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6화
제166화 피라미드의 난
마계의 정수가 발견되었다고 하는 곳은 이집트의 기자 피라미드라고 했다. 피라미드는 세계의 불가사의로 꼽히면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다.
이집트는 조상이 만든 피라미드로 먹고산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피라미드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그와 관련된 소설이나 만화, 영화 등은 거의 매년 나오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한 가지.
피라미드는 무덤이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즉 우리식으로 따지면 왕이 묻혀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다. 그 스케일이 워낙에 엄청나서 불가사의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엄청난 노예를 동원해서 건설했다는 이야기가 예전에는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피라미드를 만든 것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 노동자들이었다는 이야기를 본 적도 있다.
심지어 휴가도 있고, 휴일도 있고, 당시로 따지면 상당히 복지가 좋았다는 주장도 읽었다.
아무튼, 그 옛날에 그렇게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부터가 불가사의한 일이라는 것은 나도 솔직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런 피라미드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미라다. 사실 그것은 시신의 처리 방법으로 알려진 것인데 언젠가부터 언데드의 대명사 중의 하나로 통하게 되었다.
아마 영화나 그런 부분의 영향이 클 것이다. 문제는 그런 상상 속의 언데드가 실제로 등장을 했다는 부분이다.
사실 좀비도 마찬가지이니 현시점에서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피라미드에서 미라가 등장했다는 것은 나름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일인 것은 분명했다.
“뭐가 되었건 충격적이긴 하겠네요.”
“네, 맞습니다. 지금 TV에도 온통 미라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게 그렇게 흥미로운 일인가요?”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얘기겠지요.”
하긴 그럴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이집트 사람들이 아니라면 저게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겠지만, 솔직히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거기에 미라는 좀비와는 달라서 전투력 자체는 강력하지만, 전염이 된다거나 그런 종류는 아니라서 말입니다.”
저것도 문제다. 좀비라는 것이 무서운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물리면 나도 좀비가 된다는 공포다. 사실 최근 트렌드의 좀비들은 겁나 빨리 달리고, 강력한 좀비들도 영화에 등장하고 그러지만 좀비에 대한 원천적인 두려움은 그 전염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라는 그 전투력 자체는 강력하지만 전염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그 부분은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근데 거기에 마계의 정수가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아낸 겁니까?”
“그게 자칭 파라오라고 하는 마왕이 등장을 해서 자신이 마계의 정수를 지키는 수호자라고 했다는군요.”
“특이한 놈이네요.”
“그러게요.”
“보통 저런 건 좀 숨기고 그러면서 암중에 뭘 노리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알아보니 그놈도 이토처럼 마계와 연결된 게이트의 주인이라고 하는군요.”
“설마 이집트도?”
“아, 그건 아닙니다. 이집트에서 마계화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피라미드 하나를 놈들이 점령하고 그곳을 마계로 선포를 한 거죠.”
파라오라는 마왕.
이토랑 다른 것은 놈은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는 부분이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요?”
“글쎄요. 딱히 지금으로서는 이유까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주변국들의 반응은요?”
“일단 유럽 연합에서 헌터들을 대거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유럽 연합이요?”
“네, 아무래도 지중해에 맞닿아 있으니 위협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기자 피라미드는 카이로에 있다. 거기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지중해다. 지중해를 건너면 바로 유럽의 주요 국가들과 연결된다.
아무래도 가장 먼저 발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나 보다. 아프리카 쪽은 아직도 개발이 안 된 곳들이 많기에 문제가 좀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아프리카는 유럽인들에 의해서 침략을 받았고, 식민지배를 받았고, 그들로 인해서 피해를 입었지만, 제대로 회복을 못하고 있다.
아무튼 다른 나라를 쳐들어가서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수탈하는 놈들이 문제다. 멀쩡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미개하다면서 침략하고 노예로 삼고, 그 땅에서 나오는 것들을 수탈하고.
미친놈들이라는 생각이다.
심지어 아프리카는 흑인 노예 사냥으로 유명하지 않았던가.
전 세계에 흑인이 퍼진 이유가 거기에 있을 정도니 참 할 말이 없다.
“유럽 연합의 헌터들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딱 보기에도 미라들이 전투력이 장난이 아니던데요. 현재 등장한 미라들의 레벨이 400레벨대 중반이라고 하니 유럽 연합 헌터들이 고생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나설 필요는 없겠죠?”
“당장은 그렇습니다. 굳이 우리가 세상을 구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정기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를 구원한다? 세계의 구원자? 나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난 호야를 옆에 끼고 책이나 읽으면서 걱정 없이 사는 것이 소원인 사람이다.
세상에 재미있는 책이 얼마나 많은데 재미도 없는 세계의 구원 따위를 해야 할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거미맨 삼촌의 이야기에는 솔직히 조금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 나 정도면 할 만큼 한 거 아닌가?
냐앙.
호야는 관심 없다는 듯이 내 옷깃을 잡아당긴다. 섬에나 가자는 거다. 요즘 호야와 둘이서 섬을 돌아다니면서 놀러 다녔더니 호야가 매우 좋아한다.
섬에 돌아다니는 작은 게르를 사냥한답시고 폴짝폴짝 따라다니다가 물리고 냥냥거리는 등의 모습도 매우 귀엽다.
