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73화 (173/182)

제173화

제173화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는 놈들은……

시연이의 말에 난 밖으로 나와서 TV를 켰다. 그러자 TV에서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중국 전역이 현재 전쟁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경에서 시작된 헌터들의 진군은 일반인들의 피해까지 양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외곽 지역부터 헌터를 보내서 철저히 분쇄하고 있는 중입니다.]

중국이다.

역시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태생이 그런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언제나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해악을 끼친다.

먼 옛날부터 하필 중국이라는 덩치 큰 깡패 나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던 우리 선조들은 많이도 중국에 당하며 살았다.

우리 선조들의 힘이 부족했는가? 힘은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빌어먹을 인구였다.

막말로 고구려 안시성 전투만 해도 당시 고구려의 병력은 많아야 몇만이었다고 하고, 당나라는 수십만의 정예병을 이끌고 있었다.

이게 골 때리는 얘기다.

그 전쟁으로 환장한 유럽도 십만 단위의 군사를 동원한 전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당시 고구려는 전력을 다하면 수십 만의 병사를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라였다.

문제는 당나라가 수백만을 동원할 수 있는 나라였다는 점이다.

웃기는 얘기로 당시에 고구려가 한반도가 아니라 유럽 중앙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유럽은 아주 작살이 났을 거다.

즉, 고구려는 전혀 약한 나라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역사적으로 봐도 세계에서 당시에 고구려만 한 전력을 가진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당나라 놈들은 그것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의 군사를 동원할 능력이 있던 놈들이라는 거다. 그 바탕이 뭐겠는가? 넓은 땅덩어리와 깡패 같은 인구수다.

아무튼,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이라는 나라는 참, 단군 할배께서 위치를 어찌나 잘 잡으셨는지 위, 아래, 사방으로 또라이들이 가득한 위치란 거다.

태평양을 건너면 세계 최강의 깡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이, 아래로는 일본이. 북서로 중국이, 북동으로 러시아가.

아, 물론 우리 바로 위에 북한도 있었다. 지금은 없지만.

그중에 가장 우리를 골 때리게 하는 것은 단연 중국이라 생각한다. 일본 아니냐고? 일본이 임팩트가 크긴 했지만, 역사적으로는 중국이 더 문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결정적으로 현재 일본이라는 나라는 뭐 거의 분해가 된 상태이니 신경 쓸 필요도 없기도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쪽수를 가진 나라다.

그중 우리 쪽으로 들어온 메이린과 샤오핑 세력이 있다. 그들은 여전히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잘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북경이 미쳐 날뛰는 상황이면 그들 역시 곤란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뭘 믿고 저렇게 날뛰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저놈들도 바보는 아니라는 점이다.

즉, 힘을 투사할 준비가 되었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으니 저러고 있는 거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현재 북경을 중심으로 ‘명’이라는 깃발을 들고 있는 헌터 세력들은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확인된 헌터의 숫자만도 백만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들은 헌터를 찍어 내듯이 육성하고 있고, 차후에 이 부분이 대한민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백만이란다. 그러고 보면 저놈들은 참.

“백만 대군을 좋아하는 것 같아.”

내 말에 시연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저놈들은 툭하면 백만 대군이야.”

실제로 백만 대군이 우리나라로 쳐들어온 적이 있는 것인지 역사적으로 확실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있나 모르겠다. 당시의 기록이 정확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까.

하지만 포인트는 당시의 중국은 백만 대군을 파견할 능력은 충분히 있었다는 점이다. 백만 대군이라는 것은 단순히 군사의 숫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사용할 무기, 방어구, 의복, 거기에 말과 식량까지 많은 부분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거니까.

오히려 현대에 백만 대군이 더 쉬울 수도 있다. 일단 유통망이라는 것이 잘 발달해 있고, 교통수단도 훨씬 뛰어나니까.

“오빠, 우리 영지 기사단 숫자 다 합치면 얼마나 되지?”

“합쳐도 만 명 되나? 안 될 것 같은데?”

내가 정기훈을 쳐다보니 정기훈이 대답한다.

“일단 만 명은 됩니다. 모두가 정규 기사들은 아니고 예비 기사들까지 포함하면 그 정도 숫자는 됩니다.”

“그럼 한 명이 백 명씩만 잡으면 된다는 거네?”

“되겠냐?”

“얼추 되긴 할 것도 같긴 한데?”

시연이의 말에 난 좀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정기훈이 고개를 끄덕인다. 동의한다는 얘기다.

“된다구요?”

“안 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일단 불새를 이용할 수 있고, 그 외에 마나 폭탄도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한 명이 백 명을 칼로 죽이는 것은 아니니까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인 것 같기는 하다. 거기에 우리는 대성역 중의 대성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경복궁 대성역을 보유하고 있고, 그 효과를 받는 사람들이다.

같은 상처를 입어도 북경 헌터들과 우리는 회복력도 다르고, 1레벨이 오를 때 받는 보너스 포인트도 다르다. 물론, 그 전에 우리 영지에서 생산되는 많은 것들이 충분히 우리의 능력치를 올려 주기도 했고.

“그래서 가능하다?”

“네, 조금 무리가 갈 수는 있겠지만 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시연이는 원래 별생각 없이 말을 할 수 있는 애다. 하지만 정기훈은 달랐다. 그는 철저히 분석을 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사람이다. 덕분에 우리 영지의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거다.

