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화
제160화 마계화 확산 (2)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내 휘하로 들어오고 싶다고 모든 이들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은 분쟁지역이거나, 특수한 상황인 곳이다. 캘리포니아가 그런 경우였고.
나머지는 우리 영지의 경계와 맞닿은 곳들의 영지들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리스트를 준다고 해서 여기를 내가 받아줄 수 있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제한에 대해서는 기훈 씨도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알고 있습니다. 이쪽에서 요청하는 것은 가능할 때에 받아달라는 것과 세계수의 새싹을 심어 달라는 요청입니다.”
그제야 이해가 간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대성역의 영역에 들어온다면 좋지만, 그게 안 된다면 세계수의 새싹이라도 심어 달라는 것이다.
사실 이 마계의 문제는 가장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지금 TV에 나오는 것처럼.
-그러니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최시우 대군주의 휘하에 전 세계가 들어가면 된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마계화는 확산될 수 없지 않겠습니까?
TV에서 토론회가 벌어지고 있다. 웃긴 것은 저게 현재 UN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 * *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그럼 주권을 그냥 넘겨주자는 말씀입니까?”
프랑스 대사의 말에 처음 그 주장을 했던 호주 대사가 다시 말한다.
“그렇다면 마계화를 막을 방법이 있습니까? 그리고 주권을 넘겨주긴 뭘 넘겨줍니까? 최시우 대군주가 대한민국을 차지하고 정부를 좌지우지하기라도 한다는 얘깁니까? 게이트는 게이트고, 지구는 지구입니다!”
원래 세계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방금 호주 대사가 말한 것과 같이 게이트는 게이트, 지구는 지구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는 그런 기조를 가급적이면 지키려고 세계 정부들은 노력을 해 왔다.
캘리포니아를 우리 영지로 삼은 것은 미국에서 그렇게 법률을 통과시키고, 캘리포니아의 주민들이 그것을 찬성했기 때문이다.
그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현재까지는 몇몇 독재자가 지배하는 국가를 제외하면 그 기조를 따라가는 중이다.
“말이 그렇지. 대한민국이 그렇다면 최시우 대군주의 눈치를 안 본다고 할 수 있습니까? 얼마 전만 해도 자기를 거스른다고 국회의원들을 어딘가로 날려 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대한민국의 대표가 발언권을 얻어서 말을 한다.
“참고로 그들은 최시우 대군주가 마음에 안 든다고 날려 보낸 것이 아니라. 죄를 지은 이들이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최시우 대군주의 행동이 옳다고 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들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그 재판이 끝나면 최시우 대군주에게 그들을 돌려받을 생각입니다.”
그렇게 발언을 하고 있지만, 사실 최시우 대군주가 그것을 거부하면 대한민국 정부로서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그가 잡아간 이들은 모두가 중범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들이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오히려 더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는 부분 중의 하나다.
“그가 돌려주겠습니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입니다만? 그리고 우리는 여러분이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중립을 표방합니다.”
“당신들은 안전지대에 있다고 그렇게 발을 빼려고 해도 되는 겁니까?”
프랑스 대사는 흥분해서 말했다.
“그럼 뭐, 어떻게 할까요? 달리 방법이 있습니까? 호주 대표님의 이야기처럼 아예 전 세계의 게이트 주인들이 모두 최시우 대군주의 휘하에 들어가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아닙니까? 참고로 최시우 대군주는 휘하 영지에 몇몇 나라의 영주들처럼 가혹한 세금 정책을 펼치지도 않습니다. 강제로 사람들을 동원하지도 않고 말이죠. 그렇다고 그 힘을 지구로 투사하느냐? 게이트와 관련된 것이 아닌 이상은 그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 아, 국회의원들의 문제는 그들이 먼저 최시우 대군주를 타깃으로 삼았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대표는 이렇게 하건, 저렇게 하건 별 관심이 없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강의 대성역 보유국이니까. 아니, 정확히는 대성역 내에 위치한 국가니까.
“세계 평화를 위해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프랑스 대표가 바득바득 우겼다. 그 말에 대한민국 대표는 웃으면서 말한다.
“그 희생 왜 최시우 대군주만 감수해야 합니까? 그분한테 뭐 맡겨 놨습니까?”
그 말에 호주 대표가 다시 나섰다.
“우리 호주 연합은 최시우 대군주의 휘하에 들어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처럼 멀리 떨어진 나라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몇 개의 섬만 거치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서 말입니다.”
호주에서 대한민국까지는 사실 그렇게 가깝지 않다. 하지만 최시우 대군주의 영역은 중국 동부까지 뻗어 있다. 거기에 대만, 필리핀 등의 몇 개의 나라를 거치면 호주는 최시우 대군주의 영역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최근에 호주에서 마계화가 벌어졌고, 최시우 대군주가 직접 와서 그것을 진화해 주었다.
호주 국민들은 차라리 최시우 대군주의 휘하로 들어가는 편이 나을 거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제국주의 때의 식민지와 뭐가 다릅니까?”
“하, 제국주의를 잘 아시는 분이 그런 말을 하니 우습군요. 그리고 최시우 대군주가 누구처럼 노예를 만듭니까? 아니면 식민지라고 약탈을 합니까? 어디 제국주의 따위와 비교를 하십니까!”
“옳소!”
“맞습니다!”
토론장은 점점 개판이 되어 가고 있었다.
* * *
“저렇다는군요.”
정기훈은 매우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까?”
