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79화 (179/182)

제179화

제179화 의외의 보너스?

내 품에 안긴 호야는 축 늘어진 상태다. 이런 상태의 동물을 예전에 본 적이 있다. 어릴 적 키웠던 강아지.

동물이 죽는다는 것은 별것 아닐 수도 있다. 당시의 나는 솔직히 심각할 정도로 마음의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매우 힘들어하셨다.

그때 나는 그런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호야를 잃었을 때 알 수 있었다.

반려동물은 그냥 단순한 펫이 아니다. 그 자체가 가족이다. 생살이 뜯겨 나간 듯한 고통과 숨 막히는 듯한 슬픔이 찾아왔다.

그때 난 내가 왜 그런가 해서 인터넷을 뒤져보기도 했다.

펫 로스 증후군.

아예 이름까지 달려 있는 그런 것이었다. 심지어 그것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원도 있을 정도였다.

주변에 없어서 몰랐는데 펫 로스 증후군은 매우 심각한 정신적 타격을 입는 현상이라고 했다. 심하면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할 정도.

물론, 지금 난 호야를 잃은 것은 아니다. 호야는 봉인된 것이고, 99시간이 지나면 호야는 원래대로 돌아올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다.

한 번 호야를 잃어 본 나는 들끓는 분노를 참기 어려웠다. 심지어 그런 상태에서 중국 헌터들이 슬금슬금 우리가 있는 동굴로 기어들어 오려고 한다.

“화염의 장막!”

난 그들을 화염의 장막에 가둬 버렸다. 어차피 저들은 나를 죽이기 위해서 노리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의 인권을 내가 생각해야 될 이유는 전혀 없다.

“끄아아악!”

“사, 살려 줘!”

원래 내 능력이라면 저들은 화염의 장막에 가둬지는 즉시 사망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내 능력치가 폭망이라 역설적으로 저들은 매우 오래 고통을 당하다가 죽게 되었다.

그 후에 난 잠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마법을 시전했다.

“미니 메테오!”

미니 메테오는 말 그대로 작은 메테오를 의미한다. 메테오는 유성 충돌을 의미하고. 즉, 작은 유성을 불러들여 저 앞을 타격한다는 것이고, 그 사이에 매우 많은 수식과 계산이 필요하다. 정작 메테오에 나도 피해를 입으면 안 되는 것이니까. 시전자가 나이기에 내 마법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지만 간접적인 피해까지 막기는 어렵다.

쉽게 말해서 메테오 때문에 우리가 있는 동굴이 무너져서 거기에 깔리는 것 같은 간접적인 피해 말이다.

그렇게 마법을 완성한 후에 난 엘프 여왕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드래곤의 힘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정확히 말하면 드래곤의 마법을 배웠지.”

드래곤의 힘과 드래곤의 마법은 차이가 있다. 물론 내가 사용하는 마법 자체는 드래곤의 방식을 따르지만 난 드래곤이 아니니까. 무엇보다 드래곤은 그 육신 자체가 말도 안 되는 무기이지 않은가.

“아마 북경 헌터들이 이곳에 도착할 때쯤 미니 메테오가 떨어질 거야. 우리는 그 사이에 최대한 동굴이 무너지지 않게 방어를 해야 해.”

“네, 대군주님. 정령들의 도움을 받을게요.”

“부탁할게.”

“네.”

엘프 여왕은 대지의 정령을 소환해서 즉시 대비를 했다. 물론, 계산을 한 상태이기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다.

그 사이에 난 호야의 몸을 여기저기 주물러 주었다. 평소에 호야가 나에게 꾹꾹이를 하듯이 말이다.

엘프 여왕은 그런 내 모습은 빤히 쳐다본다.

“정말 호야 님을 아끼시는군요.”

“호야는 내 가족이니까.”

“대군주님의 가족이 되는 것은 매우 행운이겠네요.”

“가족이라는 것은 결국 운명이 아닐까?”

“하긴 그렇겠네요.”

호야의 숨소리는 매우 평온했다. 내 품에서 마치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은 모습.

그 모습을 보면서 난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그때 엘프 여왕이 아공간에서 뭔가를 꺼내 준다.