그 역할을 나에게 하라고 하면? 물론, 할 수는 있을 것이지만 취향이 아니다. 정기훈은 그런 역할을 매우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니 그게 맡는 게 맞지 않겠는가.

“그럼 사실 우리는 별로 걱정할 게 없네요?”

“사실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문제가 있죠?”

“저들은 헌터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원래 헌터라는 것은 게이트에 들어와서 상태창을 개방한 사람들을 말했다. 즉, 우리 영지에 있는 영지민이라면 모두가 헌터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헌터라고 하면 전투형 헌터들을 의미한다.

물론, 우리 영지의 경우는 기사단이라는 명칭으로 전투형 헌터를 따로 분류한다. 우리 영지민의 총 숫자는 현재 천만에 달한다. 이건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 시베리아, 캘리포니아, 중국 동부지역까지 합쳐서 그렇다는 거다.

따지고 보면 넓이에 비해서 상당히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굳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와서 억지로 영지민이 되라고 권유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현재 인구 수는 7천만에 달한다. 북한까지 병합을 했기에 가능한 숫자다. 거기에 씨 없는 수박이 큰 역할을 해 주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아무튼, 그런 숫자에서 우리 영지민의 수는 500만 정도다. 즉,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거다.

게이트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능력들이 생긴다. 자신의 노력에 따라 스킬들도 생긴다. 거기에 우리 직속 영지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 속한 사람들은 그게 더 빠르고, 크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들이 영지민이 되지는 않는다. 각자의 사정도 있는 것이고, 게이트라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담그는 것에 주저하는 사람도 많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살 만한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게이트 안에는 괴물들도 산다고 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다.

난 그런 사람들에게 딱히 강요를 하고 싶지 않다. 영지민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진짜 내가 무슨 세계 정복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한국인 모두를 영지민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서 현재 우리 인원은 그 정도다.

“그들이 우리 쪽을 넘볼 가능성은요?”

내 말에 정기훈이 TV를 가리킨다. TV에는 이제 북경의 대표라는 인간이 나와서 떠드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여 우리는 대군주 최시우에게 요구합니다. 중국은 중국의 손으로 다스리는 것이 옳다는 것이 세계의 중론이라는 것을 깨닫고, 우리 중국에 뻗은 손을 치워 주시기를 요구합니다.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에는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는 바입니다. 소국은 대국을 적대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법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바랍니다.]

“미친 거 아냐?”

시연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봐도 쟤는 좀 미친 것 같다. 소국과 대국을 운운하는 것이야 뭐 원래 중국 종특이니 그렇다 쳐도 지금 나를 협박하고 있는 건 무슨 깡인지 모르겠다.

“저거 지금 내가 협박당한 거죠?”

“분명히 그런 것 같습니다. 큭.”

정기훈이 말을 하다가 웃는다. 그 웃음이라는 것이 정말 웃긴다는 그런 웃음이다.

“어느 부분이 웃기는 겁니까?”

“저러고 있는 부분 모두가 웃깁니다.”

“하긴 그렇긴 한데 기분이 좋진 않네요.”

“네, 당연합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말씀하신 군림을 위해서 이번에는 움직이시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생각해 보자 중국은 언제나 우리나라를 경계해 왔다. 그래서 어떻게든 우리를 억누르려는 시도를 했고, 그 시도가 잘 먹히던 때도 있었고, 아닌 때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중국이 한반도를 통치한 적이 있는가?

내 기억에는 없다. 청나라 때 조선이 굴욕적으로 항복을 선언한 적은 있지만, 애초에 당시 걔들은 쟤들이 말하는 중국과는 다르지 않나? 쟤들의 사고에서 중국이라는 것은 여진족이 아니라 한족일 테니까. 정작 지들은 몽골한테도 지배를 당하고, 여진한테도 지배를 당하고, 그런 놈들이다.

마지막 중국의 왕조도 명이 아니라 청이었지 않은가. 청은 누르하치, 여진족이 세운 나라다. 인조가 런도 못하고 머리를 박았던 것도 그 청이다.

그런 놈들이 맨날 지들이 대국이란다. 골 때리는 놈들이다.

“그럼 이제는 직접 나서야겠다는 이야기네요?”

“네, 안 그래도 메이린과 샤오핑이 대기 중입니다.”

두 사람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날 찾아왔을 것이다.

“만나 보도록 하죠. 일단 영주성으로 가죠.”

“네.”

우리는 영주성으로 향했다.

* * *

“대군주 최시우 님을 뵙…….”

“그만!”

샤오핑의 과장된 예를 난 중단시켰다.

“아니 누가 그런 거 하랍니까?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요?”

“그게 대군주이시고 그러니.”

“됐습니다.”

“네, 대군주님.”

샤오핑의 오버에 메이린이 그의 옆구리를 꼬집는다. 그것을 참아 내는 샤오핑의 표정이 볼만했다.

“저기 대군주님.”

“네.”

“도와주세요.”

메이린은 솔직한 태도로 말했다.

“얼마나 온답니까?”

“저희 예상으로는 30만 정도로 보고 있어요.”

“진짜 무슨 중국에 인구 찍어 내는 기계라도 있답니까? 아니 인구야 원래 많았으니 그렇다 쳐도 전투용 헌터가 그렇게 많다구요?”

“그게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아요.”

“비밀이요?”

“네, 그게 그러니까…….”

메이린이 설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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