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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이지만, 히어로나 빌런이 되는건 거절한다-28화 (28/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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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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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대의와 정의 그리고 국익 – 07

유진의 반격으로 결국 동료 한 명이 죽었지만, ‘머스킷티어’의 남은 부대원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동료 중 누군가가 죽으리라는 것은 그들의 계획에서 이미 확정된 것이었다. 동료의 죽음에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들은 지휘관인 리샤르 박사의 명령에 따라 사전에 계획된 대로 움직였다.

유진이 죽인 동료가 누구인지 확인되자, 죽은 동료가 머무는 곳을 정확하게 특정했다.

안전한 곳에 엄폐해 있던 인원 중 미리 정해져 있던 세 명이 유탄 발사기를 들고, 죽은 동료가 머물던 방을 저격할 수 있는 위치로 급히 이동했다. 그리고 리샤르의 신호를 기다려 동시에 3발의 유탄을 안으로 쏘아 넣었다.

한 번으로 그치지도 않았다. 자신들이 발사한 유탄이 창문 안으로 정확히 명중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사격 각도를 유지하면서 두 번째 탄도 발사했다. 곧바로 재장전을 거쳐서 탄창의 남은 탄들도 다 쏟아부을 예정이었다.

그들이 쏘아 붙고 있는 유탄은 백린탄이었다. 연막용 탄이 아니라 소각용 화염탄이었다. 이 백린소염탄은 유진과 같이 재생능력을 가진 초인을 상대로 아주 효과적인 공격수단 중 하나였다. 몸을 태우는 불길이 훼손된 몸이 재생하는 과정에서도 꺼지지 않고 지속해서 태우기를 반복함으로써, 재생능력을 차단하거나 무효화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걸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던 이유는, 사방으로 개방된 공간에서 사용하면 효과가 감소할 뿐 아니라 대화재를 일으켜 공격하는 그들까지 위험하게 만들고, 필요 이상으로 프랑스 당국의 주의를 끌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무장 병력 수십 명이 자동화기와 저격총을 난사하는 지금 같은 난장판에 무슨 걱정이야 하고 싶겠지만, 그 부분은 이미 대책이 따로 있었다. 그들에게는 대규모 폭발이나, 화재만 아니면 프랑스 정부의 관심을 피할 자신이 있었다.

어쨌든 그런 면에서 유진이 그들의 동료를 처치하기 위해 건물의 특정 방안으로 기어가 들어간 것은 완벽한 기회였다. 아니 그것을 노리고 그들이 미리 준비한 함정이었다.

짐승이 덫에 걸렸으니 올무를 잡아당긴다는 기분으로 그들은 유탄을 연사했다. 이걸로 사냥을 끝내지는 못하겠지만, 꽤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 찬 회심의 공격이었다.

그들이 발사했던 첫 번째 유탄이 허공을 거슬러 되돌아오고, 발사되어 날아가던 후속 유탄들이 허공에 멈춰 섰다가 거꾸로 날아오기 전까지는!

그게 어떤 힘이 사용된 것인지는 명백했다.

“이런 미친! 염동력이라고!”

그 광경에 비명을 지른 것은 멀리서 영상을 통해 지켜보고 있던 리샤르 였다.

정작 되돌아온 유탄의 폭발에 직격당한 유탄 사수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폭발과 함께 만들어진 백린 연기과 화염은 몸을 불태웠을 뿐만 아니라, 호흡기를 타고 들어와 폐까지 동시에 태워버렸다.

그들은 어느 정도 재생력을 가진 슈퍼 솔져이기는 했지만, 백린이 폐까지 파고들어 와 온몸의 겉과 속을 동시에 태워버리는 것을 견뎌 낼 수 없었다. 비명조차 남기지 않고 세 명의 ‘머스킷티어’가 숯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이건 리샤르가 예상하지 못한 대응이었다.

유진이 염동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가 아는 유진의 염동력은 연필이나 굴리고, 탁구공이나 띄우는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응용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전 대원 총류탄이나 수류탄 계열의 무기 사용에 주의하라. 타격 중간에 제어권을 빼앗길 수 있다.”

리샤르는 일단 경고를 보내고, 상황을 계속 주시했다.

그가 보는 화면에는 백린 연기 사이로 그 연기에 타죽은 부하들뿐만 아니라 유진의 그림자도 보이고 있었다.

리샤르는 유진이 자신이 돌려보낸 유탄들이 백린 소염탄인 것을 모르고 뛰어들었으며, 그래서 예상하지 못한 백린 화염에 제대로 타격을 입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기대하고 있었다.

계획대로 실내의 한정된 장소에서 밀집해서 화재를 일으키지 않은 점은 약간 아쉽지만, 어쨌든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는 어긋났다.

백린 화염은 그 원래의 기능보다 훨씬 빨리 진화되었고, 연기가 가라앉고 모습을 드러낸 유진의 몸에는 그을린 흔적조차 하나 없었다.

유진도 자신이 돌려보낸 유탄이 백린 소염 탄이라는 것에 조금 놀랐지만, 애초에 폭발 화염과 유탄 파편까지 각오하고 있던 참이었다. 백린은 꽤 치명적인 공격이기는 하지만 염동력을 이용해서 공기의 흐름을 차단하면 폭발이나 파편보다 훨씬 쉽게 방어할 수 있었다.

