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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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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비밀조직, 연구소, 초인 그리고 탈출 – 3
피와 장기, 근육과 인대와 연골, 피부는 물론이고 뇌척수액까지 약탈당하는 수술이 끝났다.
유진은 회복실로 옮겨졌다.
개복했던 몸통을 닫기 전에 위에 관을 꽂아 직접적으로 투입한 대량의 특제 영양식과 혈관에 꽂은 커다란 바늘을 통해 투입되는 주렁주렁 매달린 특수 영양제의 도움을 받아 잃어버린 신체를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적출 수술은 무척 고통스럽지만, 그 이후에 주어지는 이 시간은 유진이 이 연구소에서 누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호사였다.
평상시의 그는 똑바로 누울 수도 없을 정도의 작은 공간에 갇혀, 허기와 갈증에 고통받으며 지내기 때문이었다.
특히 허기와 갈증이 문제였다.
유진은 반란 이후 3년간 어떤 음식도 음료도 입으로 삼키지 못했다.
유진이 일으킨 반란에 대한 처벌과 동시에, 다시는 유진이 반항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내려진 조치가 만들어낸 부작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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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 최고 수뇌부는 유진의 공격성 초능력들을 억제하기 위해 자신들이 숨겨두었던 고대의 신비로운 유물 중에서도 가장 귀중한 것 중 하나인 ‘바벨의 기억’을 유진에게 사용했다.
정신력을 사용하는 초능력 대부분을 억제하고, 근력을 약화하며, 사람의 공격성을 줄이고 순종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는 아주 신비한 물건이다.
이걸 연구한 학자들은 이 물건이 고대의 왕이나 황제 같은 지배자들이 초인적인 능력을 갖춘 영웅이나 괴물 같은 존재들을 억제하고 지배하기 위해 사용한 물건일 것으로 추정했다.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꽤 많지만, 가장 유력한 이론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유진같은 위험한 초인 실험체에게 사용하기 딱 알맞은 물건이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유진에게 사용되었다.
귀한 물건이기는 하지만, 유진도 귀하기는 마찬가지고, 유진과 한 셋트로 같이 보관한다는 느낌이었다.
문제는 원래 탈착이 가능한 물건을 ‘더 키’라는 이름의 다른 유물과 함께 사용하여 유진의 뜻대로 벗을 수 없는 구속구로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바벨의 기억’은 안쪽으로 뚫린 부분이 전혀 없는 사람 머리 모양으로 생긴 투구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런 물건이 벗을 수 없는 구속의 방식으로 머리에 씌워진 것이다.
얼굴과 머리에 있는 대부분의 감각 기관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눈은 앞을 볼 수 없고, 코는 냄새를 맡을 수 없으며, 귀는 제대로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입으로 뭔가를 맛보거나 먹을 수도 없어졌다.
유진이 피부 호흡이 가능하지 않았다면 아마 숨을 쉴 수 없어서 죽었을 것이다. 어쩌면 숨을 쉬지 않아도 죽지 않을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이후 유진은 허기와 갈증에 시달려야 했다.
한 4-5일 물을 못 마시면 갈증사 하는 보통 사람과 달리 한 달 이상 물을 못 마시거나, 3~4개월 정도 굶주려도 생명에 문제가 없는 유진의 특별함은 오히려 유진에게 고통이 되었다.
유진의 특별한 몸은 갈증이나 허기로 죽지는 않지만, 그 고통마저 없애주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런 유진에게 비록 맛은 느낄 수 없어도 허기를 달래고 고통 없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지금 이 시각은 그나마 호사스러운 시간이다.
비록 절단 실험 끝난 플라나리아처럼 잘려져 나간 몸을 복구하는 시간일지라도 말이다.
신체 손상을 복구하는 중에는 추가로 통증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조금은, 아주 조금은 마음이 편한 시간이기도 했다.
다음 일정은 그래도 고통은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유진의 잘리고 추출 당한 피와 근육, 장기와 뼈, 골수 등이 모두 회복되는 일에 3일이 걸렸다.
보통은 일주일 정도 걸리지만, 추출 당한 양이 평상시보다 약간 적고 정액 추출이 없었던 덕분에 기일이 빨라졌다.
유진의 몸이 충분히 회복되자 유진은 회복실에서 다시 한번 또 다른 실험실로 옮겨졌다.
이번에도 몸을 잘라가던 실험실에서와 똑같이 사지를 벌린 채로 손목과 발목을 바닥에 고정해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전 실험실이 금속 재질로 가득한 수술실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실험실은 바닥에 최고급 카펫이 깔려 있고, 사방에 최고급 소파와 쿠션이 배치된 안락해 보이는 곳이었다.
실험을 위해 들어선 사람들조차 이전 실험실과는 완전히 달랐다.
흰 가운을 입은 과학자들로 가득했던 이전 실험실과 달리 이번 실험실에 들어선 사람들은 모두 화려한 속옷과 실크 가운을 걸친 여성들이었다.
그녀들은 방에 들어선 후 유진을 힐끔 보고는 방에 놓인 소파나 쿠션에 자리를 잡았다.
오직, 단 한 명만이 유진을 향했다.
큰 키에 날씬한 몸매, 아름다운 외모, 금발과 푸른 눈을 가진 전형적인 북유럽 스타일의 미녀였다.
그녀는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알몸의 유진 위에 자신의 알몸을 겹쳐 엎드리며, 마스크로 가려진 유진의 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
“안녕, 유진. 오랜만이야.”
