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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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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대의와 정의 그리고 국익 – 05
동료들이 순식간에 죽었지만, 광장에 포진하고 있던 병력 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애초에 유진을 향해 보내진 4명은 일종의 미끼였다.
GIGN을 위장해서 이곳 생드니 성당 광장에 출동한 것은 UE 소속의 슈퍼 솔져 부대 중의 하나인 ‘머스킷티어’였고, 그들의 지휘관은 유진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장 폴 리샤르 박사였다.
리샤르 박사는 유진이 능력과 성향 등에 대해서 꽤 이해가 높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미리 그에 대한 대비도 시켜둔 상태이기는 했다.
“그래도 아깝군. 혹시나 했는데.”
현장이 아닌 멀찍이 떨어진 안전한 곳에서 전송 되는 화면과 보고를 통해 상황을 판단하고 있던 리샤르 박사가 혀를 찼다.
리샤르는 레퀴프 트루아와의 교전 이후 꾸준히 유진을 추적했고, 그 과정에서 유유진이 프랑스 공권력과의 충돌은 물론 그들에게 관찰당하는 것조차 전력을 다해 회피하는 것을 통해 유진이 자신들과는 싸우더라도, 공권력까지 적으로 돌리는 것은 피하려고 한다고 판단했다.
유진이 이런 성향에 대한 다른 판단 근거도 있었다.
조직은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로 유진에게 실험체 이상의 대우와 교육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안전을 위해 유진에게 국가와 사회 시스템의 위대함과 두려움에 대한 사상적 교육을 포함했었다.
리샤르는 유진의 행적이 그 교육의 성과가 드러난 것으로 판단했고, 그렇다면 프랑스 공권력을 위장한다면 어쩌면 잠시라도 유진이 망설이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주 잠시라도 유진을 구속할 수 있다면 준비해둔 물건이 있으니 그다음은 일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부로 슈퍼 솔져 시술받지 않은 일부 인원을 미리 선발해서 준비시켜 둔 것이었다.
물론 가능성을 아주 크게 보지는 않았기에 실패했어도 약간 실망하는 것으로 끝났다.
“작전 시작.”
리샤르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가장 좋은 방법이 실패했으니 이제 피해 없이 일을 끝낼 수는 없겠지만, 리샤르는 유진을 포획할 자신이 있었다.
‘병신같은 새끼들. 상대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강한 부대만 동원하면 다 인줄 아나? 특수부대는 이렇게 쓰는 거다.’
리샤르는 레퀴프 트루아와 그 부대를 동원한 프랑스 계파의 고위층을 비웃었다.
그리고 리샤르가 동원한 그의 부대 ‘머스킷티어’들은 확실히 그들보다 상위의 조직이라고 평가받는 레퀴프 트루아 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유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생드니 대성당과 생드니 시청을 접하고 있는 생드니 광장은 광장이라고 하기에는 꽤 좁은 곳이었다.
유진이 자신에게 접근한 4명의 미끼를 해치우는 사이, 나머지 인원들은 성공적으로 생드니 성당이나, 생드니 시청, 법원 그리고 주변 상가에 성공적으로 은폐할 수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저격소총 수준은 아니어도 높은 위력과 사거리 그리고 정밀도를 가진 고화력의 소총, 흔히 미군이 지정사수소총이라고 부르는 준저격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고, 일부는 아예 바렛 같은 대물 저격소총까지 소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충분히 안전한 장소에서 은폐한 상태로 고화력 화기로 유진을 겨냥하고 있다가 리샤르의 명령이 떨어지자 일제히 사격을 시작했다.
퍽! 퍽! 퍽! 팅! 퍽! 팅!
유진의 몸 주위에서 요란한 소음과 피 안개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상당수의 탄환은 유진이 방패로 내세운 시체에 막혔지만, 일부는 시체로 막을 수 없는 좌우의 사각으로 들어와 유진의 몸에 명중했다. 그리고 그중에 많은 수가 유진의 머리에 명중했다.
“큭!”
유진은 당황했다.
몸에 박히는 탄환도 탄환이지만, 머리를 두들기는 탄환의 문제가 심각했다.
