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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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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대의와 정의 그리고 국익 – 08
처음에는 도약력을 이용해 뛰어오르던 유진은, 반 정도 오른 다음에는 벽에 찰싹 달라붙어 손까지 이용하며 마치 도마뱀 같은 모습으로 꿈틀거리듯이 벽을 기어올랐다.
유진이 백린 연기에서 나와 생드니 대성당 방향으로 뛰는 순간부터, 주변 피해를 신경 쓰지 않고 그를 향해 쏟아지던 사격이 그런 유진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비처럼 퍼부어졌다.
유진은 단순히 앞으로만 뛴 것이 아니라 빠르고 불규칙하게 좌우로 이동하면서 동선을 혼란 시켰고, 성벽을 오르면서도 수시로 속도를 조절하며 좌우로 이동했지만 그래도 그 탄환들을 다 피할 수는 없었다.
많은 수의 탄환이 유진의 등에 명중했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탄환이 시민들의 피를 빨아먹으며 광장에 탄흔을 남긴 것에 이어, 생드니 대성당의 벽면에도 깊은 상처를 만들었다.
“씨발!”
카메라 중계 화면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리샤르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조국 프랑스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나는 자칭 애국자 리샤르는 최초의 고딕 양식 성당이자, 프랑스 역대 왕과 왕비가 안장된 유서 깊은 역사 유적에 상처가 난 것에 몹시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사격하는 부대원들을 제지하거나, 조심하라고 주의를 환기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리샤르는 그런 소리를 할 정도로 미친 인간이기는 했는데,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씨발!”
리샤르는 옥상 높이에 거의 도착한 유진이 보여주는 모습에 다시 욕설을 질렀다.
대성당 옥상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요충지이기는 했지만, 좁고 개방된 공간이며 피할 곳도 마땅치 않은 공간이라서 유진이 근접할 경우 위험한 장소였다.
‘머스킷티어’의 대원들도 그 정도는 다들 알고 있었고, 그래서 나름 그런 상황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었다.
전체 인원 중 약 1/3인 8명이나 되는 인원이 생드니 대성당 옥상에 배치되었지만, 그중 유진에 대한 저격을 진행하던 인원은 4명뿐이었다.
나머지 4명은 다른 동료들이 명중률을 우선으로 하는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연사력과 화력에 중점을 둔 경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위치도 동료들이 성가퀴에 총을 거치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유진이 보이지도 않는 옥상 안쪽이었다. 그들이 대성당 옥상이 가지는 지형적 위험에서 동료들의 경호 및 반격을 위해 배치된 인원이었다.
유진이 자신들 쪽으로 돌격하고 있고, 성벽을 밟고 뛰어올랐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들은 각자의 총을 어깨에 제대로 견착하고 긴장했다.
유진이 성가퀴를 넘어 뛰어오르는 순간 허공에 떠 있는 상태 그대로 걸레쪽으로 만들어 옥상 아래로 추락시켜 버리겠다는 의도였다.
그리고 유진도 정확히는 몰라도 뭔가 함정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옥상으로 한 번에 뛰쳐 올라가는 대신 벽에 늘어 붙어 좀 더 치사한 공격 방식을 선택했다.
유진은 옥상 높이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성가퀴를 따라 옆으로 이동했다.
리샤르를 도와 팀을 지휘하고 있던 지휘 보좌관 알파가 그런 유진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급하게 옥상의 동료들을 향해 무선을 날렸다.
“C팀! 옥상 갈퀴에서 물러나라! 목표가 아래에서 노린다!”
그 다급한 외침이 없더라도 사실 성가퀴에서 유진을 노리던 인원들은 유진이 자신들을 향해 뛰어오르는 것을 보는 순간 4명의 저격수는 이미 뒤로 물러서던 중이었다.
문제는 병사인 그들은 자신의 무기에 애착을 두고 있었고, M82A1 대물 저격소총은 무게가 14kg이 훌쩍 넘는 무거운 물건이라는 점이었다.
한계까지 단련된 인간보다 월등한 그들의 근력은 그 정도 무게의 총기를 가벼운 소총처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슨 기관단총처럼 민첩하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총을 가지고 뒤로 빠지는 동작이 약간 느렸던 한 저격수의 총 끝이 유진의 손에 잡혔다. 그리고 이 저격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해서는 안 될 실수를 해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총을 잡아당기는 힘을 느끼자 자신도 모르게 그 힘에 대응하여 총을 지키려고 힘을 준 것이었다.
그건 원래 인간의 본능이기도 했고, 슈퍼 솔져가 되면서 얻은 압도적인 근력 때문에 생긴 습관이기도 했다.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전술적으로 최적의 선택을 하지 못하고 본능을 따른 대가는 치명적이었다.
“으헉!”