익숙한 그 목소리에 유진이 안색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에바?”
금속 마스크에 막혀 뭉개진 음성이기는 했지만, 유진의 마스크에 얼굴을 맞대고 있던 에바는 유진의 말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섞인 숨길 수 없는 거부감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그 정도로 싫어? 서운한데.”
서로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사이이기는 하지만, 에바가 유진과 주기적으로 섹스를 한 지 벌써 3년째였다.
유진과의 섹스에서 언제나 자신의 만족만이 아니라 유진의 만족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고 또 어느 정도 마음도 나누고 있다고 생각한 에바는 그런 유진의 태도가 서운했다.
그런 그녀의 마음과 상관없이, 사실 유진은 에바를 싫어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와 이런 식으로 섹스한 여자들이 몇 명인지 셀 수도 없었고, 에바는 그런 여자 중에서는 유진의 마음에 든 몇 안 되는 여자였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온 유진은 강간에 대한 개념이 약했다. 첫 경험조차 수십 명의 남녀 과학자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검사용 센서 수십 개를 주렁주렁 매달고, 반쯤은 강간처럼 관계를 맺었었다. 강제로 당하는 것이나, 누군가 지켜보는 것에 수치심도 없었다.
유진이 기분이 나쁜 것은 지금 자신에게 체온을 나눠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정하게 인사를 속삭이는 에바 때문이 아니라, 에바와 함께 왔을 다른 여자 때문이었다.
“당신이 왔다는 것은, 그 늙은 마녀도 함께 왔다는 뜻이니까. 난 그년이 정말 싫어.”
에바는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힐끔 한쪽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유진이 말한 늙은 마녀, 에바의 상사인 마담 보른은 오늘 함께 온 일행과 대화를 나누느라고 이쪽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듯했다.
유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처음 듣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들을 때마다 매번 놀랐다.
“그러지 마, 유진. 마담은 그 별명 진짜 싫어한단 말이야. 당신에게 화풀이 할 거야.”
“흥.”
에바가 달래듯 말했지만, 유진은 콧방귀만 뀌었다.
마담 보른이 자신의 처우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최고 책임자이기는 하지만 유진은 전혀 그녀를 꺼리지 않았다. 어차피 유진은 여기서 더 나빠질 여지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엉덩이에 전기 충격기 꽂아서 강제로 전립선 자극당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
이거는 유진도 움찔했다.
유진의 피와 장기, 근육 같은 신체 대부분의 부분이 그렇듯이 유진의 정액도 다용도로 놀라운 용도와 효과를 가진 귀중한 물질이었다.
당연하게도 연구와 실험, 특수 물질 개발 등을 위해서 대량으로 필요했고, 그래서 그걸 위한 방법도 많이 개발되었다.
그 방법 중 여성과의 직접적인 성관계를 통한 섹스는 가장 덜 선호되는 방식이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이며, 채취하는 양도 적어진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통계적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원래 과학자들이나 연구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기계적 방식이었다. 유진의 귀두에 진공 흡입 채취기를 설치한 다음에, 항문으로 기구를 삽입해 전립선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방식이었다.
그 꼴을 당하면 신경을 불태우는 고통과 다를 바 없는 쾌감 속에서, 젖을 짜이는 암소 모양으로 정액을 사정 당하며, 미치광이 발광하듯 발버둥 치는 꼴을 당하게 된다.
그건 평생을 실험 관찰 대상으로 어떤 사생활도 없이 살아온 유진에게조차도 참기 어려울 정도로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유진은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아무리 늙은 마녀와의 섹스가 싫어도, 에바같이 싫지 않은 여자도 함께하는 이런 섹스가 전립선 전기 자극보다야 나았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에바는 그런 유진의 마음을 눈치챘지만, 굳이 추궁하지 않았다.
그녀는 유진의 자존심이 상할 만한 말이나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가 유진을 강간하는 여자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진의 증오까지 받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리고 에바 자신도 그걸 알고 있었다.
에바는 말없이 유진의 왼쪽 가슴에 키스했다.
그건 지금부터 시작하는 섹스가 오직 욕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마음도 나눈다는 것을 표현하는 상징적 행동이었다. 입술에 키스하면 좋겠지만, 마스크로 가려져 있으므로 그 대신이었다.
그리고 그 키스는 천천히 유진의 몸 타고 조금씩 아래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명치에 키스하고, 탄탄한 근육질의 복근을 희롱하고, 배꼽에서도 꽤 애정을 쏟은 다음에, 아랫배로 내려왔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의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았다.
에바가 그렇게 애정과 정성을 다해 유진을 애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진의 성기는 거의 발기되지 않은 상태였다.
에바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유진이 자신을 상사인 마담 보른이나 그녀와 비슷한 신분의 다른 여성들처럼 증오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자신에게 애정을 느끼는 것도 아니라는 그 상징적인 모습에 조금 상처 입었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다면 이 정도로 전혀 반응이 없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유진은 에바를 싫어하지 않았고, 아주 약간 호감도 있기는 했지만, 그 호감은 그냥 대화 정도는 나눠도 될 사람이라는 정도에 불과했다.
연인이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아도 3년 정도 부부처럼 살면 사실혼 관계라고 하지만, 3년쯤 강간하고 강간당하는 관계였다고 그걸 사실상 연인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에바는 결국 자신이 원래 하던 대로, 그리고 원래 해야 하는 업무를 시작했다.
유진의 것을 양손으로 붙잡고, 손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은 입으로 삼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