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68화 (168/182)

제168화

제168화 파견

물의 기사단장을 맡고 있는 레라, 바람의 기사단장을 맡고 있는 헬레나.

두 사람은 사절단과 마주했다. 사절단의 입장에서는 나와 협상을 하고 싶었을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글쎄, 굳이 그렇게 해야 할 이유를 느낄 수 없었다.

단, 나와 정기훈이 참관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사절단은 두 사람과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사절단의 뒤에 놓여 있는 상자. 내 눈이 자꾸 그곳으로 향했다. 이유는 하나다.

냐앙?

호야가 자꾸 그쪽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사절단의 대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그 상자가 궁금했다.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한 호야가 상자로 휙 몸을 날리더니 그대로 상자를 파괴했다.

“앗!”

사절단이 깜짝 놀란다. 덕분에 협상은 멈췄고, 모두는 호야의 행동에 눈길을 뺏겼다.

냐아아앙!

호야가 짜증이 난다는 듯이 울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상자가 부서지며 그 안에 있던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융.

매우 미약한 소리. 하지만 그 소리가 나타내는 것은 하나였다.

“고양이?”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다.

호야는 그런 고양이들을 보고 잠깐 멈칫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본다.

어쩌라고.

난 호야의 눈빛을 받고 사절단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제야 야스민이 다급히 말한다.

“아, 대군주님이 고양이를 매우 사랑하신다고 하셔서…… 고양이들을.”

세 마리의 고양이는 그러니까 옛날로 따지자면 공물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생명을 공물로 가지고 오다니.

난 세 마리의 고양이를 살펴보았다. 모두가 흔히 말하는 품종묘다. 한 녀석은 랙돌이라는 품종의 고양이로 인형같이 생겼다고 해서 랙돌로 불리는 녀석으로 생긴 것 자체가 매우 사기스럽게 귀엽다.

나도 모르게 내 입가가 씰룩인다.

그리고 또 한 마리는 블루아이를 가지고 있는 터키시앙고라. 하얀 장모에 블루아이를 가진 녀석이라 귀가 안 들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소리에 반응을 하는 것을 보면 난청은 없는 것 같았다.

마지막 한 마리는 노르웨이 숲 고양이였다. 고양이치고 덩치가 큰 편이며 점잖은 성격으로 유명하다. 물론 그건 고양이마다 다른 거겠지만.

문제는 공물로 고양이들을 데려온 의도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게…….”

“제가 개인적으로 준비한 선물입니다.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

무례라면 분명히 무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아니라 우리 호야다. 우리 영지에는 이미 많은 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대부분은 영지민들이 키우는 고양이를 데리고 들어와서 사는 것이고, 길냥이들을 구조해서 데리고 들어와서 살게 한 것이다.

즉, 호야 외에 내 반려 고양이는 없다는 이야기. 어차피 호야는 고양이의 왕이니까 어떤 고양이가 있다고 해도 별 상관은 없긴 한데, 의외로 호야는 다른 고양이들을 같이 살게 하지는 않았다.

“호야, 어쩔래?”

냐아앙.

호야가 고민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호야를 모두가 숨죽여 쳐다보고 있다. 과연 호야가 저 고양이들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궁금증이랄까?

이 부분은 의외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만히 호야를 주목하고 있었다.

호야는 가만히 고양이들에게 다가갔다. 세 마리의 고양이들은 대략 3개월 정도 된 녀석들로 보인다. 성격을 보아하니 수컷은 없고 다 암컷인 것 같긴 하다. 문제는 우리 호야가 이미……. 크흠.

세 마리의 아깽이들을 보며 호야는 가만히 있는데 세 마리가 상자를 기어 올라가서 넘어가더니 그대로 꼬물꼬물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일제히 호야에게 달려든다. 호야는 그런 세 마리의 진격을 앞발로 막았다.

턱!

