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재미있게 보셨나요?
재미있으셨다면 [추천]과 [즐겨찾기 등록] 부탁드립니다.
#007 피가 흐른다 – 06
성화 건설에서 차민영을 납치하기 위해 보낸 팀은 자신들이 들키지 않고 조용히 빠져나갔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들의 기준이었다.
차민영은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는 순간, 동시에 빠져나가는 여러 대의 검거나 흰 승합차들을 보며 그것이 평범한 광경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딱히 뭔가 이성적으로 의심하거나 수상한 부분이 있어서 안 것은 아니었다.
차민영은 그냥 알았다.
저 차들이 자신과 관련된 것이라는 것을.
“응? 선배 안 내려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는데도 차민영이 움직이지 않자, 동행하고 있던 후배이자 부하직원 그리고 심복이기도 한 최수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차민영은 나이 서른이 되어서 이제 자기도 늙었다고 투덜거리지만, 하는 행동은 여전히 대학 신입생 때처럼 귀여운 후배의 모습에 잠시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차민영은 내리려고 움직이는 최수정을 잡고는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눌렀다.
“선배?”
최수정은 차민영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했지만, 차민영은 그런 그녀에게 상황을 설명하지 않았다.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는 최수정을 끌고 1층으로 향한 차민영은, 로비의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검은색 벤이 주차되어 있던 제 차를 긁고는 그냥 도망가 버렸어요. 다급한 상황에 차량 번호판을 확인 못했는데, 혹시 지하 주차장 감시 카메라 녹화 내용 확인 할 수 있을까요?”
차민영의 말에 안내 데스크의 직원이 친절한 태도로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내부 통화용 인터폰을 들었다.
최수정은 태연스럽게 나온 차민영의 거짓말에 이 언니가 미쳤나 싶었지만, 조용히 입 다물고 구경만 했다.
친한 선후배이지만 한편으로는 회사 오너와 부하직원의 관계이며, 업무적으로 일을 가리킨 사수와 일을 배운 부사수의 관계이기도 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벌서 10년이다.
최수정은 지금 차민영이 굉장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안내 데스크 직원의 말로 문제가 좀 심각하다는 것을 그녀도 알게 되었다.
사무적인 미소를 띤 채로 통화를 하던 안내 데스크의 직원이 통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편한 얼굴로 변했고, 몸을 돌리고 수화기를 가려 자신의 통화 내용이 들리지 않게 조심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통화를 끝낸 그녀는 많이 당황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죄송하지만 손님. 지하 주차장 감시 카메라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한 시간 정도 먹통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막 시스템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녹화된 영상이 없어서 손님이 원하시는 영상은 보여드릴 수 없을 것 같다고 합니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에 최수정은 순간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 빌딩의 지하 주차장 관리 시스템은 차민영과 최수정의 회사인 디파시스템즈에서 구축한 것이었다.
물론 전체적인 시스템 전부를 그녀들의 회사가 구축한 것은 아니었고, 주차장 입출고 관리와 감시 카메라 영상 저장과 백업 그리고 검색 시스템 등의 관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구축 부분에 참여한 것이었지만, 협업이 필요한 부분이었기에 전체 시스템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 빌딩의 주차장 감시 및 관리 시스템은 대규모 정전으로 빌딩 전체에 전력공급이 차단 되어도 일차적으로 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인 UPS를 이용하여 시스템을 유지하고, UPS로 버틸 수 없을 장시간 차단에 대비해서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비상 전원 장치가 준비되어 있었다.
즉 어지간하면 문제가 생길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애초에 오늘 그녀들이 이 빌딩을 방문한 것 자체가 시스템 유지보수 및 업그레이드에 관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었고, 미팅 상대가 시스템 관리팀의 직원들이었다.
실제로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녀들과 회의 중이던 담당자들이 회의 따위나 하고 있었을 리가 없었다.
최수정은 차민영이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는 이해 못했지만, 데스크 직원의 헛소리에 지금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인식했다.
