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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이지만, 히어로나 빌런이 되는건 거절한다-27화 (27/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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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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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대의와 정의 그리고 국익 – 06

수세에 몰리고 몰리다가, 피해를 감수하고 퍼부은 유진의 반격은 사실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유진이 사용하고 있는 기관단총은 권총탄인 9mm 파라블럼 탄을 사용하는 MP5 기관단총이었고, 그중에서도 개머리판이 없고 총열 길이를 줄인 단축형인 MP5KA4 모델이었다.

MP5는 기관단총임에도 불구하고 유효사거리가 200m는 되는 굉장히 우수한 총이지만, MP5KA4는 휴대성을 위해 반동과 장거리 집탄성을 포기한 모델이었다. 근거리에서는 굉장히 우수한 총이지만,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반동 제어의 어려움과 짧은 총열 탓에 제대로 된 명중탄을 만들어내기 굉장히 어렵다.

유진의 초월적 근력과 제어력 그리고 감각 덕에 상당수의 명중탄이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대부분 방탄복과 방탄 헬멧 등에 막혔고, 상처를 입은 인원도 치명상은 없었다. ‘머스켓티어’의 인원들도 유진과 같은 초월적 수준의 초인은 아니라고 해도, 어지간한 권총탄 정도에는 끄떡없는 슈퍼 솔져였다.

물론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30발 탄창이 다 비워지는 과정에서 스물두 명의 ‘머스켓티어’ 인원 중 반 정도에 한두 발이라도 명중탄이 나오거나, 명중탄이 나올 정도로 근거리 지근탄이 나왔다.

그들은 그 정도 사격에 목숨이 위험한 자들은 아니었지만, 유진처럼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총탄을 맞아줄 정도로 고통과 위협에 익숙한 자들도 아니었다.

유진의 첫 번째 반격에 위협을 느낀 인원들은 순간적으로나마 사격을 멈추고 엄폐를 택했다. 그것은 통상적으로 보면 아주 짧은 시간이었고, 그 와중에도 여전히 사격을 계속하는 인원은 있었지만, 탄창 교환 타이밍과 겹치면서 화력이 순식간에 1/3로 줄었다.

그 정도면 유진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쏟아지는 탄환을 맞으면서도 앞으로 달려 나가기에.

“뭐 하는 거야, 이 병신들아! 쏴! 쏘란 말이다! 너희들은 권총탄 따위에 안 죽어! 위험한 건 총알이 아니란 말이다!”

장갑차의 지휘 카메라와 각각의 대원들에게 달린 헤드 캠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리샤르가 그 상황을 보고 소리를 질렀지만, 다시 한번 늦었다.

한 발의 50BMG 탄환이 유진의 몸통을 꿰뚫었고, 머리에서도 두 발의 탄환이 명중하며 짧게 뇌진탕을 일으켰지만, 유진의 질주를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50BMG 철갑탄은 이런 근거리에서라면 사람 몸을 찢어발기기에 충분한 위력을 가진 탄환이지만, 유진의 몸에는 구멍을 내는 정도로 끝났고, 머리에 명중해 뇌진탕을 일으킨 탄환들에는 유진의 몸이 많이 익숙해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미친!”

바렛 대물 저격 총으로 유진의 복부에 명중샷을 냈던 저격수는 자신의 사격이 명중했음에도 불구하고 배에서 피 안개를 뿜어내면서 달려드는 유진의 모습에 기겁했다.

저격수는 급하게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겼다.

반자동소총인 M82A1은 사격 후 일일이 재장전할 필요가 없으므로 곧바로 다음 탄이 발사되었다. 그 탄환도 유진의 몸에 다시 한번 명중했다. 이번에는 복부도 아니고 오른쪽 가슴에 명중했다. 단지 노린 것은 왼쪽 가슴이었는데, 발사 순간 유진의 몸이 미묘하게 흔들리며 오른쪽에 명중했다.

왼쪽이건 오른쪽이건 100m도 안 되는 근거리에서 50BMG탄을 맞았으면 죽어야 마땅하지만, 그 정로 유진이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왼쪽을 노린 것은 심장이 부서지면 약간이라도 더 충격이 크다는 사전 정보를 염두에 둔 때문이었다.

