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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이지만, 히어로나 빌런이 되는건 거절한다-67화 (67/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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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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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미궁과 그림자, 그리고 심연 – 6

전기충격기 영어로는 스턴건이라고 불리는 이 물건은, 일시적으로 강한 전압을 발생시켜 그 충격으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도구로, 주로 여성이 자기 보호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곳에서는 이걸로 사람을 기절시켜 납치하거나 하는 장면도 많이 나오지만, 그건 영화적 과장이다.

전기충격기는 낮은 전류에 높은 전압으로 상대방을 일시적으로 마비 시킬 뿐이다. 심장 같은 부위에 사용하면 목숨이 위험할수도 있고, 이걸 맞은 기절한 사람의 예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드문 경우이다.

경찰이 사용하는 비슷한 종류의 비살상 제압 무기인 테이저건과도 다르다. 테이저건은 전압으로 상대를 마비시킬 뿐 아니라, 신경의 전기 신호를 교란해 대상을 마비시키기도 하지만, 전기충격기에는 그런 기능이 없다.

전기충격기는 오직 강한 전압으로 일으킨 충격으로 대상에게 고통을 줄 뿐이다. 그 고통으로 상대방을 무력화하거나 굴복시키는 것이 사용 방법이다.

중요한 점은 그것이었다. 전기충격기는 대상의 목숨에 위험이 가지 않는 정도 내에서 강한 고통을 주는 것에 최적화되어 발전한 도구였다.

그 부분이 핵심이었다. 고통.

전기 충격기는 호신용 도구로 주로 사용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 정말 편리한 고문 도구이기도 했다.

“으아아아아아아!”

누가 그냥 가볍게 때리기만 해도 그 부분에 고통이 얼마나 큰지 남자라면 다 공감한다. 그런 그곳을 대충 때리는 것도 아니고, 전기 충격기로 지지고 있었다.

당하는 본인은 견딜 수 없는 그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지켜보는 사람들도 두려움에 떨었다.

유진은 한 10여 초 정도 지난 다음에 전기 충격기를 멈추었다.

대상은 충격이 멈추었음에도 한참 동안 비명을 멈추지 못했고, 비명을 멈춘 후에는 물에라도 빠졌던 사람처럼 숨을 가쁘게 쉬며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그가 뭐라도 말하기 위해 입을 열려는 순간 유진은 다시 전기 충격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으아아아아아아!”

다시 비명이 터졌고,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처음이 아니니 익숙해질 법했지만, 비명도 몸부림도 처음보다 오히려 더 커졌다.

“으으읍!”

“읍읍!”

“읍읍읍읍!”

매달린 놈들도 막힌 입으로 뭔가를 말하려고 하면서 몸부림쳤다. 그래봐야 말이 나오지도 않았고, 허공에 매달린 채로 몸부림쳐봐야 밧줄이 더 파고들어 자기들만 괴로울 뿐이었다.

유진은 그렇게 계속 잠시 쉬는 시간을 주고, 다시 충격을 가하는 일을 반복했다. 한 10여 차례 정도 이런식으로 계속 전기 충격기을 가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테스트 해 볼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4번째쯤에 갑자기 느껴진 안 좋은 기분에 전기 충격기를 들고 급히 서너 발자국 물러섰다.

다행이었다. 갑자기 대상이 소변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물러서지 않았다면 그 소변이 전기 충격기와 유진의 손에 묻었을 것이 분명했다.

유진은 황당함을 느끼면서 대상을 바라보았다.

대상은 반쯤 눈이 돌아간 상태로, 입에서는 침을 흘리며, 멍한 표정으로 경련을 반복하며, 소변을 흘리고 있었다.

완전히 망가져 버린 그 모습에 유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꽤 단련된 것으로 보이는 근육과 덩치를 가진 대상의 몸에 비해, 대상이 너무 쉽게 나가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생각보다 대상이 너무 약한 것인지 전기 충격기가 위험한 것인지 판단 되지 않은 유진은 테스트 삼아 그걸 자기 팔에 대고 한번 작동시켜보았다.

지지직!

강한 전압이 팔뚝을 타고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약간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재미있는 반응이 있었다. 팔을 타고 들어온 약한 전류가 심장 근처의 한곳에 쌓이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 생체 전류를 발산시킬 때, 시작점이 되는 그 부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류를 발생시켜 본 적은 있지만, 내가 받아본 적은 있었나?’

엉뚱한 상황에, 엉뚱한 짓을 하다가, 새로운 것을 발견해낸 유진의 상념은 거기서 짧게 끊겼다.

“꺄아아악! 당신 뭐 하는 거예요! 미쳤어요!”

