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78화 (178/182)

제178화

제178화 남의 게이트

북경.

자금성이 있는 북경은 중국인들의 자존심이라고 알려져 있다.

명나라 영락제가 처음 황궁으로 쓰기 시작했고, 그 후에 청나라까지 쭉 이어졌고, 지금까지 중국의 자존심이자, 중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이 바로 문제의 게이트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기도 하다.

문제는 원래 저곳은 대성역이 등장했던 곳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중국은 당시에 성역 공략에 실패했다. 그 후에 대성역은 사라지고, 중성역이 생겨났고, 몇몇 중성역을 각각 소수 부족들이 공략을 하거나, 성 단위로 공략을 하면서 그들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메이린과 샤오핑이 보유하고 있는 중성역이 그런 것이다. 물론, 그들은 내 휘하에 들어와서 그곳 자체가 우리 영지에 포함이 되었지만 말이다.

그 후에 중성역이 다시 북경에 생겼고, 지금 북경 세력은 그것을 공략하여 자신들의 터전으로 만들었다.

웃긴 것은 그 후에는 북경이 매우 잠잠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최근에 갑자기 이 사달을 일으킨 것이고.

“어때?”

“마나가 꼬여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엘프 여왕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에도 마나가 꼬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게 기괴한 느낌을 주고 있다랄까?

눈으로 보기에도 이상한데 느낌은 더 이상했다.

“문제는 게이트가 어디에 있느냐인데…….”

듣기로 원래 대성역이 등장했던 곳은 건청궁으로 명나라부터 청나라까지 황제의 침궁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말 그대로 황제의 실질적인 집이었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가장 의심스러운 곳이 거기다. 원래 게이트가 있던 곳이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거기에는 게이트가 없었다.

“여긴 없네.”

게이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우린 다른 게이트를 찾기 위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멀지 않은 곳에서 게이트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교태전?”

그곳은 건청궁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있었다. 그곳에 게이트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상한 점은 그 주변에 사람들이 없다는 점이다.

게이트가 있다면 당연히 그곳을 지키는 이들이 있어야 정상이다. 우리 영지처럼 게이트 자체를 지킬 특별한 이유가 없지 않고서야.

우리 게이트의 경우는 특별한 지킴이가 있다.

냐앙.

바로 호야.

누군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게이트에 접근을 하면 그건 죽는 거다.

하지만 저 게이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북경은 나와 전쟁 중이다. 그렇다면 내가 따로 움직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분명 충분히 대비를 했어야 한다.

“그런데 비어 있다라…….”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까?”

“저렇게 게이트를 덜렁 두고 사람들이 없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을까?”

“그런 건가요?”

엘프 여왕은 고개를 갸웃한다. 하긴 엘프 여왕은 게이트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저럴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한 가지.

“함정일 수도 있겠군.”

함정.

게이트 자체를 함정으로 이용한 것일 수도 있다.

예전에 내가 브란 닭이 있는 게이트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 호야는 내가 들어가는 것을 막았었다. 게이트 주인이 다른 게이트에 들어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기 때문.

하지만 지금도 그럴까?

당시의 나는 막 게이트 주인이 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타인의 게이트에 들어가면 게이트 소유권을 잃을 수도 있고, 게이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확실히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재 난 지구에서 가장 큰 영지를 소유하고 있는 대군주다. 지구에서 대성역을 공략한 곳들이 여러 곳이 있지만, 그중에 대군주로 불리는 사람은 나 하나다.

보통 대성역을 가진 이들은 군주의 자격을 얻을 뿐이지만, 나는 대군주의 자격을 얻었으니까.

그것은 게이트가 공인한 자격이다. 그런 내가 타인의 게이트에 들어간다고 해서 소유권을 잃을까?

그건 아닐 거로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페널티를 먹을 수는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한 수 먹어 준다고 하지 않는가.

저 게이트의 주인은 게이트 안에서는 절대 권력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내가 저 안으로 들어간다면 그와 권력 충돌이 발생하고, 게이트는 자신의 소유자를 우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물론, 그건 내가 게이트에 들어갔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이고, 일단 난 게이트에 들어갈 생각이 아예 없다.

냐아앙.

호야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운다.

“왜? 뭐 거슬리는 게 있어?”

그러자 호야가 하악질을 한다. 게이트를 보면서 말이다.

게이트 자체를 적대하는 듯한 모습.

호야는 지금껏 나와 다니면서 여러 게이트를 보았다. 가장 많은 게이트를 보았을 때는 영지전을 할 때다. 당시에 나에게 항복한 영주들의 게이트를 접수할 때, 내 소유가 아닌 게이트를 많이 보았다.

하지만 한 번도 호야가 이런 반응을 보인 적은 없다.

“아무래도…….”

“피하세요!”

갑자기 엘프 여왕이 나를 덮친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나를 막아선 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 멀리에서 느껴지던 게이트가 갑자기 우리 앞으로 이동하더니 우리를 삼켰으니까.

* * *

“미친.”

우리는 산속에 버려져 있다. 게이트를 통과하면서 정신을 잃었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다만 여러 가지 메시지를 보았을 뿐이다.

-무단으로 소유자가 있는 게이트에 들어왔습니다. 페널티가 작동합니다.

-대군주 최시우의 레벨이 1로 돌아갑니다.

-엘프 여왕의 레벨이 1로 돌아갑니다.

-반려묘 호야의 레벨이……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다.

나와 엘프 여왕의 레벨이 1이 되었다. 하지만 호야의 레벨을 1로 돌리려던 중에 뭔가 오류가 발생했는지 호야의 레벨에 대한 메시지는 괴상하게 출력되었다.