“네, 그런데 아마 그 재판이 끝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누구도 적극적이지 않거든요.”
“왜죠?”
“일단 국회의원들의 가족들은 죄가 다 밝혀져서 재산이 압류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고, 정당들은 소속되었던 국회의원들이 공식적으로 쓰레기라는 결과물을 받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하긴, 그 타지도 않는 쓰레기들의 죄가 공식적으로 인정이 되면 그들의 재산들은 모두 압류될 것이다. 오히려 물어 줘야 할 돈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니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가족들은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하지 않고, 또 티거를 통해서 보여 준 영상으로 그들이 나름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그렇게까지 그들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정당들도 마찬가지인 입장이고.
“그런데 대군주님.”
“네.”
“세계수의 새싹은 계속 얻을 수 있는 겁니까?”
“저나 호야가 가면 얻을 수 있습니다. 수량이야 뭐 거의 무한대에 가깝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대군주님의 마법 중에 계약에 관련된 마법은 없습니까?”
“있죠. 마나의 맹세라는 마법이 있습니다.”
마나의 맹세는 마나를 가진 존재들 사이에 맺을 수 있는 계약이다. 계약을 하는 것 자체에는 강제성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계약을 어길 경우 그 계약서에 쓰여 있는 인과를 감당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목숨을 걸고 맹세한다고 계약을 하고서 그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진짜 죽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동으로.
난 그런 부분을 정기훈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정기훈은 다시 말한다.
“그럼 이 명단에 있는 영주들에게 그 계약을 맺게 하고서 세계수의 새싹을 나눠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굳이 그렇게까지 하려고 하겠습니까?”
“그 부분은 동의하는 영주들만 불러 모으는 방향으로 조율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전 일본으로 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마나의 맹세에 사용될 계약서는 여기에 넉넉히 두고 가겠습니다.”
“네!”
난 영지로 돌아가서 하루 동안 마나의 맹세에 사용할 계약서를 만들고 호야에게 부탁해서 세계수의 새싹을 잔뜩 받아 오게 시켰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을 때 난 시호 수호대를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 * *
우리는 가장 먼저 시코쿠 지역으로 들어갔다. 세계수의 새싹으로 마계화의 확산을 막아 둔 곳이다. 이곳의 게이트 주인은 이미 사망했다. 그럼에도 마계화는 그대로 진행되었고, 주민들은 마계의 주민들이 되어 버렸다.
땅은 정화되었지만, 그 여파는 아직 남아 있다.
마치 게이트처럼 마계화된 곳에서는 모든 기계류들이 작동을 멈춘다는 것을 알아냈었다. 덕분에 일본 본섬이 통신 두절 상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위성으로 사진을 찍는 것도 불가능했다.
“야, 스마트폰 먹통이다.”
선우의 말에 다들 스마트폰을 꺼내서 확인해본다. 참고로 스마트폰은 다들 가지고 있다. 헬레나나 레라도, 그리고 여왕도.
헬레나의 바람의 종족과 레라의 물의 종족은 모두 시베리아에 자리를 잡았다.
게이트 안에 있는 것도 좋지만, 저들에게도 지구의 거처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무 전조도 없이 게이트가 등장했다면 어느 순간에는 아무 전조도 없이 게이트가 사라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시베리아 같은 경우는 러시아로부터 영구 할양을 받은 상태이기에 뭐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사실상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들이 크게 당할 것이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는 양쪽에 모두 지낼 곳들을 마련해 두었다. 드워프와 오크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방주로 데려가듯이 데려갔던 멸종위기종 동식물들도 모두 시베리아에 풀어 주었다. 호야가 그렇게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스마트폰이 안 된다고 하자 가장 먼저 인상을 찡그린 것은 인간들이 아니라 헬레나와 레라, 그리고 엘프의 여왕이었다는 점이다.
“갑갑하겠네.”
“네, 없었을 때는 몰랐는데…….”
헬레나가 부끄럽다는 듯이 말한다. 저 심정은 당연히 이해가 간다. 요즘이야 군대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지만, 내가 군대에 있을 때만 해도 그런 거 없었다.
당연히 모두가 없으니 그때는 그게 없다는 것에 크게 불편함을 못 느꼈다. 하지만 휴가를 나왔다가 자대로 복귀를 하면 그 순간부터 갑갑해지기 시작한다.
원래 없을 때는 모르다가 있다 없으면 더 그런 법이다.
“오빠, 여기는 뭐 더 둘러봐도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일본 본섬으로 가 보자.”
“그래, 그렇게 하자.”
우리는 일본의 본섬으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오사카 지역이다. 시코쿠 섬을 기준으로 보자면 북동쪽이랄까?
오사카는 상당히 일본에서 전통 있는 지역이었지만, 마계화가 진행된 후부터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얼마 전에 나오를 데리고 왔던 지역은 현대와 마계가 살짝 섞인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완전히 현대의 느낌은 모두 사라지고 전혀 다른 모습의 세계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특히나.
“칙쇼!”
저런 놈들.
사무라이다. 사무라이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겉모습은 완전한 사무라이들이다. 사무라이들이라고 사람들이 환상을 가지기도 하지만, 우리 앞에 있는 사무라이는 뭔가 고증이 철저했는지 겁나 작은 키에 큰 칼을 들고 달려오는 미친놈들이었다.
“허, 뭐 저런.”
시연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한다. 물론, 저들도 마계의 주민들이다. 관찰로 보면 그렇게 나온다.
“일단 정리하자.”
“네!”
내 명령에 다들 움직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