두려움에 떨며,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의 희열을 숨기며 지켜보고 있던 성무연이 지른 비명이 유진의 생각을 끊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성무연의 눈빛에 담긴 혐오와 공포가 느껴졌다. 그 눈빛에 담긴 뜻이 강자를 바라보는 약자의 두려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미치광이를 바라보는 자의 눈빛이었기 때문에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변명했다.

“이놈이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 위력 테스트를 해 본 거다.”

성무연은 어이가 없었다.

“그걸 왜 자기 몸에 해요! 옆에 테스트해 볼 대상 많이 있잖아요!”

성무연의 말에 반응한 것은 유진이 아니라 매달려 있던 자들이었다. 그들은 일제히 마구 몸부림치며 성무연을 노려보았다. 특히나 정동후의 눈빛이 얼마나 사나운지 성무연은 그쪽을 쳐다보다가 정동후와 눈이 마주치자 움찔 놀라 고개를 돌려야 했다.

유진은 전기 자극이 자기 몸에 미치는 영향이 조금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건 나중에 확인해보기로 했다. 지금은 하던 일을 마저 해야 할 시간이었다.

“그래? 네 의견이 그렇다면.”

유진은 성무연의 의견에 따라 매달려 있는 자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매달려 있는 자들은 오늘 처음으로 유진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그들은 위층에서 습격받았을 때는 유진의 얼굴 같은 것에 신경 쓸 정신이 없었고, 지하실에서 깨어났을 때는 자기 멤버 중 하나를 고문하고 있는 유진의 고문하는 뒷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처음 보게 된 유진의 얼굴 위 마스크는 그들에게 또 충격이었다. 아무런 무늬도 형태도 없는 그 검은색 금속 마스크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눈 부분의 구멍조차 없었다. 사람과 기계 혹은 사람과 귀신의 중간쯤 어딘가의 불쾌한 골짜기를 연상시키는 그 모습은 본능적인 혐오와 거리낌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그런 불편한 모습의 존재가 전기 충격기를 내밀고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읍읍!”

“으으으읍!”

다시 한번 무의미한 외침과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유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순서대로 가장 존재에게 전기 충격기를 내밀었다. 이번에도 정확하게 사타구니 사이 불알에.

“으으으으으으으으읍!”

입이 막혀 있는 탓에 제대로 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그는 눈을 까뒤집고 발광하듯 경련했다. 그가 경련하는 동안 옆에 매달려 있는 다른 멤버들은 미친 듯이 몸부림을 쳤다.

유진은 천천히 하나씩 순서대로 전기 충격기로 불알을 지졌다.

비명과 고통에 찬 경련과 몸부림이 계속되었다.

마지막은 무리의 리더이자, 가장 중요한 타겟 정동후였다.

앞의 셋의 불알을 모두 전기충격기로 지지고, 그들이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발광하던 것을 지켜봐야 했던 정동후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완전히 공포에 질려 있었다.

“읍읍읍! 읍읍읍읍읍! 으으읍!”

정동후는 계속해서 몸부림치며 뭐라고 소리를 질렀다.

입이 볼개그로 막혀 있었지만, 성무연은 그가 뭐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 자기가 누군지 아냐고, 죽고 싶냐고 협박하고 있겠지.’

그건 정동후의 입버릇이었다.

이 집에 무리를 이끌고 들어온 첫날, 아직 꺾이지 않았던 장화진이 강간당하는 와중에도 소리쳤었다.

너희들 전부 똑똑히 기억하겠다고. 기필코 오늘 일의 죄 값을 치르게 하겠다고.

그때 정동후가 말했었다.

너야말로 내가 누군지 모르냐고. 우리나라에서 감히 대 성화 그룹 직계인 자기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냐고. 너 따위가 신고한다고 경찰이 나를 감히 수사할 수 있을 것 같냐고.

성무연이 기억하기로 그때 엄마가 처음으로 부서졌다. 엄마는 그 상황에서도 정동후의 말에 설득되었다. 돈과 권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사회 경험이 더 많은 장화진이 잘 알고 있었다. 그 후로 워낙 심한 일을 당해서 신고하겠다는 마음조차 남기지 못하고 다 부서져 버렸다. 성무연은 초반에는 그래도 엄마를 설득해보려고 했었지만, 재벌의 보복이 어떤 것인지 울면서 설명하는 엄마에게, 동생들이라도 지키려는 그 마음에 결국 포기했었다.

그래서 지금 같은 일을 하는 것이었다.

경찰에 신고해봐야 이 나라의 법과 질서가 자신들을 보호하고 정동후를 처벌해 줄 리 없으니, 스스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도 내 힘은 아니지만.’

