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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이지만, 히어로나 빌런이 되는건 거절한다-63화 (63/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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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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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미궁과 그림자, 그리고 심연 – 2

유진이 강준이 엄마 이혜인의 은밀하고도 음란한 비밀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그냥 우연히 사람 알몸이 궁금해서 투시해보다가 발견한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 우연은 사실 적극적 탐색에 따른 일종의 필연에 의한 결과였다.

차민영에게 성화 그룹과의 관계에 대해서 듣고 난 후 유진이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은 감시자의 존재였다.

차민영은 소진이 출생 직후, 부모님께 유산으로 물려받은 서울의 고급 아파트에서 감시와 불법 침임 등의 흔적을 발견하고 위협을 느껴 이곳으로 이사 왔다고 했다. 성화 그룹에서는 나중에 그것이 자신들의 짓임을 굳이 숨기지도 않았다고도 했다.

유진의 생각에 그런 자들이 그녀가 이곳으로 이사 왔다는 것만으로 감시를 그만두었을 것 같지 않았다.

물론 집안에는 따로 도청이나 도촬 장비 따위는 없었다.

차민영 본인도 여러 차례 전문가를 초빙해서 검사했고, 유진이 차민영의 집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이후 철저하게 수색하기도 했다.

감시 카메라와 드론 등을 우습게 봤다가 파리에서 당한 일은 유진에게 나름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래서 관련해서 여러 가지 방법 등을 확인했다. 일단 아무리 작고 정밀한 것도 전자 장비인 이상 유진이 제대로 초감각 동원해서 수색하면 시간이 걸릴 뿐 다 찾아낼 수 있었다.

전자 장비는 없었다. 하지만 전자 장비가 없다고 걱정을 놓을 일은 아니었다. 원래부터 이런 건 장비보다 사람이 더 중요한 법이었다.

이 작은 전원 마을은 놀랍게도 이웃 간의 교류가 지나칠 정도로 활발했고, 서로 간에 비밀이 별로 없었다. 거대한 저택 수준의 개인 주택 소유자도, 일반적인 개인 주택 소유자도, 집합 건물의 일종인 타운 하우스 거주자들도 서로 어느 정도의 수준의 집에 사는지에 무관하게 취미와 성향에 따라 더 친한 사람과 덜 친한 사람이 있을 뿐, 아예 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집은 없었다.

고영은이 그렇게 친한 편도 아닌 강준이 엄마의 사정을 뻔히 알고, 그 남편이 바람피우고 있는 이야기까지 알 정도이다.

그런 정도라면 그냥 이 마을에 아무나 한두 명만 거주시켜도 차민영을 살펴보는 일은 어렵지 않을 듯싶었다. 그리고 고작 며칠 만에 유진의 존재를 알게 되고 뒷조사까지 할 정도의 추진력을 보면 그런 사람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했다.

그래서 유진은 마을 사람들을 살펴볼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사실 그 일이 아니어도 유진은 마을을 살펴볼 필요를 느끼고 있었다.

파티 후 고영은과 대화를 나누면서 들었던, 고작 서른 가구밖에 안 되는 마을이지만, 집마다 각자의 생활이 있고,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말에 강한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유진이 그냥 보기에는 그들 모두가 다 똑같아 보였다.

외모만 조금씩 다르고, 나이만 조금씩 다르고, 가족 구성원만 조금씩 다를 뿐 그냥 다 똑같은 생활을 하는 똑같은 사람들로 보였다.

하지만 그날 그냥 신경질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강준이 엄마에게도 나름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냥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 주영이 엄마에게 나름의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이 크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고 싶어졌다.

인생 전부를 실험실에 갇혀 살았던 사람으로서 세상에 대한 맹렬한 호기심이 이런 식으로 솟구쳐 버렸다.

