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59화 (159/182)

제159화

제159화 마계화 확산 (1)

세계수의 새싹을 가지고 난 일단 연구소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싹을 나오와 일본에서 잡아 온 다른 남자에게 가져다 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나오와 남자는 공격성이 사라졌다. 그리고 제정신을 차린 것인지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여, 여긴.”

나오는 매우 지쳐 있었다. 온몸이 구속된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난리를 쳤으니 당연한 일이다.

“정신이 드십니까?”

“대군주님?”

“네, 맞습니다.”

“제가 어떻게…… 그리고 여긴 어디죠?”

“여긴 우리 영지에서 운영하는 연구소입니다. 그리고 나오 씨는…….”

난 그간의 일을 설명했다. 그러자 나오가 크게 놀란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요?”

“네.”

“왜 그런 일이…….”

나오는 눈물을 터트렸다. 그리고 남자는 기절한 상태다.

“일단 진정하시구요.”

난 나오에게 회복 마법을 걸어 주었다. 드래곤에게 배운 리커버리라는 마법으로 이것은 체력까지 회복을 시켜 주는 마법이다.

상처 치료와 체력 회복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 다르다. 리커버리는 상처도 완전히 회복시켜 주면서 체력까지 회복시켜 주는 고위 마법이다.

그러자 나오가 조금은 안정을 찾았다.

“문제는 모습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데…….”

누님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했다. 세계수의 새싹 정도라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미 유전자가 변형되었어. 이것을 다시 고치려고 하는 것이 문제일지도 모르지.”

쉽게 얘기해서 끊어진 부분을 이어 붙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끊어지고 거기에서 변형이 생긴 부분은 원래대로 회복시키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나오의 모습은 보통의 동아시아인보다 조금 더 붉은 피부 톤에 이마에 뿔이 나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그 뿔이 엄청 크지는 않다. 겨우 엄지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크기다.

보기에 따라서 코스프레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부분.

문제는 여전히 관찰로 살펴보면 나오의 정체성은 ‘마계의 주민’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즉,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일본 본섬에 있는 이들 모두가 그런 모습으로 변했다는 부분도 문제고.

누님은 나오와 남자에게 동의를 얻어서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의 운동능력과 체력 그런 것들부터 아이큐 테스트까지.

모든 검사가 끝났을 때 난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은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아. 원래 공격성을 가지고 있을 때에 인간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났던 것과 차이가 크지. 그리고 분노를 일으켜서도 실험을 해 봤지만, 그때도 다르지 않았어. 결과적으로 겉모습이 조금 달라진 인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누님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렇다면 별문제는 없어 보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듣던 정기훈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낙인이군요.”

“네?”

내가 묻자 정기훈이 다시 말한다.

“일본인은 마계의 주민이라는 낙인이 찍혔다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일본인은 마계의 주민이다. 이게 낙인이다? 난 잠깐 생각을 했다. 그러다 이내 정기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세계에서 마계화가 진행된 곳은 일본의 본섬뿐이다. 그렇다면 그 일본 본섬이라는 곳은 이미 나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그곳은 지구와는 차원이 다른 곳이 되어 버렸으니까.

물론, 내 영지에 편입된 규슈나 홋카이도는 다르다. 거기의 일본인들은 원래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본섬의 일본인들은?

세계수의 새싹으로 그들의 공격성은 거세할 수 있지만, 그들의 모습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일본 본섬을 정화한다고 해도 결국은 마계의 주민이라는 낙인을 가지고 살아가게 될 거라는 부분이다.

더 심각한 부분도 있다.

“이런 실험까지 해야 되나 싶었지만, 그래도 해 봤는데 마계의 주민과 인간 사이에서는 자손을 볼 수 없어. 그러니까 기훈 씨의 이야기는 그대로 될 가능성이 커.”

인간과 원숭이 사이에 자손을 볼 수 있을까? 아니라고 알고 있다. 이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원숭이보다 훨씬 인간에 가까운 생김새를 가지고 있지만, 일본 본섬의 주민들은 마계의 주민으로 유전자가 변형되었고, 그들은 자기들끼리만 자손을 보게 될 것이다.

영원히 그들은 마계의 주민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

“생각보다 심각하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처리를 해야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만약에 마계라는 것이 더 퍼지게 되기라도 한다면…….”

훨씬 복잡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일본의 마계화에 대해서 세상에 알리기로 결정했다.

* * *

나오와 일본 남자 오카는 우리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그들은 피해자다. 하지만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그들의 가족은 아직 마계의 주민으로 남아 있다. 그것을 되돌릴 수 없다면 최소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전 세계인이 보는 가운데 인터뷰를 했고, 그들에 대한 정보는 세계로 퍼져 나갔다.

현재 일본의 상황까지.

세계는 경악했다. 인간에서 인간이 아닌 것으로 변형을 일으키는 일이 벌어질 거라고 누가 상상을 했겠는가?

