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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이지만, 히어로나 빌런이 되는건 거절한다-73화 (73/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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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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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미궁과 그림자, 그리고 심연 – 12

유진은 침착하게 해체 작업을 진행했다.

손목을 시작으로 팔뚝, 어깨의 순으로 팔을 토막쳤다. 이어서 발목, 무릎, 사타구니 관절의 순으로 다리도 토막 쳤다. 그 다음으로 상박이나 하박같이 길이가 좀 긴 부분은 다시 세 조각으로 토막을 냈다. 사람 뼈는 원래 그렇게 쉽게 잘리는 부위가 아니지만, 유진이 내리치는 도끼는 마치 전설의 명검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드럽게 그것들을 잘라냈다.

사지가 몸통과 순식간에 분리되자, 그다음으로는 배를 갈랐다. 위, 간, 대장, 내장 등의 장기 등이 우악스럽게 뜯어져 나와서 피가 고인 욕조에 쓰레기처럼 버려졌다.

가슴을 가르고 갈비뼈를 부수고 뜯어내고는, 심장과 폐도 손으로 잡아 뜯어 내었다. 그것들도 앞서의 다른 장기들처럼 욕조에 쓰레기처럼 버려졌다.

그리고 속이 텅 비어 버린 몸통만이 남자 그것도 마저 가르고 부수기 시작했다. 척추에 연결된 등뼈를 부수고 뼈가 모두 부서져 몸을 지탱할 수 없게 되자, 몸통도 여러 토막으로 잘라내었다.

한때 강만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몸은, 이제 한때 사람이었던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산산조각이나서 욕조에 쌓였다. 마치 음식물 쓰레기 같은 모습으로.

“우웩! 우웩! 우웨에엑!”

성무연은 계속 토하고 또 토했다. 아침으로 먹었던 샌드위치 우유는 첫 두어번의 구역질로 다 토했고, 그러고도 구역질이 멈추지 않아 위액을 쥐어짜 토했다. 위액마저 토할 것이 남지 않은 다음에도 구토를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장화진은 딸과 달리 처음 몇 번 토하고 참아낼 수 있었지만, 그래도 속이 울렁거리는 속을 견디지 못하고 작게 헛구역질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구역질을 한 것은 두 모녀만이 아니었다.

일단 정동후는 사람의 시체가 쓰레기 봉투에 들어가지 않는 대형 쓰레기라도 되는 것처럼 산산조각이 나는 것을 보면서도 두려움은 느껴도 구역질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 정도로로 과격하지는 않아도, 드러나면 안되는 시체를 처리하는 비밀스러운 작업을 구경해 본 경험도 있고, 애초부터 이런 일에 굉장히 무감한 성격이기 때문이었다.

어제 가장 먼저 고문 상대로 선정되어 전기 충격기에 만신창이가 되었던 유정수는 아직도 기절 상태였다.

문제는 남은 두 사람이었다. 무리 중 가장 대가 약하고 존재감이 없는 그 둘은 다른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견뎌내지 못했다.

친구의 죽음도, 그 친구가 목이 잘린 것도, 목 없는 시체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꼬락서니도 두렵기는 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들도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있고, 시체를 훼손해본 적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유진의 행위는 단지 시체 훼손이 아니었다. 무감정하고 무감각하게 한때 사람이었던 것을 아무 의미 없는 조각으로 부숴버리는 그 행위는 두려움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금기를 건드리는 혐오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들도 장화진이나 성무연 모녀처럼 구역질을 참아내지 못하고 구토했다. 문제는 그들은 지금 가죽 벨트로 만들어진 입마개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구역질의 결과로 목구멍을 토해 쏟아져 나온 구토물들은 입이 막혀 있으므로 밖으로 쏟아져 나가지 못했다. 구토물들은 입안에 쌓였고, 둘은 자신들이 토한 것들을 다시 삼키고, 다시 토하는 짓을 반복해야 했다. 종래에는 그 구토물들이 코를 막고, 일부는 기도를 넘어가 폐로 들어갔다.

숨을 쉬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의미는 없었다. 몸을 묶은 결박은 공고했고, 그들의 몸부림에 아무런 손상도 입지 않았다.

결국 둘은 천천히 자신들의 구토물에 숨이 막혀 질식당하며 서서히 죽어갔다.

항문에 딜도를 꽂고 전기 고문을 당해 죽은 강만수에 못지않게 비참한 그리고 그들에게 걸맞은 죽음의 방법이었다.