다른 사람을 몰래 훔쳐본다는 것은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명백하게 나쁜 일이었지만, 유진은 그 부분은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법적으로는 걸리지만 않으면 무죄였고, 도덕적으로는 유진은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정도를 넘어 그들의 물건을 훔치거나, 그들을 다치게 하거나 혹은 그들을 죽이는 일에조차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자신과 친구들을 생체 실험해서 만들어진 백신으로 범지구적 팬데믹을 일으켰던 치명적 전염병을 막아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유진은 지구 인류 전체에 대해서 자신의 그 어떤 행위라도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처음 관찰 대상은 이웃집이었다.

가장 가까운, 그래서 어쩌면 가장 위험한 집.

그 집을 관찰하며 유진은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고영은이 자기 의붓아들과 딸에게 정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것과 이 아들과 딸이 놀랍게도 새엄마를 친 아빠보다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들은 차민영을 짝사랑해서 그 연인이라고 나타난 자신을 맹렬히 싫어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딸은 그런 동생을 무척 비웃었다.

딸은 젊고 잘생긴 자신에게 관심이 있지만 차민영은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민영을 싫어하는 이유가 차민영이 나이에 비해 너무 젊고 아름다워서 질투한다는 것과 새엄마인 고영은의 관심을 나눠 가지는 대상이라서라는 점이 참 재미있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모두 소진이를 좋아했다. 친동생이라고 생각하는 듯했고, 유진이 온 이래 소진이가 자신들에게 관심이 줄고 유진에게만 매달리는 것에 서운해하고 있었다.

유진은 언제 다 초대해서 작은 파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차민영과 소진을 대하는 태도는 가족이었다.

유진도 차민영과 소진만큼은 아니어도 그들이 가깝게 여겨졌다.

그 외에도 재미있거나 지켜볼 만한 사정이 있는 집들이 많았다.

나이든 노부부가 계단이 많은 집 구조에 힘들어하면서도, 집안을 멋지게 꾸며서 주말이나 휴일이면 놀러 오는 손자 손녀들에 함박웃음을 짓는 집도 있었다. 그 집에 갖춰진 온갖 비밀의 다락방이나, 천정 그물, 계단 대용 미끄럼틀 등은 유진에게도 많은 아이디어의 대상이었다.

바비큐나 캠핑을 동경하는 남편이 아내와 아이들을 설득해서 이사 왔는데, 정작 바쁜 남편은 장거리 출퇴근에 죽어 나가고, 아내와 아이들만 신나게 바비큐와 캠핑을 즐겨서 남편이 삐져 있는 집은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좁은 아파트 생활을 하다가 넓은 집으로 이사 오면서 각자 방을 가져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집도 있었고, 마당 있는 집을 동경해서 이사 왔다가 크지도 않은 마당의 잔디에 치여 후회하는 집도 있었으며, 집이 크고 방이 많은 탓에 부부가 각방을 쓰다가 부부 사이가 소원해진 집도 보았다.

모두가 작은 고민과 행복이 함께 했고 보면서 행복도 느끼고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집들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괴롭힘당한 아들을 위해서 원래의 고향과 멀리 떨어진 이곳으로 이사 온 집도 있었다. 아들은 아직 새 학교 적응하지 못했고, 부부는 변해 버린 환경에 고생하고 있었다.

아토피 피부를 가진 아이 때문에 대도시를 떠나 그래도 나무와 풀이 있는 이곳으로 이사 온 주영이네 집 같은 일도 있었다. 파티 때 신나게 먹은 주영이는 피부 아토피 증상이 심해져서 주영이 엄마가 주영이의 손을 묶고 옆에서 돌봐 줘야 했다. 주영이는 몹시도 힘들고 아파했지만, 그래도 맛있는 것 먹으며 친구들과 놀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고, 주영이 엄마는 그런 주영이를 끌어안고 울었다.

그리고 강준이네 집.