비슷한 상상이라면 좀비나 뱀파이어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양쪽 다 죽어서 변형이 되는 부분이라는 것이 다르긴 하겠지만, 마계의 주민은 자신들도 모르게 그렇게 된 부분이라는 것이 더 충격적이었다.

일부는 그럼에도 그들의 신체 능력이 인간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부분은 매우 강조했다. 철없는 것들이 괜히 그곳으로 가서 마계의 주민이 되겠다고 설치지 못하도록 말이다.

거기에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일본 본섬의 아랫부분에 있는 시코쿠 지역 북부가 마계화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아직 완전히 시코쿠가 마계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계화가 전염병처럼 번진다는 것이 알려지자 세계는 난리가 났다.

가장 난리가 난 곳은 당연하게도 한국이다. 우리는 일본의 본섬인 혼슈의 위쪽에 위치한 나라니까.

다행인 것은 마계화는 우리 대성역의 영역을 뚫지 못한다는 것. 하지만 시코쿠 지역은 우리 대성역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곳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난 시호 수호대를 데리고 시코쿠로 향했다.

그리고 아직 마계화가 진행되지 않은 지점에 세계수의 새싹을 심었다.

지구의 세계수에서 세계수의 새싹을 상당수 얻어 왔기에 여기저기에 심는 것은 크게 어려울 것이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 세계수의 새싹은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점점 넓어지려고 하는 마계의 영역을 갉아먹으면서 원래의 지구로 되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마계의 주민이 되어 버린 사람들을 구원하지는 못했다.

난 최대한 세계수에서 세계수의 새싹을 얻어서 일본 본섬의 외곽에 심기 시작했다.

다행히 세계수의 정수를 반쪽 가지고 있는 내 능력으로 그 새싹들은 빠르게 자라났고, 매우 거대한 나무들로 자라났으며, 각각 영역을 넓혀 가기 시작했다.

일단 그것으로 일본의 마계화가 더 확산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그것으로 세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고 어떻게 이 사태를 해결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 * *

“크아아악!”

“키엑!”

하노이에서 괴성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미친 듯이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발단은 하노이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었다. 갑작스럽게 그 마을에 마계화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런 전조도 없었고, 원인도 밝혀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베트남 정부는 곧장 최시우 대군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최시우는 시호 수호대를 이끌고 곧장 베트남으로 달려갔고, 세계수의 새싹을 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하노이의 반이나 마계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알려졌듯이 마계화가 진행된 곳의 모습은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겠지만, 그 안의 주민들은 그렇지 못했다.

베트남 정부는 마계화가 진행된 하노이 주민들을 모두 처형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최시우의 반대로 인해서 그것이 실행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마계화된 하노이 주민들에게 거주지를 벗어나면 처형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주민들은 그 결정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가족 중 몇몇은 마계의 주민이 되고, 몇몇은 아닌 경우가 그랬고, 연인인데 둘 중의 하나만 마계의 주민이 된 경우도 그랬다.

하지만 베트남은 단호했다. 지정된 거주지를 벗어난 마계의 주민은 가차 없이 처형시켰다. 그러자 이제는 베트남 국민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일어났다. 누가 옳은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상황은 모두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었다.

그리고 마계화는 하노이에서만 벌어지지 않았다.

유럽에서도, 북미에서도, 남미에서도 그리고 호주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결국 그 원인을 알아낼 수 있었다.

게이트였다.

바로 게이트의 소유자가 이토의 휘하로 들어갔을 때 그 게이트를 중심으로 마계화가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이토는 일본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게이트의 주인이 이토의 휘하게 들어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니까.

심지어 마계화가 진행된 곳은 통신이 두절된다. 그런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아직 그 방법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게이트 주인이 이토의 편에 서게 될 경우 마계화가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상당히 번지기 시작했다.

* * *

“세상 어디나 또라이는 있는 법입니다.”

정기훈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나 역시 그 말에 동의를 하는 부분이 있다. 일명 또라이 보존의 법칙이랄까?

어느 집단이든 또라이는 있다. 얼마나 또라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세상 모두가 테러 단체를 적으로 규정할 때 스스로 그곳에 투신하는 인간들도 있었지 않습니까?”

“하긴 그러네요.”

“이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게이트 주인들 중에 아직 군주를 선택하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선택지가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런 선택을 하지 않겠지만, 말씀드렸듯이 세상 어디든 또라이는 있는 법이니까요.”

정기훈의 말은 핵심을 관통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렇다면 아직 군주를 선택하지 않은 영주들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겠군요?”

“네, 그것을 촉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

정기훈이 리스트를 내게 내민다.

“이게 뭡니까?”

“대군주님의 휘하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중립 영주들입니다.”

중립 영주.

아직 군주를 선택하지 않은 게이트 주인들을 의미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정기훈이 내민 영주들의 명단은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영주들이라는 부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