정동후는 옆에서 그 사태를 눈치채고 상황을 알리려 해보았지만, 그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돌아봐 주는 사람이 없었다. 장화진과 성무연은 그들에게 관심을 줄 여력이 없었고, 유진의 경우는 알면서도 방치했다. 어차피 오늘은 정동후와 그 외 한 명 정도만 살려둘 생각이기 때문이었다.

유진은 강만수의 몸을 모두 처리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어젯밤에 잘라둔 강만수의 머리는 죽어 버린 눈으로 자기 몸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유진은 마지막으로 그 머리를 도끼로 내리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주먹보다 큰 조각은 남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내려쳤다.

머리뼈가 부서져 그 조각이 사방으로 튀고, 뇌수가 튀어 오르고, 눈알이 터져 나가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사정없이 내리쳐서 산산이 부숴버렸다. 끝으로 산산조각이 난 파편을 손으로 대충 쓸어 모아서 욕조에 버리는 것으로 강만수의 존재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쯤 자신들이 토해낸 구토물에 질식당하고 있던 둘 다 결국 익사했다.

유진은 그 둘도 처리하기 위해 시체를 끌어내렸다.

공포에 질려 말없이 유진을 지켜보던 장화진은 그제야 두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코로 따라 흘러내린 구토물을 보고 죽은 이유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의 죽음을 미리 알기라도 했듯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유진의 태도에 질려 버렸다.

그리고 유진이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다는 것도 그쯤에서 알게 되었다. 강만수의 시체를 부수는 동안 그의 등 뒤만 보고 있어서 알지 못했었는데, 새로운 시체를 끌어내리는 순간 마스크를 쓰지 않은 맨얼굴의 옆모습을 보게 되었다.

얼굴에 피와 살점, 뇌수 따위가 잔뜩 튀어 있는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사람을 시체를 토막 내고, 방금전에 죽은 사람을 확인하면서도 그 얼굴에는 조금의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죽일 놈이라고 해도 사람의 죽음이 그에게 어떤 의미도 주지 못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 와중에 힐끔 시선을 움직여 눈이 마주쳤을 때, 장화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에서 유진이 시체들을 바라보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였다.

‘이, 이게 아닌데.’

장화진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사실 아주 조금은 유진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평상시에 유진이 보여준 모습 때문이었다. 유진이 소진이의 애교나 떼쓰기에 쩔쩔 매는 장면은 동네 사람들이라면 꽤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또 유진이 소진이의 억지에 아이들 잔뜩 모아서 잔치를 벌인 일도 유명했다.

젊은 잘생긴 외모의 남자가 별달리 외부 생활도 없이 동거녀의 어린 딸을 돌보는 것에 거의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마을 사람들은 유진을 좀 가볍게 생각하게 되었다. 다들 유진을 어리고 착하고 순박하며 세상 물정에 조금 어두운 외국인이라고 좀 가볍게 생각했다.

장화진도 그런 마을의 여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아 선입견이 있었다.

유진이 정동후보다는 나은 존재일 거라는 기대를, 그에게 기대서 복종했을 때 정동후처럼 자기 모녀를 마구잡이로 대하지는 않을 거라고 희망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되기는 했다. 유진은 정동후처럼 그녀들을 마구잡이라도 대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단지 때가 되었을 때 정동후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잔혹하게 그녀들을 다룰 것 같았다.

정동후가 잔인하고 포악하지만 어설픈 폭군이라면, 유진은 냉혹하고 전문적인 살인마로 느껴졌다.

이건 어떤 면에서는 정동후보다 더 나쁜 상황이었다.

어젯밤과 달리 장화진은 이제 유진이 정동후보다 나은 주인님일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유진은 두 번째 시체에 대한 분해 작업에 들어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장화진은 서둘러 유진에게 외쳤다.

“우리, 우리 나가 있어도 될까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요. 제발.”

유진은 두 번째 시체를 처리하기 직전에 들린 장화진의 외침에 고개를 들어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장화진은 무릎 꿇고 손을 모아 애원하고 있었고, 성무연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자신이 토해낸 구토물 위에 엎드려 여전히 토해낼 것 없는 구토를 계속하고 있었다.

유진이 굳이 그녀들의 앞에서 강만수의 시체를 처리한 것은 그녀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였다.

유진이 그녀들에게 호의와 동정을 베푸는 것과 상관없이, 그녀들이 유진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곤란했다. 유진은 장화진이 유진이 정체를 안다고 표를 낸 것도 어이가 없었고, 성무연이 죽으면 그만이니까 유진에게 별로 신경 쓰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기분 나빴다.

그래서 보여 준 것이다. 유진 자신이 그냥 만만한 사람이 아니고, 죽으면 그걸로 그만도 아니라는 것을.

