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80화 (180/182)

제180화

제180화 비밀의 문

99일 동안 잠들어 있던 호야.

우리 호야가 깨어나면서 이제 이 게이트를 끝장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잤다. 졸릴 때는 자야 되는 거니까.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후 난 호야에게 물었다.

“호야, 여기 이상한 곳 좀 찾아 줄래?”

냐앙!

내 말에 호야는 곧장 반응을 하면서 따라오라고 한다. 그래서 나와 엘프 여왕은 호야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렇게 찾기 힘들었던 북경 게이트의 비밀 장소를 단박에 찾을 수 있었다.

“잠깐. 부수기 전에 좀 보자.”

일단 저기에서 헌터를 양성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 그렇게 비밀 장소를 관찰해 봤지만 내 관찰로도 정보가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다.

-비밀의 문.

관찰로 볼 수 있는 것은 고작 그것이었다. 게이트 비슷하게 생겼지만, 게이트로 분류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게이트라면 게이트 고유 번호를 관찰이 알려 주는데 저건 그냥 비밀의 문이라고 하니까.

그렇게 비밀의 문을 지켜보고 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 앞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우리를 경계하는 것 같았다.

데리고 온 사람들의 숫자는 대충 봐도 한 3천은 되어 보였다. 그 앞에 누군가가 사람들에게 뭐라고 떠들었고, 그 후에 사람들은 하나씩 비밀의 문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반대편으로 나온다. 이건 들어갔다 나온다는 개념보다는 그냥 문을 지나갔다?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확연히 다른 부분이 있다. 지나가기 전에는 1레벨이던 사람들이 나올 때는 400레벨이 되어 있었으니까.

그런데 몇 명을 지켜보는데 그냥 다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문으로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충 그 숫자가 3명 중 1명.

즉 문을 통과해서 살아남은 사람은 3분의 1이라는 이야기고, 3천 명이 문에 들어갔지만, 400레벨의 헌터로 둔갑한 사람은 1천 명뿐이었다는 이야기다.

정말 전투형 헌터를 찍어 내고 있었지만, 그 확률은 3분의 1. 3분의 2가 죽는다고 해도 할 만한 도박일까? 내가 저기에 서 있는 사람 중 하나라면 어떨까? 나는 도박을 할까? 아마 난 안 할 것이다. 내 성향 자체가 그러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하려고 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도박이라는 것이 애초에 그런 것 아니겠는가?

도박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진짜 드물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도박을 한다.

왜? 난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착각을 하니까. 시작하면 99%는 모든 것을 다 잃는 게 도박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도박을 한다.

오죽하면 카지노가 그렇게 돈을 많이 벌겠는가? 바꿔 말하면 카지노가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당연히 거기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그만큼 적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난 다를 거라고 생각하면서 한다.

그러니 저 3천 명이나 되던 사람들은 강제로 끌려왔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실제로 저들 중에 도망을 치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고, 애초에 인솔자 몇 명을 제외하면 그들을 막으려고 파견된 헌터도 없었다.

3분의 1의 확률을 뚫으면 400레벨의 헌터가 된다.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래서 겁이 없었군요.”

엘프 여왕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차근차근 레벨업을 한 사람과 한 번에 아무 대가도 없이 400레벨이 된 사람.

누가 강할까? 당연히 차근차근 레벨업을 한 사람이 강하다.

그렇다면 누가 더 겁이 많을까? 이것도 당연히 차근차근 레벨업을 한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몬스터와 실전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고 그러는 중에 다치고 불구가 되고, 사망하는 동료를 보게 되는 것은 흔한 일이니까.

그래서 겁이 없는 것이 좋은 것이냐를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겁이 없으면 제대로 싸우지 못한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말이다.

덕분에 우리 기사단이 저 허수아비 같은 헌터들을 압도적으로 처치할 수 있던 것이다.

“저런 게 있어서 그렇게 인해전술을 쓸 수 있었던 거군.”

최소 한 달 정도는 걸릴 줄 알았다. 그런데 그냥 통과하면 만들어지는 헌터들. 그러니 중국은 인구로 밀어붙이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다만 상대가 안 좋았을 뿐이다. 아마 우리가 아닌 다른 이들을 상대했다면 저들은 뜻을 이뤘을 것이다. 거기에 세계 정복도 가능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게이트는 왜 저런 것을 북경 게이트에 줬을까?”

냐아앙.

호야가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더니 갑자기 앞으로 치고 나간다.

“호야!”

난 재빨리 호야를 따라갔다. 그러면서 혹시 몰라 호야에게 절대 방어를 걸어 주었다. 그 다음에는 나와 엘프 여왕에게 걸었다.

엘프 여왕은 곧장 4대 최상급 정령들을 모두 소환했다. 그리고 호야는 자기를 막으려는 천여 명의 헌터들을 무시하고 비밀의 문을 그대로 타격했다.

빠각!

비밀의 문에 금이 갔다. 호야가 저걸 부술 생각인가 보다. 당연히 나도 부술 생각이었다. 그런 우리를 헌터들이 막아서려고 했고, 난 화염의 장막을 펼쳤다.

이건 우리 기사단이 덤벼도 해체 불가능이다. 그런데 막 400레벨이 되어서 겁이 없는 헌터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과신했다. 그래서 한꺼번에 화염의 장막을 공격한다.

내 능력치가 지능 1이었을 때도 헌터들을 학살했던 것이 저거다. 그런데 지금은 지능이 몇인데 저걸 해체하는 것이 가능할까?

당연히 불가능했고, 막 400레벨이 된 천여 명의 헌터들은 내 화염의 장막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비밀의 문을 사수하라!”