“이건?”

“어린 엘프들을 안고 있을 때 사용하려고 인간들에게 받아 두었던 건데 지금 대군주님께 필요할 것 같아서요.”

엘프 여왕이 내민 것은 슬링이라고 불리는 아이를 안을 수 있는 도구였다. 마침 내게 딱 필요한 것이다.

난 슬링을 매고 그 안에 호야를 자리하게 했다. 호야는 조금 전보다 더 편한 모습이다. 아무래도 이것을 따로 구해 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는 사이에 드디어 북경 헌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 인해전술의 나라답게 엄청난 숫자다. 그리고 그때.

“젠장!”

보통이라면 피하라는 말이라도 하겠지만 그럴 틈도 없이 미니 메테오가 그들을 덮쳤다.

“끄아아악!”

“아아악!”

수천 명이나 되는 북경 헌터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미친 듯이 오르더니 내 레벨이 200이 되었다. 봉인된 레벨이 118이었으니 지금 82레벨이 올랐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쌓여 있는 잔여 포인트는 놀랍게도 820.

“뭐지?”

이 게이트가 레벨업당 10의 잔여 포인트를 주는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만약 그랬다면 진즉에 우리 기사단이 저들에게 밀렸을 테니까.

현시점에서 레벨업당 잔여 포인트는 우리 영지가 5로 가장 높다. 보통은 1에서 3 사이로, 3만 되어도 축복받은 게이트라는 말을 할 정도다.

그런데 레벨업당 잔여 포인트가 10이다? 말이 안 된다. 자의식이 너무 과한 것이 아니냐고? 절대 아니다. 그건 게이트의 법칙에 따르는 부분이니까.

최초의 대성역을 가진 우리 영지이기에 자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지금 이 사태는 왜 그런지 몰라도 약간의 버그이거나, 혹은 내 레벨을 강제로 다운시킨 것에 대한 오류로 발생한 일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판단된다.

그리고 내 직업이 이야기하듯이 이런 내 예상은 아마 맞을 것이다. 뭐가 되었건 지금 상황은 나쁘지 않다.

“레벨이 올랐어?”

“네, 갑자기 레벨이 150이 되었네요?”

나와 호야가 시스템의 페널티에 어느 정도 저항을 한 것과 달리 엘프 여왕은 레벨이 1이 되었었다. 그런데 나와 파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150으로 레벨이 올랐다는 것이다.

“잔여 포인트는?”

“1490 있네요.”

역시 엘프 여왕도 레벨당 잔여 포인트를 10씩 받았다.

“원래 레벨이 몇이었지?”

“612였어요.”

“그래? 일단 잔여 포인트를 빨리 분배하도록 해. 혹시 시스템이 눈치 까고 삭제시킬 수도 있으니까.”

“네.”

난 내 잔여 포인트를 모두 지능에 올인했다. 덕분에 내 지능은 821이 되었고, 이제 마법이 제대로 위력을 떨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다 죽었어.”

* * *

99일.

호야가 깨는 것을 보고 나가느냐, 그냥 나가서 기다려 보느냐의 선택에서 당연히 난 호야가 깨는 것을 보고 나간다는 것을 선택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난 호야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변수를 주고 싶지 않고,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오늘로 우리는 이 게이트에 침입을 한 지 99일이 되는 날이다.

아마 내 생각대로라면 오늘 밤 자정이 되면 호야가 깨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그 사이에 내 레벨은 500을 돌파하고 587이라는 레벨을 찍었다. 놀랍게도 이 게이트 안에 있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보다 북경 헌터들을 사냥하는 편이 훨씬 레벨업에 도움이 되었다.

아쉬운 것은 여전히 다른 스킬들은 봉인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현재 내 상태는 엄청난 4691이라는 엄청난 지능을 자랑한다.

어차피 레벨이 봉인되었을 때 내 마나는 충분했다. HP, MP는 시스템이 봉인하지 못했으니까.

덕분에 이 지겨운 곳에서 난 오직 지능에 올인하는 선택을 했고, 지금에 와서는 나를 건드릴 엄두조차 못 내는 북경 헌터들이다.