성무연은 정동후의 불알을 전기 충격기로 지지기 시작하는 유진의 모습에서 친밀함과 두려움을 함께 느꼈다. 정동후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복수를 대신해 주고 있는 유진의 모습에 고마움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친밀감이 생겼다면, 그 반대로 정동후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 것이었다.

그가 과연 정동후와 그 일당들보다 자기와 엄마에게 더 나은 사람일지 그 부분이 몹시 의심스러웠다.

그런 성무연의 마음과 상관없이 유진은 정동후에게 실망하고 있었다.

첫 번째 놈조차 다섯 번이나 당한 후에야 맛이 가기 시작했고, 나머지 놈들도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난리를 치기는 했지만 어쨌든 견뎌냈다. 그에 비해 정동후는 유진이 전기 충격기를 가져간 것만으로, 아직 충격을 주지도 않았는데 겁먹고 두려움에 떨며 실금했다.

손에 결국 남자 새끼 소변을 묻힌 유진은, 혐오와 짜증을 담아 이번에는 아예 불알도 아니라 정동후의 귀두에 대고 전기 충격을 가했다.

“으으으으으으읍!”

눈을 까뒤집고, 온몸을 비틀며 정동후가 비명을 질러댔다. 살이 타는 냄새도 났다. 눈에서는 눈물이, 개그의 구멍 사이로 침이 줄줄 흘렀다.

그 모습은 정동후를 원한 가득한 눈빛으로 훔쳐보던 성무연이나 장화진도 질려버릴 정도로 처절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유진은 그 모습에 더 기분이 나빴다.

유진의 생각에 정동후는 이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었다.

기억 속 깊은 곳에서 꽤 오랫동안 신경 쓰지 않고 있던 기억들이 하나둘씩 슬금슬금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 혐오스럽기 그지없던 여자가 이것을 자랑하던 말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유진 자신이 얼마나 더럽고 추잡한 존재이며, 그에 비해 이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훌륭한 존재인지에 대한 담론이 대부분이었다.

무리를 지어 여자를 강간하고,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주제에, 자기가 부리는 자들보다 겁이 많고 고통에 약한 이 쓰레기와 자신이 한때나마 비교의 대상이었다는 것 자체가 점점 더 짜증이 났다.

다른 놈들보다는 조금 길었던 전기 충격의 시간이 끝나고, 유진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손에 묻은 정동후의 소변이 마치 살을 녹이고, 피를 오염시키는 더럽고 위험한 독극물처럼 느껴졌다.

맨손으로 사람을 부수거나 찢어 죽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그때마다 손에 묻은 피와 살점 그리고 오물에 한 번도 혐오나 더러움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정동후의 소변은 너무 혐오스럽고 구역질 날 정도로 더럽게 느껴졌다.

전기 충격기를 들고 있던 유진의 손에 필요이상의 힘이 들어갔고, 나름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튼튼한 강도를 가진 그 물건은 산산히 부서졌다.

그건 지켜보고 있던 모두를 깜작놀라게 하기 충분한 광경이었다.

유진은 부숴진 전기 충격기를 바닥에 버리고는 한쪽 세면대를 향해 손을 씻으러 걸아갔다. 그러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성무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해 보기는 했는데, 이건 확실히 효율적인지는 몰라도 내 취향은 아니군. 네가 추가로 요청한 것은 더 그럴 것 같아. 이제 나는 내 방식대로 할 거다. 그러니 묻겠는데, 그 전에 네가 직접 해 보겠나?”

굉장히 굉장히 기분 나뻐 보이는 유진의 태도에 성무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성무연이 유진에게 요청했던 것은, 이 남자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일을 똑같이 해달라는 것이었다. 전기고문, 채찍질, 물고문, 관장, 딜도 등등, 이 패거리가 그녀와 그녀의 엄마에게 했던 것과 비슷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성무연이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고문이 분명하기는 해도 성적 수치심을 준다는 의미 없이 하기에는 좀 많이 꺼림칙한 것들이었다. 남자가 남자를 상대로는 더욱 할만한 것들이 아니었고, 성무연 자신이 이자들을 상대로 복수의 의미로 하더라도 본인도 하기 싫은 것들도 많았다.

잠시 망설이든 성무연은 이대로 그냥 유진의 뜻에 맡기려다가 문득 떠올렸다. 자신과 엄마가 당했을 때 가장 싫었던 두 가지를.

그것을 이들에게 경험하게 만들고 싶었다.

“꼭 해 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성무연의 눈에서 유진이 그녀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뭔가 살아 있는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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