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재미있게 보셨나요?
재미있으셨다면 추천과 즐겨찾기 등록 부탁드립니다.
#001 비밀조직, 연구소, 초인 그리고 탈출 – 2
UE라는 조직이 있다.
유럽 연합 EU의 세력권에 존재하는, 그리고 EU를 배후에서 좌지우지하는 정치와 경제계의 거물들의 비밀결사 조직이다.
조직의 전신은 유럽의 대항해시대와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며 만들어졌다.
그 시대는 유럽이 세상 전부를 약탈하던 시대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각자의 자리에 고립되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것들이 발견되고 기록되던 대탐험의 시대이기도 했다.
수많은 학자와 모험가들이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지리적 위치를 탐사하고, 과거 문명의 흔적을 쫓았다.
엘도라도의 전설을 쫓아 수많은 모험가가 남미의 정글에 삼켜졌고, 아틀란티스, 무, 레무리아처럼 잃어버린 대륙과 문명에 관한 이야기나, 고대의 거인 문명, 신과 외계인에 대한 전설도 넘쳐났다.
시간이 흐르며 수많은 전설의 대부분은 그냥 전설로 끝났지만, 앙코르와트처럼 어떤 것은 실체가 확인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누군가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허황한 이야기나, 사기, 속임수 혹은 비유적 이야기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탐험가를 후원한 유럽 권력자들의 일부는 명백하게 현재의 인류가 가진 지식과 기술의 수준을 뛰어넘는 가치를 가진 놀라운 보물과 지식 그리고 유물들을 입수했다.
그들의 신앙과 그들이 생각하던 진리, 그들이 아는 역사와 상식조차 부정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발견품들이 그들의 손에 모여들었다.
그중 일부가 그 물건들을 보관, 관리, 연구하기 위해 비밀결사를 조직했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흘러 그 비밀결사의 일부가 특정한 목적으로 분리되어 새로운 비밀결사를 만들었다.
그렇게 UE가 만들어졌다.
UE는 전통 있는 귀족 가문의 후예들이 주를 이루던 비밀결사에서도, 강경파들이 떨어져 나와 만들어졌다.
그들은 자신들의 몸에는 푸른 피가 흐른다고 자부하고 살아왔으나, 새로운 시대에 그들이나 그들이 천하게 생각하던 평민이나 똑같이 붉은 피가 흐르는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증명되자 치욕에 떨었다.
그들은 평민 놈들이 자신들과 같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참을 수 없었지만, 과학적으로 그것이 진실이었다. 그들은 그 과학적 진실을 부정할 만큼의 병신은 아니었다. 단지 그 진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정도로 멀쩡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과학적으로 자신들의 혈통을 평민과 구별되는 특별한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
UE의 목표는 그들이 손에 넣은 비밀스러운 지식과 유물을 이용해서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키는 아니 자신들이 새롭게 진화된 신인류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약 20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UE는 변질했다. 아니 변화하였다.
그들이 쏟아부은 노력과 달리 신인류 탄생에는 유의미한 결과가 없었으나, 그 과정에서 쌓은 물리, 화학, 의학적 지식은 그들에게 막대한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손에 넣게 해주었다. 그리고 부와 명예, 권력은 그들을 옛 시절처럼 평민과 분리해 주었다.
과학적 진실은 상관없었다. 사회적으로 그들은 평민과 확실히 다른 존재가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신인류를 개발을 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비이성적이며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옛 중세의 연금술사들이 납을 금으로 바꾸는 연구를 하던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여겼다.
단지 연구를 멈추지는 않았다.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드는 법을 연구하는 와중에 과학이 발전한 것처럼, 그들이 신인류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산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진짜 연금술사들의 연금도 물질로서의 금이 아니라 진리적 완벽의 상징을 금으로 표현해 추구하는 것이었다. 그들도 새로운 방식으로 진리의 끝을 추구한 것이다. 남들보다 더 많은 과학적 지식은 이득이 되니까.
