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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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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대의와 정의 그리고 국익 – 11
“타겟 로스트! 타겟 로스트! 목표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텔레포트라고? 아무리 세상이 지금 미쳐 돌아간다고 하지만 그런 것까지 가능하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찾아! 당장 찾아!”
“위성 수색 범위 조정합니다!”
유진이 사라지고 그것을 지켜보던 사람 중 일부가 소란을 피웠다.
한두 곳이 아니었고, 그중에 가장 거대한 곳은 유진이 ‘머스킷티어’와 전투를 벌인 파리 외곽의 생드니와는 대륙조차 다른, 미합중국 버지니아주 챈틀리에 있는 어떤 건물의 비밀 관제 시설 안이었다.
위성 관제 요원들이 소란을 피우는 사이, 뒤쪽 지휘관 부스에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 중에서 누가 봐도 가장 고위직으로 보이는 늙은 백인 남자가 중얼거렸다.
“과연, 과연, 그녀가 그 정도로 조심스럽게 신경 쓰는 이유가 있군.”
그의 바로 옆에서 함께 듣고 있던 커다란 체구의 흑인이 그의 말을 받았다.
“오히려 그녀의 경고가 축소되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저 정도로 상처를 입혀도 죽지 않고, 그런 활동할 수 있고, 공간도 이동한다고? 영화에서 슈퍼 히어로를 청문회에 불러대던 국회의원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군.”
“영화에도 나오지만 그건 바보짓이야. 영화나 소설에서는 신인류의 존재가 드러나면, 기존 인류가 그들을 박해할 것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일걸? 기존 권력자들은 새로운 권력의 등장을 배제하고 싶어 하겠지만, 시민들은 오히려 그들 편을 들겠지.”
“미국 사회는 영웅을 숭배하도록 만들어진 구조고, 멀티미디어는 수십 년간 슈퍼 히어로의 위대함을 세뇌해 왔으니까.”
“이 정도면 정말 최근 몇 년간 슈퍼 히어로 영화에 투입된 자본의 순수성조차도 의심해볼 만하겠어.”
“그 부분은 NSA 애들이나 국세청이 나서도 어림없을걸?”
“그렇겠지. 자본을 그것도 투자자본을 잘 못 건들면 백악관도 위험할 테니.”
“그런 높은 곳 말고 우리 바로 옆에 있는 앤을 생각해보게. 역대 CIA 국장들도 조심했다는 그녀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우리 눈으로 직접 봤잖나. 그러니 할 수 있는 일만 하자고. 너무 심연까지는 들여다보지 말고.”
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측근들은 미국 국가 정보기관 중 CIA 다음으로 높은 예산을 사용하는 정보조직의 수장과 그런 정보조직들의 인사와 예산을 심판한다는 국회의 괴물 미국 상원 의회 정보위원장의 대화에 위화감을 느꼈지만 침묵하고 머릿속에서 지웠다.
한 침대 쓰는 아내에게 잠꼬대만 잘못해도 국가기밀누설이나 반역죄로 일반 감옥도 아닌 관타나모나 국외 불법 사설 감옥으로 끌려갈 정도의 기밀들을 머릿속에 쌓아놓고 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 정도는 기본 소양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부산스럽게 여러 가지를 확인해보던 요원들이 결국 실패를 보고 했다.
“완전히 놓쳤습니다. 어떤 카메라에도 포착되지 않습니다.”
“신호도 끊겼습니다. 아예 프랑스 밖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면, 이동이 신호시스템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국장과 의원은 동시에 혀를 찼다.
부하 직원들을 탓하지는 않았다.
지금처럼 유진을 타켓팅 할 기회가 앞으로 두 번 다시는 없을 가능성이 크니 이번 실패는 꽤 뼈아프기는 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이번 작전의 핵심 중 하나인 앤이 위성 정찰이나 추적기 부착 등의 성공 가능성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가 되어 있었다.
국장이 부하 직원 중 하나에게 명령했다.
“작전팀 투입. 놓친 표적은 아깝지만, 덤까지 놓칠 수는 없지.”
“네, 국장님. 블루 팀, 작전 개시. 블루 팀 작전 개시.”
통신 명령이 떨어지고, 그들이 보고 있던 위성 화면으로 사방에서 나타나 당황한 ‘머스킷티어’들을 상대로 공격을 퍼붓는 또 하나의 GIGN 대원들이 보였다. 당연히 진짜 GIGN은 아니고,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사전에 대기 중이던 미군 소속 슈퍼 솔져 부대 중의 하나 Team Blue였다.
강경파 군인인 국장과 달리 외교 문제에도 조금은 신경 써야 하는 정치인인 상원 의원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저거, 정말 괜찮을까? 자네도 알다시피 개구리 놈들은 정말 우리라도 사정없이 들어 받는 놈들이잖아.”
국장은 코웃음을 쳤다.
“지금 개구리들 상황에 샹젤리제도 거리도 아니고 치안도 반쯤 포기한 파리 외곽 생드니 따위에 무슨 관심을 둘까. 저기서 사람이 죽어 나가고, 폭탄이 터지는 정도가 아니라 생물학 테러가 있어도 차순위일걸.”