발 하나로 세 마리를 제압하는 호야의 신비로운 기술에 다들 입을 벌린다. 나도 그렇다. 앞발 하나로 세 마리를 제압하다니 다시 봐도 신기하다.

하지만 세 마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호야에게 달려들려고 애를 쓴다. 호야는 그런 세 마리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서 나를 쳐다본다.

“뭐? 왜?”

내 말에 호야는 작게 한숨을 쉬더니 한 마리씩 그루밍을 해 주기 시작한다. 그랬더니 세 마리는 신이 나서 호야에게 달려들어서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결국 호야는 세 마리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다.

그런 호야를 보고 난 야스민에게 말했다.

“앞으로 다시는 생명을 공물처럼 가지고 오지 마세요. 이번에는 넘어가겠지만, 다음에는 크게 문제를 삼을 수도 있습니다.”

“앗,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말은 단호하게 했지만 나도 모르게 입가가 씰룩인다. 귀여운 호야 옆에 귀염둥이 세 마리가 합류를 한 것을 보니 괜히 마음이 푸근해진다.

의외로 고양이와 함께 하는 것에는 돈이 많이 든다. 그렇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기쁨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뭐 지금 내 입장에서는 고양이 수백 마리를 키운다고 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지만.

“호야, 애들 데리고 놀러 갔다 와.”

냥!

내 말에 호야는 세 마리를 등에 태우고는 쏜살같이 밖으로 튀어 나간다. 그러면서 세 마리가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니 신기하다.

그리고 다시 협상이 진행되었다.

* * *

협상은 잘 끝난 것 같았다. 레라와 헬레나에게는 난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았다. 사절단과 협의해서 파견을 갈 만하면 가고,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다. 즉, 협상 자체를 두 사람에게 맡겨 버린 것이다.

정기훈도 딱히 그것에 대해서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었다. 완전 자율에 맡긴 협상이었다는 이야기.

나중에 듣기로는 상당한 것들을 받는 대가로 파견을 나가기로 했다고 들었다.

두 기사단이 파견 나갈 수송기는 유럽 연합에서 제공해 주는 것으로 해서 두 기사단은 파견을 나가게 되었다.

난 그 사이에 새로 들어온 세 마리의 아깽이들과 친해지는 작업을 진행했다.

고양이는 원래가 예민한 동물이기에 친해지는 데 상당히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물론, 아깽이의 경우는 그 시간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다.

왜?

살랑살랑.

미융! 미융! 미융!

낚싯대 하나면 애들이 환장을 하니까. 가끔 레이저 포인트로 고양이와 놀아 준다고도 하지만,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결과를 만들지 못하기에 그렇다.

생각해 봐라. 겁나 맛있는 음식을 보여 주면서 냄새도 막 풍기는데 먹지는 못하게 한다. 아니, 애초에 먹을 수가 없다. 그럼 얼마나 짜증이 나겠는가.

레이저 포인트가 바로 그런 것이다. 심지어 매우 자극적이다.

아무튼, 난 낚싯대를 이용해서 아깽이들과 놀아 주고 있는데 티거가 찾아왔다. 요즘 티거는 가만 보면 얘가 기계 고양이인지 안드로이드 비서인지 혼동이 온다.

티거는 대뜸 낚시질을 하고 있는 내 앞으로 와서 허공에 홀로그램으로 된 화면을 띄운다.

거기에는 물의 기사단 500과 바람의 기사단 500이 각각 전투를 벌이는 광경이 있었다.

물론 그 외에 수십 만의 헌터들이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선두를 맡고 있는 것은 두 기사단이다.

“통하려나.”

낚싯대를 열심히 흔들면서 난 화면에 집중했다.

제일 먼저 두 기사단은 공중에서 폭격을 감행했다. 우리 대성역의 성수로 만든 성수 폭탄.

저 폭탄의 포인트는 넓게 퍼트리는 것이다. 그리고 미라 부대에 수백 발의 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어어어어!