어쨌든 노리고 쏜 탄은 미묘하게 빗나갔고, 저격수는 다시 한번 거의 코앞까지 다가온 유진의 왼쪽 가슴을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육중한 굉음을 내며 탄환이 발사되고, 그의 어깨를 부술 듯이 일어나야 하는 총기 반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철컥.

방아쇠로 당긴 노리쇠는 비어 있는 약실을 의미 없이 때릴 뿐이었다.

10발의 탄환이 모두 소비되었고 탄창을 교환했어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너무 다급한 나머지 잊은 것이었다.

“어!”

놀란 그가 서둘러 조준경에 눈을 떼고 탄창을 교환하려 하였지만, 그보다 어느새 다가온 유진이 훌쩍 뛰어올라 그가 있던 건물 2층의 방의 창문을 넘어 들어서는 것이 더 빨랐다.

저격수는 들고 있던 저격 총을 집어 던지고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엎드려서 조준하는 자세가 아니라 무릎쏴 자세였기 때문에 일어서다 죽는 꼴은 면했다.

유진이 주먹이 자기 몸에 닿기 전에 허리춤의 카람빗을 빼 들고 앞으로 구르며 유진의 다리를 베는 동작을 시전하기까지 했다. 서서 공격하는 상대를 대상으로 바닥을 구르듯이 다가가 종아리를 베어 넘어뜨린 후 상대를 제압하는 나이프 컴뱃 스킬이었다.

숙련된 베테랑이 미리 노리고 사용하려고 해도 쓰기 어려운 기술을 위험한 상황에 자연스럽게 구사했다는 점에서 그가 얼마나 뛰어난 인물인가를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유진도 순간적으로 그를 놓쳐서 칼날이 종아리를 스치기도 했다.

저격수의 문제는 유진을 쓰러뜨리려면 종아리를 베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과 유진이 비록 순간적으로 그를 시야에서 놓치기는 했지만, 다리를 베이는 순간 그가 구르는 것보다 훨씬 빨리 반응했다는 것이었다.

몸을 굴려 유진의 다리를 베어 버린 저격수가 바닥을 구른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유진의 발길질이 그의 등을 걷어차 버렸다.

뻐걱!

무쇠 기둥도 부숴버릴 유진의 킥에 저격수의 척추는 한방에 박살 났고, 그 앞쪽의 장기들까지 충격을 받았다.

“컥!”

저격수는 그래도 슈퍼 솔져라서 즉사는 피했으나, 단말마를 뱉으며 쓰러져서 움직이지 못했다. 유진은 그런 저격수의 머리에 달린 헤드 캠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걷어차 버렸다.

뻐걱!

다시 한번 뼈 부러지는 소리가 작열했고, 저격수가 쓰고 있던 헤드 캠이 박살 나고, 방탄 헬멧이 찌그러지며 그 안쪽 머리를 부숴버렸다.

이번에는 즉사였다.

“씨발.”

목표했던 타겟을 정확하게 제압하고, 정보 전달까지 효과적으로 차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진은 욕설을 내뱉었다.

제압의 과정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고, 몸의 상처는 이제 슬슬 감당하기 어려웠다. 가장 나중에 맞은 오른쪽 가슴의 총상은 고사하고, 질주 전에 맞은 상처조차 제대로 재생이 안 되고 있었다. 혈관은 다 틀어막아서 출혈은 최소화하고 있었지만,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린 상태였다.

유진이라고 초월적 육체는 과학적 상식에서 벗어난 신비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모든 물리 법칙마저 초월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손실된 육체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이라도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나마 아직 버틸 수 있고, 느리기는 해도 재생이 중단되지 않은 것은 어젯밤과 오늘 아침에 미친 듯이 먹어둔 빵과 과자, 초콜릿과 음료수들 덕분이었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진짜 위험했겠군.’

차민영과 만나지 않았다면 그 정도로 제대로 식사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몰래 훔쳐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바벨의 기억’을 제어하면서 음식을 먹으면, 그 과정에서 ‘바벨의 기억’을 제어하기 위해 빼앗기는 에너지의 양도 상당했다.

‘설마 이놈들 이것도 노린 걸까?’

이자들의 공격은 정말 날카로웠다. 유진이 자신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약점을 정확하게 파고들었고, 아주 효율적으로 공격했다. 굳이 제압하려 들지 않고, 지속적인 상처를 강요한 것도 자기 재생력이 가지는 한계를 알고 그것을 노린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꽤 두려우면서도 기뻤다.