사실 그냥 죽일 생각이면 이렇게 할 필요가 없는데, 살려두려고 하니 귀찮은 일이 좀 많았다.

그래도 귀찮아도 이렇게 한 것은 성무연이 처음 보였던 초연한 태도도, 장화진이 보여준 딸을 위한 어머니의 모습도 제법 유진에게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딱 그것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경고를 한번 보여줬으니, 굳이 계속해서 자극적인 장면을 계속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쓸데없이 익숙해지거나, 선입견이 굳어지면 귀찮다.

유진은 손을 내저었다.

“올라가 있어라. 정리하고 나도 2층으로 가겠다. 씻을 준비를 좀 해두도록.”

유진의 말이 떨어지자, 장화진은 딸을 부축하여 얼른 방을 나섰다.

일단 지하 멀티룸을 나온 모녀는, 안쪽과는 확연하게 다른 바깥쪽의 공기를 심호흡하며 속을 달랬다. 여전히 속이 뒤집어 질 것 같지만, 그래도 더 이상 토하거나 헛구역질은 하지 않겠다.

그래도 성무연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는 못했다.

어젯밤에는 장화진이 유진에게 안겨 2층으로 향하면서 딸인 성무연의 보살핌을 받았던 것과 반대로 오늘 아침에는 성무연인 장화진에게 부축받으며 2층으로 향해야 했다.

그리고 모녀는 어젯밤에는 쓸 수 없었던 장화진의 침대에 함께 몸을 누였다.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그냥 앉아 있지도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성무연이 훌쩍거리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나 죽고 싶지 않아. 아니 죽어도 상관없는데, 저 사람 손에는 죽고 싶지 않아. 절대로 절대로 저렇게 되고 싶지 않아.”

성무연은 폭력과 고통에는 장화진보다 훨씬 더 잘 견뎌내고, 어떤 면에서는 엄마보다 의지도 훨씬 굳은 편이었지만, 그래봐야 21살 어린 아가씨였다. 죽음은 두렵지 않아도, 사후에 자기 시체가 저런 꼴로 난도질당해서 쓰레기처럼 취급당할지 모른다는 것은 죽음의 두려움보다 더 끔찍하게 혐오스럽고 싫었다.

장화진은 딸을 꼬옥 끌어안고 달래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우리 딸. 엄마만 믿어. 우리는 달라. 저렇게 되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엄마를 믿어.”

장화진도 이제 필사적이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유진도 남자인 이상 성노예로 충성하겠다는 자신들 모녀에게 흥미를 느끼지 않을 리가 없다고 어느 정도는 여유 있게 생각하고 있었다.

모녀 혹은 자매와 동시에 섹스하는 것은 많은 남자가 꿈꾸는 성적 판타지였다.

인터넷에서는 모녀덮밥, 자매덮밥이라는 고유 유행어가 있을 정도이고, 원수를 사로잡아 그 앞에서 그 아내와 딸을 한꺼번에 윤간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즐거움이다라는 의미의 말이 역사에 기록되어 전해질 정도이다.

장화진은 유진도 남자이니 손만 뻗으면 얻을 수 있는 모녀 성노예를 결코 거절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 강만수의 시체를 처리하고, 방금까지 살아 있던 아이들의 죽음을 무감각하게 바라보는 모습에 담겨 있던 것은 익숙함이었다. 유진의 모습에서는 사람의 죽음도, 그 시체도, 그 시체를 쓰레기 분리해서 수거하듯이 토막을 내는 것도 모두 너무 익숙해서 별다른 감정을 담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죽음을 보고, 얼마나 많은 시체를 처리해야 그렇게 될 수 있는지 장화진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모녀 성노예라고 얼마나 특별하게 받아들일지 별로 희망찬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말로만으로는 안돼.’

장화진은 좀 더 필사적으로 절박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래서였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유진이 온통 피에 젖은 몸으로 2층으로 올라와, 그녀들에게는 시선 한번 주지 않은 채로 욕실로 향했을 때, 장화진은 서둘러 입고 있던 옷을 다시 모두 벗어 던졌다. 그리고 자신이 완전히 알몸이 된 후 딸의 옷도 모두 벗겼다.

성무연은 엄마나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깨닫고 거부감을 느꼈지만, 어젯밤처럼 반항하지는 않았다. 성무연은 직접 옷을 벗지는 않았지만, 자기 옷을 벗기는 엄마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장화진은 딸을 발가벗기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딸을 재촉하지는 않았다. 그 이상은 아무리 모친인 그녀라고 해도 더 이상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장화진은 단지 딸이 자신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성무연은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어젯밤처럼 욕실로 향했다.

어젯밤과는 다른 결심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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