미라들은 성수를 뒤집어쓰더니 발광을 하기 시작한다. 마치 꼬리에 불붙은 멧돼지 같다랄까?

미라는 좀비처럼 느릴 것 같지만, 저 미라들은 상당히 빠르다. 인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속도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언데드이니 체력이 무한이라고 봐야 한다. 저놈들을 상대할 때 가장 골 때리는 부분이 그거라고 했다.

목이 잘리기 전까지는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랄까? 그런 점은 좀비와 비슷한 것 같지만, 또 물거나 그러지는 않는다고 하니 다른 것 같기도.

미라는 붕대를 무기로 사용한다. 미라의 붕대는 중국 무협 소설에 나오는 연검처럼 휘어 들어가며 날카롭게 대상을 베어 버린다.

그리고 그 사정거리가 겁나 길다. 대략 5에서 6미터 정도까지 뻗어나간다. 실질적으로 원거리 공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성수를 뒤집어쓴 미라들은 달랐다.

일단 몸에서 연기가 잔뜩 피어오른다. 미라의 몸 자체가 타들어 가는 모습이랄까? 마치 염산의 공격을 당한 것처럼 그런 모습을 보인다.

거기에 물의 기사단이 앞으로 나선다. 물의 기사단은 전원이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는 집단이다. 애초에 남자는 내다 버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의 집단이었으니까.

뭐 새로 태어나는 남자아이들은 잘 키우고 있다고 하지만, 걔들이 자라서 기사단이 되기까지는 수십 년은 걸릴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는 전원 여성체의 인어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지금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물의 기사단은 거대한 성수통을 앞에 두고 그것을 둘러싸기 시작한다. 그리고 종족 특유의 기술인 물 조종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대용량의 성수들은 하늘로 치솟더니 넓게 퍼져서 달려오는 미라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바람의 기사단은 바람의 힘을 이용해서 그 물이 더 넓게 퍼지도록 도와준다.

이게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았다. 미라들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진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헌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돌격하라!”

수십 만의 헌터들이 각각 스킬을 사용하면서 공격을 시작하는 모습은 상당히 생경한 것 같았다.

우리도 기사단들로 전투를 치르긴 했었지만, 저 정도로 대규모는 아니었으니까.

“티거, 저거 혹시 생방송으로 송출되고 있는 거야?”

[그렇습니다.]

그렇단다. 호야는 낚시질에 지쳐서 퍼져 있는 세 마리의 아깽이들을 물고서 내 옆으로 와서 같이 화면을 보기 시작한다.

미융, 미융, 미융.

병아리 같은 소리를 내는 아깽이들. 호야는 그런 아깽이들을 그루밍해 주면서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뭔가 나름 아버지의 모습이랄까?

뭐, 친자식은 아니라고 해도 그 정도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러는 사이에 화면에서는 미라 부대와 헌터들의 본격적인 충돌이 시작된다.

미라 부대는 강력했다.

상급 마족 파라오들은 그 사이사이에서 헌터들에게 반격을 하기도 하면서 전투를 이끌어 갔다.

“쟤들은 원래 군인이었나?”

상급 마족 파라오들은 상당히 집단전에 익숙해 보이는 놈들이었다. 각각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는 미라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성수에는 자유롭지 못한 것인지 한 상급 마족 파라오가 성수를 뒤집어쓰더니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

그렇게 떨어진 상급 마족 파라오는 바람의 기사단의 먹잇감이 되었다. 바람의 기사단은 아예 대놓고 켄타우로스로 변신을 해서 달려들어 긴 창을 이용해서 상급 마족 파라오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장비는 모두 미스릴로 만들어진 장비다. 최근 알게 된 것이지만 소설처럼 미스릴은 언데드나 마족들에게 상당한 추가 대미지를 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지난번에 봤던 미라와 헌터들의 전투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물의 기사단과 바람의 기사단이 추가되었다는 것만으로.

파견은 상당히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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