죽음을 언제나 각오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대로 진짜로 죽거나 혹은 무력화되는 것은 두려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기쁜 것은 자신의 약점을 이 정도까지 제대로 노릴 인물은 정말 몇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리샤르다. 그 개새끼가 틀림없이 이 주변에 있어.’

유진은 끓어오르는 흥분을 억눌렀다.

일단 최악의 상황을 끝내기는 했지만, 아직 전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확인했던 스물 두명의 인원 중에 고작 한명 처리했을 뿐이고, 아직도 스물한 명이나 되는 적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간절하더라도 리샤르를 추격하는 것은 그다음의 일이었다.

‘그래도 이제 일반적으로 당하는 것은 끝이다.’

유진의 시선이 그의 손에 죽은 저격수가 집어던진 바렛 대물 저격총으로 향했다.

유진은 적의 손에서 자신을 향해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던 그 총을, 적을 향해 훨씬 더 강하고 위력적으로 사용할 자신이 있었다.

딱히 저격 훈련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근거리에서 사용할 물건이었다. 이게 저격총이라는 점보다 장갑차 부수려고 철갑탄을 쏘는 총이라는 점이 중요했다. 그 강력한 반동을 아주 여유롭게 감당할 수 있는 유진에게는 단발로 적을 때려잡을 수 있는 충분한 화력을 가진 무기라는 점이 중요했다.

느리지만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어 움직이는 것에는 무리가 없을 정도로 회복되자 유진은 바렛을 집어 들었다. 주변에 놓여 있던 여분의 탄창으로 교체하고, 노리쇠를 잡아당겨 재장전까지 마쳤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탄창이 폭발한 것이.

콰광! 타타탕!

작지만 요라한 폭발음과 함께 탄창이 폭발하고, 탄창 안에 재여 있던 탄환 중 일부가 같이 폭발해서 사방으로 탄두가 퍼져나갔다.

“악!”

유진조차 이번에는 고통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엄청난 위력은 아니었지만, 탄창을 잡고 있던 유진의 왼손을 날리기에, 충분한 폭발이었다. 거기에 함께 터지며 날아온 탄환들이 한참 아물어 가던 유진의 몸 이곳저곳에 새로운 구멍을 뚫었다.

“씨발, 씨발, 씨바알!!!!”

폭발에 놀라 총을 집어 던졌던 유진은 약지와 새끼손가락은 아예 절단되어 날아가고, 나머지는 뼈가 허옇게 노출된 자기 왼손을 부여잡고 욕설을 내뱉었다.

탄창이 결합했다고 폭발한 것은 아니고, 탄창의 결합을 확인하고 원격으로 폭발한 것이었다.

이건 리샤르가 파둔 함정이자 안전장치였다.

그는 자기 부하들이 아무 희생 없이 유진을 잡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고, 부하들이 죽는 과정에서 유진이 부하들의 무기를 노획하는 것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바렛은 유진 같은 괴물을 상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화력을 제공하는 무기였지만, 그게 유진의 손에 들리면 부하들을 갈아 버리기에, 충분한 화력을 제공할 수 있는 위험한 무기였다.

그래서 다른 소총들은 몰라도 바렛에는 전부 원격 폭발이 가능한 폭탄을 설치해두었고, 그 원격 폭탄을 탄창의 결합 순간을 확인하여 정확하게 폭발시켰다. 유진도 이것까지는 정말 상상도 못 한 완벽한 함정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도 아니었다.

폭발의 순간을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유진이 뛰어 들어왔던 창문으로 하얀 연기를 꼬리로 단 주먹만한 쇳덩어리들이 동시에 날아왔다.

유탄이었다.

저걸로 죽지는 않겠지만, 유진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을 무기였다.

정말 정밀하게 연계된 멋진 공격이었지만, 당하는 유진에게는 눈이 돌아가기 충분할 정도의 상황이었다.

“이 개새끼들, 죽여 버린다!”

이를 간 유진의 분노와 함께 허공을 날아들던 유탄들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들이 날아온 역방향으로 다시 날아가기 시작했다.

유진이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서 사용하지 않고 있던 힘, 염동력을 본격적으로 사용해서 일으킨 현상이었다.

그리고 그걸로 끝도 아니었다.

되돌아가는 유탄을 따라 유진의 몸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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