강준이 엄마는 늦은 밤 강준이가 잠든 후 전화기를 들고 소리를 질렀다. 남편은 업무와 회식 등의 문제로 외박을 알려왔고, 강준이 엄마는 그걸 젊은 애인 집에 간다는 소리로 이해하고 화를 냈다.

화를 내던 그녀는 전화를 끊고는 소리를 죽이고 울었다. 혹시 강준이가 들을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그녀가 전화기에 고함을 질러도 3층에 있는 그녀 목소리가 1층에서 자는 강준이에게 들리지 않았는데도, 그녀는 차라리 화를 내는 모습은 보여줘도 우는 모습은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듯했다. 평시에 보던 그녀를 생각하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처량한 모습이었다.

이어서 울음을 그친 그녀가 보여준 행동은, 지켜보던 유진에게 너무도 뜻밖이었다.

그녀는 독한 술을 꺼내서 유진이 나눠주었던 케이크를 안주로 먹었다. 그리고 술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던 유진을 기겁하게 만들 광경을 연출했다.

그녀는 반은 옥상 테라스로 되어 있는 4층의 방에서, 창문 너머로 보이는 차민영의 집을 바라보며 옷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다리를 활짝 벌리더니 한 손에는 술잔을 든 채로, 다른 한 손으로는 수북한 털로 가려진 자신의 보지 안쪽을 손가락을 모아 격렬하게 쑤시며 자위를 시작했다.

여자라도 성욕이 차면 자위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문제는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었다.

“아앙, 좋아요, 유진씨. 더, 더 세게 쑤셔주세요. 제 보지가 더 좋죠. 차민영 보지보다 혜인이 보지가 더 좋죠. 그러니까 더 세게 쑤셔주세요. 제 보지가 찢어지게 박아주세요, 아앙. 유진씨. 유진씨!”

놀랍게도 그녀는 지그시 눈을 감고는 유진의 이름을 부르며 자위행위를 했다. 차민영의 이름도 언급되었으니 동명이인의 다른 사람일 수도 없었다.

눈물과 분노와 쾌락이 공존하는 그녀의 그 자위는 지켜보던 유진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어진 모습들도 그랬다.

다음 날 소진이 등원시키며 그녀를 만났을 때 미세한 진동음을 들을 수 있었고, 그래서 혹시나 하고 떠오른 생각에 투시하다가 그녀의 보지에 들어간 미니 진동 딜도를 발견했다.

그 이후 며칠 동안 그녀는 아침 등원 때마다 딜도를 끼고 나왔다.

매일 밤은 아니었지만, 더 격렬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더 난잡한 모습으로 자위하는 모습도 한 번 더 보았다.

그 이후로 유진은 나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여자는 지금 나를 유혹하고 있는 것인가?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생각하기 쉬웠지만, 유진은 그렇게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일단 여자가 어떤 남자를 생각하며 자위한다고 해서 그 남자와 섹스를 그것도 간통하겠다는 결심은 아니다.

사회생활과 상식이 매우 부족한 유진은 너튜브와 책 등으로 지식을 습득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경우에 관한 이야기를 꽤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여자는 다 발정 난 동물이고 자지를 보지에 박으면 무조건 다 좋아한다는 헛소리를 하는 병신들을 빼면 다들 하는 이야기가 비슷했다.

남자도 여자도 섹스 파트너나 방식에 대해서 환상을 하고 있지만, 그 환상을 실제로도 진행하길 원하는 것은 별개라는 말이었다. 어떤 여자가 집단 강간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거나, 어떤 남자가 근친상간에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실제로 집단 강간을 당하길 원하거나, 근친상간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환상은 그냥 환상일 뿐이라는 이야기였다.

아침 만남 때의 무선 진동기도 비슷했다.

그것이 유진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녀는 살짝이라도 그것을 유진에게 티를 내야 했다. 하지만 눈빛과 표정 외에는 다른 어필이 전혀 없었다. 눈빛과 표정도 어필이라 하기는 많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진동기를 껐고, 아이들 등원이 끝나고 헤어질 때가 되면 유진을 향해 조금의 미련도 보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엄마들과 어울리곤 했다.