저격수는 순간적으로 휘청거리면서 유진이 잡아당긴 앞쪽으로 끌려왔고, 자신이 총을 거치하고 있던 성가퀴의 틈으로 상체가 노출되었다.
유진은 손에 잡힌 저격용 총이 총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노획 방지가 되어 있던 전례를 생각해서 과감하게 아래쪽으로 버려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비운 손으로 자기 손이 닿은 거리까지 끌려온 저격수의 목을 움켜잡았다.
절대 얇지 않은 목이 방호 장구로 보호까지 받고 있었지만, 유진의 악력을 감당하지는 못했다. 목 보호대의 케블라 천은 물론이고 그 안쪽의 티타늄 방탄판까지 한 번에 우그러뜨리고 들어간 유진의 손이 저격수의 목을 목울대를 움켜쥐고 비틀어 버렸다.
우드득.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저격수는 절명했다.
평범한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육체적 능력을 갖춘 슈퍼 솔져인 저격수였지만, 기도와 우그러지고 목뼈가 박살 나는 상황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유진에게는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아예 그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쏴!”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옥상 위쪽의 인원들이 죽은 동료의 방향으로 제압 사격을 퍼부었다.
충분한 방탄 장비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유진이 죽인 저격수의 몸이 순식간에 하나의 시체라기보다는 피와 살점으로 분해되었다. 그들은 조금 전까지 살아 있는 동료를 순식간에 박살 내는 것조차 망설이지 않았다.
죽인 저격수의 시체를 방패 삼아 옥상으로 올라서려던 유진은 황급히 시체를 손에서 놓고 벽에 매달린 그대로 옆쪽으로 급히 피해야 했다.
하지만 완전히 나쁜 것은 아니었다.
사격이 한 방향에 치우치는 사이 유진은 다른 방향에서 방해 없이 옥상으로 올라설 기회를 얻었다.
“C팀! 왼쪽! 왼쪽!”
리샤르가 급하게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동료의 죽음에 당황해서 그 동료의 시체를 사격으로 분쇄하던 대성당 옥상의 C팀이 뒤늦게 놀라 총구를 돌린 것은 유진이 이미 옥상에 올라선 다음이었다.
총구가 자신을 향하는 동안 유진의 사격이 먼저였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유진이 탈출 당시 노획해서 계속 가지고 다니고 있던 M1911이 불을 뿜었다.
옥상에 살아남아 있던 ‘머스킷티어’ 7명 중에서, 경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던 4명이 얼굴을 노리고 두발씩 끊어서 연사했다.
그들 모두 높은 레벨의 훌륭한 방탄 장비로 무장하고 있었지만, 얼굴에 쓰고 있는 마스크는 이런 근거리에서 45구경 ACP탄을 두 발씩이나 방어할 만큼의 방어력이 없었다. 그리고 반대로 유진도 고작 권총탄으로 방탄 장비를 갖춘 슈퍼 솔져를 한 발에 한 명씩 죽이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서 각 두 발씩이었다.
문제는 유진의 사용한 권총인 M1911 피스톨은 훌륭한 총이지만, 너무 오래전에 설계된 탓으로 장탄 수가 최대 8밖에 되지 않았고, 그래서 네 명에게 두발씩 쏜 것만으로 탄이 다 떨어졌다.
동료들의 순식간에 죽어 나가는 와중에도, 살아남은 셋은 유진을 향해 총구를 돌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원래 단발로 사용하던 트리거는 완전자동으로 변한 다음이었다.
너무 가까웠고, 유진은 다시 옥상 바깥쪽 벽으로 뛰어내려 피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유진은 세 명 합쳐서 거의 40발에 가까운 소총 사격을 전부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유진을 상대하기 위해 고른 7.62mm 철갑탄은 순식간에 유진의 몸을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너무 강한 위력의 탄환이 오히려 ‘머스킷티어’들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고, 그들이 사용한 탄환의 위력이 너무 강했으며, 사용한 탄환은 살상력보다 관통에 우선을 둔 철갑탄이었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유진의 몸에 명중한 40발의 이상의 탄환들은 작은 구멍만을 잔뜩 남긴 채 유진의 몸을 관통하여 유진의 등 뒤 첨탑 벽에 다 박혀 버렸다. 일반인이라면, 아니 그 상처를 만들어낸 ‘머스킷티어’들과 같은 슈퍼 솔져라도, 이 상처의 1/3 정도만 당했어도 살아남을 수 없었겠지만, 유진에게 무시할 수 있을 정도에 불과했다.
유진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탄창이 비어버린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머스킷티어’들은 확실히 잘 훈련된 정예였다.
그들 셋은 동시에 탄창이 비어버리는 약간의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그 직후 달려드는 유진에게 대항해서 침착하게 대응했다.