그 사이 건물 경비를 책임지고 있다는 표시로 붙어 있는 SSS, 성화 시큐리티 서비스의 마크를 새삼스럽게 보고 있던 차민영은 담담한 표정으로 최수정에게 말했다.
“수정아 너 여기 있다가 한 20분쯤 지나도 내가 연락 없으면 경찰에 신고해. 그리고 꼭 여기 있어. 혹시 여기 직원들은 물론이고 원청 사람이라고 해도 절대로 따라가지마. 다른 곳으로 데려가려고 하면 납치당하고 있다고 소리쳐. 내가 전화해 주기 전에는 절대로 아무도 믿지 마. 특히 경비팀이나 시큐리티팀 소속 사람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선배?”
“손님?”
최수정도 안내 데스크의 직원도 모두 당황했다.
차민영의 말에 놀란 안내 데스크의 다른 직원이 수화기를 들자 차민영이 그녀에게 경고했다.
“행동 조심해요. 아무 일 없으면 서로 다행이지만, 문제 생기면 당신도 납치 공범이 되는 수가 있으니까.”
심상치 않은 대화에 시큐리티 팀을 부르려던 그녀는 수화기를 들던 채로 딱 굳어 버렸다.
무슨 헛소리하는 거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차민영의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 살벌했고 그 분위기가 주는 압박감이 너무 강했다.
차민영은 그러거나 말거나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는 빠른 손놀림으로 유진에게 예약 문자를 보냈다.
20분 내로 자신이 취소하지 않으면 전달 될 내용은 간략했다.
‘위험함. 소진이를 챙겨줘. 자세한 내용은 메인 침실 옷장 안쪽에 있는 실낙원 책에 끼워진 메모를 보면 알 거야.’
문자를 보내며 차민영은 웃을 수 있었다.
예전에 지금과 비슷한 경우를 당했을 때는 그저 절망하기만 했다.
경찰은 그녀를 무시했고,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은 모두 그녀와 연락을 끊었으며, 그나마 남아 있던 회사 사람들은 그들의 안전을 위해 그녀가 오히려 멀리해야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과 딸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세상은 관심조차 주지 않을 것이었고, 조만간 그렇게 될 것 같았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정말 전혀 무섭지 않았다.
자신이 혹시 잘못되더라도 소진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차민영은 유진이 지키고 있다면 누구도 소진이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그리고 유진은 소진이를 지키는 것만으로 멈추지 않고 자신의 복수도 확실하게 해줄 것이라고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차민영은 지하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계단으로 걸어가며 자신감 있게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차민영은 전화를 받은 고주희가 뭔가 말을 하기도 전에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당할 뻔했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상황인지 설명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내가 너를 막아낼 수는 없겠지. 하지만 너도 각오 단단히 하는 것이 좋을 거야. 너도 알고 있는 내 새 남친이 어떤 사람인지 직접 몸으로 겪게 되면 살아 있는 것 자체를 많이 후회하게 될 테니까.”
차민영은 아직도 유진과 자신이 처음 만난 파리의 보행 터널에서 유진이 자신을 강간하려던 흑인들을 처리하던 그의 단호하고 잔인한 행동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일이 벌어지면 고주희가 틀림없이 1순위로 그 꼴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마음껏 저주를 퍼부어 주었다.
차민영의 생각과 달리 성화건설 최지용 과장이 떠난 후, 직속 상사 김명준에게 나름의 상황을 설명하다가 전화를 받은 고주희는 그녀의 말에 기겁했다.
당연했다.
그녀를 납치하려다가 철수한 것은 고주희가 아니었으니까, 고주희는 반대로 차민영을 보호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고주희는 급히 외쳤다.
“위험한 생각하지 말고 안전한 곳에 있어요! 걔들 내가 보낸 거 아니에요! 누군지는 대충 알겠는데 내가 보낸 거 아니라고!”