인솔자로 보이는 놈이 외쳤다. 그래서 난 놈에게 강력한 마법을 한 방 선물했다.

“지옥의 화염!”

흔히 헬파이어라고 부르는 마법으로 단일 대상 마법 중에 가장 파괴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마법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상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사이에 호야는 열심히 비밀의 문을 타격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앞발 공격으로 엄청난 속도로 타격을 하는데 왜 귀여운지 모르겠다.

파바바바바박!

결국 비밀의 문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부서진 비밀의 문이 있던 자리에서 뭔가가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수?”

“어머니?”

세계수였다. 그런데 딱 봐도 정상적인 세계수는 아니다. 색깔부터가 검은 것이 뭔 다 타 버린 나무 같은 느낌의 세계수다.

난 즉시 관찰로 그것을 살펴보았다.

-멸망의 세계수.

생명의 염원으로 자라난다. 천만의 염원이 뭉치면 해당 세계를 멸망으로 인도한다.

지금까지 모인 염원의 수 4892000.

비밀의 문의 정체가 저거였다.

고오오오오오오.

멸망의 세계수가 울음소리를 퍼트리기 시작했다. 애가 음치인지 겁나게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

그때 다시 헌터들이 달려온다. 대충 봐도 만 명은 되어 보이는 헌터들. 그들의 레벨은 400레벨 중반이었다. 그런 헌터들의 호위를 받는 한 남자.

언젠가 TV에서 본 적이 있는 남자다. 한복과 김치는 중국의 것인데 한국이 그것을 도둑질한다면서 진짜 억울한 표정을 지었던 놈이다.

표정만 보면 ‘혹시 진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력이 탁월했던 인물. 저런 인물이면 배우를 해야 하는데 정치를 하는 놈이었다.

저놈이 헛소리를 할 때마다 우리나라 뉴스를 장식해서 나도 기억이 나는 놈이다.

그리고 놈의 정체는 바로 북경 게이트의 주인이었다.

놈들은 등장한 멸망의 세계수를 보고 크게 놀란 것 같았다. 그 사이에 난 호야와 엘프 여왕을 데리고 먼 곳으로 순간 이동을 했다.

쟤들을 잡으면 레벨업을 하겠지만, 남의 게이트에 들어와서 게이트 주인을 죽이는 것은 꺼려지는 일이라 일단 피한 것이다.

그런데 멸망의 세계수는 우리가 비밀의 문을 부쉈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달려오는 헌터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가지를 뻗는다. 가지의 숫자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아마 쟤들은 최소 한 명이 가지 하나 이상은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간식 줄까?”

냥!

당연하시단다. 그래서 난 호야를 내 다리에 올려놓고 간식을 짜 주었다. 그리고 옆에서 엘프 여왕은 말린 나무 열매를 내민다.

“드시면서 보세요.”

“땡큐.”

우리는 관전자가 되었다. 이기는 편이 우리 편…… 은 아니고 이기는 편을 죽일 거다. 근데 굳이 지금 끼어들어서 저들의 신성한 전투를 방해할 생각은 없다. 만 명의 레이드를 보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난 관전자의 입장에서 찬찬히 저들의 전투를 살폈다.

의외로 만 명의 헌터들은 쉽게 죽어 나가지는 않았다. 묘하게 합이 맞는다랄까?

“어쩌면 저들이 북경 게이트의 진짜 정예들인가 보네요.”

“그러게. 의외로 잘 싸우네?”

냐앙!

호야도 내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난 정신 나간 세계수와 싸워 봐서 안다.

세계수란 이름이 붙은 몬스터다?

그건 진짜 답이 안 나온다. 그때 세계수의 정수를 호야랑 내가 흡수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힘들었다.

그런데 무려 쟤는 정신 나간도 아니고 멸망의 세계수다.

당연히 더 무시무시한 놈일 거라는 거.

“근데 저거 보고 별다른 생각이 안 들어?”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데요?”

“그래?”

“네.”

“그런데 옛날에는 왜 그랬어?”

“그때는 정상이었던 세계수가 변질된 것이었으니까요.”

“하긴…….”

엘프 여왕이 저것에 혹시 미혹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전투는 계속 이어졌는데, 나중에는 어딘가에서 2만의 헌터들이 더 충원되었다. 그러면서 게이트의 주인은 슬금슬금 호위를 받으면서 뒤로 물러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걸 지금 죽일까?”

근데 남의 게이트에 들어와서 남의 게이트 주인을 죽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무리 내가 지구 최강의 게이트를 소유한 사람이라도 게이트의 법칙에 따르면 엄청난 페널티가 부여될 것 같은 느낌이라 일단은 참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다시 2만의 헌터가 충원되었다.

5만 대 1.

물론 그렇다고 해서 멸망의 세계수가 쉽게 지는 것은 아니었다. 양쪽은 매우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으니까.

“그런데 쟤들 저거 멸망의 세계수를 지키려고 했던 거 아냐? 막 까 버리는데?”

“저게 비밀의 문이라는 걸 모르는 거 아닐까요? 저게 비밀의 문을 삼켰다고 생각한다든가?”

그러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밀의 문이 파괴되어서 진짜 모습을 드러낸 것이지만 저들이 보기에는 비밀의 문이 있어야 할 장소에 엄청난 괴수가 등장했으니 저게 비밀의 문을 가리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그 자리에서 전투를 하던 것은 저들의 공장형 헌터들과 나였으니까 내가 뭔가를 소환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저들은 정말 열정적으로 자신들이 가졌던 비밀의 문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헌터들의 숫자는 줄어들었고, 멸망의 세계수도 점점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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