난 곧장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최시우(118레벨)]

반려동물: 호야.

길들인 동물: 백야, 까망이, 뭉치, 레오.

직업: 대군주.

영지: 92AC.

휘하영주: 고연주 외 76명.

전투직업: 진리를 이해하는 자.

HP: 5940 MP: 9250

힘: 1 민첩: 1 지능: 1 정신: 1 체력: 1 손재주: 1 카리스마: 999.

잔여 포인트 : 0

스킬: 침착함(패시브) MAX, 관찰(액티브) MAX, 드래곤 마법(패시브&액티브) MAX.

놀랍게도 나의 모든 능력치가 1이 되었다. 거기에 스킬들이 거의 다 사라졌다. 단 원래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침착함과 관찰은 봉인하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시스템을 통해 배운 것이 아닌 드래곤의 마법도 시스템이 건드리지 못했다.

거기에 HP와 MP도 시스템은 건드리지 못했다. 대충 짐작을 해 보자면 시스템을 악용해서 타 영주를 게이트에 넣고 살해하려는 시도를 막으려는 걸까 싶었다.

만약 나처럼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게이트에 들어가서 모든 능력치가 1이 되면 당사자는 매우 위험하지 않겠는가. 아마 그런 것을 막고자 HP, MP는 건드리지 않은 것 같다.

엘프 여왕의 경우도 1레벨이 되고, 대부분의 능력치가 1이 되었다. 나와 다른 점은 그녀의 HP, MP는 100이라는 점이다.

이 차별점은 아마 그녀는 영주가 아니었기에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스킬 중에 봉인되지 않은 것은 ‘정령술(액티브) MAX’ 하나다.

그리고 호야.

호야의 상태창은 여전히 내가 관찰로 다 볼 수 없다. 거기에 레벨도 여전하고, 능력치도, 스킬들도 여전하다.

역시 우리 호야님은 세계관 최강자이신 거다. 게이트도 건드리지 못하는.

냐아앙.

“뭐? 왜 이렇게 허접이 됐냐고?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니? 갑자기 게이트가 우리를 삼킨 거잖아.”

역시나 게이트 자체가 함정이었다. 게이트가 순간 이동을 해서 우리를 삼킬 거라고 누가 상상을 했을까.

“누가 오고 있습니다.”

엘프 여왕은 낮은 마나로 인해 최하급 정령인 실프 하나만 운용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호야가 나를 보며 말한다.

냐앙.

따라오란다. 그래서 일단 우리 둘은 호야를 따라갔다. 근데 얘도 여기 초행길 아닌가? 길은 알고 가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원래도 덤비지 못했던 호야에게 1렙 따위로 덤빌 수 있을 리가. 난 조용히 호야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따라가니 작은 동굴이 나타났다.

냥!

안으로 들어가란다. 그래서 나와 엘프 여왕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호야가 입구에서 뭔가를 내뱉는다. 마치 고양이들이 구토를 할 때처럼 말이다.

그러고는 안으로 들어온다.

잠시 후.

여러 헌터들이 그 앞을 지나간다. 그들은 중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최시우 대군주가 이리 떨어진 거 맞아?”

“맞아. 예언자가 그랬잖아.”

“그런데 왜 없어?”

“내가 아냐? 그렇다고 예언자의 얘기를 무시할 수는 없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 더 찾아보자.”

놈들은 작은 동굴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주변을 샅샅이 뒤지면서도 우리가 있는 곳으로는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

아마 호야가 뱉어 놓은 저것이 그냥 구토가 아니라, 뭔가 효용이 있는 것 같았다.

엘프 여왕은 그들에게 실프를 붙였다.

그리고 더 시간이 지나자 더 많은 헌터들이 등장했다. 족히 수천은 되어 보이는 헌터의 숫자.

저들을 이길 수 있냐고?

“당근이지.”

“네?”

“아냐.”

당근 이길 수 있다. 우리에게는 최강 호야님이 계시니까. 난 든든한 마음으로 호야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호야가 갑자기 내 품에서 쓰러진다.

“호야!”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다행히 헌터들은 우리의 소리도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그딴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호야가 쓰러졌다는 것이다.

“호야, 정신 차려 봐. 호야.”

난 드래곤의 마법을 사용해서 호야에게 최상급 치료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호야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난 호야의 상태를 알기 위해서 호야를 관찰로 살폈다.

-호야 999레벨, 봉인 중. 99시간 남음.

관찰로 보인 것은 호야를 봉인했다는 메시지. 그것도 99시간은 호야를 봉인한다는 메시지다. 난 그 메시지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호야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으니까. 99시간 뒤에는 호야는 원래대로 돌아올 테니까.

그 사이에 헌터들이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난 호야를 품에 꼭 안았다. 그 옛날 호야를 잃었을 때가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그런 나를 엘프 여왕이 위로한다.

“괜찮아요, 대군주님.”

“알아. 하지만 내 마음이 괜찮지가 않아.”

“네…….”

엘프 여왕은 더는 위로를 하지 않았다. 사실 객관적으로 위로를 할 일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호야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니까.

이제 문제는 저거다.

호야가 쳐둔 결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

대부분의 헌터가 다른 곳으로 수색을 떠난 것 같지만 몇몇 헌터들은 여전히 남아서 이곳을 중심으로 수색을 하고 있는데, 그들의 눈에 이제 우리가 숨어 있는 작은 동굴이 눈에 아주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다행이네, 마법은 사용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위력은 떨어지겠지만, 적어도 완전히 그냥 당하지는 않을 테니까.

난 마법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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