사실 절대로 안 아플 것 같은데 우리 호야가 할리우드 액션이 좀 심하다. 그래도 그게 귀여우니 그거면 된 거다.
“티거는 요즘 뭐합니까?”
“정찰용 드론을 개조하고 있습니다.”
“정찰용 드론이요?”
“네, 영지 순찰용으로 만들게 했습니다. 말이 드론이지 작은 곤충형이라 사람들 눈에 잘 안 보입니다.”
무슨 스파이 영화에 나오는 그런 것인가보다. 뭐가 되었건 그런 부분은 내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다른 특이사항 있나요?”
“별다른 것들은 없습니다. 다만 마계 주민이 된 사람들 중 영지민으로 받아 달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족이나 지인입니까?”
“네.”
보통이라면 마계 주민을 영지민으로 받아 달라는 요청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막말로 내 가족이 밖에서 손가락질당하면서 살고 있는데 차라리 영지로 데리고 오고 싶지 않겠는가.
난 그들을 이해했다. 우리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마계의 주민들은 딱히 외모가 달라진 것을 빼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기에 그들을 받아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이나 지인이라면 받아들이라고 하세요. 하지만 그 외에는 무시하구요.”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건요?”
“딱히 문제가 될 부분은 없습니다. 대수림을 아직 다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정도가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사실 그건 이제 세계수가 사라졌기에 사냥터 용도라.”
“네, 기훈 씨가 알아서 하세요. 아시다시피 전 사실 대군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니까요.”
남들이 들으면 재수 없다고 할 수도 있을 얘기다. 하지만 이게 내 진심이라는 것을 정기훈은 잘 알고 있다.
새로운 차원과 연결되었을 때, 그리고 그러다가 영주가 되고, 성역을 확보하고, 군주가 되었다가 다시 대군주가 되었어도 내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애당초 내 본질은.
냐앙.
호야 아빠다! 그게 포인트다. 그러니까 난 호야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생각이다. 물론 우리 가족들과 우리 가족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로 세계관이 확장되기는 하지만 그런 복잡한 문제는 여기 그런 일을 매우 좋아하는 정기훈이 하면 된다.
공식적으로 정기훈은 우리 영지의 넘버2다. 옛날이었으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 했을 자리.
언젠가 정기훈은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군주라는 것은 결국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라고. 옛날에 중국은 천자는 하늘이 내려 주는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물론, 사실은 황제가 된 사람이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려고 개구라를 친 거겠지만. 사실 그것도 타고난 운이 있어야 가능하긴 하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호야 우리 이제 섬에 갈까?”
냐앙.
호야가 좋다고 따라오려고 할 때다. 티거가 등장하더니 나에게 영상을 하나 보여 주기 시작한다.
* * *
그어어어.
그어어어어.
미라들의 행렬이 기자 피라미드에서 이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변을 맞이한 곳은 기자다. 피라미드의 앞에 붙은 이름처럼 기자는 상당한 규모의 도시였는데 이 기자는 피라미드 덕에 많은 관광객이 찾기도 하고, 그들을 위해서 상업활동을 하는 이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런 기자가 미라에 폭격을 맞은 것처럼 파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가장 먼저 출동한 것은 당연하게도 이집트의 대군주였다.
이집트는 인구 1억 2천 7백만이 넘는 상당히 큰 나라다. 그들은 역사적으로도 상당한 자부심이 있는 나라였고, 그 나라에서 특이하게도 정치인이 군주가 된 나라였다.
대성역의 공략은 실패했지만, 중성역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로 나름 살 만한 곳으로 알려져 있었고, 나름 게이트에 대한 방어도 잘하고 있는 나라였다.
최근 마계화로 헌터들의 레벨을 400대까지 끌어 올려서 나름 헌터들의 세력도 강하다고 평가를 받는 나라다.
하지만 문제는 그 많은 인구수에서 헌터가 차지하는 비율이 1프로 정도.
그러니까 총 헌터의 숫자는 130만 정도라는 이야기다. 그 숫자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한다.
국가에서 지원을 해서 헌터를 육성했고, 헌터 시스템도 나름 잘 갖춰진 나라라는 이야기.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미라의 경우 숫자가 천만에 가까웠다. 그 면면을 봐도 평균 레벨이 이집트 헌터들에 비해서 월등했다.
그래도 이집트는 이길 거로 예상했다. 최소한 상대가 몬스터라면 인간과 가장 다른 점이 있을 테니까.
바로 조직력.
인간 헌터들은 그 조직력과 장비빨이라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미라는 몬스터, 그중에도 지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언데드였다.
하지만 그것은 이집트의 실수였다.
미라 자체는 예상대로일지 몰라도 그 미라를 조종하는 파라오 마왕과 그 아래에 있는 파라오들은 결코 멍청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능적으로 미라를 조종했고, 두려움이 없는 미라 부대는 매우 무서운 속도로 기자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유럽 연합에서 헌터들을 파견하고, UN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사실 헌터들의 숫자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파견된 유럽 연합의 헌터들도 미라 부대를 격파하지 못했다. 그리고 전염되지는 않았지만, 죽은 헌터들을 미라로 만드는 파라오들의 스킬에 계속해서 헌터들은 불리한 싸움을 이어 가게 되었다.
* * *
티거가 보여 준 영상을 보고 든 생각은?
“개판이네.”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