엘프 여왕의 경우도 550까지 레벨을 올렸고, 그녀는 정령력이라는 스텟에 올인을 해서 정령력이 5491이 되어 있는 상태다.

최상급 정령들을 무자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

아마 내가 보기에 정령력이 6천이 되면 엘프 여왕이 정령왕들을 소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신기한 점은 엘프 여왕의 경우는 정령력을 올리면서 MP가 같이 오른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우리를 상대하는 북경 헌터는 더는 없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이 게이트 안에서 할 일이 있었다.

“아직 정령들도 못 찾았어?”

“네, 숲의 도움을 받고, 정령을 사방으로 보냈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어요.”

우리가 지금 찾고 있는 것은 북경 헌터들을 찍어 내듯이 레벨업시키는 시설, 혹은 장소다.

이곳에서 우리가 레벨업을 빨리하긴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워낙에 우리는 많은 북경 헌터들을 잡았으니까. 그러니까 북경 게이트 주인이 헌터를 찍어 내는 시설을 아직 못 찾은 것이다. 그것을 찾아서 조치를 해야 우리가 이곳에서 할 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오늘은 그만 쉬도록 하자.”

“네, 대군주님.”

엘프 여왕은 여왕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매우 내 시중을 잘 들었다. 그래서 이유를 물어보니 여왕이라는 직책 자체가 특별한 것이지, 인간처럼 그런 존재는 아니라고 한다. 원래 여왕이라고 해도 자급자족을 했었다고.

생활 스킬들을 봉인당한 상태라 난 뭔가 무능력자로 돌아간 느낌이었는데, 엘프 여왕은 능숙하게 식사와 잠자리를 마련하고, 나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왜 그런지 몰라도 이곳에 들어올 때 난 평소와 다르게 엘프 여왕을 지목했는데, 역시 내 직감이 맞았던 것이다.

“오늘은 색다르게 나무 위에 집을 마련했어요.”

“색다르다고 하기에는 자주 그러지 않았어?”

“따지는 남자는 매력이 없어요.”

엘프 여왕은 나와 단둘이 99일을 지내면서 내가 많이 편해진 것 같다. 사실 난 그렇게 어려운 사람은 아닌데, 대군주라는 직업이 생긴 후로 나를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엘프 여왕은 특히나 적대 세력 출신이니 더욱 그랬던 면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오래된 여자친구 같은 느낌이다. 말 그대로 여자인 친구 말이다.

고연주와 연애를 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 엘프 여왕과 뭔가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할렘은 내 취향도 아니고, 꿈도 아니니까.

그래도 오래된 친구처럼 대해 주는 엘프 여왕은 상당히 편한 상대다.

“호야 님이 이게 곧 깨어나시겠네요.”

“그렇겠지. 그리고 왜 그런지는 몰라도 호야가 깨어나면 우리가 찾던 것을 찾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머, 잘됐네요. 그럼 식사를 준비할게요. 오늘은 특별히 삼겹살로 준비했어요.”

“좋네.”

물론 어제도 특별히 삼겹살을 먹었지만, 매일이 특별할 수 있고, 호야가 곧 깨어나니 더 특별할 수도 있는 거다. 따지지 말자. 따지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고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난 호야를 내 팔에 안고서 자정을 맞이했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 호야가 깨어나지 않는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자정이 되는 순간.

냐앙.

호야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깨어났다.

뭐 하고 있냐는 눈빛.

“너 99일 동안 기절해 있었어.”

내 말에 호야가 깜짝 놀란다. 그리고 엘프 여왕을 쳐다본다. 엘프 여왕도 고개를 끄덕이자. 호야가 크게 분노한 것 같았다.

냐앙!

나서란다. 자기를 그렇게 만든 놈들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호야, 근데 아빠가 졸리니까 일단 오늘은 자고 날 밝으면 가자.”

내 말에 호야는 다시 내 품에 파고든다. 금방금방 관심사가 바뀌는 우리 호야 님이시다.

하지만 날이 밝으면 이 지긋지긋한 남의 게이트를 끝장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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