고주희는 차민영이 말한 자들이 성화 건설에서 보낸 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경고를 받아들여 일 벌이지 않고 철수한 거라는 것도 유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차민영을 납치할 준비를 다 갖추고, 실행 직전에 자신을 찾아왔을 것이라고까지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던 만큼, 그들이 정말 철수한 것인지 확신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성화 건설 측이 지금 초조하다는 뜻이기도 했고, 이와 관련해서 아직 자신이 보고를 받은 것이 없으니 차민영의 경호에 구멍이 뚫렸다는 뜻이기도 했다.
성화 건설이 과연 정말로 철수한 것인지 무척 의심스러웠다.
자신을 속이기 위해 철수한 척 위장했다가, 은밀하게 차민영을 납치하면 자신이 그걸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고주희로서는 기겁할 상황이었다.
고주희는 한참 대화 중이던 상사까지 무시하고 회의실을 뛰쳐나가며 외쳤다.
“거기가 어디라고요? 강남 S&C 빌딩이요? 내가 갈게요! 30분 안에 내가 직접 갈 테니까 안전하고 사람 많은 로비 같은 곳에서 기다려요! 씨발, 위험한 짓 할 생각 하지 말라고! 당신한테 문제 생기면 나도 죽는다고!”
고주희의 반응은 차민영으로서는 꽤 뜻밖의 것이었다.
차민영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 이것이 고주희의 짓일 것으로 생각했다.
차민영이 이런 종류의 일로 알고 있는 성화 그룹 사람은 고주희밖에 없기도 했고, 얼마 전 그녀가 유진의 일로 경고한 것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핸드폰을 통해서 들려온 고주희의 목소리는 필사적이었고, 아무리 봐도 속임수로는 보이지 않았다.
성화 그룹이 자신에게 무슨 짓이든 하려고 들면, 당장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오히려 같이 있는 최수정이나 다른 사람들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은 당해줄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렇다면 굳이 차민영도 위험한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차민영은 약간 뻘쭘했지만, 다시 최수정이 있는 안내 데스크로 돌아갔다.
비장한 표정하고는 심각한 소리 떠들고 가던 사람이 다시 돌아오자 안내 데스크의 직원들은 그런 차민영을 미친 년 보듯 보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인터폰이 울리고 직속 상사도 아닌 최고 관리자에게 차민영에 대한 주의 및 경고를 전달받은 그녀들은 차민영을 못본 척 했다.
그리고 제복을 입은 경비원들이 서둘러 달려나와 로비 이곳저곳에 추가로 배치되기 시작했다.
최수정이 차민영이 경고한 그들의 등장에 조금 놀랐지만, 차민영은 그 경비원들이 로비의 사방에서 자리만 잡을 뿐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 것을 보고 고주희의 말을 조금 더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경비병들의 태도는 명백하게 차민영을 구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경호하기 위한 포지션이었다.
상황 변화를 확인한 차민영은 최수정을 떼어 냈다.
“미안한데, 수정이 너 혼자 택시 타고 회사로 들어가야겠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택시 탔을 때랑 회사 도착하는 거 다 나한테 문자로 보내.”
“선배, 무슨 일인지 이야기 못 해주시는 거죠?”
“그냥 그이가 죽어서도 아직 민폐라고만 알아둬.”
최수정의 입에서 ‘씨발’소리가 튀어나왔다.
최수정은 차수연처럼 차민영과 그녀의 죽은 남편 강준화의 후배였고, 아주 깊은 수준까지는 몰라도 강준화가 차민영과 차수연 등을 어떻게 다루는지도 대충 알고 있었다.
최수정은 강준화를 정말 정말 혐오했고, 그런데도 강준화와 차민영이 만든 회사에 근무한 것은 자신이라도 옆에서 강준화를 견제하며 차민영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철없는 생각이었지만, 다행히 강준화는 꼴에 자기 취향이 아닌 여자는 안 건드리는 성격이었고, 덕분에 최수정은 강준화의 마수에 넘어가지 않은 채 차민영이 괴롭고 힘들 때 힘이 되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차민영은 최수정이 위험한 일에 엮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대했다.
“선배, 나중에 언젠가는 다 이야기해 주시는 거예요?”
“그럴게. 언젠가는.”
