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56화 (156/182)

제156화

제156화 지금 일본은

“근데 얘는 이걸 어서 가져와서 심은 거지?”

문득 궁금해진다. 캣글라스는 원래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풀이다. 문제는 우리 호야가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느냐는 부분? 아니면 누군가에게서 소위 말하는 삥뜯어서?

아무래도 이쪽이 제일 가능성이 크긴 하다.

“와, 이건 뭐 완전히 캣글라스 벌판이네.”

내가 감탄하고 있자 정기훈이 옆에 와서 말한다.

“절대로 여기 풀들은 못 건드리게 주의를 단단히 주었습니다.”

“잘하셨어요. 우리 호야가 화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나도 조심할 지경인데 영지민들도 조심해야지. 우리 호야는 우리 영지의 알파와 오메가니까.

오메가라고 하니 생각난다.

“티거.”

[부르셨습니까?]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건 다 알아봤어?”

[네, 물론입니다. 정리해서 정기훈 씨에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정기훈 씨 보셨죠?”

“네. 정리해서 다시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한동안 티거는 지구에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모았다. 정말 지구가 멸망을 향해 가고 있는가. 물론 지구가 아니라 인류만으로 봤을 때의 상황도 조사를 했다.

지구, 그러니까 이 행성이 멸망하는 것과 인류가 멸망하는 것은 결이 다를 테니까.

“특이사항은?”

[몇몇 특이사항들이 관측되었습니다. 그중에 대영주님이 가장 신경을 쓰셔야 할 부분은 이것입니다.]

“이것?”

[백두산의 분화입니다.]

“어? 그거 진짜 분화한다고?”

백두산 화산 폭발은 예전부터 말이 많았던 것들이다. 어떤 과학자들은 당장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고, 어떤 이들은 아직 분화까지는 한참 남았다고 했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에 대해서 당연히 난 판단할 능력이 없다. 그런 쪽으로 공부를 한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티거가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판단됩니다.]

“정기훈 씨, 백두산이 분화하면 우리는 어떻게 되죠?”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 화산재들이 대기를 가로막으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겠죠.”

“그런데 대성역 안은 자동으로 정화되는 기능이 있잖아요?”

“아, 그러네요. 그렇게 된다면 화산재는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분화 그 자체에 대한 대미지만 막을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정기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화산분화가 무서운 것은 그 폭발력 자체도 무섭지만, 그 후에 생기는 화산재가 무섭다고 들었다. 그것이 공중에 떠서 공기를 오염시키기도 하고, 햇빛을 막아서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고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북한 끝자락에 있는 백두산 분화에 대해서 그렇게 신경을 썼던 이유다. 아무리 화산 분화가 대단하다고 해도 거기서 분화한 게 남한까지 닿을 리는 없으니까. 한국 정부가 걱정했던 것은 바로 화산재 문제였다.

“티거, 그거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없나?”

[주인님의 마법으로 어느 정도 상쇄시키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그럼 정확히 조사해서 어떤 마법을 어떻게 쓰면 될지에 대해서 나한테 알려 줘.”

[알겠습니다.]

티거는 그렇게 말하고 게이트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호야가 티거의 앞을 막았다. 그리고는 캣글라스 벌판을 가리킨다. 티거는 뭔가 우물쭈물하다가 냅다 캣글라스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그리고는 거기에서 호야와 함께 뒹굴면서 캣글라스를 뜯어먹고 놀기 시작한다.

기계로 만들어진 티거지만, 그 머리는 원래 고양이인 티거의 뇌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티거는 내가 명령을 할 때는 엄청 그 부분에 대해서 잘 들으려고 하면서 고양이의 본능은 죽이고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호야는 그것을 바로 알아차렸고.

“하긴, 고양이의 왕이니까.”

난 둘이 놀고 있는 것을 보고 다시 영주성으로 향했다.

* * *

백두산이 분화한다. 이 부분에 대한 대비책으로 가장 먼저 백두산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것이 먼저였다.

그리고 난 백두산에 대형 결계를 만들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결계는 물리적 결계다.

즉, 백두산이 분화했을 때 그 분화되는 폭발이나, 용암 같은 것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것들.

“연구소에서 그 부분에 대해서 가장 효율적인 결계를 구축할 수 있는 범위를 계산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해요. 그리고 일본은 여전히 통신이 두절된 상태인가요?”

“네, 여전히 일본은 통신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그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인공위성도 일본을 찍을 수 없습니다.”

통신도 두절된 상태인데 인공위성이 그 안을 찍을 수 없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다.

“인공위성으로도 그 안을 볼 수 없다구요?”

“네, 마치 무슨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것 같은 그런 모습입니다. 이것을 보시죠.”

정기훈이 내미는 사진을 보니 정말 그런 모습이다. 일본 본섬만 해당된다. 그 주변의 홋카이도나 후쿠오카는 멀쩡하게 찍혀 있다.

“일본 쪽 영주들에게 소식은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들어왔습니다. 일본 쪽 영주들이 보낸 헌터들이 귀환하지 못했다는 소식입니다.”

“음…… 헌터를 더 보내지 않는 편이 낫겠네요.”

괜한 희생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내일 일본 영주들과 회의를 좀 하도록 하죠.”

“네, 준비하겠습니다.”

“시베리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공식적으로 시베리아를 우리 영지에 넘긴다는 문서를 받았고, 이 부분은 세계에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해서 기록을 남겼습니다.”

