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8화
제158화 마계 주민 (2)
나오는 말 그대로 아주 난리를 치고 있었다. 물론 그녀를 구속하고 있는 내 마법을 벗어날 수 없었기에 나오가 난리를 칠 수 있는 공간은 매우 한정적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난리를 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왜 저럴까요?”
난 누님한테 물었다. 이쪽이 생체 쪽이기에 이번 연구는 누님이 팀장을 맡아서 진행 중이시다.
“글쎄다. 영지 밖으로 데리고 나왔는데 이런다는 것도 희한하고.”
그렇다. 현재 나오가 있는 곳은 영지 안이 아니라 영지 밖에 있는 연구소다. 최첨단 기기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연구소.
이곳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정기훈이다. 물론, 그도 여기에서 많은 부분들을 얻어 가니 서로가 윈윈인 부분이긴 하다.
“현재 나오 씨의 상태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되고 있어.”
“현대 과학으로 규명이 불가능해서요?”
“맞아. 그래서 참 불가사의해. 애초에 뭐 게이트나 헌터들도 불가사의한 부분은 많지만.”
맞는 말이다. 게이트라는 것도 현대 과학으로 보자면 말이 안 되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 사실 문제라고 할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일본의 본섬은 마계화가 진행되었다. 왜 그런지 짐작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분명 이토가 뭔가를 했거나, 이토의 게이트가 이토를 이용해서 뭔가를 했을 것이다.
그 결과가 나오라는 이야기.
여기에서 한 가지 실험이 더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그렇다면 나오가 특별한가? 아니면 일본 본섬에 있는 마계화된 주민들 모두가 그런가 하는 부분이다.
곧 실험을 해 보겠지만, 아마 대부분이 비슷할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일단 난 한 명 더 잡아 와 볼게요.”
“그래. 그게 좋을 것 같아. 이번에는 남자로 잡아 와.”
“네.”
난 누님에게 말하고 곧장 본섬으로 이동했다가 남자 한 명의 동의를 얻고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나오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남자도 연구소로 가게 되었고, 거기에서 별별 실험들이 다 진행되었다. 그렇다고 무슨 해부를 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아직 그들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연구는 한동안 더 진행되었고, 그사이에 우리는 일본 본섬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들, 마계화된 주민들은 마계를 벗어나면 엄청난 공격성을 보인다. 신체 능력도 갑자기 말도 안 될 정도로 상승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마계에서 벗어났을 때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부분이 우리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안타깝게도 단군 할아버지가 너무 좋은 곳에 우리나라를 위치하게 하시는 바람에 후손들이 참 즐거운 생활을 하게 되었고, 마계는 우리의 바로 곁에 붙어 있으니까.
아직 다행인 것은 결계가 살아 있어서 마계에서 주민들이 밖으로 나오지는 않고 있다는 점.
하지만, 이토나 그 게이트의 행태를 볼 때에 머지않아 우려하는 일은 벌어질 것이다.
* * *
냐앙.
호야가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무릎에 자리를 한다. 그리고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왜? 어디 놀러 가자고?”
보통 고양이들은 놀러 가는 것을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고양이도 나름 놀러 간다. 그게 자기 영역 안에서만 놀러 가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다.
영역 동물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곳을 잘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넓은 집에서 사는 고양이는 자기 영역과 놀이터를 구분하기도 한다고 한다.
즉, 평소에는 작은 방에서만 지내다가 놀러 갈 때는 거실과 안방을 간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우리 호야의 영역은…… 매우 광대하다. 내 영역이 모두 호야의 영역이기도 하고, 심지어 레어도 따로 가지고 있으니까.
“우리 호야 어디로 놀러 가고 싶으실까?”
난 호야를 안고 호야에게 물었다. 그러자 호야가 말한다.
냐앙. 냥냥냥!
“시베리아로 가자고? 거긴 왜?”
냥!
닥치고 가자신다. 그럼 가야지.
“그래, 바람 쐴 겸 가자.”
난 호야를 데리고 시베리아가 있는 쪽의 게이트로 향했다. 티거는 요즘 연구실을 돕고 있기에 두고 우리 둘만.
* * *
시베리아는 동토라고 불렸다. 원래가 얼어붙은 땅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곳이니까.
그리고 그게 우리의 인식에 깊게 자리하고 있던 동네였다. 하지만 세계수가 자리를 잡으면서 시베리아는 기후 자체가 바뀌었다.
따듯한 봄날.
그게 딱 지금의 시베이라를 말할 수 있는 기후다.
세계수의 가지는 온전히 뿌리를 내리고 완전한 지구의 세계수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많은 엘프들이 이곳에서 행복한 삶을 영유하고 있다.
저렇게.
“와 씨, 또 졌어.”
꼬마 엘프다. 저래 보여도 쟤가 아마 나보다 나이가 많을 거다.
“넌 너무 아이템을 안 질러서 그래. 이 수전노야.”
“엄마가 안 된다고 했단 말이야.”
엘프가 자본주의에 물들었다. 사실 엘프들은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가 엄청 희미하다고 소설에서 봤는데 여기 정착한 엘프들은 좀 다른 성향을 보이고 있다.
냐앙.
내 어깨에 앉은 호야가 울음소리를 내자 꼬마 엘프들이 우리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대군주님을 뵙습니다.”
“대군주님을 뵙습니다.”
“반가워.”
난 꼬마 엘프들은 뒤로하고 이레이아가 있을 곳으로 향했다. 참고로 꼬마 엘프들이 있는 이유는 세계수와의 전쟁을 끝냈을 때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우리는 우리와 싸우는 엘프들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어린 엘프들은 전투에 동원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 엘프들은 모두 시베리아로 보내진 것이다.