몸에 맞은 사격의 경우 근육을 움직여 탄환을 뽑아내고 상처를 재생하면 그만이었다. 고통이 적지 않았지만, 그 정도 고통은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머리를 두들기는 탄환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되었다.
탄환 그 자체는 자신의 제어하에 들어온 ‘바벨의 기억’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투구 겸 마스크가 완전히 막아주었다. 하지만 ‘바벨의 기억’은 탄환이 투구를 두들기며 만들어낸 충격파까지 상쇄해주지는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뇌진탕으로 죽기에 충분할 정도의 충격이 유진의 뇌를 연속으로 두들겼다.
유진의 재생능력은 뇌에도 충분히 작용하는 것이기에 뇌진탕은 별다른 피해 없이 곧바로 치료되기는 했다. 기억의 손상 같은 것도 없었다. 그래도 뇌진탕이 일어나는 그 순간에는 뇌가 일시적으로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그 뇌진탕이 연속해서 일어나자 유진도 일시적으로 제대로 움직이거나 생각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레퀴프 트루아의 중화기병들이 빗발처럼 쏟아붓던 기관총 탄환들도 거침없이 상대하던 유진으로서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유진의 모습을 본 ‘머스킷티어’들은 사기가 올랐다.
“헤드샷 명중.”
“오른손! 누가 미끼를 방패로 잡고 있는 저 오른손 좀 노려!”
“내가 노리겠다.”
“나도 같이 지원하겠다.”
“헤드샷 명중 추가.”
“C-1 포지션. 탄창 교체.”
“A-3 포지션 탄창 교체 완료. 사격 시작한다. 바디샷 명중.”
사방으로 흩어진 ‘머스킷티어’들은 자기들끼리 계속해서 교신을 나누면서 효과적으로 유진을 향해 사격을 퍼부었다.
지속적으로 유진의 머리에 헤드샷이 명중했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 게임이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교전 상황에서 사실 표적의 머리를 노리는 헤드샷은 저격수가 우선하는 목표가 아니다. 머리는 맞추기에 너무 난해하며 상당히 비효율적인 과녁이다. 권총도 아니고 소총 수준이 되면 머리에 맞건 몸통에 맞건, 한 방으로 무력화되는 것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상대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고, 그들 또한 평범한 인간이 아니며, 목표와의 교전 거리는 고작 100m 남짓에 불과했다. 조준경까지 달린 정밀한 소총으로 얼마든지 노릴 수 있고, 노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유진은 이전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약점을 노린 정교한 공격에 완전히 수세에 몰렸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면서 헤드샷을 피하고자 최선을 다했지만, 사방에서 쏟아지는 탄환이 너무 많았고, 한 두발씩 머리에 명중하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몸통을 노린 대물 저격총의 저격은 작지 않은 상처를 계속 만들어냈고, 유진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 상처들은 효과적으로 재생되지 못하고 점점 많은 피를 흘려내고 있었다.
피는 유진이 가진 회복력의 근원이었다. 재생을 반복시킴으로써 그 피를 계속해서 소모 시키고, 뇌진탕을 일으켜 효과적인 재생을 막겠다는 리샤르의 전술이 완벽하게 들어맞고 있었다.
상황을 보고 받는 리샤르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좋아, 작전대로 되어가는군.”
이것은 레이드였다.
그들은 유진을 게임 속 보스 몬스터처럼 사냥당하고 있었다. 리샤르가 게임에 익숙한 젊은 대원들의 아이디어를 받아 만들어낸 이 전술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유진을 상대해내고 있었다.
리샤르는 잘하면 생각했던 추가 피해 없이 유진을 잡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른손 명중! 놈이 방패를 놓쳤다! 집중적으로 사격해!”
계속되는 충격을 견디지 못한 유진이 결국 방패로 쓰고 있던 시체를 놓쳐 버렸고, 그래서 완전히 무방비로 노출된 몸으로 수십 발의 사격이 명중하면서 그 기대는 최고조가 되었다.
온몸이 망가진 유진이 견디지 못하고 결국 쓰러졌다.