어느 날 갑자기 유진이라는 성공한 신인류 혹은 초인이 진짜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유진은 수백 년 이상의 시간 동안 치사율 100%였던 어떤 실험의 실험체였다. 그 실험은 이미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패한 후 그 과정에서 나온 시체를 연구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그래서 유진이 실험이 끝나도 죽지 않았을 때, 오히려 그것을 실험의 실패로 생각한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수백 년 만에 첫 실험 성공작인 유진이 탄생하자 다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유진을 베이스로 수많은 복제, 개조, 이식 실험이 진행되었다.
유진에 비해 미약하거나, 혹은 유진이 가진 능력 일부만 가지고 있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명백하게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능력들이 발휘되었다. 개중에는 유진조차 없는 특별한 능력을 발현하는 예도 있어서 특별 연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정도면 명백히 신인류라 부를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UE와 UE 산하의 연구소들은 자신들에게 찾아온 놀라운 기적에 환호했고, 더 많은 결과를 위해 수많은 인력과 자본을 퍼부었다. 나라 하나 통째로 살만한 자금이 투입되고,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인체실험과정에 희생되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성과가 나왔고, 그 성과를 이용해 조직의 세력은 점점 더 확장되었다.
성과를 바탕으로 확장이 이루어지고, 확장을 바탕으로 성과를 위해 필요한 재료들의 수급이 더 원활해지면, 다시 그걸 바탕으로 성과가 추가로 나오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들은 이대로라면 조만간 자신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거로 생각했다. 반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것이 꿈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혹한 대우를 참다못한 유진과 실험체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UE를 수상하게 여긴 다른 세력들과 국가들의 공작과 지원이 있었다.
반란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했지만, 그 후폭풍은 정말로 컸다.
반란 과정에서 유진과 실험체들은 자신들을 가혹하게 대한 다수의 연구원을 학살한 것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연구 기록도 파괴했다.
그건 큰 피해였다.
그 과정에서 유진과 함께한 실험체들도 정말 많이 죽었다. 그들 중에는 같은 능력을 갖춘 다른 개체를 다시 만들어내는 것에 실패한 귀중한 샘플도 여럿 있었다.
연구 기록이 없어진 상태에서 연구원과 연구 대상까지 잃은 것은 치명적이었다.
무엇보다 UE가 정말 소중하게 여기던, 그리고 신인류 연구의 원천이 되었던 고대 유물 다수가 파괴되거나 분실되었다. UE는 신비한 고대 유물이 가진 특별함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세력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근본 중 일부를 상실한 것이었다.
이건 공포였다.
공포는 혼란을 만들었다.
뒤처리 과정에서 비이성적인 보복과 조치가 이루어졌다. 항복 당시의 약속을 어기고 반란에 참여한 많은 실험체가 처형당했다. 반란에 참여하지 않은 실험체들까지 상당수가 앞으로 위험할지 모른다고 폐기되었다.
카를 같은 경우는 목숨을 부지했지만, 팔다리가 잘려져 나가 몸통과 머리만 남았다. 몹시 귀한 실험체이기 때문에 죽일 수는 없지만, 그의 초능력은 팔다리가 없어도 연구에 지장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건 차라리 죽느니만 못했다.
유진은 그중에서는 가장 처지가 나아 죽지도 않았고, 사지도 멀쩡하게 보존되었다. 너무도 귀하고 귀한, 어쩌면 UE가 잃어버린 고대 유물보다도 더 귀한 보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란이 실패로 끝나고 어느덧 3년.
유진도 새롭게 탈출 기회를 노리는 것보다, 차라리 자살에 성공할 방법을 고민할 정도의 상황인 것은 카를과 마찬가지였다.
****
유진은 수술실의 실험대 위에 누워 있었다.
실험대는 수술 침대가 아니라 시체 부검대에 더 가까운 형태의 물건이었다. 다른 점은 큰대자로 벌린 유진의 팔다리를 고정하는 족쇄가 달려 있다는 점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중세에 사용된 고문대와도 무척 비슷한 물건이었다.
