할 부분이었다.

“뭐, 그렇게 하죠. 그건 그렇고 지구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지난 한 달 사이에 지구에는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어떤 변화요?”

“일단 기후가 바뀐 곳들이 많습니다. 적도 부근인데 겨울왕국이 되었다거나, 북유럽인데 적도 같은 열대지역이 돼 버렸다거나 그런 식으로요.”

“어? 그거 위험한 것 아니에요? 북극해랑 남극해가 녹으면 우리 다 작살 난다고 그러지 않았나?”

“그게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라 북극과 남극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쪽은 지구온난화 때문에 녹아내렸던 부분들이 다시 꽝꽝 얼고 있다더군요.”

“네? 그게 말이 되나…….”

“애초에 게이트도 말이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죠. 그리고 세계수의 영향인지 시베리아 지역은 완전히 봄 날씨가 되었다더군요.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뭐 세계수라는 것이 워낙 대단한 것이니.”

“그래서 분쟁이 생길 것 같습니다.”

“분쟁이요?”

“네, 러시아가 시베리아를 노릴 것 같습니다.”

“시베리아가 애초에 러시아 영역 아닌가요?”

“맞죠. 그런데 최근에 러시아가 시베리아를 포기한다는 발표를 했었습니다. 러시아 내부 쪽에 문제가 많았거든요.”

“문제요?”

“네, 우크라이나와 전쟁도 그렇고, 그 후에 대성역 공략도 실패하고, 수뇌부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등등이죠.”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여러 문제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여전히 러시아는 강대국이라는 점이다.

“시베리아를 포기한다고 한 이유는요?”

“우리 때문이죠. 우리랑 싸우고 싶지 않다는 그런 얘기? 어차피 시베리아가 지하자원을 빼면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곳은 아니니까요. 거기에 현재 지하자원을 어떻게 할 인력이 러시아에는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정말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타국에서 쉽사리 간섭을 하지 못했던 것은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핵무기들 때문이었다.

웃긴 것은 우크라이나도 원래 핵무기를 가진 나라였다는 것이다. 소련에서 분리되었을 때 우크라이나는 핵을 가지고 있었다고 들었다.

그것을 여러 나라들이 달라붙어서 핵이 있으면 뭐 하냐? 너희가 핵을 포기하면 많은 선물을 주겠다. 그런 식의 이야기에 넘어가서 우크라이나는 핵을 포기했었다고 했다. 그리고 러시아가 침공했을 때 그때의 결정을 크게 후회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무튼, 핵무기가 무력화된 시점에서 러시아는 그다지 무서운 나라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현대에서 전쟁을 뭘로 하는가?

아마 십중팔구는 돈으로 한다고 할 것이다. 문제는 러시아가 천연가스나 원유를 빼면 그다지 돈이 많은 나라가 아니라는 것.

문제는 게이트로 인해서 그 자원도 그렇게까지 예전처럼 중요한 자원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도 문제다.

최근에는 마정석으로 만든 발전기가 큰 효용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화석연료들을 점점 덜 쓰는 방향으로 각국은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그러니 러시아의 가장 큰 무기 둘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덕분에 러시아는 덩치가 큰 나라지만 무섭지는 않은 나라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애초에 중국처럼 인구가 많은 나라도 아니고 말이다.

“시베리아를 두고 뭐라고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는 걸로 들리는데요?”

“맞습니다. 미스릴을 제공해 주면 시베리아를 대군주님에게 공식적으로 영구 할양한다고 합니다.”

시베리아를 나에게 넘긴다. 할양이라는 것은 원래 국가가 다른 국가에 영토를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문제는 우리는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게 국제법상 가능합니까?”

“뭐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실질적으로 우리 시호 영지는 국가를 세워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기도 하고, 대외적으로 우리를 인정해 주니까요.”

모르겠다. 뭐가 맞는 것인지는.

“그런데 미스릴을요? 얼마나 달라고 합니까?”

“2톤이랍니다.”

“2톤이요? 그게 많다고 해야 하나, 적다고 해야 하나.”