상황은 명백하게 그녀가 유진을 자신의 쾌락을 위해 이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진행할 생각은 아직은, 아니 어쩌면 앞으로도 쭉 없을 것 같다는 것이 명확했다.

이웃 엄마를 질투하고 경계하면서도 그 집 딸이 따돌림받는 일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여성이자, 바람피우는 남편에게 상처받아 화내고 울면서도, 아들에게는 절대로 그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숨기며 언제나 자상하고 웃는 얼굴을 지켜내는 어머니였다.

그런 여성이자 어머니가 성욕을 못 이겨서 이웃집 여자의 젊다 못해 어린 애인을 유혹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녀의 행동들은 그냥 작은 즐거움을 위한 아주 사소한, 누구도 욕할 수 없는 작은 일탈 정도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그만큼 그녀가 지금 마음이 취약해진 여성이라는 의미였고, 유진의 고민은 그 부분에 있었다.

‘충분히 내 걸로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을까?’

외모도 나쁘지 않고, 책임질 필요도 없으며, 무엇보다 거주 위치와 여러 가지 개인적인 성향 등을 고려할 때, 정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보였다.

딱히 유혹할 필요도 없었다.

스마트폰이라는 편리한 도구가 있으니 그녀의 추잡한 자위 영상 정도는 쉽게 기록해서 협박의 재료로 쓸 수 있었다. 그녀가 자위하는 타이밍에 강간해 버리고, 영상과 함께 아침의 무선 진동기를 거론해서 협박하는 것으로 쉽게 그녀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남편과 아이가 있는 죄 없는 유부녀라는 점은 유진에게 별로 가책의 대상이 아니었다.

유진이 망설이는 부분은 그녀와의 관계가 차민영은 몰라도 소진이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부분뿐이었다.

하루일과를 마친 저녁.

소진이와 잡곡밥과 생선 나물로 구성된 건강 자연식 위주의 저녁을 먹는 것을 차민영에게 사진으로 보내고, 뚱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끝까지 밥그릇 깨끗하게 비운 소진이에게 아이스크림 파르페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간식 열량 소모를 위해 소진이와 저녁 산책을 하면서 유진은 계속 고민했다.

오늘 작업에 문제가 생겨서 밤샘 야근을 할 것 같아서 집에 못 들어온다는 차민영의 연락까지 받자, 오늘 그냥 강준이 엄마 이혜인을 손에 넣어 버릴까 생각 중이었다.

갑자기 어떤 집에서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성실한 건설업자가 철저하게 잘 만든 좋은 집인 탓에 방음까지 완벽한, 그래서 유진 같은 초능력자가 아니라면 집 밖에서 누구도 안의 대화를 들을 수 없을 그 집은 모녀 단둘이 사는 집이었다.

이 동네에서조차 철저하게 쉬쉬해서 고영은 같은 마당발조차 그 내부 사정을 정확하게 모르는 그 집은, 성폭행 피해자인 딸과 엄마가 세상으로부터 숨어 사는 집이었다. 다른 가족과는 불화로 의절했고, 딸은 온갖 정신적인 문제에 집 밖에조차 나오지 못했다.

그런 집에서 지금 여러 남자의 목소리와 집주인 모녀로 여겨지는 두 여자의 신음과 교성이 함께 섞여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들려서는 안 될 대화도 있었다.

“씨발년, 내 말이 우습게 들렸냐? 왜 아직도 차민영에 대해서 하나도 알아보지 못한 거지? 아직 견딜만한거냐? 큰 딸로는 부족한가 본데, 둘째와 셋째도 여기로 데려와 줘?”

유진은 웃었다.

엉뚱한 곳에서 엉뚱하게 흔적을 발견했지만, 일단 움직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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