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61화 (161/182)

제161화

제161화 마계 사무라이 (1)

사무라이는 일본의 오랜 정체성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계급으로 사무라이라고 하는 것을 서양의 기사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둘은 상당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무장을 들 수 있다. 기사들은 기본적으로 말과 중무장을 기본으로 한다.

애초에 기사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 세금 징수원에서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영지, 저 영지를 다니면서 세금을 징수해야 하는 이들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기에 말이 필요했고, 세금을 징수해서 가지고 다녀야 하기에 그것을 노린 도적들과 대응하기 위해서 무력이 필요했다.

기사들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에 사무라이들은 세금 징수와는 무관하다. 자신들이 무력을 수련해서 그 무력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

애초에 사무라이들에게 명예라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고 본다. 그들은 말 그대로 용병에 가까운 이들이니까.

일본이라는 나라는 과거에 자신들이 일본이라는 국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생각 자체가 매우 희박한 나라였다.

오히려 각 영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이 더 강했다랄까?

전국시대라고 불리는 그때만 해도 자신들이 일본인이라는 생각으로 싸운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일본의 전국시대를 오다 노부나가의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사실상 일본은 계속해서 그런 상태를 유지해 왔고, 노부나가가 거의 일본 본섬을 통일하고 뒤를 이어 히데요시, 이에야스가 통일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시절을 살아온 일본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사무라이였다. 누가 더 실력 있는 사무라이들을 많이 거두냐에 따라서 전쟁의 승패가 좌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아무튼, 우리를 막아서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사무라이들이었다.

물론 저들이 우리 시호 수호대의 상대가 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다 쓸어 버려!”

선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열심히 각궁으로 화살을 날렸다. 말과는 다르게 원거리 딜러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가장 날뛰고 있는 것은 시연이와 고연주.

둘은 가장 정면에서 사무라이 집단을 해체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헬레나와 레라가 마법으로 지원을 해주고, 엘프 여왕은 정령으로 사무라이들을 공격한다.

나?

난 그냥 이것저것 다 한다.

우리를 상대하는 사무라이들의 숫자는 거의 백여 명이었다.

머리에는 뿔이 달려 있고, 갑옷은 전국시대 사무라이들이 입었을 법한 그런 무장 상태.

우리가 변형된 풀 플레이트 메일의 형태의 갑옷을 입고 있는 것과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냥!

호야가 나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하나 쳐낸다. 물론 저 화살이 나에게 날아온다고 해서 나를 맞출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를 비롯해서 우리 시호 수호대는 실드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까.

그리고 나의 레벨이 올라가면서 같이 올라간 신체적 능력은 저런 화살에 맞을 정도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호야는 날아온다는 것 자체를 기분 나빠하는 것 같다.

아니면…… 그냥 장난감으로 생각하는 것인지도.

뭐가 되었건 숫자가 많을 뿐이지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

그때였다.

“칙쇼!”

거대한 덩치를 가진 사무라이 하나가 몸을 날리며 고연주를 밀어냈다.

“윽!”

우리 시호 수호대의 탱커 역할을 맡고 있는 고연주가 뒤로 주르륵 밀려난다.

소위 말하는 검방이라고 할 수 있는 검과 방패를 주로 사용하는 고연주가 자신의 방패로 공격을 막았음에도 뒤로 밀려난 것이다.

이건 고연주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강한 것이다.

“연주 씨, 뒤로요.”

“네.”

난 고연주와 자리를 바꿨다.

그러자 그 거대한 사무라이가 말을 한다.

“조센징. 난 대 일본 제국의 무장 키시요다.”

“어쩌라고?”

“흥! 결투의 예의를 모르는 미개한 족속인가?”

“네놈이 데리고 온 숫자를 보고 얘기하지 그래? 안 쪽팔리냐?”

내 말에 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다. 저놈들은 저게 문제다. 지들이 한 짓은 정당하고, 상대가 강하면 상대가 비겁한 거라고 생각하고 믿는다는 것.

자기들이 폭력을 휘둘렀으면서 당한 사람이 잘못이라는 식의 논리.

난 예전에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많은 만행을 저질러 놓고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뭘까라는 뜬금없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혹시 그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애초에 저놈들은 자신들이 잘못한 적이 없다고 믿고 있다는 것.

즉, 강제 노역이나 위안부 문제들 모두 자신들은 잘못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는 것이다.

진짜 그렇게 믿고 있다면 사과를 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할 테니까.

워낙에 일본인들은 독특한 사고방식을 하기로 유명한 놈들이다. 수천 년을 섬에만 처박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웃기는 얘기다. 그냥 난 일본의 근본이 그런 이들이라고 믿는 쪽이다.

물론, 내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일 뿐이다.

“네놈들은 대 일본 제국을 침략한 놈들이다. 그런 놈들이 뻔뻔하게 말을 하는군.”

“아, 그건 반박 불가지. 맞아. 난 너희들 나라를 침략해서 들어온 참이야. 그리고 너희 대장의 목을 따고 싶어. 뻔뻔하게 들렸다면 미안. 근데 그럴 생각이거든.”

“이놈!”

난 대화를 하면서 놈을 관찰했다.

-이름: 키시오 미타.(523레벨)

상태: 마계화된 사무라이.

상당히 높은 레벨이다. 다른 사무라이들의 레벨이 400레벨 초반인 것을 보면 이놈은 확실히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레벨을 가지고 있다.

내 레벨이 이제 550을 좀 넘은 상태고, 우리 시호 수호대의 레벨은 500레벨 초반이다.

그러니 고연주가 저놈에게 밀려난 것이고.