“우리 영지 기준으로 보자면 적습니다. 우리가 가진 미스릴 광산은 마음먹으면 하루에 몇 톤씩 미스릴을 캐올 수 있는 곳이니까요. 거기에 그 미스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생성이 됩니다.”

정기훈의 말대로다. 우리 미스릴 광산은 화수분처럼 영원히 마르지 않는 미스릴 광산이다. 물론, 영원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그래 보인다.

그러니 2톤을 주는 것은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영지가 특이한 것이고, 세계적으로 미스릴은 매우 희귀한 광석이다. 그렇기에 전 세계가 미스릴을 얻기 위해서 난리를 치고 있다고 들었다.

신기한 것은 우리처럼 미스릴 광산이 아니라고 해도 가끔 미스릴이 다른 광산에서도 소량 나온다고 한다.

“기훈 씨 생각으로는 어떻습니까?”

“러시아에 미스릴 2톤을 준다고 해서 우리에게 딱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공식적으로 시베리아를 할양받는 게 낫다고 봅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시베리아 지역은 사실 크게 관심이 가는 것은 아니다. 단지, 거기에 세계수가 있다는 것이 신경 쓰일 뿐이다. 물론, 마음만 먹는다면 세계수를 옮길 수도 있다. 그렇기에 시베리아에 목을 매고 있을 필요는 없다.

“일본은 요즘 어떻습니까?”

“그게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희한한 일이요?”

“네, 일본과 통신이 두절되었습니다. 아, 정확히는 일본의 본섬과 통신이 두절되었습니다.”

“통신 두절요? 현대에서 그게 가능한가?”

“통신망이 끊어진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겠죠. 하지만 통신망은 살아 있는데 통신은 안 되는 희한한 경우입니다.”

“거기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닐까요?”

“후쿠오카와 홋카이도 쪽 영주들이 알아본다고 했습니다. 당장은 그들의 연락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후쿠오카와 홋카이도는 문제가 없다는 거죠?”

“네, 우리 대성역의 영역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뭐 그럼 기다려 보는 걸로 하죠. 그리고 다른 이슈는요?”

“우리 대성역의 영역, 그러니까 지구 쪽의 영역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희한한 일이라면?”

“식물들의 생장이 엄청 빨라졌다고 할까요? 한반도에서 논농사를 2모작으로 하게 생겼다고 하더군요.”

동남아에는 2모작, 혹은 3모작까지 하는 나라들도 있다. 하지만 사계절이 뚜렸했던 한반도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도 기후가 바뀐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그냥 빨리 자라서 원래 농사를 짓는 동안에 2모작이 가능해졌다랄까요? 희한한 일이죠. 그리고 캘리포니아 쪽은 아주 식량이 넘쳐나고 있답니다.”

“지력이 많이 상한다거나?”

“지력이 오히려 되살아나고 있답니다. 심지어 옥수수 농사를 지어도 지력이 오히려 되살아난답니다.”

옥수수는 지력을 많이 소모시키는 작물로 알고 있다. 콩은 지력을 되살리는 작물이라고 알고 있고. 그런데 옥수수를 심어도 지력이 되살아난다는 것은 희한한 일이다.

“그게…….”

“아마 대영주님이 세계수의 정수를 흡수하셔서 생긴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계수를 흡수했을 때 그런 메시지가 있었다. 식물의 생장을 조절할 수 있다고 했던.

하지만 난 그 능력을 사용한 적이 없다. 그런데 왜 그런 일이 벌어질까?

그때.

냐앙. 냥냥냥.

호야가 의기양양하게 허리에 앞발을 대고 웃고 있다. 두 발로 서서.

“아, 너구나?”

그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는 둘이다. 나와 호야. 내가 안 했으니 호야가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호야는 내 바짓단을 입으로 당긴다. 그래서 호야를 따라가 보니 넓은 곳에 호야가 좋아하는 캣글라스가 미친 듯이 자라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마 저걸 키우려고 생장을 빨리 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영향이 바깥까지 미친 것이고. 이 황당한 상황을 뭐라고 얘기해 줄까.

‘그냥 조용히 있자.’

난 그렇게 결심했다. 그리고 호야는 미친 듯이 캣글라스가 무성히 자란 곳으로 뛰어들어서는 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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