국장의 눈이 유진에 관한 작전 지역인 생드니가 아니라 다른 지역을 비추고 있는 화면으로 향했다.
파리의 중심 에펠탑과 그 주변 공원들이 타오르는 불길과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그랬다.
생드니에서 유진과 GIGN으로 위장한 ‘머스킷티어’가 대규모 총격전을 벌이고, 폭탄이 터지고, 시민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특수부대고 경찰도 출동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에펠탑을 폭파 미수를 시작으로 파리 중심가와 번화가들 이곳저곳에서 다수의 폭발 및 무차별 총기 난사, 방화 등의 테러가 진행되고 있었고, 프랑스 정부는 파리는 물론 인근 광역권에 대한 치안 유지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그것은 종교와 복수를 내세운 자들의 테러였으며, UE가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목적과 유진을 처리하기 위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묵인하고 방조한 것을 넘어 위장하고 이용까지 한 테러였다.
한편 생드니에서 벌어진 유진과 ‘머스킷티어’의 전투를 지켜보던 또 다른 눈쪽은 미국 쪽보다 훨씬 시끄러웠다.
미국 국가정찰국 청사 내 최고 기밀 작전실에 비해 전투가 벌어진 생드니에서 미국보다는 훨씬 가까운 프랑스 국내의 마르세유에 있는 어떤 회의실에서도 여러 사람이 영상을 통해 전투 현장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반응은 미국과는 많이 달랐다.
리샤르가 현장에서 전투 지휘를 위해 보던 것과 거의 같은 영상으로 현장의 중계 과정을 보고 있던 그들은 점점 흥분했다.
그리고 유진이 죽을 줄 알았을 때 상당수가 유진의 가치가 과장되었다고 혀를 차며 누군가를 비난했고, 죽은 줄 알았던 유진이 되살아난 상황에는 자신들 생각보다 훨씬 높게 보이는 유진의 가치에 군침을 삼켰다. 그리고 유진이 리샤르를 죽이고 상상도 못 한 방법으로 사라지자 상당수가 여러 가지 이유로 어떤 인물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재생 능력이 저렇게 높다고? 보고서와는 다르잖아?”
“아무리 유진이라고 해도 내부 장기가 반 이상 날아갔는데 어떻게 살 수 있는 거야? 우리가 받은 보고서에는 저런 이야기가 없었어!”
“그보다, 저게 어떻게 가능한지 규정해낼 수 있다면 진짜 불로불사도 꿈이 아니야! 실험체를 이런 식으로 써서는 안 되었다고! 이건 누가 정보를 숨기고 있었던 거지?”
“텔레포트? 텔레포트인가? 저건 과학 상식에 어긋나! 저런 건 지금까지 그 어떤 아티팩트나 성유물, 연구 목표로도 제시된 적 없는 능력이야! 이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직접 지목되지는 않았지만, 그 모든 비난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수 없는 당사자인 마리아 리페가 차가운 표정으로 조소했다.
“위원회와 여기 계신 분들의 요청에 따라 난 지난 3년간 유진은 물론이고 그와 관련된 모든 연구에서 배제되었습니다. 지금 왜 유진에 관한 일로 저를 비난하려고 하는 거죠? 혹시나 있을지 모를 내 책임은 이미 3년 전에 지었습니다만?”
비난의 시선은 마리아 리페를 떠나 가장 최근의 담당자 옥세나 유센코를 향했다. 마리아 리페나 이번 일로 죽은 요하임 박사, 리샤르 박사만큼 유력 인사는 아니어도, 이 조직에서 연구소장 직위까지 오른 옥세나 유센코라고 만만한 사람일 리가 없었다.
“내가 맡은 임무는 유진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적절하게 유지해서, 필요한 만큼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연구 프로젝트 하나 승인받지 못한 내가 추궁받을 책임은 아니군요.”
그녀들의 발뺌에, 리샤르의 상관 격인 UE 내 프랑스 계파의 이번 작전 책임자가 소리를 질렀다.
“너도 책임이 없고, 너도 책임이 없다고? 그럼 누구 책임인데! 저런 괴물 같은 새끼를 연구하고 관리하면서 제대로 뭐하나 파악하지 못한 것은 누구 책임이냐고, 이 씨발년들아!”
너무 흥분한 나머지 여기가 어디고, 누가 듣고 있으며, 자신에게 욕을 먹은 사람들이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린 그 바보 같은 사내를 향해 마리아 리페도, 옥사나 유센코도 따로 반론을 내놓거나, 항의하지도 않았다.
그보다는 화면 속의 상황이 심각해졌기 때문이었다.
“저 새끼들은 또 뭐야! GIGN이 왜 튀어나와!”
혼란 속에 방치되어 있던 ‘머스킷티어’들이 그들과 비슷한 복장을 갖추고, 똑같은 GIGN 마크와 패치를 붙인 다른 병력에 습격당하고 있었고, 일방적으로 밀려서 학살당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