“다행이네요. 미스릴은 제대로 전달했구요?”

“네.”

“미스릴로 뭘 만들려는 걸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 영지의 드워프들처럼 대장에 능한 이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드워프는 대장장이가 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들과 같다. 우리 영지는 그런 드워프들을 흡수했기에 빠르게 여러 가지 장비들을 만들 수 있었지만, 다른 나라의 상황은 다를 것이다.

“노림수가 있으니 시베리아와 교환을 원했겠죠.”

“그건 그러네요. 그리고 제가 일단 한 번 일본에 다녀오겠습니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뭐 어떤 상황이라도 전 혼자 발을 빼는 것은 가능하니까요.”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은 귀환 마법이다. 귀환 마법은 어떤 상황이라도 내가 지정한 곳으로 귀환을 가능하게 해 준다. 그렇기에 별문제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외곽에서 살짝만 보고 나오겠습니다.”

“네, 뭐 그러시다면야.”

“호야와 티거를 데리고 갈게요.”

“알겠습니다.”

난 후쿠오카 쪽의 게이트를 타고 그쪽으로 이동했다.

* * *

냐앙.

호야는 뭔가 불만이 가득한 울음소리를 낸다. 캣글라스 평원에서 강제로 끌고 나와서 그렇다. 티거는 백두산에 자신이 만든 드론을 보내서 관측을 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이쪽으로 티거를 데리고 온 이유는 모든 기계의 종주급인 티거의 쓸모가 많았기 때문이다.

난 일본 영주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에 일본 본섬을 향해 날아갔다. 참고로 이건 불새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비행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렇게 일본 본섬에 도착하는 순간 알람이 울렸다.

-마계에 진입하셨습니다.

“마계?”

마계라는 말에 난 깜짝 놀랐다. 난 원래도 일본은 마계라고 생각하긴 했던 사람이다. 워낙에 하는 짓들이 그렇지 않은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어놓고 자신들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정신 나간 나라.

애초에 한국인의 시점으로 보자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종족이 일본인들이다. 그렇기에 일본을 마계로 표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현이 그런 것이다. 그런데 시스템은 여기를 진짜 마계라로 알려 주고 있다.

냐앙.

호야가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린다. 그 와중에 귀엽다는 것이 함정.

티거는 땅에다가 자기 앞발을 박아 넣고 뭔가를 탐색하는 것 같았다.

“일단 공기가 다르긴 한데…….”

공기가 다르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리고 귀환 마법이 사용 가능한지 살폈다. 다행히 귀환 마법은 멀쩡하게 작동했다.

“티거, 뭐 좀 알아낸 것 있어?”

[이곳의 공지와 토질은 지구의 그것과 상당히 이질적입니다.]

“그렇겠지. 그러니 마계라고 했겠지?”

[마계라는 곳에 대한 정보가 없기에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곳의 마나는 매우 무겁고, 끈적합니다.]

“마나도 분석이 가능한 거였어?”

[모든 기운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보통 인간은 이곳에서 생존할 수 없습니다.]

보통 인간은 생존할 수 없다는 말에 난 조금 놀랐다. 그리고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저건 보통 인간은 아니라는 거네?”

[맞습니다. 변질된 인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몬스터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갑자기 변환 대기에 적응을 한 인간인 것 같습니다.]

겉보기에는 별다른 특징은 없어 보인다. 조금 다른 부분은 이마에 작은 뿔이 나 있다는 것 정도? 아, 이건 좀 많이 특징이 있다고 해야 되는 부분인가?

티거는 몬스터는 아니라고 했다. 몬스터라는 것의 구분을 어떻게 하냐고 했을 때 난 티거에게 맹목적으로 인류에 적의를 가진 존재, 혹은 공격성을 가진 존재라고 입력을 했었다.

그러니까 저들은 최소한 나한테 덤비려고 하거나, 그럴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게 가만히 서 있자 한 여자가 다가온다.

“저기…… 혹시 최시우 대군주님 아니신가요?”

“저를 아십니까?”

“앗! 진짜 대군주님이세요?”

“네.”

내 대답에 여자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제, 제발 저희를 구해 주세요.”

그리고 구해 달란다. 난 가만히 그녀에게 관찰을 사용했다.

-마계화된 지구의 주민.

마계화된 지구의 주민이라는 짧은 설명. 그것 외에 딱히 다른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어려운가 보다.

“일단 어떻게 된 건지를 듣고 싶은데요?”

“그러니까 며칠 전이었어요…….”

여자를 비롯한 가족들은 모두 자고 일어났더니 이마에 작은 뿔이 나고, 주변은 모두 이런 식으로 변해 있었다는 이야기다.

드래곤은 악한 성향의 게이트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난 그것을 이토의 게이트라고 생각했었고. 결국 이토는 자국을 구렁텅이에 빠트릴 정도로 미친놈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놈이 원해서 이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놈도 먹혀서 이렇게 된 것인지는 이제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토는 세상을 위해서 죽어 줘야겠다는 것이다.

“티거, 저들이 원래대로 돌아올 가능성은?”

[없습니다. 저들은 이미 변화를 마친 상태입니다. DNA가 인간의 그것과는 달라졌습니다.]

“마계가 사라져도?”

[그렇게 예상됩니다.]

그러니까 이미 한 번 변한 이상 원래대로 돌아오기는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다.

“당신들을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 이런.”

여자는 절망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묘하게 위화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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