“쓰러졌다! 잡았다!”
‘머스킷티어’들 사이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들은 작전이 시작하기 전에 최악의 경우 인원의 절반 정도는 전사할 것이라고는 경고를 받고 작전에 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끼로 쓴 의미 없는 4명 외에 어떤 피해도 없이 유진을 잡아냈으니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사격이 멈추었다. 그건 명백한 실수였다.
“뭐 하는 거야! 사격을 멈추지 마라! 놈은 저 정도로 안죽어!”
리샤르가 뒤늦게 소리를 질렀지만, 늦었다.
아주 잠깐 주어진 그 짧은 여유는 유진에게 상황을 바꿀 충분한 시간이었다.
사실 뇌진탕조차 계속 반복되자 어느새 그 충격과 재생주기가 점점 짧아지며 어느 정도 적응되어 가고 있었다. 오히려 몸통과 팔다리에 입은 상처가 너무 크고, 재생이 늦어져서 문제였다. 하지만 짧은 순간이나마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상황에서 바닥에 쓰러진 김에 몸을 굴러 엄폐물을 찾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유진이 굴러간 부분이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와 내장 조각으로 검붉게 물들었지만, 어쨌든 유진은 시체 방패보다는 조금 더 제대로 된 엄폐물 뒤로 숨을 수 있었다. 광장과 주차 구역을 구별하고, 차량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설치해둔 콘크리트 도로 분리대 뒤쪽이었다.
다시 사격이 쏟아졌다.
분리대의 높이는 낮았고, ‘머스킷티어’들 중 상당수는 높은 포지션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유진은 분리대 뒤쪽에서 몸 전체를 숨길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노출된 부분에 ‘머스킷티어’들의 저격탄이 명중했다. 노출된 왼쪽 어깨와 엉덩이 부분이 지속적인 충격으로 피부와 근육을 넘어 뼈까지 손상을 입을 정도가 되었다. 몇 몇 대물 저격총의 탄환은 콘크리트 분리대를 꿰뚫고 유진을 몸에 명중하기도 했다.
여전히 유진은 수세에 몰려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었다.
헤드샷이 없었다.
몸이 엉망이 되고, 신체가 제대로 재생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많은 피를 흘리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제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육체의 고통과 손상은 유진에게 있어서는 언제나 있는 일이었다. 제대로 생각하고 사고 할 수 있다면 유진은 그런 육체 손상은 정신력으로 감당할 수 있었다.
유진은 엉망이 된 손을 억지로 움직여 시체 방패를 놓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놓치지 않고 있던 기관단창의 탄창을 갈고, 노리쇠를 당겨 장전했다.
찰칵.
금속이 맞부딪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기관단총의 발사준비가 끝났다.
엄폐물 뒤에 숨어 있는 처지라 적의 위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 유진의 눈은 마스크 뒤에 숨겨져 있는 장식이었다. 적의 위치를 확인하는데 눈으로 직접 볼 필요는 없었고, 그들의 위치를 모두 파악하는데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유진은 그들 모두를 노릴 가장 확실한 경로를 계산한 다음 기다렸다.
적들은 정말 정밀 기계처럼 정확한 간격으로 사격을 퍼붓고 있었고, 그러면서 정말 정확한 시간으로 서로 교대하며 탄창을 교환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큰 차이는 없었지만, 화력이 강도와 방향이 미묘하게 변하는 타이밍이 있었다.
유진이 노린 것은 비교적 거리가 먼 위치의 적들이 탄창 교체를 끝낸 후 재사격을 막 시작하고, 비교적 가까운 위치의 적들이 탄창 교체를 준비하는 그 타이밍이었다.
쏟아지는 탄환 일부를 몸으로 받아내며 유진은 기다렸다. 그리고 정확하게 자신이 노린 타이밍이 된 순간, 머리와 몸이 사격 표지판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몸을 일으켜 정해진 방향으로 총구를 겨눴다.
생각지 못한 갑작스러운 반격에 당황하는 그들을 향해, 유진은 자기 몸에 쏟아지는 탄환을 맞아가며 마주 사격을 퍼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