그리고 원래 33개월이 걸려야 완전히 뿌리를 내렸을 세계수는 엘프들이 충원되자 빠르게 뿌리를 내렸고, 완전한 지구의 세계수가 되었다.
역시 당시에 33명의 엘프와 33개월이라는 숫자는 연관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백 명의 엘프들이 이주를 해 오니 세계수는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 포인트다.
호야는 세계수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내 어깨에서 내려와서는 세계수에 열심히 스크래치를 하기 시작한다. 영역 표시인 것 같다.
세계수는 그런 호야를 따듯하게 맞아준다. 나무가 그러는 걸 어떻게 아냐고? 모르겠다. 그냥 안다. 아마 나와 호야에게 세계수의 정수가 들어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때 호야가 세계수를 타고 위로 오르기 시작한다.
“호야, 조심해.”
냐앙!
알았단다. 하긴 호야가 세계수에서 떨어져서 다친다는 상황은 상상도 안 가긴 한다.
“오셨습니까?”
이레이아와 엘프의 여왕이다. 둘이 나를 맞이한다.
“어, 그런데 둘 사이는 뭐가 정리가 된 건가?”
내 질문에 이레이아가 말한다.
“네, 여왕님이 온전한 상태로 돌아오시면서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엘프 여왕은 시호 수호대에 들어와 있지만, 당장은 힘을 회복해야 한다고 해서 이곳에 파견 나와 있는 상황이다.
딱히 아직은 시호 수호대가 출동을 할 상황도 없기도 했고.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여왕의 말에 난 호야를 가리켰다.
“우리 호야가 오자고 해서.”
“그렇군요. 어떠신가요?”
“확실히 엘프들은 동화되는 것이 빠른 것 같네.”
조화의 종족이라고 하는 엘프. 그래서 그런지 엘프들은 지구의 문명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그런데 호야 님은 왜 여기에?”
“모르지. 우리 호야의 생각은 나도 잘 모르니까.”
호야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것은 호야뿐일 거다. 그리고 그 호야는 지금 열심히 세계수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
“저 위에 뭐가 있나?”
“글쎄요. 우리는 세계수의 허락 없이는 위로 잘 올라가지 않아서요.”
세계수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란다. 물론, 호야에게는 그런 거 아무 상관없을 거다. 심지어 세계수가 못하게 한다고 해도 호야는 하고 싶으면 할 애다. 원래 고양이가 그런 애들이니까. 고양이를 말리려면 고양이가 뭔가를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관심 있어 하는 뭔가를 고양이에게 제공하는 게 빠르다.
그러니 지금은 호야가 하는 것은 그냥 지켜보는 편이 낫다는 생각. 그래서 난 여왕과 이레이아의 안내를 받아서 엘프 마을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세계수가 자리를 잡은 후에 이곳의 기후가 변했고, 여러 가지 식물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약초를 비롯해서 맛있는 과일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여러 동물들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이 세계수의 영역은 점점 커지면서 바이칼 호수가 있는 곳까지 닿게 되었다.
바이칼 호수에 닿으면서 바이칼 호수도 정화되기 시작했는데, 바이칼 호수는 원래 세계 담수의 5분의 1이 있다고 알려진 곳으로 엄청난 깊이의 호수다.
심해어가 살고 있을 정도라고 하니까 말이다.
그 호수도 매우 화사한 분위기로 변했다고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세계수의 뿌리는 그곳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세계수가 어마어마하긴 하네.”
“어머니는 세계를 품는 나무니까요.”
여왕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세계수가 계속 자라난다면 지구의 공기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엘프 마을은 세계수 안에 세계수가 허락해서 만들어진 공간으로 이루어진다는 소설 속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그냥 친환경 시멘트로 만들어졌다.
이건 오크들이 와서 건설한 것이다. 오크들은 이쪽 분야에서 우리 영지 최고의 숙련 기술자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세계수 부근에 있는 엘프 마을은 상당히 묘한 분위기다. 오크들은 영지 내의 마을처럼 만들었고, 여기는 지구라 전기나 인터넷도 들어온다.
엘프들은 기본적으로 영리한 종족이라 거기에 빨리 적응했고, 자본주의에 적응하고 있다.
심지어 모델이 된 엘프가 있을 정도다.
여왕은 모든 것은 엘프의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매우 급진적인 변화지만, 나름 잘 적응하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영지 내에서 자연의 엘프처럼 살아가고 있는 이들 역시 상당수 있다.
그렇게 엘프 마을을 돌아보고 있을 때 호야가 등장했다.
냐앙.
호야는 입에 뭔가를 물고 있다. 그것을 관찰로 살펴보니.
-세계수의 새싹.
세계수의 분신을 만들 수 있는 새싹이다. 이 싹을 땅에 심으면 그곳에 세계수의 분신이 자리 잡는다. 세계수의 분신은 세계수의 영향을 받으며, 해당 지역을 정화한다.
고양이가 뭔가를 물고 있는 모습은 진짜 귀엽다. 그런데 우리 호야가 물고 있으니 더 귀엽다. 그래서 난 호야를 안고 호야에게 물었다.
“이걸 어디에 심으라고?”
냐냥냥!
“일본에?”
냥!
그렇단다. 설명에 있는 해당 지역을 정화한다는 부분. 이계 마계를 정화할 수 있는 수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우리 호야는 천재 고양이구나?”
냐앙냥냥!
당연하시단다.
“우리는 일단 가 볼게. 여왕은 나중에 영지에서 보고, 이레이아는 여기 관리 잘해 주고.”
“네, 대군주님.”
난 둘에게 인사를 하고 호야와 함께 영지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