리샤르도 드러난 유진의 모습에 그걸 짐작했지만, 일단은 명령이 우선이었다.

“쏴!”

모습을 드러낸 유진을 향해 다시 저격이 시작되었다.

처음과 같은 상황을 다시 재현하기 위한 시도였고, 이번에는 딱히 방패가 되어줄 만한 시체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더 쉬울 것이라 기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유진의 반응이 이전과는 전혀 달랐다.

“저, 미친 새끼가!”

리샤르는 비명을 질렀고,

“닥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시를!”

유진을 사격하려 하고 있던 ‘머스킷티어’들은 당황하여 소리쳤다.

사격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자 유진은 당연히 총격에서 엄폐할 수 있을 곳으로 몸을 피했는데, 갑자기 시작된 총격에 놀란 시민들이 대피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사격하면 아무리 ‘머스킷티어’들이 명사수라고 해도, 민간인 희생자도 나올 것이 틀림없었다.

리샤르는 분노했다. 유진의 행동 때문에 민간인 피해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유진이 불명예스럽고 추잡하게 싸우느니, 지더라도 명예롭고 당당하게 싸우다가 죽으리라 생각했다. 비록 실험체라고 해도 유진과 같이 위대하고 초월적인 능력을 갖춘 초인이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유진의 창조에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자기 손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초인인 유진이 그 정도의 명예는 알아야 하고, 또 알고 있으리라 믿고 있었던 것이었다.

유진은 그런 리샤르의 망상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유진은 확실히 탈출한 이후 가능한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유진이 민간인 피해를 걱정하는 정의로운 성격이라서가 아니라, 민간인을 죽이면 자신을 쫓고 있을 UE에 정보가 될 수 있거나, 경찰이나 정부를 끌어들일 위험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유진은 통칭해서 민간인이라고 불릴 사람들의 생사와 안전에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자신과 죽은 친구들의 생사와 안전에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리샤르는 자신의 망상이 깨진 분노를 담아 외쳤다.

“민간인 피해 따위 신경 쓰지 마라. 쏴!”

사격이 다시 빗발치기 시작했다.

유진은 엄폐물을 찾아 몸을 보호하는 대신, 어느 정도의 피격은 감수하고 계속해서 달렸다. 목표는 일단 생드니 대성당이었다.

그곳이 프랑스 역대 왕의 유해가 보관된 유서 깊은 유적이라는 것은 알 바가 아니었고, 지금 각각의 건물에서 엄폐하고 포위망을 구축한 적 중에서, 성당 옥상의 해자 구조물에 총을 거치고 쏘고 있는 놈들이 가장 알맞은 목표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다른 놈들은 주변 건물 2~3층의 창문을 각각 차지하고 있었는데, 첫 번째로 죽인 저격수처럼 1인당 방 하나씩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즉, 창 하나 노리고 뛰어들어도 한 놈 죽이고 나면, 그 방에서 다시 빠져나올 때 집중 사격 당할 위험이 있고, 방 자체를 공격을 퍼부을 위험도 있다는 의미였다.

그에 비해 성당 옥상은 개방된 공간이었고, 다수의 표적을 한꺼번에 노릴 수 있는 장소였다.

성당 옥상의 인원들도, 그리고 주변 다른 건물의 인원들도 유진의 목표가 어디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유진이 달리는 속도는 상처와 손상이 심한 탓에 본래의 초월적인 스피드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반인 기준으로는 매우 빨랐고, 그건 그들에게 상당한 위협이 되었다.

이미 동료들을 잃은 그들은 명령이 떨어지자 망설이지 않고 유진을 향해 총격을 퍼부었다. 지금까지의 정교한 단발 조준 사격이 아니라, 대충 유진 주변을 연사로 갈겨댔다.

유진은 가능한 한 빠르게 좌우로 몸을 움직이며 조준점을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래도 상당수의 탄환에 피격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훼손과 재생을 반복하며 많이 약해진 몸통은 그 탄환들에 처음보다 크게 상처를 입었다.

달리는 유진의 몸에서 마치 안개처럼 핏방울이 뿜어져 나와 허공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유진에게 명중하는 탄환의 수는 비교적 적었다.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탄환이 총격전이 벌어지자 서둘러 광장에 엎드려 사격을 피하고 있던 시민들의 몸 위에 명중했고, 10여 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죽거나 크게 상처 입었다.

피와 죽음, 비명이 난무했다.

“꺄아악!”

“아악! 내 다리! 내 다리!”

“도와줘요! 우리 아이가! 우리 아이가!”

그러거나 말거나 ‘머스킷티어’들은 이를 악물고 유진을 향해 계속 사격을 퍼부었고, 유진은 등뒤에서 들려오는 고통에 찬 비명과 신음 따위 무시하고 드디어 도착한 성당의 벽을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어?”

“씨발! 날았다?”

유진은 성당 옥상으로 향하기 위해 성당 안쪽으로 뛰어드는 대신, 성당 벽을 밟고 허공을 달려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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