우선 가장 앞선 한 명은 들고 있던 소총을 집어 던지고 유진의 무릎을 노리고 태클을 시도했다. 그사이 다른 한 명은 역시 소총에서 손을 떼고 급하게 권총을 뽑아 들었고, 나머지 한 명은 아주 빠른 속도로 소총의 탄창을 갈아끼고 장전 노리개를 당겼다.
죽음을 각오하고 태클을 가한 대원을 유진이 처리하는 사이, 한 명은 소총으로 이어서 공격하고, 나머지 한 명은 철갑탄을 사용하는 탓에 저지력이 부족한 소총 대신, 미리 준비한 대구경 권총으로 유진에게 피해를 늘리겠다는 생각이었다.
따로 생각하거나 논의할 시간이 없었는데도, 아주 놀랍도록 빠르면서도 철저하게 분업화된 경이로운 대응이었지만, 의미는 없었다.
유진이 자기 무릎에 태클을 가하는 슈퍼 솔져를 상대로, 보통 그렇게 돌진하는 상대에게 흔하게 하는 대응인 피하기나 잡기, 혹은 누르기를 시전하는 대신 축구공을 차듯 걷어차 버렸기 때문이었다.
태클을 가하던 ‘머스킷티어’는 유진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간 것으로도 모자라, 주먹도 아닌 다리로 걷어차여 버리는 바람에, 입고 있는 방탄 장비가 아무 의미 없이 걷어차인 가슴 부위가 뼈와 장기를 구별하지 않고 박살 나 버렸다.
그리고 죽어버린 몸에서 의식이 떠나는 그 짧은 시간에 그의 몸을 허공을 날아 그가 죽음을 각오하고 기회를 만들어주려 했던 두 동료의 몸을 덥쳐 버렸다.
“윽!”
“크헉!”
애써 준비를 마치고 유진을 향해 다시 방아쇠를 당기려던 두 ‘머스킷티어’는 순식간에 날아든 동료의 몸에 같이이 치여서, 함께 얽히며 바닥을 나뒹굴어야 했다.
그리고 그거면 끝이었다.
곧바로 자신의 권총 탄창을 교체하고 장전을 마친 유진은 쓰러진, 그리고 살아 있는 두 명의 머리에 이번에는 여유 있게 세 발씩 탄환을 먹여 주었다.
그렇게 생드니 대성당 옥상에 배치되어 있던 8명의 ‘머스킷티어’가 순식간에 전멸했다.
죽은 대원들의 헤드 캠과 그들이 미리 설치해둔 감시 카메라를 통해 그 모든 광경을 생생히 지켜보던 리샤르의 보좌 지휘관 알파가 죽어 버린 동료들의 모습에 안색이 변했다.
“이렇게 빨리 전멸이라니, 유진이 생각보다 훨씬 전투에 익숙하군. 빌어먹을 년들. 실험체에 도대체 뭘 가르친 거야.”
그에 비해 리샤르는 약간의 분노가 담긴 욕설을 내뱉긴 했지만, 표정은 평온했다.
그건 몹시 의외의 모습이었다.
사실 상황이 몹시 나빴다.
유진은 고지대를 차지했고, 생드니 대성당 옥상은 남은 ‘머스킷티어’들의 사격을 쉽게 피하면서 역으로 저격을 가하기에 아주 알맞은 위치였다. 그곳에 배치된 인원들이 죽으면서 남긴 무기들은 그 일에 도움이 될 터였다.
M82A1 바렛 대물 저격용 총에는 노획 방지를 위해 원격 폭발 장치가 되어 있지만, 다른 대원들이 쓰는 지정사수소총 들까지 일일이 그런 장치를 하지는 못했다. 지금 교전 거리가 200m도 채 안 되는 상황이니, 지정사수소총 정도면 사실 저격소총이나 다름없었다.
또 유진은 굳이 그들과 계속 싸울 필요가 없었다. 생드니 대성당 뒤쪽으로는 포위망이 없었고, 이제 유진이 도주하려고 들면 다른 곳에 배치된 인원들은 그걸 추격하기가 마땅치 않았다.
이 정도면 리샤르의 이번 작전은 실패라고 봐야 했다. 그가 미리 이런 상황에 대비해 두지 않았다면 말이다.
“눌러.”
리샤르의 짧은 명령이 떨어졌고, 알파가 자신의 앞에 쭉 늘어져 있는 스위치 중에서 C 라고 쓰여 있는 가장 큰 스위치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콰콰쾅! 쾅쾅! 쾅쾅쾅!
옥상 안쪽 사방에 빼곡히 배치되어 있던 클레이모어 산탄 지뢰가 유진을 향해 연달아 폭발하기 시작했다.
영상으로 지켜보던 리샤르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체크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