실제로 그 위에서 행해지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수술 침대도 실험대도 아닌 고문대가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기는 했다.
“간, 절제 적출 완료.”
“너무 양이 적은 것 아냐? 반 이상 남겨 둔 것 같은데? 90% 정도는 적출 해야지.”
“오늘 적출 리스트에는 분명 간 50%라고 되어 있다. 항의는 나 말고 팀장님에게 해. 나도 이거 요청한 팀들에게 나눠줄 양 계산하면 짜증 나니까.”
“그래? 아, 오늘 그건가?”
몸통을 반으로 가르는 듯한 느낌으로 활짝 열린 유진의 가슴과 배 안쪽에 손을 넣고 조심성 없는 손길로 장기를 잘라 내던 의사들이 적출 하는 장기의 양에 대한 불만을 투덜거렸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젠장, 누가 예비용 톱날 좀 줘. 아킬레스건 적출 하다가 톱날이 나갔어.”
“피 너무 많이 뽑지 마! 적출 리스트에 1리터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잖아!”
“젠장. 고작 1리터 가지고 누구 코에 붙여! 최소한 2리터는 있어야 해!”
“안돼! 오늘 허용된 혈액량은 1리터가 전부야! 니 맘대로 일하는 건 니가 대장인 곳에서나 그러고 여기서는 규칙을 지켜! 퇴출해버리기 전에.”
“척수액 적출 완료.”
“사전 협의 목록에는 빠졌는데, 승모근이랑 광배근, 전완근이랑 대퇴사두근 좀 적출 해도 됩니까? 많이는 필요 없고 샘플량 정도면 됩니다.”
유진의 몸을 둘러싸고 시장통이 벌어져 있었다.
의사 면허가 있거나 없는 수많은 박사가 유진의 몸을 둘러싼 채 그의 몸을 헤집고, 자르고, 뽑아내고 있었다.
사람을 수술하는 곳에서 당연히 있을 법한 조심성도 긴장감도 없이 왁자지껄 떠들며 거칠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유진은 잇몸에서 피가 흘러나올 정도로 이를 악물고 그 모든 꼴을 견뎌내야만 했다.
유진의 몸은 약물을 이용한 수면 마취나 감각 마취 따위 통하지 않는다. 척추 신경을 잘라 내도 곧바로 재생해 버린다. 따라서 이 미친 과학자들이 그의 몸을 마구잡이로 헤집고 자르는 동안의 고통은 유진이 맨정신으로 모두 감당해야만 했다.
지난 3년간 매달 한두 번씩 꼬박꼬박 당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었다.
“리스트 모두 채웠으면 배하고 가슴 닫기 전에 위에 직접 영양제 투입하고 회복실로 보내. 30분 내로 끝낸다.”
“팀장님. 그 시간 내에는 정액 적출 못합니다. 적출 리스트에는 분명 들어 있었습니다만.”
“그건 그쪽 담당자들이 따로 직접 진행할 거다.”
“아아, 그거군요.”
“그래. 그거다.”
유진은 망할 놈의 수술팀장과 그 직속 보좌관의 의미심장한 대화를 듣고는 안도는 한숨을 내쉬었다.
기왕에 짜내야 하는 정액이라면 이 미치광이 과학자들보다는 그녀들이 나았다.
아무리 혐오스러운 여자들이라고 해도 그녀들의 입과 손 그리고 보지와 항문이 이 미치광이 과학자들의 것보다는 나았다.
아무리 해부실습실의 개구리 같은 꼴로 살고 있다고 해도, 항문으로 넣어진 전극체에 전립선을 전기 고문당하면서 사정하는 일은 정말 끔찍하게 싫을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 늙은 여자들의 미칠듯한 식욕에 시달리는 섹스는 싫긴 해도 차라리 수치와 혐오가 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