놈은 전투에 특화된 놈으로 이도류를 사용하고 있다.

미아모토 무사시에서 이어져 온다고 믿고 있는 이도류.

사실 웃기는 얘기다. 두 개의 도를 사용한다고 하지만, 하나는 보통 짧은 도를 사용하는데 보통은 그것을 방어용으로 사용하고, 긴 도로 주로 공격을 한다.

그러면 그냥 방패를 드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나? 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애초에 참 희한한 종족들이다.

“덤벼, 어차피 그러려고 온 거잖아?”

“너와 일대일 결투를 신청한다.”

“굳이?”

“사무라이를 모욕하지 마라.”

“너희를 모욕한다고 한 적은 없는데?”

“받아들일 것인지 말해라.”

“받아들이면 뭐가 달라지지?”

“내가 진다면 내 부하들은 전투를 포기하겠다. 하지만 네가 진다면.”

“떠나라는 건가?”

“그렇다.”

죽이겠다가 아니라 내가 떠나기를 바란다. 어쩌면 저 키시요라는 놈은 생각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놈과 어울려 줄 생각이다.

“좋아. 그렇게 하지. 만약 내가 진다면 최소한 반년 동안은 이 땅에 발을 들이지 않겠어. 그럼 된 건가?”

“좋다.”

놈은 진짜 내가 이곳에 관심을 가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그렇다는 것은 이곳에서 뭔가를 진행하고 있고, 내가 와서 그것이 어그러지고 있다는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었다.

“괜찮겠어?”

선우가 나에게 와서 묻는다.

“설마 내가 질까 봐?”

“아니, 그건 아니지만 저놈은 칼밥을 먹고 사는 놈으로 보이니까.”

친구로서 당연한 걱정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렙이라고 해도, 아니 상대가 나보다 레벨이 높다고 해도 내가 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든다. 애초에 우리 영지에서 레벨업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능력치가 다른 곳보다 뛰어나니까.

“일단 무슨 꿍꿍이인지 알려면 좀 어울려 줘야 할 것 같아서.”

“그래, 알았다.”

선우가 물러나자 시연이가 말한다.

“죽여 버려!”

“그래.”

우리 시연이 아직 푸릇푸릇한 여고생이어야 하는데 내가 애를 버려 놓은 것 같다.

냐앙! 냥냥냥!

호야는 걱정 말고 놈을 상대하라고 한다. 아마, 뭔가 낌새가 있으면 자기가 끼어들 생각이리라.

난 그렇게 응원을 받으면서 놈과 마주했다.

다시 말하지만 놈이 사용하는 무기는 짧은 도와 긴 도다. 그 두 개의 도에 마나가 씌워진다.

개나 소나 이제 소드 마스터 흉내를 낼 수 있는 세상이니까 뭐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저 레벨이 되어서 저런 것도 못하면 그게 등신이다.

“시작하지.”

난 검을 살짝 내린 자세로 말했다. 내가 주 직업이 마법사라고 해도 검술을 못 다루는 것은 아니다.

헤르티안 검술을 완전히 마스터했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실전 경험이 풍부하다고 자부하니까.

우리 호야가 아주 빡시게 굴렸거든.

덕분에 난 놈의 러시를 쉽게 막을 수 있었다.

챙!

놈의 긴 도를 이용한 공격을 막자 놈이 짧은 도로 나를 찔러 왔다. 요건 좀 의외긴 했다. 하지만 난 왼손바닥에 강력한 실드를 만들어서 놈의 검을 막았다.

쾅!

실드가 그대로 깨졌다. 하지만 곧장 다시 실드를 만들고 난 놈의 빈틈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어림없다!”

결투를 하면서 저런 식으로 진짜 떠드는 놈이 있을 줄이야.

하지만 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대로 찔러 넣었던 검을 사선으로 베어 나갔다.

놈은 두 개의 검으로 나의 공격을 막아선다. 그런 놈의 빈틈으로 난 마법을 발사했다.

“비겁한 놈!”

“뭔 개소리야? 난 원래 마법산데.”

당연하지 않은가? 결투라고 해서 마법사인 내가 검만 사용해야 하나? 웃기는 소리다.

그러면서 난 몸에 둥근 화염의 고리를 둘렀다. 엄청난 고열로 돌아가는 화염의 고리는 놈의 공격을 웬만하면 다 막아냈다. 놈은 그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자기 공격을 이어 갔다.

이놈 스포츠 선수로 나갔으면 대성했을 놈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차분하다. 시끄럽게 떠들고, 과장되게 말을 하는 것에 비해서 매우 차분하고, 공격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제어할 줄 안다.

그냥 마계화된 주민들과는 차이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놈이 특별한 것인지 아니면 저 사무라이들의 진화 형태가 이놈처럼 되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만약 후자라면 상당히 골치 아픈 상황이 만들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은 매우 냉정하게 두 개의 도를 사용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이 이어 갈수록 녀석의 공격은 맥이 끊어지기 시작했고, 난 헤르티안 검술의 정수를 이어받은 만큼 놈의 빈틈에 기어코 검을 찔러 넣을 수 있었다.

“크흑.”

놈의 옆구리에 내 검이 박혔다. 그러자 놈은 두 개의 도로 내 검을 휘감듯이 하면서 그대로 몸을 돌려서 내 검을 부러트리려고 했다.

아마 보통의 검이라면 그대로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내 검이 쉽게 부러질 검이 아니라는 점이다.

드워프 대장장이의 우두머리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만들어 준 검이다.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난 재빨리 검을 회수했다. 그러나 놈의 옆구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특이한 것은 그 피의 색이 붉은색이 아니라 검은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놈은 여전히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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