최수정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얌전히 차민영의 말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민영이 최수정을 가장 아끼고 가까이하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최수정은 자신이 고집을 부려야 할 때와 얌전히 말을 들어야 할 때를 정확히 구별할 줄 아는 정말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최수정을 보내고 차민영은 로비 한쪽의 벤치에 앉아서 생각을 정리해 보려 했다.
지금 그녀가 있는 건물은 성화 그룹의 계열사인 성화 통신의 본사 건물이고, 그런 성화 통신 본사 건물에서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는 감시 카메라가 먹통이라는 소리를 하게 만들려면 성화 그룹 내에서도 어지간한 고위 임원이 아니면 어려웠다.
그래서 차민영은 고주희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고주희는 차민영이 그녀를 만난 처음부터 자신이 성화 그룹 내에서 더럽고 어두운 그리고 비밀스러운 일을 맡는다는 것을 숨기려 하지 않았고, 그녀라면 그 정도는 능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몇 번 증명한 적도 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차민영이 아는 성화 그룹 사람 중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그녀밖에 없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아니라고 하는 상황이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유성준 그 사람인가? 하지만 왜 갑자기?’
차민영은 소진이 친부인 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까지 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자신이나 소진이에게 관심을 보인 적이 없는 그가 왜 갑자기 자신에게 이러는지 의아했다.
최근에 결혼했다고 들었던 것을 떠올랐고, 혹시 그의 아내가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되어서 손을 쓰는 것인지 의심스럽기는 했다.
사실 차민영이 지금 고민한다고 답이 나올 고민은 아니었다.
고주희가 온다고 했으니, 그녀가 도착하면 그녀에게 들으면 될 이야기였다.
하지만 원래 고민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참을 수 없는 불안에 하게 되는 것이 고민인 법이었다.
문제는 그 와중에 차민영이 자신이 유진에게 타이머 맞춘 문자를 보내두었다는 것을 잊어 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회의 때문에 핸드폰을 무음모드로 전환해 두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후 자신의 핸드폰이 계속 울리는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차민영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에는 고주희도 있었다.
30분 안에 도착하겠다고 말했지만, 15분 만에 허겁지겁 도착한 고주희의 제안으로 날카로운 언사가 오가는 언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고주희는 안전을 위해 차민영의 차는 점검을 맡기고, 차민영은 고주희의 차로 경호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가서 그녀가 파견한 경호원들에게 추가 경호를 받을 것을 권했고, 차민영은 그녀에게 자신의 차를 맡길 생각이 없고 경호 따위 받을 생각도 없다고 거부했다.
위험을 강조하며 경호와 점검을 받을 것을 권하는 고주희와 그녀 자체도 믿을 생각이 없는 차민영의 언쟁은 일단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해 고주희의 차로 이동하는 것까지는 동의해 그녀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며 계속되었다.
원인을 알려는 차민영의 추궁과 자신들이 아니라는 말만 하는 고주희의 철면피 같은 모르쇠도 추가되며, 보통 사람들이라면 마음이 난도질당해 정신과 약이 필요할 수준의 말들이 오고 가는 말싸움과 신경전도 한 시간 이상 이어졌다.
그런 상황이라 차민영은 유진에게 보낸 메시지는 물론이고, 먼저 회사로 보낸 후배 최수정이 보낸 메시지조차 완전히 잊고 있었다.
집안까지 쫓아 들어온 고주희와 함께 유진과 마주치고, 차가운 눈빛의 유진이 그녀와 고주희를 쓰윽 훑어보며 한마디 하기 전까지 그랬다.
“쳐 죽여야 한다고 한 년을 본인이 직접 데리고 온 건가? 이게 무슨 일인지 이 여자를 고문해서 직접 확인하면 되는 거야?”
차민영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눈치챘고, 이 기회에 유진을 살펴볼 생각에 동행한 고주희는 어두운 일에 종사하며 쌓은 경험과 눈치로 유진의 본질을 살짝 느끼고는 새파랗게 질려 버리고 말았다.